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조용한 혁명이 온 나라로 퍼지고 있다. 진정한 아웃사이더가 사라지고 있다는 말에 속으면 안 된다. 스키 매니아들은자신이 살아있다고 느낄 때가 언제인지 잘 알기 때문에 산에서떠나지 못한다. 세계적인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는 러너들은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빗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 하늘을 나는 새처럼 자유로워지는 대회 날만을 기다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사람들에게 스포츠는 시험이 아니라 치유다. 도전이 아니라 보상이며, 질문이 아니라 대답이다. - P146
나는 새로운 종교를 만들 작정인데, 이종교의 첫번째 교리는 "규칙적으로 뛰어 놀아라"다. 하루에 1시간씩 뛰어놀게 되면 사람은 온전해지고 건강해지고 오래 살게 된다. 이처럼 연습은 놀이가 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연습에서 얻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다. 간혹 언론 매체에 나오듯 연습 때문에 죽을수도 있다.
내 생각을 옳다는 걸 알려주는 과학적 조사 자료도 있다. 최근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3만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바에 따르면, 격렬한 육체적 운동을 한다고 해서 관상동맥발작징후와 심장병 징후를 바꿔놓지는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같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재미 삼아 몸을 움직이면 심장과 관련한 위험요인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걸 알게 됐다. 격렬한 운동이 아닌, 수영과 달리기와 정원손질과 테니스와 스쿼시와 핸드볼 등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운동을 할 때, 건강과 장수를 얻을 수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육체적으로만 노력한다고 심장마비와 퇴행성 질환을 줄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행위 자체에 온마음을 쏟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작정 달리기가 아니라 즐길 수 있는 달리기가필요하다. 뭔가를 바라고 하는 운동으로는 아무 것도 얻을 수없다. 하지만 놀면서 하는 연습으로는 건강과 장수를 얻는다.
놀지 못하고 하는 연습은 몸과 마음 사이의 간격을 좁히는게 아니라 늘인다. 목표 달성을 위한 고역이며 노동이 될 때, 연습은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 만약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싫어하는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5년 뒤 트럭에 치어 죽게 된다면, 하느님이든 달리기를 권했던 의사든 누군가 원망할 권리가 충분한 셈이다. - P147
러너를 흉내내는 사람들이 제일 위험하다. "더 빨리 병"에걸려,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걸 성취하려고 들며 다른 사람들과언제나 경쟁하고 이기려고만 드는 사람들 말이다. 오르테가는
"아픈 사람과 야심가만이 언제나 서두른다"고 말했다. 죽음에서 도피하는 수단으로 조깅을 택했으나 결국에는 그게 황천길로 좀 더 빨리 가는 방법이 됐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사람들이이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필연적인 이유가 있을 때만달려라. 의사의 권고가 아니라 자신의 내적인 갈망에 따라 달려야만 한다. 또는 즐기라고 말하는 내적인 욕망에 주의를 기울여라.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고 또 달라질수 있는지에 귀를 기울여라. 그리고 자신의 최선을 다하고 최선의 상태를 느껴라. 어떤 목적도 바라지 말고 일하라. 이 세상만사가 모두 혼란스러운 순간에도 편안해지고 자신감을 얻고 최고의 상태를 느끼게 해주는 일. 그런 일을 발견하면 그 일을 통해 자신의 삶을 지키도록 하라.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아갈 때, 최상의 삶을얻을 수 있다"고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말했다. 내가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달리려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나는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지만, 그게 내 삶이 된다.
진정한 놀이라면 죽는 그 순간까지도 하고 싶어서 몸이 달아오를 것이다. - P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