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님의 암에 대한 글이 적힌 페이퍼를 읽어내려가면서 조금 뜨끔했다.
나도 오늘 오전에 내과를 다녀왔었다.
작년 가을쯤부터 계속 속이 쓰리고 아픈 증상이 계속 되어 위내시경을 찍었었다.
조금 붓고 빨갛다라고 하며 큰 이상은 없는 소견을 들으면서 크게 한시름 놓았었다.
병원이란 곳은 나이먹어갈수록 가기가 참 꺼려지게 되고,
문턱을 넘는 순간 의사입에서 내가 상상하는 그소리가 나올까봐 약간의 두려움과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그리고 정말 듣고 싶었던 그소리를 듣게 되면 비로소 생명이 연장되는 듯한 안도감이 들어 긴장이 풀리게 되는데 지금 이나이에 이러하다면 나중에 나이를 더 먹게 된다면 이긴장감을 어찌 감당할지 가늠할 수가 없다.
이긴장감을 오늘 또 경험하게 되었다.
일주일전 몸살을 심하게 앓으면서 위가 탈이 났는지 일주일 동안 밤에 잠을 자는 것이 힘들었다.
아이들이 그동안 보름여의 기간동안 셋이 돌아가면서 열이 났다가,하나는 구토를 했다가 좀 아팠었다.그리고 아이 세 명을 일주일동안 치과를 데리고 다녔었다.
그동안의 피로가 누적된 탓이었는지 마지막엔 결국 내가 감기몸살을 옮았는데 몸살은 하루정도 누워있다가 털고 일어나졌는데 이놈의 위장이 말을 듣지 않았다.
최근 일주일동안 먹는 것이 두려울정도로 속이 따가워서 뭘 제대로 먹질 못했다.이틀은 죽만 먹고,나머지는 양배추 삶은 것과 구운김만 반찬으로 연명했다.물론 위장약도 달고 먹었는데 그래도 조금만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면 새벽 한 두 시엔 일어나야 할 정도로 속이 따가웠다.
가슴에 찌르르한 느낌이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온몸에 퍼지기도 하고,
가슴속에 뜨거운 불덩이를 안고 있는 것같기도 했다.
한 번씩 그불덩이는 딱딱하게 굳는 것같은 느낌도 있었다.
그래서 심.상.치 않다는 느낌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특히나 몇 달전에 친했던 친구를 위암으로 잃었고,
아는 언니 한 분도 연락하느라 전화를 했더니 위암 초기로 수술하고 그날 퇴원했다는 소식에 뜨악했었던지라 혹시 나도?? 했었다.
혼자서 끙끙거리고 있으니 곁에서 걱정됐던 신랑이 억지로 나를 끌고 내과로 향하는지라
애들 학교 보내놓고 에라~ 모르겠다 싶어 따라나섰다.
그래서 넉 달만에 다시 위내시경을 찍고 초음파 사진을 찍었다.
결과는 의사선생님에게서 내가 듣고 싶었던 소리를 듣게 되어 생명이 연장된 듯한 안도감을 가지게 되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신랑 얼굴을 보니 계면쩍으면서 무척 민망했다.
그동안의 내증상들이 모두 다 엄살이 되어버린 결과다.
난 분명 아주 많이 아팠는데 말이다.
의사선생님은 날더러 뭐 신경많이 쓰는게 있었느냐고 묻는데 딱히 기억나는게 없어 없다라고 대답했다.그래서 그게 더 의구심이 든다.
도대체 왜, 무엇이, 그리 신경 쓰이게 만들어 위라는 놈은 나에게 그런 이상한 신호를 보낸 것일까?
아이들이 아팠던 기간이 길어서? 그건 예전에도 그리 간병을 해왔던 일이었는데??
참 이해할수 없다라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약국에 약을 타러 갔는데 나만 보면 잔소리를 해대는 약사 아주머니께서 약을 또 타러 온 내얼굴을 기억해서 자세히 보셨는지는 모르겠는데 이번엔 얼굴을 요리 조리 보시더니 빈혈약을 한 번 먹어보라고 권유하신다.순간 혹~ 해서 모든 원인은 빈혈인가? 싶어 안그래도 좀 어지러워 빈혈약 한 달치를 아무 생각없이 같이 계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약사 아주머니의 꾐에 빠져 괜히 샀다라는 느낌이다.분명 하루,이틀 먹다 제때 안먹고 유통기한이 지나버려 버리게 될 것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더욱 이해되지 않는 내증상은 병원을 다녀온후로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것이다.약처방이 바뀌어서인지 생각보다 이것 저것 먹어도 속이 쓰린 증상이 많이 사라졌다.(물론 커피는 아직 무리인 것같다.커피는 좀 쓰리다.요즘 커피를 못마셔 금단증상이 일어 죽을 맛이다.ㅠ)
사람의 심리상태가 이렇게 몸의 리듬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신경성'이라는 병명은 참으로 희한한 병이다.
분명 병에 걸린 것은 아닌데 증상은 똑같이 나타나니 말이다.
아직도 조금은 속이 아픈데 의사샘은 이상없다라고 하니 이거 원~~
실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으니~~
내가 신경이 좀 예민하긴 많이 예민하단 것을 확실하게 인정하겠는게
수면내시경을 찍기전에 시계를 딱 보고 누웠었다.
옆으로 누웠는데 마침 시계가 눈에 들어왔다.
10시쯤 되었었던 것 같았는데 눈을 떠보니 다른 침대로 옮겨져 있어 벌떡 일어나 시계를 보니까 10시 10분이 지나고 있었다.그럼 내가 10분동안 수면중이었단 말씀인데 옆에 있는 아줌마는 곤하게 주무시고 있고,또 다른 옆에 있는 아저씨는 코를 심하게 골고 주무시고 있는데 나는 잠이 전혀 오지 않더란 말씀! 그래서 벌떡 일어나 신발을 신고 혼자 걸어나니까 간호사가 침대에 자꾸 누워있으란다.도로 가서 누웠지만 옆에 코고는 아저씨때문에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다.ㅠ
그래도 지난번 내시경 받을땐 30분정도 잠을 잤었던 것같은데 이번엔 10분이라니??
내시경 찍긴 찍었는지 조금씩 의심이 들더란 말씀!
걱정하던 신랑도 이상 없단 소리에 한시름 놓았는지 결국 나에게 쓴소릴 했다.
수면 내시경 받고 10분만에 깨어난 내가 결국 까칠한 성격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이란다.끙~
그럼 난 결국 무언가로부터 급격한 신경을 무리하게 쓰게 되면서 위장을 아프게 했고,
그위장은 못견뎌 나에게 찌르르~~ 신호를 보낸셈이다.
참 웃지 못할 헤프닝이다.
하지만 그래도 난 여전히 속이 쓰려 먹고 싶은 칼국수도 못먹고, 커피도 못마시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