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박민규 지음 / 창비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거대하고,희고,눈부신 공을 스매싱하며 그는 천천히 다가온다.

너무나도 거대해보여....

너무나도 눈부셔.....

내눈에 잘 보여지지가 않아 이공은 무슨뜻인가요?

되물어도 그는 별 반응이 없다.

그저 핑퐁핑퐁~~~ 이소리만 낼뿐!


계속 그래왔던 것처럼, 어쩌면 계속 그렇게 나아갈 것 같은 그는 이번에도 세상의 마이너들을 내세웠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그래~~ 그렇지~~'라고 고개를 끄덕이다 책을 덮고 나면 또 까맣게 잊고 살아간다. 그렇게 잘살고 있는 내게 또 그는 마이너들을 동반하여 눈앞에 척 나타나 깜짝 놀래키는 사람이라니!

그래서 이번에도 그의 쉽고도 어려운 글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집중에 집중을 기하여 읽어내려갔다.

그의 소설은 집중해서 읽어야만 한다. 집중하지 않으면 곳곳에 산발적으로 흩어놓은 그의 가장 큰 목소리를 놓치기 일쑤다. 쿡쿡~ 소리내서 읽기에 딱 안성맞춤인 어쩌면 한 권의 만화책을 읽고 있는 듯한 황당함을 커버로 무장한채(실제로 이책은 사은품인 핸드폰 액정클리너덕분에 비닐커버로 무장하여 내손에 도착되었다.비닐을 뜯는 내손이 덜덜 떨릴정도라니~~) 버젓이 세상에 나왔지만 그의 소설집을 다 읽어본 사람이라면 그의 문체들은 알고보면 여느소설가들보다도 가장 난해한 문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는 그가 발언하고자 하는 뜻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카스테라>에서는 조금 어려웠지만 그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같았다.그러나 이번 <핑퐁>은 앞서의 책들보다 조금 더 난해하여 이해하기에 내지식이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하지만 이해하고 싶었다.아니 이해해야만 한다라고 생각해 더 열을 올려 못과 모아이에게 빠져들었다.


여기 등장하는 못과 모아이는 반친구들에게서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이다.하지만 그들은 마흔한명의 반친구들을 넘어서, 육백삼십칠명의 같은 학년의 친구들을 넘어서, 천구백삼십오명의 전교생의 학생들을 넘어서, 오만구천이백오명의 시 전체의 중학생들을 넘어서, 육십억의 인류로부터 따를 당하고 있다고 한다.육십억의 군중속에는 '나'도 포함되어 있고,더군다나 '너'도 포함되어 있다.그러니까 못과 모아이는 세계가 깜빡하여 어쩔수 없이 따를 당하고 있다라고 여기고 있다.애써 누군가를 왕따를 시킬 생각이 없었다 할지라도 어찌어찌하다보면 우리들은 누군가들을 계속 왕따시키고 있는셈이다.그리고 역으로 우리들도 누군가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를일이다.모두들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하염없이 돌아가야만 하는 현대문명에 길들어져 그쳇바퀴만 바라보다보면 '나'와 '너'는 항상 왕따를 시키고,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아무도 모르는사이에....


 못과 모아이를 육십억이란 인류속에 '나'또한 포함되어 이아이들을 왕따시켰지만..핼리를 기다리는 사람들끼리의 동호회 모임속에서는 은근히 내가 따를 당한 느낌마저든다.오로지 그들만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주고, 오로지 그들만이 느낄 수 있는 희망과 기대감은 나를 따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주인공 못은 악의 지존 치수에게 항상 얻어맞고 있다.얻어맞으면서 못은 왜 맞는지 이유도 모른채 그냥 아무생각없이 맞고만 있다.치수는 폭력을 가하므로 희열을 느끼고 있고,못은 맞으면서 하루의 일과를 마친듯한 느낌으로 그냥 대책없이 맞고있다.못은 오히려 맞으면서 희열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못의 알 수 없는 정신세계는 읽는이로 하여금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것이 아니라 되려 읽는이를 따시키는 듯한 소외감을 갖게 한다.(작가는 은연중 이것을 노렸단 말인가!) 나는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든다.


 작가는 이세상은 항상 듀스포인트라고 한다.어느 한 사람이 인류를 위하여 선한 일을 이행하고 있으면 같은 시각 또다른 장소에서 한 인간은 인류에게 악을 해하는 행동을 일삼고 있어 스코어가 결정나지 않는 영원한 듀스포인트상태로 빗대고 있다.그래서 이지구는 멸망하지 않고 간당간당하게 유지되어 가고 있단 말인가?


 박민규의 소설은 읽으면 읽을수록 머리가 복잡해지고,생각이 깊어진다.그는 분명 '이세상 뭐 특별한 게 있어? 한 바탕 웃어보자구! '라고 외쳐대지만 호탕한 웃음을 실컷 웃어댄후 곧바로 찾아오는 표정의 어색함과 무표정, 그리고 잠깐동안의 진지함을 독자들은 '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듯하다.속사포처럼 쏟아내는 그의 유머러스한 문체 뒷면에는 분명 그의 진지하고 고독해보이는 표정이 어려있다.

 그가 네 번째로 하고 싶었던 깊은 말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앞으로 다섯 번째로 하게 될 진지한 말은 또 무엇일까? 그래서 나는 그의말을 무척 귀담아듣는 중이다.혹여 이해되지 않는 말이 있어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그는 분명 이해해야만 될 작가중의 한 명이므로.....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6-11-01 1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06-11-01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머리 복잡해질까봐 당분간은 안 읽을 생각입니다. ^^;;

책읽는나무 2006-11-02 0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곤님........시간이 부족하여 이책도 엄청 오래 읽었습니다. 애들덕분에 책 표지 물어뜯겨 다 찢기구요..ㅠ.ㅠ
아영맘님...........가끔은 제가 부러 복잡하게 읽는 건 아닌가? 라고 생각을 해봅니다.전혀 복잡한 책이 아닌데...일부러 복잡하게 읽고 있다라고 여기게 되는데 그것을 고치려 해도 그게 잘 안된다는~~ 이사람의 소설은 좀 그렇더군요.제게 있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