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추리 소설물 이라고 오해하고 펴든 책!
내겐 신선하게 다가온 책이었다.

일단 수영장이름을 따서 지었다는 주인공의 이름(피신 몰리토 파텔)부터 신선하였으며 태평양 한가운데서 그것도 호랑이(리처드 파커)와 한 보트에서 227일간을 생존했다는 것 자체가 벌써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캐나다로 온가족이 이민을 가기 위해 탄 화물선 침춤호가 침몰하여 모든 사람들이 실종된다..아니 물에 빠져 죽었다는 게 더 바른 말일께다.
그중 살아남은 우리의 주인공 단지 열 여섯 밖에 되지 않은 파이 하나 뿐이다.
아니지!...얼룩말과 하이에나..그리고 벵골 호랑이와 함께!
구조선에 동물 세 마리와 함께 타고 있는 파이가 227일을 견뎌내는 이야기가 400페이지를 줄곧 서술되어 있다.

책을 읽으면서 줄곧 나 또한 망망대해 태평양 한가운데 머물러 있는 듯 했다.
그리고 파이 만큼이나 리처드 파커에게 잡아 먹히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촉각을 곤두세웠다..그리고..그리고 내가 만약 파이 입장이라면 나는 파이처럼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결론에 다달았다.
파이는 분명 모험심이 강한 소년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은 상황에 닥치면 헤쳐나가기 마련이라고들 하지만...주위에 아무도 없고, 먹을 것도 부족하며, 무인도나 특히 파이처럼 구조선에 예정도 없이 머물게 된다면 보통사람으로서는 견디기 힘드리라고 본다.
특히나 파이에겐 야생 호랑이가 떡 버티고 있지 않는가!
나는 분명 호랑이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조바심을 내다 스스로의 공포감에 발이 삐끗하여 태평양에 빠져 익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수영을 못하니 남들보다 좀 빨리 죽을 수 있을께다.

파이는 그 힘든 상황을 잘도 헤쳐나간다.
리처드 파커를 길들이고...상황판단도 빨라 식인섬에 당도했지만 이내 그섬이 사람과 동물을 잡아먹는 섬이란 걸 발견하여 얼른 피해 달아나기도 한다.
식인섬이란 걸 알았지만 대부분 태평양 한가운데로 돌아가기 두려워 그곳에 계속 머무르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파이는 그 순간 리처드 파커 까지 데리고 얼른 도망을 쳐대니..ㅡ.ㅡ;;
파이는 과연 인간 본연의 자세에 충실히 임하고 있는 평범한 모델의 모습인지?
나하고는 또다른 부류의 인간인지? 사뭇 궁금해질 따름이다.

어쨌든..파이는 구출된다.
다른 구조선 배를 만나 구출되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에 떠밀려 육지에 닿아서 말이다.
육지에 닿은 리처드 파커가 얼른 수풀속으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보면서 파이는 자기가 구출되어 기뻐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리처드 파커의 뒤도 돌아보지 않는 행동에 서운하여 눈물을 흘린다..나 또한 서운하기도 했다..그리도 알뜰 살뜰 먹을 것을 줘가면서 목숨을 부지해주었는데....역시 짐승들은 거둬 키우는게 아니었던가!

파이는 세 개의 종교를 함께 믿었다.
파이가 죽지 않고 그 긴 시간을 잘 견뎌낸 건 어쩌면 세 명의 신이 함께 돌보아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신이 서로 도와가며 파이를 돌보아 주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란 생뚱맞은 생각을 해보았다.

오랜만에 색다른 소재의 소설을 읽었다.
큰 긴장감은 없었지만 그래도 파이와 일심동체가 되어 책 읽는 시간이 재밌었다.
더군다나 파이가 물고기를 잡고 이것 저것 보트를 밧어 묶어 매듭짓는 장면을 유심히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우스웠다...아마도 내가 그러한 경우를 당할때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던지!....참 내~~~
나는 분명 자살을 먼저 할 것이라고 내입으로 내뱉었는데 말이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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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5-05-03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어떻게 살아남는지, 궁금했는데...물고기 잡아 먹는다 이거군요. 리처드 파커는 아예 기르고요! ^^

미누리 2005-05-03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점에서 들었다가 놓은 책인데 책나무님 덕분에 저도 이야기 잘 보고 가요.

책읽는나무 2005-05-03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냐님............물고기뿐만이 아니라 바다거북이마저 잡아 먹었다는데...피와 살맛이 일품이라는군요...ㅋㅋㅋ

미누리님........아~~ 네..^^

책읽는나무 2005-05-04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이야기.....좀 끔찍하였더랬죠!
전 파이가 겪은 얘기가 진짠지....꾸며낸 그이야기가 진짠지....좀 혼동되더라구요..
너무도 생생하기에....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