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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 과학수사와 법의학으로 본 조선시대 이야기
이수광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얼마 전부터 미시사, 문화사를 다룬 책들이 서점에 옹기종기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결국 이런 책까지 나왔다. 작가가 소설가라니.. 그럼 이건 추리소설인가? 아니다. 처음부터 범인과 결말을 알려주는 추리소설이 어디 있을까. 서문을 봤을 때 눈치챘어야 했는데...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리는 조선시대에도 살인사건이 일어났다는 걸 강조하며 조선을 살인자의 나라인가라고 과장하고 있지 않았던가. 그 부분이 좀 우스웠지만, 나름대로 큰 기대를 안고 책장을 넘겼다.
추리소설이든 아니든 이런 주제는 사뭇 긴장감이 흐르기 마련이다. 사건과 범인을 쫓아가며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가야 하건만... 젠장. 난 읽다가 졸았다. 졸다가 퍼뜩 깨어나 다시 읽었다. 의무감으로 다 읽어버린 책. 책의 표지를 보라. 얼마나 으스스한가. 공포물 좋아하는 나로서는 옳다구나 읽었는데... 전설의 고향이 보고 싶어지는 이 심사는 무언가.
정말 시류에 영합한 책이다. 문화사가 유행하니 덩달아 급하게 나오긴 했는데, 제목이 그럴싸하니 사람들이 제법 사서 읽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선을 뒤흔든 살인사건이라고 내건 거창한 제목이 무색하다. 양반이 살인을 저지르면 나라 전체가 뒤흔들리는건가... 신분제 사회의 특권의식으로 사람 죽여놓고 어흠하는 건 조선시대에 제법 있을만한 사건 아닌가. 문정왕후의 오라비 윤원형만 해도 사람 많이 죽였더랬지. 정조 이후 순조부터는 권세가들이 양민들 땅 뺏고, 노비로 삼고... 그런 일 많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별을 두 개나 준 건... 하나의 주제로 그 시대를 꿰뚫는 건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걸 이렇게 겁없이 뚝딱 건성으로 만든 티가 팍팍 나도록 내놓다니... 작가의 용기가 가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