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를 읽게 된다면,
바로 이렇게,
에이드리언 리치가 읽는 방법처럼 갈래를 잡고 읽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구나? 싶었다.

제인이 유명해진 이유는
‘신조를 지키는 씩씩한 여성, 나아가 성장 시키는 여성의 이미지를 통해, 제인 에어 스스로 본보기로 삼거나 의지할 수 있는 여성성을 보여주고 있다‘ 고 한다.

<제인 에어>를 읽은 지 한 달도 채 안됐는데
그새 시간이 지났다고 <제인 에어> 내용이 가물거린다.
하지만 에어드리언 리치 언니의 통찰력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아, 제인 에어는 확실히 기승전결 본인의 삶을 본인이 결정해서 행동한다. 비록 소공녀 세라처럼 고난이 닥친다 할지라도 말이다.
특히, 로체스터와의 결혼식이 깨지고, 버사라는 존재를 알게 되어 로체스터의 곁을 떠날 결심을 했을 때, ‘꿈을 통해 밤하늘의 가모장 정신의 상징이자 밤하늘의 위대한 어머니인 ‘달‘이 꿈에 나와 제인더러 손필드 저택을 곧 떠나라고 재촉한다.‘는 장면을 리치 언니는 서술해 놓았는데, ‘달‘이 나왔었던가? 내면의 소리였던가? 기억에 가물가물한다.
하지만 ‘달‘이 가모장의 상징이란 점은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해‘는 곧 가부장을 상징하는 것인가?
19세기 소설이라 정작 작가들도 관습을 깨부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감염‘되어 있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만,
어쨌거나 제인 에어는 기억에 남을 만한 독특한 소설임에 틀림없다.

‘남성의 일시적인 대체물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서로 지지하는 현실적인 여성들의 관계를 목격한다‘(76쪽)
지지하는 관계는 곧 헬렌 동급생과 템플 선생님 그리고 다이애나와 메리 리버스 자매와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이 네 여성들이 등장하면 눈에 띈다.

‘적어도 제인에게 이 결혼은 단순한 해결책이나 하나의 목적이 아니라 급진적으로 이해된 형태의 결혼이다. 즉 여성의 삶을 방해하고 축소하는 가부장적 결혼이 아니라 여성이 자신을 창조해 나가는 과정의 연장선으로서의 결혼이었다‘(76쪽)
그 시절 소설들, 여성 대가 작가들은 ‘결혼‘을 함으로 왜 결론을 내리는 것일까? 궁금하다 못해 살짝 지겹기도 했었다.
또 결혼이군!!!! 이 위대한 소설들이 결국 결혼을 목적으로 쓰여진 것으로 폄하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었는데 결혼이 하나의 목적이나 해결책이 아닌 여성이 스스로 삶을 창조해 나가는 과정의 연장선으로 보아야 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오스틴 소설을 읽을 때, 살짝, ‘결과보다 과정을 보란 말야!!‘ 그리 보이는 듯해 보였는데, 샬롯 브론테의 제인 에어는 특히나 제인의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장면에 몰입하다 보니, 로체스터와의 결혼으로 인해 조금 실망한 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과정을 돌이켜보니 확실히 다른 점이 눈에 띈다.
로체스터가 청혼을 하여 수동적인 결혼식은 성공하진 못했으나, 제인이 청혼하여 연결된 능동적인 결혼식은 성공한 셈이다.
그렇다면 사랑은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쟁취하는 것이란 결론인 것인가?
그 시절 여성이 먼저 사랑을 쟁취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큰 이슈였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뒤늦게 떠오른다.
에이드리언 리치 언니 덕분에 곱씹어 본 <제인 에어>였다.











어머니도 없고 경제적인 힘도 없는 제인 에어는 전통적으로 여성이겪는 유혹을 거치며, 이 각각의 유혹이 대안도 함께 제시한다는 것을 발견한다. 신조를 지키는 씩씩한 여성, 나아가 성장시키는 여성의이미지를 통해, 제인 에어 스스로 본보기로 삼거나 의지할 수 있는여성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 P53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떨며, 억누를 수 없는 흥분에 전율하며나는 계속 말했다.

"당신이 나와 아무 상관이 없는 사람이라 다행이에요. 살아 있는동안 다시는 당신을 숙모라고 부르지 않겠어요. 커서도 다시는 당신을 보러 오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혹시 누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당신이 나를 어떻게 대했는지 묻는다면,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나고, 당신이 날 비참하리만큼 잔혹하게 대했다고 말해줄거예요."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내 마음은 난생처음으로 낯선 자유와승리감으로 부풀어 오르고 기쁨으로 가득 차올랐다. 보이지 않는 굴레가 끊어지고 바란 적도 없는 자유 속으로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 P56

힘없는 이들의 수많은 분노가 그러하듯, 이와 같은 폭발은 순간의 의기양양함만을 남겼다. 제인은 곧장 우울감에 빠졌고, 자기 징벌의 반작용으로 괴로워졌다. 베시가 애정과 존중을 확인시켜주었을때 비로소 그 반작용에서 놓여난다. 베시는 제인에게 사람들을 무서워하면 사람들도 그를 더 싫어하게 될 뿐이라고 말해준다. 이상하게비뚤어진 조언이지만 제인의 조숙한 용기는 이 조언에 응답한다. 다음 장에서 제인은 로우드 자선 학교로 향한다. - P57

을 남성적인 신으로 대체하는데, 이는 기독교 시대 일부 상상력이풍부하고 재능이 뛰어난 여성들이 따랐던 하나의 양식이었다.
로우드 학교의 규율과 헬렌과 템플 선생님이 준 도덕적이고 지적인 힘은 어린 제인에게 스스로 가치가 있으며 윤리적인 선택권이있다는 의식을 심어준다. 헬렌은 마침내 결핵으로 세인의 품에 ‘어린아이처럼 안긴 채 죽음을 맞이한다. 나중에 템플 선생님은 ‘훌륭
‘한 성직자‘와 결혼해 로우드 학교를 떠난다. 이렇게 제인은 첫 번째진짜 어머니들을 잃는다. 그러나 이 두 여성과의 이별로 제인은 디넓은 경험의 영역을 향해 나갈 수 있게 된다.

나의 세계는 몇 년 동안 오직 로우드에서의 생활이었고, 나의 경험은 이곳의 규율과 제도였다. 이제 나는 진정한 세계는 넓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 - P60

그리고 곧장 우리는 다시 미친 여자의 웃음소리를 듣는다. 여기서 우리 시대의 소설 가운데 또 다른 미친 아내가 등장하는 작품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고 싶다. 도리스 레싱의 《사대문의 도시》의린다는 다락이 아니라 지하실에 살며, 주인공 마사가 (제인 에어처럼피고용인이고 고용주와 사랑에 빠진다) 그 집에 살러 갔다가 그의 광기를 경험한다.
제인 에어에게 다락 층은 가스통 바슐라르가 《공간의 시학》에서 지하실의 무의식적이고 귀신들린 세계와 반대로 ‘지붕의 합리성‘
이라고 부른 공간이 아니다. 이 지붕은 제인의 시선이 확장되면서방문한 곳이지만, 이 시선, 혹은 이 깨달음은 제인을 문 뒤에 갇혀 있는 미친 여자 쪽으로 더 가까이 데려간다. 도리스 레싱의 소설에서 미친 여자는 그 자체가 깨달음의 원천이다. 그러나 제인 에어는 버사 로체스터와 그런 접촉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여성으로서 제인의 자아의식은 남자와 동등하고 같은 요구를 지닌 의식-1840년대 영국의 광기에 더 가깝다. 제인은 자신이 미치리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지만, 집 안에는 분명 미친 여자가 존재한다. 그 이미지는 흰 거울에 비쳐 끔찍하게 일그러진 이미지이고, 제인의 행복을위협한다. 자기보호본능이 이전의 유혹들로부터 제인을 지켜주었듯이 1840년대 영국의 힘없는 여성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상상하지 않음으로써 제인은 미친 여자가 되지 않을 것이다. - P64

렸듯이 자신은 도덕적인 설화를 하고 있지 않음을 꽤 의식했다. 제인은 피상적으로는 그 시대와 장소의 창조물이지만 인습에 묶여 있지 않았다. 그는 어린 시절 어른의 권위가 지닌 신성함을 거부했고어른이 되어서는 자신의 행동을 자신의 위상에 맞게 조절하겠다고고집했다. 로체스터에게 의존적인 정부가 되어 그와 함께 살지는 않겠다고 한 것도 그런 관계가 파괴적임을 알기 때문이었다. 또 세인트 존과도 결혼하지 않고 독립적인 동료로서 함께 살고자 했는데,
오히려 세인트 존은 이런 모습이 비도덕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소설이 아름답고 깊이 있는 것은 부분적으로 대안을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습과 전통적인 신앙심에 대한 대안도 물론 있지만, 여성의 정신세계 안에 내면화된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반사적 반응에 대한 대안도 있다. 또한 《제인 에어> 안에서 우리는 정형화된 여성들끼리의 경쟁의식에 대한 대안도 발견할 수 있다. 소설 속에서 우리는단지 삼각형의 세 꼭짓점 같은 관계 혹은 남성의 일시적인 대체물로서 여성이 아니라 서로 지지하는 현실적인 여성들의 관계를 목격한다. 제인 에어에게 결혼이야말로 템플 선생님, 다이애나와 메리 리버스에게 그랬듯이 삶의 완성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적어도 제인에게이 결혼은 단순한 해결책이나 하나의 목적이 아니라 급진적으로 이해된 형태의 결혼이다. 즉, 여성의 삶을 방해하고 축소하는 가부장적결혼이 아니라 여성이 자신을 창조해나가는 과정의 연장선으로서의결혼이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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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1-29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미여> 읽다가 이 책 찾아서 ㅋㅋㅋㅋㅋㅋ 이 부분만 따로 읽었거든요. 진짜 좋더라구요. 책나무님 페이퍼 읽으니 기억이 새록새록 돌아옵니다. 저는 요즘 휴지기라 좀 쉬고 있습니다^^
책나무님 페이퍼만이라도 부지런히 따라갈게요!!

책읽는나무 2022-11-29 15:29   좋아요 1 | URL
전 단발님 에이드리언 리치 님 목 놓아 외치셨을 때, 잠깐 주디스 휴먼이랑 잠깐 헷갈려서 그 책을 빌려왔었던 적 있었죠. 다행히 읽지 않고 고대로 반납했었는데, 다미여 읽다 보니 계속 에밀리 디킨슨과 에이드리언 리치 여사님 언급되길래 안되겠다 싶어 빌려다 읽고 있는데 와!!! 이 책 넘 좋은 거에요^^
시인이셨네요? 근데 어쩜, 에세이 글이 더 좋나요?
목 놓아 에이드리언 리치 님 좋다고 계속 발언하시는 이유를 알겠더군요.
이래서 친구를 잘 두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군요?ㅋㅋㅋ
단발님은 책을 많이 읽어 두셔서 휴지기도 가지시고, 또 부럽네요^^
전 읽곤 있는데 월 초처럼 막 진도가 나가진 않네요. 그래서 이 상태로 가다간 다미여 책 제대로 완독할 수 있으려나? 살짝 초조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제 뒤에 바람돌이 님이 계셔서 좀 든든합니다만ㅋㅋㅋ 근데 바람돌이님 다미여 잡기만 하면 막 읽으실 것 같아 믿을 수가 없기도 하구요ㅋㅋㅋ

단발머리 2022-11-29 19:13   좋아요 1 | URL
근데 제가 ㅋㅋㅋㅋ 목 놓아 외쳤군요 ㅋㅋㅋㅋㅋㅋ 에이드리언 리치이이이이이이!!!
얼만전에 알라딘 친구가 물어보더라구요. 페미니스트 중에 누가 제일 좋으냐. 자꾸 변하기는 하는데 요즘에는 에이드리언 리치랑 필리스 체슬러가 좋다. 너무 좋다. 그렇게 말했거든요.
목 놓아 말했습니다. 에이드리언 리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책읽는나무 2022-11-29 20:14   좋아요 1 | URL
그 글을 제가 읽었던 것 같아요.
에이드리언 리치랑 필리스 체슬러가 좋은데 지금 에이드리언 리치가 가장 좋다구요.
그 글을 읽어서인지 다미여 읽다가 안되겠다. 에이드리언 리치 찾아 읽어야겠어!! 가 되었다가, 요 앞의 글을 읽다가 혼자 찡~해 가지고 눈물도 좀 흘렸다가, <제인 에어> 리뷰 편 읽다가 오잉? 그런 숨은 뜻이 있었어??? 두 눈이 커졌다가.....
암튼 에이드리언 리치 언니 덕분에 감정의 기복이 큽니다ㅋㅋㅋ
목 놓아 외칠만 하더군요.
저도 올 해 뒤늦게나마 알게 된 에이드리언 리치여서 더 좋네요.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락방 2022-11-29 1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아..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하시는 분들 진짜 지적임이 넘쳐납니다. 눈부시게 빛나는 분들.
샤라라랑~

책읽는나무 2022-11-29 15:32   좋아요 1 | URL
지적임이 넘쳐난다구요?? 어디, 어디요????
지적이신 분들이라...모두를 지적으로 보아주시는 아름다우신 분들!!!
오늘의 댓글은 최고의 댓글입니다ㅋㅋㅋ
그저 따라가기 바쁘지만, 언제나 믿고 따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