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의 마을 ㅣ 미래그림책 24
고바야시 유타카 글 그림, 길지연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3년 6월
평점 :
절판
전쟁을 소재로 한 그림책을 한 두어 권을 읽어보긴 했었다.
그런류의 그림책을 보고 나면 전쟁소설을 읽은 것보다도 여운이 더 많이 남고 가슴이 찡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은 전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를 생각했다.
그 몇 권의 전쟁 관련 그림책 중 이책도 포함이 되는데...아마도 가장 가슴이 아픈 그림책이 아닐까? 싶다.
이책의 저자는 일본작가로 1970년대 초부터 십 년동안 중동과 아시아 지역을 여행하면서 그 때의 체험으로 인해 이그림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이책은 아프가니스탄의 한 시골마을의 아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나라는 우리나라처럼 서로의 이념이 달라 같은 민족끼리 싸우는 나라다..우리나라는 전쟁 그후로 삼팔선이 그어져 서로의 왕래가 끊어져 버렸지만...이나라는 몇 십 년이 지나도록 같은 민족끼리 싸우고 있다.
그래서 이책은 초반의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들에 눈이 부시지만....전쟁으로 인한 결말부분에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질 수 밖에 없는 책이다.
주인공 야모의 형은 전쟁에 참가해 현재 집에 없다.
그래서 야모는 형 노릇을 하면서 아버지를 도와 일을 하기도 하고 시장에 나가서 같이 버찌와 자두를 팔기도 한다...야모는 순간 순간마다 형을 잊지 않고 걱정하고 그리워한다.
좋은 것을 보아도 모자라는 나이에 야모는 전쟁에 나간 형이 걱정스럽고 안쓰럽다.
야모에게는 분명 전쟁이라는 것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무시 무시한 것으로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전쟁을 직접 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전쟁에 참전하여 불구가 되어 돌아온 이웃아저씨를 보면서 야모는 얼마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을런지??
시장에 가서 버찌를 다 팔아 아버지가 어린양을 선물로 사다주어 야모는 '바할'이란 봄의 뜻을 지닌 이름을 붙여주고서 봄이 되면 전쟁에 나간 형이 돌아올 것이라고 희망을 품고 있는 야모에게.....그 야모가 살고 있는 아름다운 파구만 마을에는 그다음해 봄이 오기전 그해 겨울에 전쟁이 일어나 마을이 파괴되어 사라져 버렸다는 마지막 페이지의 문구는 순간 눈앞이 아득하면서 아무생각이 나질 않게 만든다.
전쟁으로 인해 내가 사는 마을이 없어지고....내식구들이 없어진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들이다....이러한 끔찍한 이야기들을 굳이 그림책으로 그것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해도 되는 것인가? 순간 묘한 배신감마저 감돈다.
하지만.....모든 것을 숨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분명 지금 이순간에도 지구 저편에선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그것을 아이들의 눈을 가린다고 아이들이 영원히 보지 않고 전쟁이란 것을 모르고 살아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도 분명히 전쟁의 참상을 깨닫고 가슴아픔을 느껴야 전쟁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것을 지각하게 될 것이고....어른이 되어서도 끝까지 전쟁을 말릴 수 있는 자리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내아이가 어느정도 자라면 이책을 꼭 보여주고 싶다.
그리고 녀석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꼭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책은 내가 보아온 전쟁관련 그림책 중 가장 아름다우면서도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