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은 인터뷰에서 "우리가 정말 즐거운 노동을 한다면 자유로부터 멀어지지는 않겠죠"라고 말했다. "부지런을 떨수록 나는 점점 더 나로부터 멀어져서, 낯선 사물이 되어 간다. 일은 내 몸을 나로부터 분리시킨다"는 김훈의 문장을 친구에게 전하며 "나를 너무 소외시키는, 너무 속이는 일을 하면 괴롭잖아. 그래서 나를 따돌리지 말아야겠다, 내 감정을 너무 모른 체하지 말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중"이라고 말을 보탰다.
친구는 책을 한 권 추천해달라고 했다. 직장생활의 노하우를담은 책은 많지만, 웬일인지 그런 책은 소개하고 싶지 않았다. 친구가 스스로를 잘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떠오른 책이 김소연의 『한 글자 사전. 시인이 책날개 프로필에 쓴 문장 "심심함이 윤기 나는 고독이 되어 갈 때 나는 씩씩해진다"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며, 친구가 심심해져서 씩씩해지고, 스스로를 소외시키지 않길 바랐다. - P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