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강을 소개하고,
사강이 했던 말들을 소개하고, 해석하고, 음미하는 책이다.
중반부까지 읽었는데, 읽다 보니 꼭 사강 탈무드를 읽는 듯하다.
사강에 대한 선입견이 벗겨진데다, 사강의 소설을 읽을 때, 이제 좀 다른 시선으로 보아질 듯 하다-.

※사강의 눈빛 굉장한 미인은 아니었지만 사강을 만난 사람들은 물론, 만난 적 없는 독자들까지도 그녀의 강한 매력에 이끌렸습니다. 두뇌 회전이 빨라서 어떤 인터뷰를 하건 상대가 원하는 것을 재빠르게 파악해 재치 있는 답변을 했습니다. 눈빛도 휙휙 바뀌었습니다. 상대를 깊이 응시하다가 장난스러운 아이의 눈빛이 되기도 하고, 멜랑콜리한 성인 여성이되었다가 온 세상 심각한 일을 혼자 짊어진 눈빛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빙글빙글 돌던 눈빛이 마침내는 너그러운 분위기로 자리 잡곤 했습니다. 꾸미지 않은 쇼트커트 머리와 살짝 긴 앞머리 아래로 그런눈빛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매료되는 것도 당연하죠. 참 매력적입니다.
※절대 지성을 지닌 사람 사강의 눈빛 속에는 지성, 절대 지성이라 할 만한 것이 있었습니다사강을 아는 사람들은 그녀를 말할 때 ‘지성‘이라는 단어 - P19
를 자주 썼습니다. "그녀만큼 지성적인 사람은 없다. "그녀는 진정한 의미에서 지성 있는 사람이다", "순식간에 그 지성의 포로가 되었다".…... 지성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그 답은 사강이 말년에 쓴 작품 『지나가는 슬픔』에 있습니다.
당신에게 지성이란 무엇입니까? 한 가지 문제를 다양한 시점에서 생각하는 능력, 시점을 바꾸어 배울 줄 아는 능력입니다.
지성이라고 하면 어딘가 서늘한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사강은 그 반대입니다.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지면서, 마치 누군가가 포옹을 해주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합니다. 지성이란 무엇인가. 사강이 작품 속에서 말했듯, 그것은 사물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일 것입니다. 지성 있는 사람이란,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시점에서 고찰하고, 필요하다면 자신의 사고방식을 바꿀 줄도 아는 유연성 있는 사람이겠죠. 자유롭기를 갈망하고,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자유를 존중하며, 늘 자기 자신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의심하는 사람 말입니다. 사강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 P20
※나약한 사람 하지만 ‘지성 있는 사람‘은 많습니다. 사강에게는 지성과 함께 ‘나약함‘이 더해집니다. 나약함. 이는 ‘지성‘과 비슷한 강도로 사강의 눈빛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섬세하고 상처받기 쉬운 성격의 사강은 늘 깊은 불안에 시달렸고 고독을 두려워했습니다.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사강이 ‘강인한 사람‘인지 ‘나약한 사람‘인지 묻는다면 후자 쪽일 것입니다. 도박은 취미였다고 해도, 술과 마약에까지 의존했다는 것은 사강이 얼마나 나약한 사람이었는지를 말해줍니다. 사강은 인간의 나약함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몸소 겪어 아는 것이었기에, 인간의 나약함을 얕보기보다는 인간이 본디 갖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빛나는 ‘지성‘에 이런 나약함이 더해졌을 때, 그토록 매력적으로 사람을 빠져들게 만드는 깊고 부드러운 ‘관용‘의 눈빛이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요. - P22
※인생의 테마는 ‘고독‘과 ‘사랑‘ 사강은 사람을 좋아했습니다. 한 사람이 가진 사회적 지위나 소속된 단체 등에는 관심이 없었고, 언제나 그 사람, ‘개인‘으로서 상대를 보았습니다. 만약 사강이 이력서 양식을 만든다면, 어느 대학을 나왔고 어떤 경력이 있는지 기입하는 칸은 필요하지 않았을 겁니다. 대신에 그 사람이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사랑하고 있는지, 무슨 일을 하며 행복을 느끼고, 무슨 일 때문에 마음이 갈가리 찢기는지, 어떨 때 고독을 느끼는지, 그런 걸 적는 칸을 만들었겠죠. "저는 인간과 고독, 인간과 사랑의 관계에 관심이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기반을 이루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사강이 평생에 걸쳐 추구한 것은 ‘인간 본모습이며, 이를논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고독‘과 ‘사랑‘이었습니다. 사강은 이것을 멀리서 바라만 본 것이 아니라, 온몸을 던져 받아들이고 만신창이가 되어도 똑바로 응시하며 글을 썼습니다. 사강에게 ‘고독‘은 ‘인간 존재‘와 동의어인 동시에 ‘늘 자기자신과 함께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필연적으로 고독합니다. - P23
이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말고 다른 누군가가 곁에 없으면 외로워서 어쩔 줄 모를 때가 있습니다. 그 외로움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도 사강이라는 사람이었습니다.
※문학, 그리고 인생 시인 랭보의 『일뤼미나시옹』이라는 책을 우연히 바닷가에서 펼쳐 읽고, 번개를 맞은 사람처럼 정신이 번쩍 든 사강은확신했습니다. "문학이야말로 모든 것이다. 그 사실을 안 이상, 달리 해야할 일을 찾을 수 없다." 사강은 이 말 그대로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날 이후 사강은 글을 쓰기 위해 살았습니다. 글쓰기가 삶을 버티게 하는 유일한 지지대였습니다. 살기 위한 버팀목이자 살고 싶다는 의욕이 들게 만드는, 열정 그 자체였습니다. 문학을 향한 사랑. 문학에 인생을 바친 삶의 방식에는 감동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은 세상과 충돌할 때가 많았고, 그리하여 세상으로부터 받지 않아도 될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결핍‘보다는 ‘과잉‘을 사랑하여 실제로 자기 몸에 상처를 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녀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삶을 관철했습니다. 남자를 사랑하고, 여자를 사랑했으며, 고독에 몸부림치면서도 - P24
고독을 응시하고, 인간의 진실을 추구하며 글을 썼습니다. 최선을 다해 자기 자신에 충실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하며 살았습니다. 그러한 모습은 역시 사랑스럽고 아름다웠습니다.
※교과서에는 담을 수 없는 우아함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이는 마약 소지로 체포되었을 때 사강이 한 말입니다. 설령 이 말이 인간의 내면을 꿰뚫어 본 진실이라 한들 교과서에는 실을 수 없는 말입니다. 사강의 삶은 ‘착한 어린이를 위한 교본‘으로는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아니 그러하기에 사강의 말은 더할 나위 없는 진실이었습니다. 사강의 말은 연애관이나 행복관 측면에서도 세간에 떠도는 말들과 달랐습니다. 전혀 다른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말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흠칫 놀라지만 시간을 두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마음에 깊이 남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설교 투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사강 본인이 설교, 도덕률, 관습을 싫어했으므로 당연한 일이었고, 누구보다 자유분방한 인생을 살았기에 설교가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이래라저래라 하는 설교 없이 사강은 참으로 우아하게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보았습니다. - P25
그렇게 뛰어난 문학적 재등으로 인간의 전설을, 미세한 마음의 움직임을, 날카롭고 섬세하게 아름다운 언어로 묘사했습니다. 사강의 언어에는 거짓이 없었고,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런 것들이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내면적으로 흔들리는 사람 늘 자문하는 사람 자유롭기를 열망하는 사람 인간은 결국 고독한 존재라고, 깊은 밤 외로움에 전율하는사람.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할 거라고 괴로워하는 사람. 행동의 이유를 많이 생각하는 사람, 선악의 기준이 모호한 사람. 텔레비전을 싫어하는 사람. 한창 열애 중에도 언젠가는 끝날 거라고 객관화하는 사람. 편견을 싫어하는 사람. 덮어놓고 관례를 따르는 사람을 보면 화가 치미는 사람. 집단 광기를 경계하는 사람. 그늘이 있는 사람. 물질보다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기 바라는 사람. 사강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 P26
여기에 사강의 말을 모았습니다. "인간은 고독하게 태어나, 고독 속에 죽습니다. 그렇기에 사는 동안에는 되도록 고독해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독자분들의 고독이 사강의 고독과 공명하여, 그녀의 흔들리는 눈빛에 위로받을 수 있다면, 저는 무척 기쁘겠습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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