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본지가 언제인지?
특히나 외국 여행은?
아...외국 여행은 좀 흔한 여행은 아니지!
하지만, 그 흔치 않은 외국 여행도
할 수만 있다면 감행하고픈 요 몇 년이다.

마스다 미리 작가의 세 번의 핀란드 여행기.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데,
특별해 보인다.
코로나 때문에 요즘 읽는 여행 에세이집은 죄다 특별할 것이다.

혼자 참가한 한국인 청년이 내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알토의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찍어달란다.
맡겨주세요!
청년의 ‘인생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일념으로 이리저리 신중하게 구도를 잡아보는 나. 이럴 때 나는 스스로도 아주 반짝인다고 느낀다.
나를 좋아하는 순간도, 나를 싫어하는 순간도 있다.
나를 좋아하는 순간에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해진다.
이만하면 인생 사진이 되었을까? 그는 그 사진을 소중한 이들에게 보여주겠지. 누군가의 사진을 부탁받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 P64

어릴 때 TV에서 봤던 무민 애니메이션, 즐거움 속에 어렴풋이 침울한 쓸쓸함이 있었다.
겨울이면 깊은 눈 속에서 겨울잠을 자는 무민. 방랑하는 스너프킨과 말이 없는 해티패티.
해티패티....
그러고 보니 기다란 팽이버섯 같은 그 생물은 대체, 뭘까.
무민 공식 사이트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큰 무리를 지어 영원히 떠돌아다니는 말 없는 생물, 지평선을 향해 나아가는데, 그 여행은 끝날 줄을 모릅니다."
해티패티.... 그랬구나. 너희들은, 영원한 여행을 하고 있구나.
내 여행에도, 내 인생에도 끝이 있다. 반드시 있다.
그 또한 쓸쓸한 일이라고 해티패티들은 생각할지도 모른다. - P107

키아스마 국립현대미술관을 둘러보고, 트램을 타고 카페 ‘엔게르‘로 향한다. 점심으로 채소 버거를 느지감치 먹었으니 저녁은 홍차와 디저트로 가볍게 마무리한다.
창가 자리가 비어 있었다. 당근 케이크와 루이보스 티.
잠시 독서 시간이다. 여행지에서 또 책 속 세계로 떠나는 호강스런 한때.
한참 만에 얼굴을 드니 창밖에 헬싱키 대성당이 보인다.
특등석이다. 독서와 관광과 티타임을 한꺼번에 누려보았다.
- P112

지금, 여기서 마주 앉아 웃는 사람들도 언젠가 죽는다.
다들, 언젠가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이 순간을 즐긴다.
이를테면 내가 오래오래 살다가, 천천히 죽음을 맞는 순간이 온다면, 침대 위에서 오늘을 떠올릴까. 헬싱키 거리를 거닐던 무렵 나는 씽씽했지, 하면서 창밖을 바라볼까.
나는 아직 여기 있는데, 씽씽하게 여기 있는데, 어째서인지 미래에서 현재를 그리워한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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