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보이지 않는 삶‘ 또는 ‘느낄 수 없는 존재‘라고 하여 존재감 박탈 그리고 복종하는 루시라는 화자를 만들었지만, 루시의 발언들은 결코 존재감이 박탈당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2 권에서는 서서히 존재감이 확실한 인물로 거듭나고 있다.
신적인 남성의 가부장에 기대지 않는, 복종하지 않는 루시 스노.
인물에 투영된 작가의 의도가 이 책에서 잘 나타나 있다.

그것과 별개로
일단 문장들이 마음에 드는 것으로!
샬럿 브론테의 존재감이 확실하게 드러난다.



"서두를 필요 없어요, 폴리나 ‘시간‘과 당신의 친절한 ‘운명‘에 맡겨요. 나는 운명이 당신을 얼마나 친절하게 보살피는지 봐왔어요. 운명이 순조로운 환경을 만들어주고 적절한 시간을 정해주는것에 대해선 염려하지 말아요. 그래요. 당신이 자신의 삶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있듯이 나도 당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당신이 언급한 것처럼 비교를 해보기도 했고요.  앞날은 알수 없지만 지금까지는 순조로웠잖아요.
어린아이였을 때 난 당신을 걱정했어요. 어린 시절의 당신은 생명을 가진 어떤 것보다도 예민했으니까요. 냉대를 받거나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면 당신의 외면과 내면적인 자아가 오늘처럼 성숙해질 수 없었을 거예요.  - P203

나는 나무들로부터, 그리고 그 그늘 아래 "즐거운 사람들"로부터 돌아섰다. 자정이 훨씬 지난 시간이었다. 연주회가 끝나 군중이줄어들고 있었다. 나는 그 썰물에 휩쓸려갔다. 빛나는 공원과 불빛 환한 오뜨빌을 지나(아직도 불이 환히 켜져 있는 그 동네는 빌레뜨의 잠못 이루는 밤"처럼 보였다) 어두운 저지대로 들어섰다.
"어두운"이라고 해서는 안되겠다. 공원에서는 잊고 있던 아름다운 달빛이 다시 한번 밀려들어왔으니까. 높이 뜬 둥근 달은 고요히,
깨끗하게 빛났다. 지난 한시간 가량 축제의 음악과 즐거움 그리고램프의 환한 불빛이 달빛을 물리쳤으나 이제는 달의 영광과 침묵이 지배권을 되찾고 있었다. 경쟁자인 램프들은 하나둘씩 꺼졌고,
창백한 달은 운명인 듯이 제 갈 길을 갔다. 장엄하게 울려퍼지던 - P351

드럼과 트럼펫과 나팔 소리는 사라졌지만, 달은 빛을 연필 삼아 하늘과 지상에 영원한 보물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있었다. 달과 별들은 내게 영원히 군림하는 진실의 원형이자 증인처럼 보였다. 밤하늘은 승리로 빛났다. 밤하늘의 승리는 천천히 도는 하늘의 행로처럼 다가왔다. 과거에도 영원에서 영원으로 움직였고, 현재에도 그러며 미래에도 그러하리라.
밝은 이 한밤의 거리들은 매우 조용하다. 이 거리들은 낮고 평화로워서 좋다. 집으로 가는 시민들이 이따금씩 나를 스치지만 걸어가는 사람들이라 시끄럽지 않았고 금세 사라졌다. 나는 지금 같은 모습의 빌레뜨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집으로 들어가는 게 썩 내키진 않지만, 그래도 이상한 모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베끄부인이 오기 전에 기숙사의 내 침대 속으로 조용히 다시 들어가기위해 서두른다. -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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