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9
샬럿 브론테 지음, 유종호 옮김 / 민음사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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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부인이 죽기 전, 제인 에어를 애타게 찾는다고 하여, 제인 에어를 핍박했었던 시절을 반성하며 용서를 구하려는 것인가 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사람의 옹졸한 마음은 빗장을 풀기가 여간 쉬운 게 아닌, 타고난 천성 탓이라고 해야 속이 편할까?
그래도 손이라도 좀 잡아주지!
그럼에도 이미 나는 용서를 했노라!
어린 시절 모진 말을 퍼부었던 것을 용서하시라!
리드 부인을 달래고 있는 제인 에어의 모습은 책의 초반에 잠깐 나왔었던 헬렌이 이야기한 ˝..신념에 매달려서 기쁨을 찾고 있는 거야.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던져주는 신념이니까 말이야. 내세도 안식처로 만들어줄 거야. 공포도 아니고 심연도 아닌 커다란 안식처로 만들어줄 거야. 게다가 이 신념을 가지고 있으면 죄인과 죄가 분명하게 구별되기 마련이거든. 죄를 미워하면서도 죄인을 마음속으로 용서해 줄 수가 있단 말이야. 이 신념을 가지고 있는 한 복수로 마음을 괴롭히는 일도, 타인의 타락에 혐오감을 갖게 되는 일도, 애매한 구박에 마음이 아스라지는 일도 없게 돼. 나는 최후의 시간이 오기를 기다리며 조용히 살고 있는 거야,˝(99~100쪽)
대화 속의 그 신념을 이미 가슴 속에 품고 살아온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민하고 현명한 제인 에어!!
잘 컸네. 제인 에어!!
그래서 별 다섯을 줄 수밖에.


이 편지의 발신일은 삼 년 전이었다.
"어째 제가 이 이야기를 여태 못 들었을까요?" 하고 나는 물었다.
"그건 내가 너를 아주 극도로 미워했기 때문이지. 그러니까 네가 잘되는 일에 조력을 안 했던 거야. 네가 내게한 짓을 나는 잊을 수가 없었다. 제인, 언젠가 네가 내게행패를 부렸던 일, 이 세상 누구보다도 나를 미워한다고 잘라 말하던 그 말투, 나를 생각하기만 해도 지긋지긋하다고 말하고, 내가 너를 말할 수 없이 가혹하게 다룬다고 하던 그 어린애답지 않던 목소리와 눈초리. 나는 네가 내게 대들어 네 본심으로 독설을 퍼부어 대던 때의 기분을 잊어버릴 수가 없었어. 난 무서웠다. 마치 내가 때려주고 밀어붙인 짐승이 사람의 눈을 하고 노려보며 사람의 목소리로나를 저주하는 것만 같았다. 나 물 좀 다오! 아! 빨리!"
"아주머니." 그녀에게 원하는 물을 갖다주고서 나는 말했다. "그런 일은 이젠 조금도 생각지 마시고, 마음속에서 아주 지워버리세요. 제가 홧김에 한 말을 용서해 주세요.
그때 전 어린애였었어요. 그날부터 벌써 팔구 년이 지나버렸어요."
그녀는 내가 하는 말을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물을 마 - P444

시고 숨을 돌린 다음, 그녀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다.
"난 그걸 잊을 수가 없었단 말이다. 그래 나는 앙갚음을 한 거다. 네가 네 숙부의 양녀가 되어 안락하고 평안하게 된다는 것은 나로서는 견딜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그분에게 이런 내용의 편지를 썼다. 실망을 시켜드려 송구스러운 일이나 제인 에어는 죽었다고, 그 애는 로우드에서 발진티푸스로 죽었다고 말이다. 이젠 네 마음대로 해라. 편지를 해서 내가 한 말은 거짓말이라고 해라. 지금 당장이라도 내 거짓말을 폭로해라. 아마 넌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 태어났나보다. 너 때문이 아니라면 내가 저지를 엄두도 내지 않았을 행동을 생각하며,  이 세상에서의 내 마지막시간조차 이렇게 고통을 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제발 제 말씀대로 더 이상 그 생각은 하지 말아주신다면 아주머니, 그리고 용서와 호의로 저를 대해 주신다면………."
"넌 참 못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녀가 말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내가 이해할 수가 없는 성질이야. 구년 동안이나 아무리 마구 다루어도 말 한마디 없이 참고 견디던 아이가 어떻게 십 년째 되던 해에는 모든 분노를 다 폭발시켜 버렸는지, 난 알 수가 없구나."
"저 성질은 아주머니께서 생각하시는 것처럼 그렇게 못되지는 않았어요. 성미가 급하기는 하지만, 꽁하고 앙심을 품지는 않아요. 어렸을 적에도 아주머니께서 하게만 해주신다면 아주머니를 사랑해 드리려고 한 적이 몇 번인지 몰라요. 그리고 지금도 저는 충심으로 아주머니와 화해를 하고 싶은 거예요. 아주머니, 키스해 주세요." - P445

나는 나의 뺨을 그녀의 입으로 가져갔다. 그러나 그녀는 내 뺨을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녀는 내가 침대 위에 엎드렸으므로 내리눌려 무겁다고 했다. 그리고 물을 달라고 했다. 나는 그녀를 눕혀놓고서 그녀가 물을 마시는 동안 내가 안아 일으켜 팔로 받쳐주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얼음처럼 차갑고 축축한 손에 내 손을 포갰다. 파리한 손가락들이 내 손이 닿는 것을 피해 빠져나갔다. 흐리멍덩한 눈은 내 시선을 피했다.
"저를 사랑하시든 미워하시든 마음대로 하세요." 마침내 나는 말했다. "전 아주머니를 완전히 용서해 드렸어요. 인젠 하느님의 용서를 빌고 마음 편해지셔요."
가련한 고난의 여인! 이젠 습관적인 기분을 고치려 애쓰기엔 너무 늦어버린 것이었다. 살아 있으면서, 그녀는 줄곧 나를 증오했다. 그리고 죽어가면서도 그녀는 여전히 나를 증오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때 간호부가 들어왔다. 그리고 베시가 뒤따라 들어왔다. 나는 그래도 어떤 다정스러운 표시라도 보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반 시간쯤이나 더 그 방에서 머뭇거렸다. 그러나 그녀에게선 아무 반응도 없었다. 그녀는 갑자기 병세가 악화되어 혼수상태에 빠지고, 다시는 의식이 회복되지 않았다. 그날 밤 열두 시에 그녀는 죽었다. 나는그녀의 임종에 참석하지 못했다. 두 딸들도 마찬가지였다.
이튿날 아침에야 그들은 모든 게 끝났다고 알려주었다. 그때엔 벌써 그녀는 입관되어 있었다. 일라이자와 나는 그녀를 보러 갔다.  - P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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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1-09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샬롯으로 막 달리시능거에요 책나무님.
전 천천히 갈게요. 커피 한잔해요~^^

책읽는나무 2022-11-09 10:51   좋아요 0 | URL
오스틴도 채 다 읽지도 않고, 샬롯 브론테님께 살짝 넘어갔네요ㅋㅋ
워낙 진득하지 못하고, 산만하게 책을 읽다 보니 이리 기웃, 저리 기웃..정신을 못차리고 있네요.
그래서 조금 부끄럽기도 하구요^^;;;
커피!!!! 커피 안 마신지가 어언 보름이나 되었네요ㅜㅜ
코로나 때문에 식욕이 완전 무너졌어요. 커피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안들정도니...코로나 무서운 감기에요.ㅜㅜ
며칠 지나면 집 나갔던 식욕이 다시 돌아오겠죠^^

프레이야님은 절대 코로나 못들어오게 하시구요.
그리고 즐거운 커피 타임 즐기시길요^^

프레이야 2022-11-09 11:13   좋아요 1 | URL
아아니 ㅠ 확쪄야되는데 날씬한 분이 입맛 없어 더 못 드셨군요 ㅠ 전 아직은 한번도안 걸리긴 했어요. 에구 집나간 식욕 어서 들어오길 바랍니다. 오늘도 날씨가 아주 그냥~

거리의화가 2022-11-09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드 부인이 제인 에어만 외쳐서 왔을 때 그녀에게 진정으로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비췄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용서는 단방향으로는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11-09 10:55   좋아요 2 | URL
저도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기대했었거든요. 근데 엉뚱한??ㅜㅜ
제인 에어가 참 민망하고 원망이 들겠던데 침착해서 놀랐습니다.
그래도 편지 한 장을 건졌으니...^^
용서란 관용을 가진 두 사람이 함께 해야 진정한 용서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2022-11-09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09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2-11-09 1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인공이 마음에 들면 다른건 또 다 용서가 되죠. ㅎㅎ

책읽는나무 2022-11-09 20:04   좋아요 1 | URL
뒤죽박죽 제 맘대로 애정을 주기 바쁘네요.ㅋㅋ
2 권에서는 제인이 너무 불쌍해서 하...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