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권

 

책표지나 글씨체나 딱 그시절 조선시대 선비들을 생각하며 펴낸 듯한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읽는내내 손에서 놓기 힘들정도로 강명관 작가의 글에 깊이 매료된다.책은 분명 조선시대 선비와 학자들의 독서행태와 펴낸 책에 관한 내용이건만 간간이 곁든 작가의 냉철한 비판의식이 가슴에 와닿고,줄곧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참 매력적인 작가다.

조선을 만들고 이끌었다는 조선지식인들도 대단하지만 내겐 줄곧 작가의 목소리가 더 큰 울림이었다.

 

 

 

먼저 금속활자에 대한 작가의 의견을 들어보자면

"쿠텐베르크 활자는 발명되자 곧 유럽전역으로 퍼졌다.카톨릭에 저항하는 마르틴 루터의 팸플릿과 독일어 <성경>이 그 활자로 만들어졌고,이는 종교개혁으로 이어져 마침내 서구의 근대를 여는 결정적인 도구가 도었다.그렇다면 한국의 금속활자는 무엇을 했던가. 고려때 발명되었던 금속활자가 상용화된 것은 조선 세종때였다.이후 금속활자는 과연 어떤 역사적 역할을 했던가.우리는 금속활자가 세계 최초라고 떠들기만 했지.정작 그 금속활자로 만들어낸 책이 어떤 역사적 역할을 했던가 하는 문제는 진지하게 고려한 적이 없었다.
사실 고려가,조선이 어떤 책을 찍었던가,어떤 사람들이 어떤 의도에서 책의 콘텐츠를 쓰고,책을 만들고,책을 보급하고,책을 소유했던가? 이런 당연한 질문은 정식으로 제기된 적이 없었다...."


우리네 금속활자는 분명 최초로 만들어진 최고의 발명품이긴 했지만 그것을 활용할줄 몰라 우리네는 시대를 앞서나갈 수 있는 그기회를 놓쳐버린셈이다.
양반과 그양반을 위해 죽도록 일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노비라는 사회계급 때문에 우리네 백성들은 저들이 만들어놓은 '글을 읽고 쓰는 행위'의 그특권을 누릴 수가 없어 발전이 없었던 것이다.
외국에서는 활자가 만들어지고 곧이어 모든 계층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란 것을 발간하면서 사람들의 의식을 깨울 수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네는 글을 읽는 다는 것은 양반들만의 특권으로 내세웠으며,과거시험제도 또한 양반, 그것도 정통(?)이 있는 양반들만이 치를 수 있었던지라 천재적인 비상함을 가지고 있는 서자들은 출세할 수 없고,일반백성들은 더더군다나 신분상승을 꿈꿀 수 없는 사회구조가 더욱더 나라를 몰락하게 한 원인이 되었다.
(만약,모든 백성들도 글을 깨우쳐 책을 읽었더라면 조선은 또 어떻게 변했을까?)

개혁의 군주라는 아이콘을 가지고 있는 정조임금조차도 문체반정을 일으켰으니 조선은 희망이 없었다고 본다.(나와 사상이 다르다고 남을 함부로 배척하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다.더군다나 그상대가 막강한 힘이 있는 자여서 무조건 배척하면서 탄압을 한다면 어디 제대로 숨을 쉴수나 있겠는가! 개인적으로 정조임금을 조금은 측은하게 봐왔었는데 문체반정을 일삼은 면에서 그에게도 어쩔 수 없이 흐르는 잔인한 피(?)를 감출수는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나마 역사적으로 볼때 조선에 대한 자료가 많아서일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조선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그것은 아마도 조선의 그러한 분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자신의 학문의 길로 나아간 조선 선비들에 대한 선망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을 읽다보니 나의 그러한 선망이 얼마나 무지한 것이었나를 일깨워주기도 했다.

이황과 이이가 이룩한 그들의 학문에 대한 한계점을 낱낱이 기록해놓아 정말 읽으면서 멍~ 했다.
여적 이황이나 이이 또는 정약용,박지원등 모든 학자들에 대한 찬사만 들어봤지,이렇게 명쾌하게 소신을 밝혀놓은 책은 못본 것같다.(물론 많은 역사책을 읽진 않았지만..) 

조선을 만들고 이끈 것은 책에 미친 책벌레들이었다고 하는데,강명관작가 또한 분명 책에 미쳐 있는 독서가이자 책벌레일 것이다.이책은 분명 북리뷰집에 속하는 책이지만,다른 책들과는 분명 큰차별이 있는 책이다.아마도 교과서에서나 들어봄직한 책제목의 고전을 다 찾아서 읽은 자들은 흔치 않을터,그런 고전을 찾아 읽기 전 가이드북으로 이책을 무조건 읽어보고 고전을 읽는 것이 큰도움이 될 것이다.
어려운 책 잘 못읽는 내가 읽어도 너무 쉽게,그리고 재미나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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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3-30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보진 않았지만, 울 선조에 대한 문제점은 많았던 것 같아요. 일단 기록문화가 전무후무 하다는 것. 과학기술이 전혀 발전발달되지 못했다는 것, 오로지 중국문화에만 매달려 독자적인 문화를 가지지 못했다는 점에 아쉬워요. 오백년이나 나라를 지배했는데. 책벌레라고 하지만 우리 글도 아니고 한문이였을 것라는 점에서 종속 그 이상은 아니라고 봐요. 예전에 김정호에 대해 찾아보았다가 그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놀랬어요. 그래도 대동여지도를 제작했는데 말이에요.

책읽는나무 2012-04-04 14:03   좋아요 0 | URL
종속적인 학문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은 맞는말씀이에요.
그래도 중에서 그것에 대한 비판적인 학문을 연구한 사람도 몇몇 눈에 띄는 사람이 있긴 합니다.물론 사대주의에 빠진 학문도 학문이라 할 만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ㅠ
충분히 우리 것에 대한 학문 연구도 더 폭넓게 이루어질 수 있었음에도 왜 우리 것을 폄하하기 바빴는지...
우리 것으로 잘 만든 작품들은 정말 남아 있는 것이 하나 없는 것같아요.그것을 관리할 힘도 하나 없었던 사람들이 바로 우리네 선조였으니~~
이모든 것들이 반성하기 딱 좋은 표본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