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가 최고야 킨더랜드 픽처북스 9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최윤정 옮김 / 킨더랜드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집 아이들에겐 '아빠'라는 단어가 조금은 특별하고,애틋하다.(물론 아이들은 별스럽지 않고 그저 자연스러운데, 순전히 나의 오버된 감정일 수도 있다.)
둘째들이 세 살이 된 해부터 2년동안 아이들은 아빠를 주말에만 볼 수 있게 되었다.그러니까 아빠 얼굴을 볼 수 있는 날들은 매일 아빠 얼굴을 보는 아이들에 비해 10~20%의 수치가 될 수 있겠다.(물론 무척 바쁘신 아빠를 둔 가정도 있을 수 있겠지만...)
얼굴을 자주 볼 수 없다는 것은 안아주고,뽀뽀를 해주는 깊은 스킨십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서 보이지 않으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옛말이 현실이 될까 나는 좀 많이 겁을 냈었다.나는 괜찮다만 커가는 아이들..특히나 둘째들이 아주 마음이 많이 쓰였었다.첫애는 일곱 살이어서 그래도 더 어린나이에 아빠와 함께 한 추억들이 생각날 무렵이기 때문에 걱정이 덜 되었는데 둘째들은 두 살에서 세 살로 넘어가는 시기이니 너무 어린나이에 아빠의 빈공간이 정서적으로 어떤 치명타를 안겨주게 되는 것은 아닌지 겉으론 태연하게 굴었지만 속으론 참 많이 애가 탔었고,아이들을 바라볼적엔 궁상맞게 코끝이 찡해지기도 했었다.

 그시절..혼자서 애타고 마음이 좀 아팠던 그시절 이책이 나왔다.아빠의 빈자리를 대신해줄 수 있는 책이라고 여겼지만 그래도 한 편으론 이책을 너무 많이 찾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이들 품에 안겨주었었다.
이책을 세 아이들에게 읽어주니 아이들의 반응이 나의 예상과 맞아떨어졌다.
큰아이는 너무 많이 커버려 잠깐 읽어보고 크게 동요하지 않았고,시간이 지나도 많이 찾지는 않았다.하지만 계속 반복해서 읽기 시작하는 나이에 봉착한 둘째 쌍둥이들은 이책을 줄곧 끼고 살았다.더군다나 책을 읽고 나면 항상 물어보는 말이 "우리 아빠는 언제 집에 와요?"....... .

 그래서 앤서니 브라운의 이책 또한 내겐 좀 마음이 아픈 책으로 자리잡고 있다.
처음 작가를 알게 된 책이 '고릴라'라는 책이었었는데 읽는내내 가슴이 뭉클한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또한 한나가 고립된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 그장면도 오랫동안 뇌리속에 박혀버려 아이가 자라면 저러한 모습은 연출하지 말아야지~ 내내 가슴에 새겼었다.
아마도 그때 그림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궁상맞게 눈물을 글썽이게 해준 책도 이책이었을 것이다.그래서 앤서니 브라운은 많은 그림책 작가들 중 내겐 좀 특별한 작가로 자리매김된 작가다.
앤서니 브라운의 책은 감동이 있고,전하려는 메세지들이 때론 충격으로 다가온다.
'우리 아빠가 최고야'라는 책도 나와 아이들에게 아주 적절한 시기에 출간되어 그감동과 메세지가 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하지만 분명 마음 아프게 다가온 책이라는 것도 분명하다.그래서 이번에도 메세지가 충격이 되는 것일께다.

 연애할땐 친구로 바라보다 결혼하여 남편으로 바라보다 이젠 아이들의 아빠로만 바라보게 되었다.아이들이 어리니 더욱더 남편은 아이들의 '아빠'그 위치에만 있는 사람같다.물론 나 또한 아이들의 '엄마'그 이상,그 이하도 아닌 듯한 삶의 연속이다.그래서 때론 남편이 측은해 보이기도 한다.살면서 때론 '엄마'자리에서 내려오고 싶은 충동에 휩쓸리게 되는데 아이들의 아빠 또한 그러고 싶지 않을까?싶다.
그리고 나스스로도 곁에서 나자신도 모르게 '아빠'자리에서 완벽하길 요구하기도 한다.간혹 내어릴적 다정했던 친정아버지의 모습과 교차되면서 아빠는 이래야 되는 거 아니냐? 저래야 되는 거 아니냐? 실로 내가 바라는 아버지의 모습을 남편에게 요구하고 있었다.아마도 주말에 잠깐 얼굴을 볼 수 있었으니 마음이 더 조급했었던 것도 사실이었을께다.

 주말이 되면 평일에 못다한 아빠의 사랑을 달라 아이들은 매달리고,나 또한 남편의 빈자리를 이틀만에 해치우려 이것, 저것 요구하기 바쁘다.그래서 우리집 아이 아빠는 많이 고달픈 신세일 것이다.그래도 그와중에 아이와 아이 아빠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책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이책이다.
아이들은 말배우기 시작할때 이책을 읽음으로써 '아빠 최고'라는 말을 배워 아빠앞에서 줄곧 "아빠는 최고에요!"라고 혀 짧은 소릴 내면 남편은 신이 나서 이책을 더 열심히 읽어주었던 기억이 난다.

 남편은 책에 나오는 슈퍼맨 아빠는 당연히 아니다.아마도 그리 행동해보라고 하면 엄두도 내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아이들에겐 그저 곁에 있어주어 "아빠"소릴 여러 번 불러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선물을 받은 것이다.우스꽝스럽고,아슬아슬한 행동들은 이책에서 파자마를 입고 있는 아빠가 대신해준다.그러면 된거지~
그래도 한 번씩 파자마를 입은 아빠의 행동들을 책을 읽으면서 슬쩍 따라해보면 그어색한 모습들을 보고 깔깔깔 웃어대는 아이들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작가가 전하려는 메세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앤서니 브라운은 그래서 위대한 작가임에 틀림없다.

 '우리 엄마'라는 책보다 이책이 더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고 있지만 그래도 엄마인 입장에서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 아빠의 자리를 대신해줄 수 있고,책을 읽으면서 무심코 내뱉을 수 있는 '우리 아빠'라는 단어가 여려 개여서 행복하다. 
책을 읽을때마다 좀 컸다고 큰아이는 "에이~ 아빠가 어떻게 집 보다 더 커?".."에이~ 아빠는 빨랫줄위에서 못걸어!".."에이~ 아빠는 달리기 못하던데?" 읽을때마다 토를 달고 있는 여덟 살짜리 큰아이의 닫혀버린 상상력에 울컥하여 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둘째 쌍둥이들에게 애써 태연하게 읽어주고 있다.신경써야 할 부분은 아이가 더 커버리기전에 얼른 읽어줘야할 책 중 하나라는 것이다. 돌 전부터 다섯 살까지는 쉼 없이 읽어주면 더할나위 없는 책이고,이책을 아빠가 아이를 무릎에 앉혀 읽어준다면 아이는 사랑을 받게 되고,아빠들은 자신도 모르게 무한한 카타르시스를 얻게 될 것이다.또한 강한 자신감도 얻게 될 것이다.
(실은 남편이 이책만 읽게 되면 자신감이 생기는 것같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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