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민이 녀석이 날더러 "죽을래?" 란 말을 써서 나한테서 혼꾸녕이 났었다.
아마도 학원에서 다른 아이들이 쓰는 말을 따라 해본 것같은데 초반에 버릇을 잡아야지 싶어 그런말은 어른들한테 쓰면 안되는 말이라고 앞으로 또 엄마한테 그런말 쓰면 혼날줄 알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녀석은 나와 이야기를 하다가 옥신각신했는데 조그만 녀석이 조금씩 열을 받기 시작하더니 결국엔 씩씨거리면서 "엄마! 죽을래?"라고 한 것이다...ㅠ.ㅠ

혼쭐이 난 이후로 "죽을래?"라는 말은 아직 한 번도 쓰지 않는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민이에게는 좀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일단 말씨부터 달라졌다는 것이다. 민이는 경상도 아이이긴 하지만 사투리를 그다지 많이 쓰지는 않는다.
물론 우리 부부는 부산 사투리를 써대는데 이상하게 민이는 그렇게 확실하게 부산 사투리를 따라 하지 않는 것같다. 아마도 그영향은 서울에 사는 고종사촌누나들 영향이 컸던 탓일게다.
누나들과 어릴적부터 여름방학 한 달, 겨울방학 한 달 가량을 붙어 살다보니 서울말을 자연스럽게 따라하게 된 것같다. 그리고 시아버님이 전라도 분이신지라 말투가 부산말도 아니요~ 전라도말도 아니요~ 또 오랫동안 서울에서 사시다 부산으로 내려오신 경력이 있으신지라 그리 사투리가 심하시지 않으시다.
민이는 한동안 할머니, 할아버지와 몇 년을 같이 살았으니 그영향도 제법 컸던 것같다.
우리부부도 사투리를 쓰긴 쓰되 아이들과 대화를 할적엔 되도록 말을 부드럽게 쓰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면 "맞나?" 이말은 우리도 모르게 "맞아?"..."그랬나?"를 "그랬어?",
"아이다"를 "아니야"내지는 "아닌데"....암튼 그렇게 하려고 의도적으로 그런 건 아닌데 우리들도 서울 시누이네 영향을 좀 많이 받은 것도 같다. 그리고 결혼하고서 서울에서 몇 년 살았다고 그경험도 무시못하나보다.

 암튼....그래서 성민이는 이곳지역에서 내친구들이나 다른 어른들을 만날때면 말투가 좀 이상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그러니까 서울말도 아닌 것이, 부산말도 아닌 것이....우리 식구는 매일 들으니 익숙한데 다른 사람들은 좀 이상하게 들리나보다. 반면 어떤 친구들은 아이의 말이 순하다고 하긴 하는데...ㅡ.ㅡ;;
요즘은 녀석이 자라면서 점점 부산 사투리에 익숙해져감을 느끼게 된다.
어차피 이곳에 뿌리를 내리면서 살 것이라면 이쪽말을 써야 하는게 튀지 않고 잘 융화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기에 그다지 신경은 쓰지 않는 편이다. 다만 나쁜말을 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을 뿐이다.
밖에 나가보면 아주 어린 아이들인데도 입이 거친 아이들을 많이 보게 된다.
특히 부산사투리는 좀 거칠어 싸우는 소리로 오해받기 십상인데 거기다 욕까지 섞어서 말을 하면 정말 가관이다. 사내아이들은 욕이 안들어가면 대화가 안될정도로 욕설을 태반으로 섞어 말을 한다.
녀석이 훗날 중,고등학교를 들어가서 어쩔수 없이 욕을 배워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한 방편으로 써야할 상황이라면 이해는 할 수 있을 것같다. 그나이쯤 되면 자신이 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쓰기 때문에 나쁜 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지금 성민이 나이 또래들은 사실 욕이 욕인지도 모르고 그냥 배워서 쓰는 경우가 많다. 지난번 모 방송에서 "욕쟁이 아이"의 나쁜 습관을 고치는 프로그램을 보고 충격 아닌 충격을 먹었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되도록 아이가 어릴적에는 나쁜말을 못쓰게 하고 있긴 한데....저 "죽을래?"라는 말도 사실 따지고 보면 욕은 아니다. 그냥 아이가 어른에게 쓰기엔 아주 버릇없어 보이는 말에 불과할 수 있다. 내가 듣기에 거슬려 아이를 야단을 쳤지만 학원에서 다른 아이들이 민이에게 "죽을래?"라는 말로 협박을 하는데 과연 녀석은 어떤 말로 되받아 쳤을지 가만 생각해보니 조금 걱정스러운게 사실이다.
너무 바른말, 좋은말만 가르치다보면 또래 아이들에게 혹시나 업신여김을 받거나 주눅드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친구가 '죽을래' 라고 말을 쓸때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어보는 녀석에게 "너 나한테 그런말 쓰면 혼난다"라고 대답하라고 가르쳤다.
과연 내방법이 옳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다른 아이와의 문제가 생겼을때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해주는 길중에 어떻게 일러주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인지 갈수록 어려워진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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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16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친구한테 배웠나보군요...

책읽는나무 2005-10-16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봐요! 말투도 요즘 좀 이상하게 말을 하고 말입니다..우리가 듣기엔 꼭 강원도 사투리 같아 보여 우리는 재밌어서 따라하곤 하죠!..^^
친구한테 배운 걸 무조건 제지를 하는 것도 그리 좋은 결과는 아닐 것같은데..ㅡ.ㅡ;;

책읽는나무 2005-10-17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제가 아이를 너무 조심스럽게 키우고 있나? 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그래서 성민이가 좀 소심한 것인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