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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상 한 가지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아 취미나 기호를 다른 것으로 잘 바꾸질 못한다.그럼에도 변덕은 또 어찌나 심한지 잠깐 호기심에 저것이 괜찮을까? 싶어 바꿔 보았다가 역시~ 하며 본래의 자리에 돌아오곤 한다.그래서 왠만하면 자잘한 호기심만 살짝 맛뵈기로 찔러보기만 해볼뿐 하던대로 쭉~ 가는편이다.물건도 이사하면서 처음 놓았던 그자리가 다음 이사할때까지의 자기자리다.
(그래서 물건 찾기는 쉽다.
하지만 한 번씩 이물건은 중요하니까 제대로 둬야지~ 하며 고심하면서 찾기 쉬운 곳에 둔다고 둔 물건은 절대 찾질 못하는~쿨럭!)
옷을 사도 디자인이 크게 바뀌지 않고,색깔만 조금 바뀐다던지, 줄무늬라면 줄무늬 간격이 다르거나,그간격의 색깔이 바뀌는 스타일인지라 분명 내눈엔 새로운 옷인데 남들은 옷을 샀는지 좀처럼 구별해내지 못하는 독특한 외고집! 또는 그저 한 길 인생이랄까! 참 재미없고도 심심한 삶을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른 것은 몰라도 독서에 있어서만큼은 한 방향만의 편독을 감당하기가 너무 버거워 즐겨찾는 서재인들의 추천책이나 화제의 책들을 좀 눈여겨보는편이다.지나다 우연히 그책이 눈에 띈다면 나와 인연이 많은 책인가 보다!싶어 집어와 읽어본후,가슴이 찌르르~ 한다면 애써 읽지 않은 리뷰나 페이퍼를 다시 찾아 들어가 때지난 글들을 꼼꼼하게 읽으면서 내가 느낀 감정들과 알라디너들의 감정들과 교감하면서 홀로 흥분하면서 뒤늦게 고개도 끄덕여본다.
이책이 그러했다.
나비님과 이카루님의 서재에서 괜찮겠다,읽어봐야지! 싶었는데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제목이 눈에 띄어 반갑게 들고와 읽었는데 아~ 눈물이 핑! 돌아 혼이 났다.
두 분의 알라디너님들께 까불까불 적어놓은 댓글을 뒤늦게 읽어버린후,고인이 된 위지안이란 여인에게 너무 내가 몹쓸짓을 직접 한 것같아 참 송구스러웠다.그땐 책을 읽기 전이라 책에 대한 무지한 사람으로 아주 딴청을 피운 것이었는데 이책을 읽고 먹먹한 감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나의 댓글을 읽어본다면 좀 그랬었겠다~ 싶은 마음에 어찌할바를 몰랐다.ㅠ
그정도로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의 마음의 무게는 차이가 난다.
읽는동안 작년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친구를 내내 떠올렸다.
"아직 어린 '감자(아들의 애칭)'에게 가족들은 내 몫의 사랑까지 약속했지만,그래도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엄마로서 아이에게 해주지 못한,가장 후회스러운 것이 있다면,그건 추억을 함께 만들지 못했다는 것일 게다.내가 떠난 후에도 아이가 되새겨가며 사랑을 느낄 수있는 '지혜의 주머니'.
먼 훗날,아이가 힘겨울 때에 다시 곱씹어 보면서 힘을 얻을 수 있는 추억을,조금만 더 만들 수 있었더라면....아니,내게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져 세상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아이에게 조금만 더 돌려 줄 수 있다면.....
눈물로 사랑을 만들 수 있다면 죽기 전까지 쉬지 않고 울 수 있을 것만 같다.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조금은 원망스럽다.그래도 나는 삶의 끝에 와서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고,그래서 더 많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었다."
눈물로 사랑을 만들 수 있다면 죽기 전까지 쉬지 않고 울 수 있을 것만 같다.라는 대목에서 무너졌던 것같다.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던 어린 아이를 남겨두고,(물론 함께 해준 남편과 부모님들에 대한 마음도 더했겠지만.) 떠나야 하는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눈물로 사랑을 만들 수만 있다면......이라니!
어린 새끼 둘을 놔두고 떠난 친구도 분명 저러한 심정이었을텐데...ㅠ
또한 위지안의 아들 감자가 자라서 엄마책을 읽는다면 또 어떤 심정일까?
참 복잡한 상상을 하게 되더라는~
"사랑은 나중에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는 것이었다.살아 있는 지금 이순간에"
이문구로 인해 나만의 이기적인 마음무장을 하게 된다.
다른 어떤 육아서적을 읽었던 때보다도 더 깊은 사랑스러운 눈길로 내아이를 바라보게 된다.
(물론 오늘 하루밖에 가질 않겠지만..ㅡ.ㅡ;;)
"하늘은 매일같이 이 아름다운 것들을 내게 주었지만 정작 나는 그축복을 못받고 있었다.
선물을 받으려면 두 손을 펼쳐야 하는데 내 손은 늘 뭔가를 꽉 쥐고 있었으니까!"
9월은 햇살은 뜨겁지만 지난달처럼 갓샤워를 해도 땀이 마구 흘러 끈적한 살갗을 만들어주지 않으니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인가!
9월의 하늘은 너무 파랗고 푸르다.
두 손을 펼쳐 추운 계절이 오기전에 맘껏 즐기고 느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