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누이 옛이야기 그림책 1
김성민 글.그림 / 사계절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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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계절의 책들은 어린아이들이 보는 그림책들 보다는 주로 초등학생들이 읽을 수 있는 문고쪽의 책들이 더 많이 나오는 것같다. 출판사별로 저마다 지향하는 어떤 목표가 있는 듯한데...사계절은 내개인적으로 보았을 적엔 주로 고전 즉 우리 것의 옛이야기의 책을 다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은 것같다. 뭐 아직까지 많은 책을 접해보지 않아 섣불리 판단하기는 이르겠지만 몇몇의 그림책을 살펴보면서 그러한 느낌이 단박에 다가온다. 그래서 나름대로 약간의 신뢰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다.

 이책도 신뢰감의 깊이를 더하게 해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옛이야기 그림책의 시리즈 중 1권인 책인데 현재 2권까지 출간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앞으로 계속 출간될 옛이야기 시리즈가 사뭇 기대된다. 외국 그림책을 번역한 책들로 넘쳐나는 세상인지라 이럴때일수록 아이들에게 우리네 정서가 담긴 그림책을 읽혀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재 우리네 이야기를 담은 책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여 많이 아쉬운 마당에 이러한 시리즈 그림책들은 무지 반갑다.

 작가의 이름이 어찌 또 우리아들녀석과 똑같다보니 더욱더 애정이 가는 그림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의 이름을 보면서 아이와 나는 눈이 똥그래져서 "민아 성민이 이름이랑 똑같네?" 했더니 녀석은 좋아한다. 기대하며 넘긴 책은 충분히 그값어치를 하는 것같다.
 일단 내용적인 면을 떠나서 그림이 눈에 먼저 확 들어온다. 목판화 기법을 이용한 듯한 기법의 그림책은 처음 접하는 것같은데 책의 내용과 따로 떨어지는 느낌이 아니라 원래부터 이러한 그림의 기법과 여우누이의 이야기와는 뗄래야 뗄 수가 없는 사이처럼 아주 잘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뭐랄까? 그림책의 그림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무를 잘 깍아서 다듬은 우리네 하회탈 같은 탈 종류나 꼭두각시 인형을 바라보는 듯한 정감이 느껴지는 것같다. 판화기법이다보니 전체적으로 검은색같은 어두운 색이 주 배경을 이루지만 그렇게 침울해 보이지도 않는다. 아마도 이야기속의 내용으로 흥미진진하게 빠져들기 때문에 그러한 침울한 배경은 뒷전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용은 아들 셋을 둔 부잣집 부부는 딸을 갖고 싶어 안달이 났는데 서낭에 가서 예쁜 딸을 낳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면서 여우같은 딸이라도 하나 낳게 해달라고도 빌어버린다. 그래서 결국 딸을 하나 낳았는데 부부는 이딸을 어찌나 이뻐했는지 아들들은 없어져도 좋다고 했단다. 남존여비사상이 팽배했을터인데 과연 그랬을까? 라는 의구심도 생기지만 뭐 그러면 그렇다고 믿을 수밖에....ㅡ.ㅡ;;
 헌데 그때부터 집에 이상한 일이 생기는데 자고 나면 소가 한 마리 죽어버리고 또 자고 나면 말이 한 마리 죽어버리는 것이다. 아버지는 아들들에게 밤에 잠을 자지 말고 보초를 서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나 알아보라고 일렀는데 첫째,둘째 아들들은 잠을 쿨쿨 자버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눈치채지 못했는데 셋째 아들은 사건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바로 누이동생이 밤에 몰래 동물들을 죽인 범인인 것이다. 그러니까 누이동생은 사람이 아니라 바로 여우였던 것이다. 누이동생이 말의 간을 꺼내서 잡아먹는 장면에서는 좀 괴기스럽다.

 간밤에 본 일을 아버지께 아뢴 셋째 아들은 되려 아버지한테 호된 꾸지람을 듣고서 집에서 쫓겨나게 된다. 딸을 너무나도 사랑한 아버지는 모함을 하고 있다고 여기신 탓이다. 쫓겨난 아들은 밖에서 거북이를 구해주게 되는데 은혜를 갚을 줄 아는 그거북은 요술함을 하나 아들에게 선물한다. 그래서 아들은 색시도 얻고, 집을 얻어 잘 살게 되는데 그래도 살면서 집생각이 간절하여 집에 한 번 다녀오겠다고 색시에게 말하니 색시는 가지 말라고 말리면서 결국은 안되겠다 싶었는지 세 가지의 색의 병을 주면서 꼭 필요할때 던지라고 일러준다. 

 자신이 살던 동네에 찾아가니 동네는 없어지고 사람도 안 보이고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그때 누이동생이 나타나 갖은 애교를 부리면서 이오라비를 잡아먹으려고 살살 꼬드긴다. 여우가 둔갑한 누이라는 걸 다 알고 있는 아들은 말을 타고 도망을 가면서 뒤쫓아 오는 여우누이에게 색시한테 받은 병을 뒤로 던지면서 가시덤불과 시퍼런 강과 그리고 불더미가 나타나 결국은 여우누이를 물리치게 된다. 그래서 셋째 아들은 살아남아 집으로 돌아와 색시와 함께 행복하게 살수 있었단다.

 예전에 어렸을적 <전설의 고향>에서 많이 봄직한 내용의 옛이야기다. 내용은 이미 알고 있어도 그림책으로 다시 읽어도 흥미진진하다. 아이도 사뭇 진지하게 책을 보면서 듣고 있다. 여우가 오라비를 뒤쫓는 장면에서는 아슬아슬했나보다. 하긴 그부분이 클라이막스이긴 하다. 어렸을적엔 여우가 나오는 장면이 텔레비젼 화면에 잡히면 무서워서 매번 엄마나 아빠 등뒤에 숨어서 텔레비젼을 봤었던 기억이 난다.

 내용은 이미 나자신이 알고 있어서 그런지 나는 자꾸만 그림들에 눈길이 간다. 보고 또 보고 하여도 우리네 옛이야기와 그림이 참 잘 들어맞는다는 생각을 여러번 하게 되는 정감가는 그림책일 수밖에 없다. 계속 출판사쪽에서 더 좋은 옛이야기를 많이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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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5-11-28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고급스럽더군요. 그림과 제본과 편집상태가 깔끔하고요

책읽는나무 2005-11-29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볼수록 고급스러워 책이 잘 만들어진 것같아요!
아이도 잘 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