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신 사랑 나쁜 사랑 3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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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선물의 특별함과 어울리지 않는 지극히 일상적인 장소에 선물을 숨겨 놓고 우리 자매를 애타게 한 뒤
우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행복해했다.
그제야 나는 여행 가방 속에 든 물건들이 어머니의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선물이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가 보시 속옷가게 점원에게 꾸며 낸 거짓말이 실은 진실이었던 것이다. 침대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파란 원피스도 분명 내 사이즈일 것이다. 몸에 걸친 가운이 직접 내게 이야기라도 해준 것처럼 나는 불현듯 그 사실을 깨달았다. 어머니의 축하카드가 있을 거라고 확신하면서 주머니에 손을 넣어 보니 정말로 어머니가 나를 놀라게 하기위해 넣어둔 카드가 있었다. 나는 봉투를 열고 초등학교아이가 쓴 것처럼 한껏 멋을 낸 어머니의 글씨를 읽었다.요즘은 그런 식의 글씨를 쓰지 않았다.
‘생일 축하한다, 델리아. 엄마가.‘

햇살이 목 위로 뜨겁게 내리쬐는 동안 나는 사인펜으로내 얼굴선을 따라 어머니의 머리 모양을 그려 넣었다. 짧게 자른 머리를 귀 밑으로 연장하고 두 갈래로 가르마를 탄 검은 머리가 풍성하게 물결치게 만들었다. 그러고는오른쪽 눈 위로 머리선과 눈썹 사이에 가까스로 매달려있는 것처럼 보이는 곱슬머리를 한 가닥 그려 넣었다.
 나는 사진 속의 내 모습을 바라보다 홀로 미소를 지었다. 40년대에 유행하다 50년대부터 사라진 한물간 머리,
모양은 내게 어울렸다. 사진 속에는 어머니의 흔적이 있었다. 내가 바로 아말리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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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6 07:0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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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6 07: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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