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산
-고 은

그날 저녁 퇴근 남편을 기다리다가
총소리에
사뭇 걱정이 되어
남편이 오는 길목에 나가 있다가
어이 어이없이
마구 갈겨대는
전두환 부대의 총알에 맞아
쓰러져 버린 젊은 아내
그 아내의 뱃속
일곱 달짜리 아기
엄마 죽지 마
엄마 죽지 마
뱃속에서 발길질하다가
끝끝내
엄마 뒤따라
그 뱃속 목숨 놓아 버린 아기의 이세상에
무등산 있다
그로부터 어언 24년
오늘 나는 전남도청 앞 분수대 언저리에 서 있다
산 한 자락이 조금 보인다



2012.03 18권
머리 식히려 오랜만에 집어든 시집 한 권이 되려 마음을 시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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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3-09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슬픈 시네요

책읽는나무 2012-03-09 23:25   좋아요 0 | URL
시인은 부끄러움이 가득한 시라고 제목으로 달았는데 읽는 사람들에게도 부끄러움을 가지게 하더라구요.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