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
이기호 지음 / 마음산책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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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작품을 통해 오호~이기호 작가.하고 눈도장을 콱 찍었더랬다.
이웃해 있는 지인이 요즘 재미나게 읽을만한 책 없냐고 물어온다면, 내 반드시 이 책을 추천하리라!고 다짐했을만큼 애정이 생긴 남성작가였었다.

며칠동안 너무 무거운 주제의 소설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고, 급기야 머리도 눈도 계속 가라앉아 한시도 눈을 뜨고 있지 않더라!!
그래서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도서관에 기어 올라가 읽었던 몇 권의 책들을 반납하고,또 몇 권의 소설과 에세이집을 빌렸다.

그 중,
며칠 전 읽은 김유정 문학상의 후보작 중 이기호 작가의 <최미진은 어디로>를 읽으면서 아,맞다.이기호!! 하면서 가라앉았던 눈을 잠시라도 들어 올릴만한 작가가 아니겠는가!싶어 서가에 꽂혀 있는 다른 전작의 소설을 제치고 제목이 더 눈에 익었던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를 빌려 읽게 되었다.

너무 큰 기대를 했던걸까?
작가에 대한 서운한 감정이 일었다.
이 감정 뭐지??
분명, 읽으면서 혼자 엄마 미소도 지었고, 혼자 키득거리기도 했었고,나도 모르게 눈물도 글썽였었다.
그런데도 작가에게 서운한 감정이 찜찜하게 남더란 말이지!!

여덟 살이나 어린 아내는 내공이 큰 사람이다.
나도 애를 셋 키웠지만 작가의 아내만큼 육아를 잘해낼 수 있었을까?싶을 정도로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아내분이 혼자 고군분투 아이들 셋 키워내는 모습이 안쓰럽고 대견해 보였다.물론 작가도 주말 토요일 오전시간은 아내에게 개인시간을 가지게 해주었고, 일찍 퇴근해 오는 날은 큰 아이들의 잠재우기를 도맡아 했겠지만...육아를 곁에서 도와준 것처럼 보이지, 공동육아를 한 것으로 보이지 않아.. 애정했던 작가인만큼 왠지 실망보다는 섭섭함이 일었다.
(왜 내가 섭섭해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더운 여름 날, 서른 명이 넘는 친가 친척들이 모여 끼니를 걱정하시는 어머니께서, 몇 시간째 가마솥 불볕 곁에 앉아 소머리를 고으신다는 장면에선 내가 숨이 턱 막히는데, 작가는 다음 날 아침 어머님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한말씀 올리시는데 ˝다음번엔 백숙을 합시다~~~˝소머리국 보다는 빨리 되는 음식이라고!!!
(작가님!! 제 곁에 있었다면 아마도 팔뚝을 꼬집히시느라 팔뚝이 남아나지 않으셨을 껩니다.)

아이들의 나이가 곧 부모 나이가 아닐까,란 생각을 문득 하곤 한다.왜냐하면, 살면서 내가 딱 아이들의 나이만큼의 철든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을 많이 깨닫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비춰지는 애 셋을 둔 아빠 주인공은 아이들에게서,아내에게서,부모님을 통해서 열심히 성장?중인 것같다.
그래서 또 시원섭섭한 마음을 감추고,
작가를 응원하게 된다.

읽는 동안, 내아이들 아가때 그리고 유치원시절 키우던 시간들이 떠올라 많이 흐뭇했었다.돌이켜보면 아이들의 한 마디,한 마디의 말들이 명언?이었던 그 시절.다시 돌아오지 못할 그 시절, 왜 좀 더 애틋하고 살뜰하게 아이들의 말에 크게 공감하고 감동하지 못했을까?조금 후회가 든다.
체력적 소모가 컸었던 육아생활이 많이 버거워 늘 아이들 눈 감고 자는 모습만 아주 많이 예뻐해 줬었던 것같다.새벽 동이 틀무렵 잠을 깨는 듯 아이들 뒤척거림에 늘 가슴이 쿵!! 내려 앉았던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 졌었다.
곰 세 마리가 내 어깨와 등을 올라타고 있는 듯한 피곤을 달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땐 지금보다 젊었던 시절이었고,젊은 만큼 아이들의 눈빛을 예민하게 반응을 했었던 것같다.
지금은......몸은 많이 자유로워 졌는데 아이들의 예민함에 반응도 잘 안되고,모든게 귀찮고 권태롭다.

훗날 작가의 아이들이 자라 이 책을 읽게 된다면 무척 기뻐할 것같다.유쾌한 육아일기 같기도 한 책은 아이들에게 좋은 선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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