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동 作, "기다리다"(2004)

모든 존재는 기다린다.

사람도 꽃이 되어...

기다림의 갈증은

잃는 것이 아니라

잠시 잊을 수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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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동 作, [겨울 사랑]                  

 

도끼를 위한 달

                                                나희덕

 

이제야 7월의 중반을 넘겼을 뿐인데

마음에는 11월이 닥치고 있다

삶의 기복이 늘 달력의 날짜에 맞춰 오는 건 아니라고

이 폭염 속에 도사린 추위가 말하고 있다. 

11월은 도끼를 위한 달이라고 했던 한 자연보존론자의 말처럼

낙엽이 지고 난 뒤에야 어떤 나무를 베야 할지 알게 되고

도끼날을 갈 때 날이 얼어붙지 않을 정도로 따뜻하면서

나무를 베어도 될 만큼 추운 때가 11월이라 한다

호미를 손에 쥔 열 달의 시간보다

도끼를 손에 쥔 짧은 순간의 선택이,

적절한 추위가,

붓이 아닌 도끼로 씌어진 생활이 필요한 때라 한다

무엇을 베어낼 것인가, 하루에도 몇번씩

내 안의 잡목숲을 들여다본다

 

부실한 잡목과도 같은 生에 도끼의 달이 가까웠으니

7월의 한복판에서 맞이하는 11월,

쓰러지지 않기 위해 도끼를 다잡아보는 여름날들

 

 

나희덕의 <어두워진다는 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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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 하나; 박재순님의 기도


말없이 꽃과 그늘을 주는 나무처럼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싫다고 도망가지도 않고
좋아도 따라가지도 않고
주어진 자리에서 누구와도 편안하게 사는 나무처럼
평화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홀로 의젓하고 더불어 흥겨운 나무처럼
야무진 일꾼이 되게 하소서.

상념 둘;

설레임과 환희의 높이를 기억하는 만큼
그 높이가 사라진 때
추락의 상처도 깊어진다.

시선이 가는 곳마다 그 사람이 보인다.
도망해 가 닿는 곳마다 이미 그가 기다리고 있다.
아무리 고개를 저어도, 수많은 잠에서 깨어나도
좁힐 수 없는 간격, 그러나 멀어지지도 않는 거기에...

사랑과 추억은 시간 앞에 무력하다고...
이젠 시간만 견뎌내면 된다고...
하지만, 하지만...

아주 오래된 이별에 힘겨워 하는 친구가 있다.
그 시간, 견디기만 해서는 않된다는 것을
그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자신을 사랑하고 돌봐줘야만 한다.
그 간격, 추억, 상처까지 용서하고 사랑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래야만....

; 이별의 아픔에 힘겨워하는
한 친구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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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07-28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홀로 의젓하고 더불어 흥겨운 나무처럼...
음미해 봅니다.

물무늬 2004-07-29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속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이미지인 것 같습니다.
홀로 의젓하고 더불어 흥겨운...
제가 좋아하는 구절을 함께 음미해주시는 님이
계셔서 더불어 흥겹네요.*^^*
 

 

 

늙어가면 눈의 근육이 탄력을 잃어가면서 시력이 나빠진단다.

때론 아주 멀리서, 때론 아주 가까이서, 때론 눈을 감고

볼 때만 알아 볼 수 있는 무늬와 결이 있다. 

보고 있지만  보지 못하는 세상의 무늬와 결...

그것을 볼 수 있는 투명한 탄력이 어린 아이의 마음이 아닐까? 

 

작지만은 않은 삶의 그림도

그런 투명한 탄력이 살아있는 시선으로 바라보야 하겠지...

 

(처음 보는 순간 마음은 잠잠해지고

내 안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한 번에 꿈틀거리게 해서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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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7-20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무늬님, 더운 날씨에 잘 지내시겠지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맑은 눈을 변함없이 지켜가며 나이들면 좋겠어요. ^^

물무늬 2004-07-20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무더운 날씨이지만
구름을 달리게 하는 시원한 바람이 큰 위로가 됩니다.
님도 잘 지내시죠?
네, 어른이 되면서 보지 못하는 것들이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 맑은 눈을 지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Seiki Kuroda, [Telling an Ancient Romance]

많은 여운이 풍겨나는 뒷모습이다.
내 안으로 파고드는 사연을 그려보기도 전에
다른 님들의 이야기들을 보고 말았다.
그 이야기에 붙들려 버린 것이다.
그 사연들을 담아본다.


"어깨만 빌려주고 얼굴은 보이지 않은 남자..
서로 깎지 끼고 잡은 손.."

"왜 기대나.
왜 손잡나..
그는 이제
눈 앞에서 사라질
바람같은 존재인데...

그 마음,
허망하기도 하지."

"저리도 기대고 싶고, 놓치고 싶지 않은 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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