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6권
혼불 4권
청암부인의 장례식과 평토제에 관한 얘기가 주를 이룬다.
덕분에 전통적으로 전해내려오는 선조들의 장례 절차를
직접 몸으로 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속에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다.
* 책을 읽다 책 밑부분에서 무언가 불빛에 반짝 빛이 나는 흰 가닥이 하나 눈에 띄어 손가락으로 살 빼보았다.
처음엔 그것이 무엇인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으나 자세히 그가닥을 들여다보니 짧은 흰머리카락이었다.
순간 '나의 것인가?' 생각하였으나 흰머리카락은 분명 내가 읽지 않은 페이지에 책갈피마냥 끼어 있었다.그러니까 아마도 책을 먼저 읽은 나의 배틀 상대(?)의 머리카락일 것이라 생각했다.
혼자 흰머리카락을 들여다보며 연세가 어찌 되시는걸까? 갑자기 궁금했다.
나도 사실 정수리부분에 새치가 몇 가닥 제법 많은편이다.
그래서 내연배일까? 싶다가도 머리카락의 길이를 감안한다면 아무래도 나이 지긋하신 분이 아닐런지 싶다.어문학실에 간혹 연세 많으신 분들 몇 몇 분께서도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몇 번 보았기때문이다.
꼭 그분들이라고 할 순 없겠지만 이상하게 혼불은 머리에 하얀눈을 맞으시어 안경을 끼시고서 책을 읽으시던 그멋있는 할머님, 아니면 할아버님이실꺼라고 생각한다.
예전에는 책을 읽는 남자가 참 멋있다라고 여겼었다.
중학교시절 남몰래 짝사랑했던 국어선생님이 항상 책을 끼고 다니셨는데 그모습에 홀딱 반해서 그후론 중년남성들이 책을 읽는 모습만 보면 학창시절 국어선생님이 생각나 가슴이 절로 떨리곤 했었다.(물론 지금은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책 읽는 남자는 좀 멋진편에 속한다.^^)
헌데 요즘 '책 읽는 사람이 멋있다' 표어의 주인공이 살짝 바뀌었다.
요즘은 노인분들이 책을 읽으시는 모습이 내눈에 그렇게 멋있어보일 수가 없다.
눈이 침침하여 눈을 작게 뜨시고 책을 좀 멀리 잡으시는 포즈도 괜찮아 보이고,
책을 바투 붙여 안경을 다시 한 번 똑바로 고쳐 손으로 매만지는 포즈도 멋있어 보여 나는 가끔씩
혼자 그포즈를 따라해보곤한다.
그리곤 나도 나이 먹어 머리 전체가 하얗고 눈이 침침하여도 꼭 책을 손에서 놓지 말아야지 굳게 다짐해보곤한다.(특히 도서관에서 젊은이들 앞에서 보란듯이 책을 꼬옥~ 읽어야지! 하면서.^^)
그러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 읽고 있던 책에서 발견한 흰머리카락 한 올은 참 반가운 물건이 아닐 수 없었다.내가 그분들이 읽고 있는 같은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영광이 아닐 수 없다라고 생각해본다.
(만약,나처럼 새치 많은 사람의 빠진 머리카락일 수도 있겠지만...부러 할머님의 머리카락이라고 생각하겠다.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