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몇년전에 서점에서 많이 보아왔었던 책이었다....하지만....그냥 콧방귀를 뀌면서 다른책을 골랐던것같다....책의 편식이 심하여...내가 관심있어하는것만 보려했지....관심의 범주를 벗어난것들에겐 철저히 무관심한 내성격의 단점들이 나이들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더 늦기전에 읽어보리라 마음먹어으며 선택한 첫책이 은희경의 '새의 선물'이다....여러곳에서의 리뷰를 주의깊게 읽어본 탓으로 무척 두근거리면서 첫장을 열었다.....나의 기대가 컸던 탓일까??....읽으면서 나의 기대에 못미친다는 답답함을 가까스로 억눌렀다.....그러나 책의 중반부로 넘어가니.....진희의 성숙한 면모에 '하~~ 요것봐라!!'혀를 내두르면서 책에 손을 놓을수가 없었다...

진희는 12살의 결손가정의 소녀로 부모에게서 관심을 받으며...응석을 부릴 시간이 없었던 탓인지....자기만의 세계에서 자기만의 세상을 바라보는 틀에 차맞춰...사람들을 바라보며 분석해나간다....읽으면서 너무나도 어른스러운 시각으로 사물을 관찰하는 날카로운 시각에...조금은 무서운 아이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기도 하였다....하지만 곳곳에 읽혀지는 진희의 어린애다운 면모도 아주 없지는 않아...다소 안심(?)이 되기도 하였다....안심이라기보다는 문체의 유머스러운 장면에 웃음을 흘렸다고 해야할것이다....진희는 그렇게 일찍부터 조숙하게 클수밖에 없었을께다....그리고...어릴때의 지울수 없는 마음의 상처로 인해...성숙되어질수밖에 없었던것이란 생각을 한다....다들 세간에 아픈만큼 성숙되어진다고 하지 않는가??....그아픔이 전염되었을까??....정말 나는 이책을 다 읽어가는 마지막부분에서 정말로 아팠다....감기몸살기운이란 약간의 육체적 고통을 진희의 성숙도와 얼마만큼의 차이가 있을까?? 하며 비례의 법칙을 계산하며 이불속에서 잡스러운 고민을 해보았다....

그래도 성숙한 진희덕에 60년대말의 그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다 훔쳐보았다....그리고 진희는 말한다....60년대의 인생살이나...사건들은 90년대와 별반 다를게 없다고 한다....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의 '보여지는 나'또한 시대가 바뀌어도 일관된 자세로 '바라보는 나'와 인생살이 별반 다를게 없지 않냐며...나이의 숫자만 더해져 살아왔던것같다....그녀는 그녀가 말했듯이 냉소적인 사람이 삶에 충실하다고 한것을 곧이 곧대로 믿어....진희는 냉소적인 인생을 살아온것같단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삶에 집착하는 사람일수록 언제나 자기 삶에 불평을 품으며 불성실하게 삶을 살수밖에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그부분에서 참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였다....12살 진희가 그것을 미리 알아버렸다는것이 앙큼했지만....나는 어느새 진희의 냉소적인 삶에 매료되어 버린것이 아닐까??....지금 현재 감기약으로 인한 몽롱함인지....진희의 성숙에 도취되어진것인지....알수없는 이기분이 오히려 기분이 좋다....이런 몽롱함을 은희경은 나에게 선물을 준것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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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4-21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소설을 꺼내어 얼마 전에 다시 한 번 읽었었죠. 저에게 은희경이라는 신인 작가에 대한기대를, 그리고 대중적인 흥미에 있어서의 성장 소설의 재미를 느끼게 해 준, 그런 책이었어요.
너무나 영악스런 진희라는 캐릭터 때문에 오히려 성장 소설의 묘를 반감시키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솔직히 들었었어요.
그렇지만, '보여주는 나'와 '보여지는 나'.....그 사이의 간극과 괴리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의미있는 시간이긴 했지요. 그게 바로 <새의 선물>이 저에게 준 선물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아침부터 기분 좋은 리뷰, 한 편 읽으니..기분이 좋은데요? ^^

책읽는나무 2004-04-21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변변찮은 글하나로 아침의 기분을 좋게 열어주었다니......제가 더 기분좋으네요..^^
전 한번 읽었던 책을 다시 읽어보기 잘 안하는 편인데요....왜냐하면 새책 읽을 시간도 부족해서요......^^....그런데 요즘은 다시 읽어보기 하는것이 재미가 꽤나 솔솔하더군요..^^
그때 보지 못했던...느끼지 못했던 그러한 감정들.....이제 서서히 보여지더군요...그러면서 무언가??...내가 좀 정말 어른이 되어간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더라구요..^^
님도 분명 그때 느꼈던 감정들과 확연히 다른 느낌이 들었으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