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낚는 마법사
미하엘 엔데 지음, 서유리 옮김 / 노마드북스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얼마 만에 미하엘 엔데의 작품을 읽는 것일까. 아마도 근 삼십 여년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모모> 이후로 그의 작품을 보지 않은 나에게 이 작품은 어린 시절의 진지하게, 또는 약간은 무서운 느낌으로 읽던 <모모>에서 이 작가도 결국은 작가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런 작품이었다.

노래 가사를 적기도 했다니 이 작품집은 미하엘 엔데의 노래 가사 모음집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는 이 작품들에서 인생의 희, 노, 애, 락, 그리고 생, 노, 병, 사를 노래하고 있다. 삶의 기쁨과 꿈, 희망에서 인생이란 어차피 그런 거라는 체념과 통달과 비껴감, 나아가서는 허무와 광기와 잔인함과 모순 그리고 마지막에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미안한 얘기지만 미하엘 엔데의 중얼거리는 말, 쏟아내는 단어들의 나열이 아니었다. 단편 사이사이에 배치된 클레의 그림 작품들이었다. 어쩜 그의 작품들이 그렇게 적절하게 놓여 있는지 그 작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족한 책이었다.

산다는 건 다 그런 거야, 누구도 알 수 없는 것... 우리 노래 가사에서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밤하늘을 날아가고 싶다고 하는 노래도 있고 죽을 만큼 보고 싶다고도 한다. 사랑을 노래하고 죽음을 노래하고 삶의 애환을 노래하고 독재자에 항거하는 노래를 부르고 그러다가 빈손으로 왔다 옷 한 벌 건졌으니 횡재한 삶이었다고도 한다. 우리도 다 아는 얘기들... 미하엘 엔데라고 해서 특별할 것도 없다. 사랑을 하면 별도 따다 준다고 하는 것을...

단지 미하엘 엔데도 이런 내용의 노래 가사를 쓴다는 것에 사람은 어디에 살 건 모두 같다는 것을 느낀다. 사람은 말이다.

우리는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어떤 마법사가 되려고 하는 걸까... 어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려 애를 쓰고 어떤 생각을 하며 외로움과 추위와 고단함을 달랠까. 간단한 내용, 쉬운 말들... 어쩌면 그래서 더 마음에 와 닿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이가 들면 트로트가 좋아지듯 말이다. 산다는 거 별거 아냐... 죽을 때 정말 잘 살고 간다고 말 할 수 있기를 나는 오늘도 가당찮은 꿈을 꾼다. 누구나 꾸는 가당찮은, 그러나 어쩌면 이룰 수 있을 것도 같은 그런 꿈을...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일레스 2005-11-17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님, 서재 지붕이 참 멋집니다그려. 엔데 작품 중에 추천할만한 건 뭐가 있을까요? ^_^

물만두 2005-11-18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님 서평을 읽어보세요^^ 이거랑 모모밖에 읽은게 없다니까요^^;;;

파란여우 2005-11-19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조건 추천이얌. 근데 단편집?,땡기는 책인데...

물만두 2005-11-19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기시죠^^ 그림만으로도 진짜 좋았어요. 사실 글은 뭐 그렇고 그런 얘기였지만요^^

파란여우 2005-11-19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 보관함에 넣고
오늘은 내가 먼저 빠빠이 인사를~
잘 주무시게나. 참 좋은 아우^^

물만두 2005-11-19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펴 들어가세요^^
 
통역사
수키 김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9월
평점 :
품절


작품을 읽을 때마다 이 책은 누가 보면 좋겠다고 말을 하게 된다. <인생을 훔친 여자>를 읽고는 여고생들 졸업하기 전에 화장하는 법을 가르치지 말고 이 책을 읽게 하자고도 썼고, 어떤 책은 심지어 대통령이 봤으면 좋겠다고 썼다. 종교를 믿지 않으면서 종교인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쓴 책도 있다. 이 책은 지금 이 땅을 떠나려는 사람들, 이 땅보다 떠나 살게 되는 땅이 낙원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자녀 교육에 모든 것을 올인 하는 부모들, 그리고 그런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자녀들이 봤으면 좋겠다.

여기 한 여자가 있다. 이름은 수지 박, 나이는 스물아홉, 직업은 통역사, 결혼 안한 어떤 유부남의 정부로 살아가는 여자가 있다. 그녀가 가는 곳에서는 비가 내린다. 날씨가 흐리다. 그 마음이 그런 것처럼. 단 한 번도 어디에 소속되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가정에서 조차 소속되지 못한 듯 외로움을 달고 산다. 자신이 무얼 원하는 지도 모르는 여자, 남자가 섹스하고 나서 마치 유령과 섹스 한 기분이라는 말을 듣는 여자...

통역사는 그림자여야  한다고, 그래서 자기에게 어울리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 여자는 부모님께 버림받은 여자다. 자기보다 나이 많은 유부남과의 동거를 위해 모든 것을 버렸으니까. 그리고 부모가 누군가의 총에 맞아 살해당한 뒤에야 그를 떠나 또 다른 남자의 정부가 된다. 그 여자는 자신이 사랑했다고 믿었던 남자에게도 과거를 지우는 지우개정도의 역할만 배정 받는다. 그리고 그녀는 선택을 하게 된다. 자신이 누구로 남을 것인가를...

한 가정에서 따뜻하게 사랑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다른 곳에서도 사랑 받지 못한다고들 한다. 그것은 어쩌면 한 국가에 소속되지 못한 사람은 다른 나라에도 소속될 수 없다는 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집에서 한국에 대한, 한국적인 것을 말한다 해도 그들이 접하는 것이 미국적인 것이고 원하는 것이 미국적인 것이라면 그 사이의 간격은 좁혀질 수 없고 그들은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자의 숙명을 짊어지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결말, 아니 주인공이 자신의 삶의 한 발을 내딛으며 내린 결정이 맘에 들지는 않지만 어찌 보면 그건 반어적으로 절대 지워지지 않을 부모의 정신과 자신의 나머지 삶에도 드리워질 운명을 받아들이겠다는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추리 소설이다. 그래서 잘못 쓰면 스포일러가 된다. 스포일러를 피하는 방법은 나머지를 쓰는 일인데 그게 잘 안 되는 작품이다. 왜냐하면 그 모든 것이 이 작품을 대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모든 것... 모든 것을 소유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소유할 수 없는 것이 문화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 땅에서 나고 자라고 살아서 그러려니 하는 당연한 것들, 분석이 필요 없고, 배움이 필요 없고, 학문적 자료가 필요 없는 것이 전통이고 문화다. 그건 배운다고 얻어지는 것도 좋아하겠다고 마음먹는 다고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잘 나타내는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과거속의 인물로 등장하면서 마지막에 진짜로 등장하는 데미안의 모습이다. 평생 동아시아를 연구하고 일본인 아내와 살면서 자기 나라 문화를 경멸했지만 결국 그는 금발 머리 여자와 결혼하고(결혼을 했는지는 주인공의 추상이다.) 아이를 낳는다.

그래서 바나나란 말이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부러워하는 당당한 1.5세대는 자국의 문화를 감추지도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표출하는 사람들이다.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말... 그건 다문화국가인 미국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한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또한 차별의 의미이기도 하다. 앵글로 색슨계의 미국인을 아무도 영국계 미국인이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폴란드계 미국인, 유태인, 흑인, 히스패니아계라는 말로 나눈다. 그들의 책을 보면 이렇게 등장하는 차별은 늘 존재한다.

아직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책에서 단 한 가지만 보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의 자녀에게 이런 혼란을 주어도 좋을 만큼 떠나려는 그곳이 매력적인지... 어쩌면 그들은 통역사가 될지도 모른다. 탐정 같은 통역사... 그림자 같은 통역사, 유령 같은 통역사... 깊고 깊은 외로움에 당신 자녀를 울게 만들려고 떠나려거든 떠나시길. 이 땅도 그리 좋은 곳은 아니니까.

책 표지에 옛날 교복을 입은 소녀가 있다. 내가 중학교 1학년때 1년동안 입었던 교복이다. 이런 교복은 69년생이후의 세대에게는 결코 입어볼 수 없는 교복이다. 그럼에도 어울리지 않게 교복을 내세웠다. 이것은 어쩌면 변하는 외면과 달리 변하지 않는 내면을 나타내고자함은 아니었을까...


댓글(17)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ong 2005-11-1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지잉 하고 와닿는 리뷰네요 ^^

물만두 2005-11-17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쓸 말이 너무 많아도 쓰지 못하는 제 자신의 글솜씨가 원망스럽답니다 ㅠ.ㅠ

야클 2005-11-1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게 추리소설???

물만두 2005-11-1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입니다~

물만두 2005-11-17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추리님 사실 제글은 막가파식이랍니다 ㅠ.ㅠ;;;

아영엄마 2005-11-17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훗~ 알라딘 분류에는 문학책이라고 나오는데요? ^^(그래도 뭐 죽는 사람도 나오고 하니...^^;;)

물만두 2005-11-17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저는 누가 뭐래도 제 식으로 분류한다는 걸 잊으셨남요^^ 이거 진짜 추리 소설 맞아요~ 마지막까지 끝내준다구요^^

jedai2000 2005-11-1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 아닌줄 알았는데..구입해야겠네요. 역시 물만두님의 호객력은 대단하십니다.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던 책을 사게 만드시네요.^^;; 꼭 읽어보겠습니다.

물만두 2005-11-18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다이님 읽어보세요^^

panda78 2005-11-18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이라니까요. ^^ 재밌죠오~

물만두 2005-11-18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 이제 온거야~ 추리소설이라니까 안믿잖아 ㅠ.ㅠ 자기가 리뷰 좀 써라~

panda78 2005-11-18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제 왔어요. 헥헥..
근데, 살인사건도 나오는데.. ^^ 훌륭한 추리소설인데 말이죠, 그죠? ㅎㅎ
리뷰라...... 쿨럭. ;;

물만두 2005-11-18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말야~ 추리소설인데 왜 안 믿냐고 ㅠ.ㅠ;;; 암튼 뽐뿌도 힘들어~ㅋㅋㅋ

검둥개 2005-11-27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보겠습니다. ^^ (사실은 벌써 책두 샀으니 ㅎㅎ)

물만두 2005-11-27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거기서는 원서 사서 보심 되겠네요^^

검둥개 2005-11-28 0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시간이 걸립니다. 읽기까지요. ㅎㅎ ^^

물만두 2005-11-28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잖아여^^
 

  

<겐지이야기>는 일본 왕실의 귀공자 히카루 겐지(光源氏)의 여성편력을 통해 11세기초 일본의 궁중생활과 사랑관 등을 담은 일본 최고 고전. 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俊一郞) 등 유명작가들이 현대어로 평역해 광범위한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애정소설이다.
저자는 중급관리 출신의 여성 가인(歌人)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로 알려져 있다. 전 교수는 번역 저본으로 지난 69~76년 나온 일본 쇼가쿠칸(小學館) 출판사의 판본(전6권)을 택했다고 밝혔다. 일본문학 연구자들은 소학관 판본은 자세한 해설이 곁들여진 일반용이며 학문적으로는 이와나미(岩波) 판본이 가장 권위있다고 보고 있다.
1부에서는 주인공 겐지의 탄생에서부터 다양한 사랑의 편력, 두 명의 천황을 거치면서 겐지가 영화를 누리기까지의 40년간이 묘사된다. 겐지는 천황의 아들로서 그 자질은 훌륭했지만 보위에 오르지 못하고 일생을 마감하는 비운의 인물로 그려진다.
2부는 아들 가오루 탄생과 젊은 날 과오를 뉘우치며 겐지가 출가를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이 다뤄진다. 3부에서는 어두운 출생 비밀로 괴로워하는 가오루 그리고 인간의 이루지 못할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5-11-16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달리 쌍둥인감요^^

페일레스 2005-11-16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계 최초의 장편소설이라고 하는 유명한 작품!... 재미있어용 ^ㅡ^ '모노가타리物語'는 우리말로 흔히 '이야기'로 번역하는데, 일본 고전문학의 한 갈래입니다. 넓은 의미로는 지은이가 인물이나 사건에 대해 다른 이에게 말하는 형태로 기술한 산문을 얘기하고, 좁은 의미로는 일본 고전문학에서 [헤이케 모노가타리]나 [겐지 모노가타리]처럼 가마쿠라 시대의 의고체 소설을 칭합니다. 잇힝~*

물만두 2005-11-16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님 오... 그런 책이군요... 그런데 시간이 없어요 ㅠ.ㅠ;;;
 
죽음의 닥터 - 전2권 세트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퍼트리샤 콘웰 지음, 허형은 옮김 / 노블하우스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드디어 새로운 스카페타 시리즈를 읽게 되었다. 참 오래 기다렸다. 번역되어 출판되기를. 시리즈를 중도에 읽다 말아야 하는 독자의 심정을 출판사가 한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런 일은 좀 줄어들겠지만 경제 논리가 빠질 수 없으니 그저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작가는 케이 스카페타에게 모든 사건을 맡긴다. 법의학자로서 검시하고 결과만을 내놓는 것은 상상할 수 없게 만든다. 사실 법의학자나 검시관들이 시체를 통해 증거를 수집하고 과학적인 분석을 내놓기는 하겠지만 범인을 잡는 형사나 탐정의 역할까지 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런데 왜 스카페타만은 유독 범죄의 한 가운데서 혼자 범인과 사투를 벌여야 하는 걸까?

그것은 케이 스카페타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도 나오지만 간호사에 대한 비하가 아니라 여자 의사에 대한 사회적 편견 내지는 질투가 얼마나 심한지를 알려주고 있다. ‘너 때문에 내 아들이 의대에 떨어졌다.’고 화를 낸 어머니의 말을 들으면 여성이 여성에 대한 질투와 편견이 얼마나 심한지를 알 수가 있다. 그래서 케이 스카페타는 더욱 높은 곳에서 고독하지만 빛나는 인물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작가 자신의 모습을 새긴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케이 스카페타의 주변에 그를 도와주는 동료는 그의 조카 루시를 빼고 모두 남성이다. 벤턴 웨슬리, 피터 마리노, 부국장 필링에 자문을 해주는 많은 사람들까지. 왜 그의 주변에는 그를 돕는 여성이 없는 것일까. 그것은 그가 여성이며 외롭게 싸우는 투사라는 반증이다. 스카페타는 혼자 범인과 늘 맞서게 되어 있다. 그가 범인과 맞설 때 주변에 도와주는 사람은 없다. 혼자뿐이다.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스카페타가 영웅이길 바란다. 그러면서도 여성이며 고위 공직자로서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세세하게 나타내서 대비시킨다. 이 작품에서 스카페타가 벤턴의 프러포즈에 망설이는 것 또한 혼자서 쌓아올린 것에 대한 두려움에 기인한다고 본다. 여자이며 높은 지위에 있는 그를 남성이라는 이유 하나로 누군가 망칠 수 있다는 두려움... 이것은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일하는 여성, 더 높은 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길 바라는 여성의 고민이기도 할 것이다. 이 점이 매력 포인트가 아닌가 생각된다. 스카페타 시리즈가 롱런하는...

이제 작가는 한 단계 더 나아가려 한다. 스카페타의 조카 루시에게 한 가지 짊을 더 얹어준 것이다. 동성애라는... 앞으로 사회나 사회 구성원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뒤집어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아마 루시는 스카페타보다 더 잘 헤쳐 나갈 지도 모른다.

스카페타 시리즈의 작품은 마지막에서 약가 시시해지는 감이 있다. 앞부분에서 잔뜩 무언가를 심어 놓고 뒤에서 바람 빼듯이 그냥 그렇게 만들어 버린다. 범인이 그냥 순식간에 후다닥 잡힌다. 그것은 이 작품이 지향하는 점이 범인 검거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줄거리나 추리적 요소보다는 케이 스카페타 박사, 법의학자를 통해서, 그리고 그 주변 사람들의 변화를 통해서 독자에게 날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는 점에 있다. 대리만족인 셈이다. 이렇듯 캐릭터 하나만 잘 만들어도 시리즈는 잘 나아간다. 그 공들인 캐릭터 스카페타에게서 우린 오늘 어떤 점을 알게 되고 배우게 될지... 그건 읽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리라.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클 2005-11-15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도 멋있잖아요. ^^

물만두 2005-11-15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멋있다는 건 모르겠네요^^;;;

바람돌이 2005-11-15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는 꼭 순서대로 봐야 하나요?
2번째 나온 소설가의 죽음을 지금 빌려다 놨거든요. 1번째인 법의관은 우리 도서관에 없더라구요. ㅠ-ㅠ

물만두 2005-11-15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서대로 봐야 하는데요. 그래야 인간관계의 변화를 알 수가 있어요. 시리즈도 변하지 않는 시리즈가 있고 인물들이 시리즈 안에서 변하는 시리즈가 있는데 이 작품은 후자라서 반드시 첫권부터 봐야 합니다만 기억력이 좋으시다면 우선 2권부터 보세요^^;;

바람돌이 2005-11-15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절망적인 대답을.... 저 기억력 무지 나쁜데요. ㅠ-ㅠ

물만두 2005-11-15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보세요~ 법의관과 소설가의 죽음에 스카페타의 사생활이 얼마나 많이 들어있었나 생각하는 중인데 생각이 저도 안납니다 ㅠ.ㅠ

mong 2005-11-15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즐겁게 누리는 중이죠 ^^

물만두 2005-11-15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 그렇죠^^

메이즈리크 2005-11-15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요즘 몇년 동안 콘웰이 발표한 스카페타 시리즈는 평가가 정말 좋지 않네요. 아마존에서 별 3개를 넘는게 없습니다. 그래서 저도 트레이스 팔아 버렸습니다. - -;;

물만두 2005-11-15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서히 정체기가 나타나는 거 아닐까요? 그동안 좋았으니까요... 그래도 잘 팔린다고 하던데요...

물만두 2005-11-16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추리님 기다렸다 보면 더 좋죠^^

sayonara 2005-11-17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예전에 많이 나오던 '법의관'이나 '악의 경전'이 아닌 새로운 작품들이 나오는 것 같네요. 하지만 요즘은 왠지 CSI소설같은 '지나치게' 간결한 작품들이 더 끌려서... 귀차너... -,.-;;;

물만두 2005-11-17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떽~ 보셔야지요~ 그래야 새로운 책 또 보지요~ CSI는 안나오잖아요^^:;;

검둥개 2005-11-27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퍼센트 동의하는 리뷰에요. ^^ 만두님의 리뷰는 정말 너무 훌륭하세요. 방금 법의관 읽구 리뷰 썼는데 흑흑 넘 부끄러워요. ;)

물만두 2005-11-27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 제 리뷰가 훌륭하다심은 음... 부끄럽습니다 ㅠ.ㅠ;;; 감사합니다^^;;;
 
2005 올해의 추리소설 - 반가운 살인자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 산다슬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추리소설가 가운데 장편 작가로는 노원씨를 좋아하고 단편 작가로는 류성희씨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들어있다는 것만 봐도 좋다. 노원씨는 아무래도 이제 새로운 책을 내지는 않는 모양이다.

그의 작품의 어떤 점이 좋으냐고 물으면 간단하게 그냥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우선 작품의 기복이 덜하다는 면이 좋다. 그리고 잔잔하면서 여운 있다는 면, 늘 새롭다는 면을 들고 싶다. 여기 수록된 <벽장 속에서 나오기>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은 늘 미스테릭하다. 그런 면을 잘 파악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쉬운 점은 추리적 미스테릭이 약하다는 점이지만 그래도 좋았다.

가장 돋보였던 작품은 박무정의 <맨손의 라은보>였다. 라은보... <잔혹과 매혹>을 읽은 뒤에 보니 이 단어가 주는 연상 작용으로 람보가 생각난다. 람보... 라은보... 언어적으로 비슷하지 않나. 이런 걸 언어적 유희라고 해도 될려나. 아님 은유나... 아무튼 독특하고 색다른 작품이었다. 우연히 만난 북한군 병사, 자신은 아무 기억도 없는 데 북한군을 잡은 영웅이 되어 있고 그의 손에 닿는 사람은 이상하게 쓰러진다. 그는 그 원인을 모른다. 아... 이런 작품이 더 많이 나와 준다면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딱 50년대에 나왔다면 좋았을 작품들도 있고 수사반장 하던 시절에 쓰였으면 좋았을만한 작품도 있다. 그만큼 작품의 간격이 크다. 우리나라 작품끼리도 그렇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그렇다. 독자의 눈은 자꾸만 높아지는데 조금만 더 단편은 더 파격적이거나 압축적 재미를 선사하기를... 그래야 멀어지는 마음을 잡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도 그다지 이번 작품집에는 아주 나쁜 작품은 없었다. 그것만으로 위안을 삼으련다.

사실 진짜 좋았던 건 표지였다. 표지에 쓰인 사진 작품만큼 좋았다면, 어울렸다면 더 좋았을텐데...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이즈리크 2005-11-14 1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점수를 후하게 주셨네요. 내용도 좋아져야 할텐데....

물만두 2005-11-14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진님(이렇게 불러도 될까요? 영어로 부르는게 좀 그래서요^^;;;) 제가 별이 후합니다요^^

2005-11-14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5-11-15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무지 영광입니다. 속삭이신 님... 그런데 저는 문학적 완성도와 함께 추리 소설이 함께 나아갔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실정이 사실 좀 그렇잖아요... 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