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요 바빠 - 가을 도토리 계절 그림책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 보리 / 200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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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심심해서 그랬어> 그림책을 보여주면서 아이보다도 엄마인 내가 여름내내 즐겁게 보았었다..
민이도 제법 관심있어 하는 채소가 많이 나와서 자주 보기도 했다...
그래서 가을이 오면 이책을 꼭 구입해주려 기다리고 있었다...
보리 그림책은 아이들에겐 신선한 자극을...어른들에겐 향수를 심어주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본다...^^

아니나 다를까...
이책을 펴본 순간 또 내눈은 슬며시 옆으로 옆으로 자꾸만 가늘어진다..^^

이그림책은 농가에서 가을을 맞아 곡식과 과일을 수확하면서 정말 정신없이 바쁜 농촌을 그리고 있다..
마루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옥수수를 말리고 참깨를 털고 고추를 말릴때 옆에서 신나게 거들고 있다..
마루는 고추를 쪼려는 닭을 열심히 쫓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겨운 풍경 그림을 보면서 나는 주책없이 생각하는것이라곤..
참깨와 태양초 고추를 보며...'음~~ 저것이 바로 국내산인데 말야~~~~'...ㅠ.ㅠ

마루는 냄비들 들고 나와 논에 벼를 쪼아먹는 참새를 쫓기도 한다..
참새들이 얼마나 영악한데 허수아비 가지고 되겠는가!...냄비를 가지고 떠들어대야 한다는걸 아이들에게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밤도 줍고..콩도 털고..벼베기도 하고..감도 따서 곶감으로 말리기도 한다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서 김장을 담그기도 한다..
가을이 깊어가는 밤에 할머니는 일년의 양식이 가득한 방안에서 콩을 고르느라고 또르륵 또르륵 소리를 내는 그옆에 마루는 곤하게 잠을 자는 풍경을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향수에 젖을 법한 우리네 농촌의 가을 풍경이 아름다워 보이기에 앞서..
우리네 할머니,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의 고단한 농사꾼의 모습이 보여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우리 외갓집이 딱 저런 풍경이었었다....지금은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두분다 돌아가시고 안계시지만...
어릴때 겨울방학이라고 놀러가면....꼭꼭 닫혀져 있는 문이 궁금해 몰래 열고 들어가면....
그 광엔 일년치의 양식이 그득했었다....콩,깨,고추 말린것,곶감도 그득했었다..
그땐 그곳이 보물창고라고 생각했었다...그래서 들어가지 말라고 숙모가 말씀하셔도 나는 곡식들의 냄새가 좋아서 몰래 숨어들어갔었던 기억이 난다...
그것들을 수확하기 위해 뼈빠지게 일했을 할머니와 할아버지, 삼촌,숙모들의 고단함을 이제야 조금 알게 되는것 같다...ㅡ.ㅡ;;

우리아이는 언제쯤 그것을 알게 될까?
아마도 내아이도 내나이쯤 되면 알게 될까?
이그림책을 그냥 말그대로 그림책의 풍경으로만 받아들이고 말것인가?
이런 저런 생각이 많아지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얼마전에 친정에 갔을때 동네 어귀에 있는 벼가 누렇게 익은 논에 한번 아이를 데리고 가보았다..
참새가 모이를 쪼려고 전깃줄에 나란히 앉아 있는데...나는 애써 지은 농사가 참새들에게 다 먹힐까봐 조바심이 일었지만.....내아이는 참새구경을 하고 싶어 신나서 뛰어간다...
참새를 보고 난후 이그림책을 보니 아이는 새삼스러워 하는듯 해보였다..
역시 아이들에겐 직접 눈으로 보여주는것만한 공부가 없다더니...정말 그런가보다..^^

이그림책은 펜의 터치를 살려 표현한 그림인데...<심심해서 그랬어>의 아련한 수묵화에 비해 뭐랄까?
조금 산만해보이는 부분도 없지 않아 보인다....가을의 선선함과 스산한 느낌이 전해져오긴 하는데...
아이들에겐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다..
어린 아가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것 같기도 하다..
내아이도 눈에 확 들어오지 않는 그림들 때문인지....<심심해서 그랬어>의 그림책에 비하면 반응이 별로인것 같아서 많이 아쉬운 책이다...
하지만 아직 나이가 어려서일것이라고 여기며 내년엔 더 성숙한 자세로 이그림책을 받아들일수 있을것이라 믿는다....

나중에 두달정도 있다가 겨울에 관련한 그림책을 구입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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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누리 2004-09-20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심해서 그랬어>는 여름 책, <바빠요, 바빠>는 가을 책이라... 그러고 보니 정말 적절한 분류네요. 책 읽는 나무님 언제 계절별 리스트를 만들어 주시면 잘 간직할께요.
<바빠요,바빠>이 책, 저도 보관함에 오랫동안 있었는 데 이제 꺼내야 할까봐요. <솔이의 추석 이야기>도 함께요.^^


2004-09-20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04-09-20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실수였지만...그래도 덕분에 한사람의 방문자가 늘어서 전 기분 좋은데요?..^^
보리 계절 그림책 시리즈가 참 마음에 들어서 한꺼번에 구입하지 않고..
다음 계절을 기다리듯이 기다렸다가 그계절에 맞추어 구입하는 중입니다..^^
그러고보니...미누리님 말씀처럼 계절에 사면 좋을법한 그림책 리스트를 만들어두어도 좋을것 같네요....^^
<솔이의 추석 이야기>...추석즘에 읽히면 좋겠네요..그러고보니 지금이 딱 좋은 시기네요..^^

털짱 2004-09-20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밀레의 이삭줍기가 생각나는 페이퍼네요. 한편의 그림 같았어요.

책읽는나무 2004-09-21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과찬이시옵니다..
털짱님!..^^
실은 이그림책이 더 멋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