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우리의 이웃나라이다. 하지만 한국전쟁에서 우리와 싸운 적국이었기 때문에 문화적인 단절이 오랫동안 계속되었고, 그래서 우리는 20세기 중국의 영화에 대해서 별로 잘 알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에 중국은, 공산주의 탄압과 문화적 혁명 속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영화예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 그리고 망명 정부였던 타이완까지도 영화를 당당하게 세계로 진출시켰다.
일본도 우리의 이웃나라이다. 하지만 식민지 통치에 대한 원한 때문에 일본 영화는 정부 차원에서 봉쇄되었고, 그래서 일반 관객이 모르는 사이에 일본 영화는 한국 영화인들을 위해 베껴먹기 창고 노릇을 했다. 그리고 일본 영화예술은 중국보다도 먼저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세 개의 중국"과 일본이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삼아 발전시킨 영화예술이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동안, 우리 영화는 무엇을 했을까?
이것이 중국과 일본과 한국의 영화에 관한 얘기, [영화 삼국지]의 내용이다. - 베로니카 레이크(1919∼1973)의 마지막 작품인 「사이공」에서 앨런 래드는 밀수업자로부터 50만 달러의 보수를 받았고, 그래서 「사이공」의 광고물에서는 베로니카... 「탈출(To Have and Have Not, 1945)」에서 베로니카 레이크의 "전설적인 금발"을 그대로

 얼마 전 황혼기의 섹스를 다룬 '죽어도 좋아' 라는 영화가 세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노인들의 섹스라니! 이 얼마나 도발적인 발사인가! 이 영화와 제대로 코드를 맞춘 사람이라면 극장 문을 나서며, '그래, 늙는 게 뭐 어때서? 두려울 거 하나 없어.' 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정년은 짧아지고, 수명은 길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제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명백해졌고, 누구나 황혼기를 맞이하게 된다. 해서, "50세를 지천명(知天命), 60세를 이순(耳順), 70세를 종심(從心)" 이라던 공자의 말씀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자신이 황혼기를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지, 그 비결을 한번쯤 생각해보기 마련이다.
이 책의 편저자인 윌러드 스콧은, 자신의 친구이자 미국 사회의 명사인 여러 사람들에게 멋진 황혼기를 영위하는 비결을 물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노벨상 수상자, 전직 대통령, 시인, 우주비행사, 성공적인 사업가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의 평범한 이들까지 포함되는 스콧의 친구들이 털어놓은 '행복한 황혼'을 맞이하는 소중한 비결이 담겨있다.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은 유쾌하고, 어쩌면 인생 최고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글들은 많은 이들이 인생의 후반기에 겪을 수 있는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그것을 어떻게 매혹적인 삶으로 바꿀 수 있는지도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더글라스 맥아더는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만들지만 열정을 포기하는 것은 영혼을 주름지게 만든다'고 말했으며, 비달사순은 '인생 후반의 열정이 신화를 현실로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멋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밖에도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과 명사들의, 나이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목표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도전하는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펼쳐져 있다. 인생의 일몰을 일출만큼이나 아름답게 보는 여유와 멋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사실 황혼기의 아름다움은 용모, 부, 명예에 기인하지 않는다. 흐트러짐 없는 생활 자세와 현실을 초월하는 데서 오는 여유, 그리고 당당함이 바로 그 비결일 것이다. 또한 이책의 필자들처럼 왕성한 호기심으로, 자신을 고립시키지 않으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열정, 그리고 삶을 마감한다기보다는 무엇인가를 향해 끊임없이 가는 과정으로 보는 진지한 태도가 아닐까. 그리고 그 비결은 어쩌면 황혼기를 위해서는 재테크나 장수 비결보다 선행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모든 것을 종합해 생각해보면 이런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이 책에는 황혼기를 맞이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새겨 들을만한 '아름답게 나이 드는 법'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
그들은 한때 잘나간 여배우들이다: 델마 토드, 진 할로우, 캐롤 롬바르드, 프랜시스 파머, 캐롤 랜디스, 베로니카 레이크, 마릴린 먼로, 베티 그레이블, 조이 랜싱, 클레오 무어, 제인 맨스필드, 바바라 루익, 레이 스노우돈, 바바라 니콜스

 이 책은 여성학과 대중문화를 전공한 저자가 오랜 기간동안 전지구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독보적인 스타인 마돈나의 대중 전략을 분석한 '마돈나 연구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의하면 마돈나는 매번 새롭게 등장할 때마다 기존의 스타들에 대한 단순히 모방과 재해석에 그치지 않을 뿐더러, 자신에 대한 대중의 찬반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고도의 전략적 사고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극찬하는 팬에 대한 서비스는 물론, 극단적으로 혐오감을 표시하는 반대자들을 향해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다. 자신의 상품으로써의 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그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적용하는 그녀의 마케팅 전략이 놀랍게 느껴진다.마돈나, 그녀의 이름을 듣는 순간 우리는 현란한 조명 아래, 몸에 꽉 조이는 뷔스티에(어깨끈 없이 허리까지 이어진 브래지어) 차림에 온몸을 뒤틀 듯이 춤추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검은 가죽 재킷에 역시 허벅지가 다 드러날 정도의 짧은 가죽 바지, 그리고 손가락 부분을 자른 검은 가죽 장갑, 머리엔 원색의 스카프를 두르고 허리엔 조그마한 원반이 주렁주렁 매달린 금속성의 띠를 차고 종횡무진 무대를 누비는 모습 역시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것 같다. 돌이켜보건대, 그녀의 이미지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언제나 파격적인 모습으로, 아니 파격이되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나타나기 때문에 마돈나는 고정된 이미지가 없다는 것이 어쩌면 맞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1980년대 초반, 혜성처럼 나타나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마릴린 먼로 이후로 미국의 섹스 심벌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여성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다만 금발에 터질 듯한 하얀 몸매, 얼굴에 애교점이 있다는 외모상의 분위기로만 비교될 뿐, 미국 대중문화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마릴린 먼로는 지난 세기의 흘러간 인물이지만 마돈나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그녀의 노래, 뮤직비디오, 영화, 책, 인터뷰, TV 출연, 옷차림, 머리 모양, 화장 스타일 등이 모두 미국 대중문화의 텍스트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수많은 대학의 학자들이 그녀에게 관심을 갖고 있으며, 어떤 대학은 마돈나를 주제로 한 강의계획을 세우기까지 했다. 마돈나에 대한 강의를 가장 먼저 개설한 대학으로는 프린스턴, 하버드, UCLA, 콜로라도, 러트거스 등이 있다. 1997년 4월에는 심지어 암스테르담 대학도 음악학과 내에 ‘마돈나:그녀의 음악과 현상Madonna: The Music and the Phenomenon’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선택과목으로 개설했다.
이 정도면 마돈나가 지금 전 세계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또한 그녀에 관한 책들도 만만치 않지만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된 책은 그리 많지 않다. 마돈나의 삶을 다룬 『마돈나 Sexual Life :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와 푸코의 이론으로 보는 여성성에 대한 이론서 『마돈나의 이중적 의미』 등이 있을 뿐이다.
앞의 책은 마돈나의 사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사진이 40컷 들어 있으며, 뒤의 책은 여성학 강의의 일부분으로서 여성과 세계와의 관계를 사회의 지배 메카니즘과의 관계를 통해 풀어가는 책이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되는 이 책 『포스트모던 신화 마돈나Madonna ac Postmodern Myth』는 앞의 두 책과 확실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마돈나에 대해 단순한 대중문화의 우상이 아닌, 더 큰 문화적 중요성을 지닌 포스트모더니즘의 신화로 가정하고 접근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바로 그런 가정하에 저자는 이 책에서 마돈나가 어떻게 스스로를 창조하고 만들어갔는지(종종 자신의 과거를 각색하기도 한다), 야망과 그 야망을 이루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또한 어떻게 그녀가 예술적 성과물들을 창작해냈는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숭배자들과 다른 부류의 청중들을 사로잡았는지를 그녀의 노래와 뮤직비디오, 출연 영화, 각종 인터뷰를 통해 샅샅이 밝힌다.
다시 말해,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대중예술가로서 마돈나가 매번 어떤 전략을 내세워 대중들을 공략해갔는지, 그리고 사회 문화적으로 그녀가 미국 사회, 아니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그녀의 모든 활동에 대해 심도있게 접근한다. 저자는 마돈나에 대한 대중문화적 시각을 시종일관 지켜내면서 끝내 마돈나에 대해 긍정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마돈나는 과연 순결한 처녀인가, 요부인가? 아니면 성녀인가, 매춘부인가? 오늘날의 사회와 마돈나 보여주는 그 모순들 그리고 섹슈얼리티와 종교를 향한 현대인들의 태도를 능숙하게 활용하고 있는 마돈나에 대한 흥미롭고도 수준높은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제목에 ‘포스트모던’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고 너무 딱딱한 이론서가 아닐까, 하는 섣부른 오해는 금물이다. 여기서의 ‘포스트모던’이란 우리가 흔히 문학·미술 등 순수예술에 붙이는 그 복잡한 사조(思潮)의 한 갈래가 아닌 마돈나와 마돈나를 둘러싼 현상에 대한 수식어일 뿐이다. 마돈나라는 대상 자체에 심각한 학술적 수식어를 붙일 이유가 전혀 없으며, 저자 또한 그 부분에 강하게 고개를 내젓고 있다.
마돈나가 우리 앞에 등장한 지도 어언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리나라에도 그보다 더 오랜 세월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연예인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과 마돈나의 차이를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의 연예인들은 (특히 가수에 국한한다면) 이미지 변신에 상당히 보수적이다. 반면, 마돈나는 새로운 음반을 낼 때마다 그 분위기에 맞는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그 변신이 극단적인 찬반으로 엇갈린다 해도 마돈나는 자신의 영역에 대해 강한 자부심과 대중을 이끄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
또 일부 뮤직비디오에서는 베로니카 레이크Veronica Lake(「보그」) 등 다른 스타들을 되살려냈다.

 이 책은 흔히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한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사실 돈이나 권력을 가진 이들(역사적으로 주로 남자들)이 더 많은 섹스 파트너를 가진다는 심증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과 섹스의 복잡다단하고도 역동적인 관계가 역사적으로 규명된 적은 거의 없다는 점에 착안해 저자들은 이 책을 쓰고 있다. 역사적으로 권력자들의 섹스 스캔들이란 ‘섹스’보다는 ‘권력과 정치’를 말하고 있기 마련인 것이다.
과연 부와 권력을 거머쥔 이들은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일반인과 달리 성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일까? 저자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진부한 가부(可否)의 대답보다는 ‘권력-섹스 관계’ 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당 현종, 루이 15세, 토머스 제퍼슨, 존 F. 케네디, 예카테리나 여제 등은 권력을 이용해 섹스를 취해왔던 이들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권력에 다가가려고 섹스를 이용한 이들로는 양귀비, 에바 페론,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퐁파두르 부인 등이 있다. 한편 사랑이나 결혼을 통해 몰락했던 이들도 있었다. 이를테면, 사랑을 얻고 정치적 생명을 잃은 안토니우스와 아일랜드 정치인 찰스 스튜어트 파넬이 그들이다. 성적 취향 때문에 스캔들에 휘말렸고 억측과 소문에 시달렸던 이들로는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과 빌헬름 2세 시대 독일의 정치인 오일렌부르크를 거론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자신이 ‘처녀여왕’임을 내세워 대영제국의 기틀을 닦은 엘리자베스 1세가 결혼을 두고 벌이는 정치적 전략과, 캐롤라인 공주를 비롯한 애정 없는 정략결혼의 수많은 희생자들의 경우 등, 이 책은 섹스와 권력, 정치의 관계를 만화경처럼 펼쳐놓고 있다.
또한 이 책은 흥미로운 각각의 이야기들 막간에 시대에 따라 변화했던 성을 둘러싼 규범들과 사회상을 그리고 있다. 이를 테면 우리는 정략결혼 이후 새롭게 싹튼 ‘사랑으로 맺어지는 커플’의 개념이 출현한 것과 국가적 추문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와 역할을 조지 4세와 캐롤라인 공주의 스캔들(6장)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오셰이 부부의 이혼소송 이야기(9장)를 보면서 19세기의 가장 대표적인 사회혁명이었던 이혼소송법이 가졌던 한계와 당대의 이혼 법정의 모습을 보다 사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유명한 성심리 전문가인 웨스트하이머 박사는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에 대한 논평을 부탁받은 것을 계기로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 책에서 지금 벌어지는 스캔들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다양한 문화권과 역사를 되짚어보는 폭넓은 시각으로 이 문제를 조망하고자 했다. 과거 혹은 다른 문화권에 살았던 경제적·정치적 권력자들의 섹스 스캔들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되었는가? 그리고 일반인들은 이런 권력자들에게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가? 그들이 그러한 기대를 저버렸을 때 일반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동성애자들의 결혼과 군대 내 동성애 문제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이 책은 이런 문제들을 다루면서 비단 섹스 스캔들의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스캔들과 언론, 나아가 사법 제도와의 관계까지 규명하고 있다. -
한번은 자기가 원하면 언제든지 미인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술에 취한 베로니카 레이크를 자신의 또 다른 여자 친구의 침대에 재우기도 했다.

 악마와의 계약, 늑대인간, 흡혈기, 저주받은 마을 등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널리 알려진 소재들을 총동원해 한 마을에서 일어났던 공포의 향연을 보여주는 소설. 스티븐 킹과 함께 미국 호러 소설계를 이끄는 피터 스트라우브의 대표작이다.
밀번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기괴한 살인사건과 가축 도살 사건이 연이어 벌어진다. 마을 원로들인 '차우더 클럽'의 네 노인들은 과거, 젊은 시절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상기하며 마을에 저주가 엄습했다고 믿는다. -
노마 쉬러, 존 포드, 유진 팔레트, 해리 캐리, 「주니어 스테이지코치」, 「신 맨」, 베로니카 레이크와 알란 래드, 존 길버트와 렉스 벨, 진 할로, 찰리 파렐, 재닛 가너, 「노스페라투」와 매 웨스트 등 리키의 젊은 시절

 할리우드는 이제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 일부를 차지하는 지리적 공간이 아니다. 할리우드는 미국이란 거대 국가의 영화 산업이라기보다는 수많은 나라의 영화에, 심지어 우리의 무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는 존재이다. 미국 밖의 나라들은 할리우드 영화와 유사한 영화 제작에 승부를 걸며, 자존심 강한 프랑스 영화나 한국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가 한국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이나 인생을 살아가는 기준에도 여지껏 보아왔던 할리우드 영화의 잔영이 드리워진다. 세계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와 비할리우드 영화로 나눌 수 있다는 극단적인 말이 나올 정도로 할리우드의 실체와 상징성은 막강하다.
바로 그런 이유로 할리우드를 이해하고 해석해내는 일이 할리우드 외부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바로 그런 작업의 성과물인 이 책은 할리우드의 명작, 작가, 감독 퍼레이드로 진행되는 영화사나, 유명 학자의 이론에 기대어 현학적 해석으로 버무려나간 영화학 서적들보다 할리우드의 실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해석해낸다.
할리우드는 멕시코의 촌구석에 몰려든 유대계의 동유럽 이민자, 몽상가, 기업가, 투기꾼들의 작은 게토에서 시작되었다. 그런 할리우드가 여러 차례의 위기와 구조조정을 통해 오늘날 인류에게 꿈과 미래, 모험과 로맨스, 사회적 성찰까지도 제공하는 거대한 영상 커뮤니케이션 콘텐츠의 제국으로 발전해서 전세계 영화 문화와 영화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런 할리우드의 블랙홀 같은 탐식성은 저자에 의해 한 꺼풀씩 벗겨진다. 할리우드를 정치·사회·문화·산업·기술·이데올로기적인 층위에서 하나씩 벗겨나가는 저자의 전략은 할리우드의 지리적 설정부터 영화인 조합의 성격, 선정적인 표현을 놓고 벌이는 시민단체와 영화인 사이의 힘겨루기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걸러낸다.
반독점 소송과 검열문제, 매카시즘과 노조 활동, 새로운 기술가 새로운 매체의 발달로 경제적·기술적·이데올로기적인 위기를 겪어온 할리우드. 일시적으로 패자이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자기 혁신과 발빠른 대응으로 적을 친구로 만들며 자기 확장을 끊임없이 해온 할리우드의 한 세기 역사가 이 책을 통해 낱낱이 밝혀진다. 그 과정에서 매우 흥미로은 사실들이 발견된다. 이를테면 레이건 전 대통령이 과거 정치 수업을 쌓았던 배우 노조 활동에서 벌인 행적을 알고 나면 레이건 시대의 미국을 읽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1970년대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경기침체로 와해되어가던 할리우드가 『플레이보이』잡지를 거느린 복합기업가 휴 해프너의 투자로 살아난 것은 「부기 나이트」에서 보듯이 할리우드가 포르노 산업에 왜 우호적인지를 설명해준다. 또한 케네디가와 할리우드의 연관성은 할리우드와 백악관 혹은 할리우드와 민주당과의 오랜 우호적 관계를 설명해주며, 지금도 선거 때면 보수주의자들이 민주당 후보를 할리우드와 연결해서 비판하는 것과 클린턴의 부적절한 관계를 할리우드가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태도 사이의 함수 관계를 가늠해보는 재미도 제공한다.
미국과 세계의 비판과 사랑을 동시에 받아온 할리우드는 배타적인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을 향유하면서도, 그것이 돈이 되거나 세계 대중에게 흥미를 준다면 어떤 것이든 받아들이는 놀라운 수용성을 가진 두 개의 얼굴이 이 책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할리우드가 100년에 달하는 역사 동안 수많은 야합과 도전정신을 변주하면서 자신의 체질을 강하게 만들어왔음을 보여준다. 올리버 스톤이 말했듯이 백악관보다는 할리우드가 더 개방적이며 미국 언론보다 할리우드가 더 용감하다는 말도 그런 맥락에서 설득력이 있다. -
그리고 베로니카 레이크, 바바라 스탠윅, 메리 아스터 등이 주로 맡은 세련된 요부 등이 필름 누아르에 단골로 등장하는 요소들이다.

 하늘을 지배한 한 인간의 위대한 역사!
하워드 휴즈는 부자였다. 하워드의 아버지 하워드 로버트 휴즈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변호사였지만, 유전 붐이 일자 텍사스로 이주하여 유정을 뚫는 데 쓰이는 원추형 드릴을 개발하였다. 석유 붐을 타고 휴즈공구회사는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하워드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 애린 휴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열여덟 살 되던 해에 아버지마저 유명을 달리했다. 열여덟 살에 휴즈공구회사의 상속자가 된 그는 평생 돈방석 위에서 살았다. 하지만 공구에는 관심이 없었다. 휴즈공구회사 회의에는 전혀 참석하지 않았으며, 공장을 방문한 것도 30년 동안 딱 한 번이었다고 한다. 그는 가끔 “회사는 요즘 어때? 얼마나 벌어?” 같은 질문만 할 뿐이었다. 할리우드에서 멀지 않은 오하이오에서 학교를 다닌 하워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삼촌 루퍼트 휴즈가 시나리오 작가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공구로 돈을 벌어 영화에 쏟아 부었다. 몇 편의 영화를 실패한 후, 하워드는 <지옥의 천사들>이라는 초대작을 만들었다. 제 1차 세계 대전에서 활약한 두 명의 비행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공중전을 제대로 찍겠다는 욕심으로 스턴트맨 대신 직접 비행기를 타고 촬영한 이 영화는 제작 기간 3년, 제작비 380만 달러가 들었다. 당시로선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하워드는 하늘을 누비는 비행기의 모습을 멋지게 촬영하겠다고 마음에 드는 구름이 나타날 때까지 6개월을 기다리기도 했다. 긴 촬영 기간 동안 유성영화가 발명되자 “사운드를 넣어야겠어. 다시 한번 찍는 거야”라며 필름을 왕창 버렸다. 이후에, 그는 RKO를 인수해 50년대 후반까지 영화 제작자로 이름을 날렸다.
하워드 휴즈는 비행사였다. 어려서부터 비행기를 조종하고 싶어 했던 하워드는 각종 세계 기록을 갱신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남자’라는 칭호를 얻는다. 두 번의 큰 비행 사고를 당해 천국과 지옥을 오가면서도 하늘을 나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낭만적인 사람이었다. 세계 제일의 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하워드는 오늘날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로 기록되는 전설적인 비행기 ‘헤라클래스’를 직접 설계하고 완성하기에 이른다. 이 비행기는 날개 길이만 거의 100미터나 이르렀으며, 8개의 엔진이 장착되었다. 제작비로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4천만 달러가 들었다. 91시간 동안 비행을 하는 세계일주 기록을 세웠으며, 70년대까지 팬암과 함께 미국-유럽 직항 독점권이 있었던 항공사 TWA를 인수해 하늘을 재패했다. 제 2차 세계 대전에서 군수사업으로 부를 늘이고, 한때 NASA의 우주 개발사업까지 손을 댄 그는 60년대 말엔 라스베이거스에 일곱 개의 카지노를 굴리며 호텔 왕으로도 군림했다.
할리우드의 로맨티스트
하워드 휴즈는 미남이었다. 193센티미터의 훤칠한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이지적인 마스크를 가졌던 그는 매력적인 남자였다. 그래서 하워드 주위에는 할리우드 톱스타에서 무명 여배우까지 여자가 끊이질 않았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여자만도 진 할로우, 캐서린 헵번, 에바 가드너, 제인 러셀, 올리비아 하빌랜드, 수전 헤이워드, 진저 로저스, 베티 데이비스, 지나 롤로브리지다, 라나 터너 등 ‘할리우드의 여신들’이라는 인명사전을 펼치는 게 나을 정도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대부호 하워드를 마다하지 않았다. 하워드의 오른팔로 30여 년간 충성을 바친 노아 디트리히는 “나는 도저히 하워드의 로맨스를 일일이 기억할 수 없다. 그 자신도 다 기억하지 못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하워드가 여배우를 발굴하기 위해 쓴 돈만 해도 몇 백만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했다. 하워드는 흙 속의 진주를 발굴해 여신으로 키우는 데 관심이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의 글래머 스타 제인 러셀이다. 그녀는 하워드가 다니던 치과의 접수원이었다.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하는 하워드는 단번에 그녀를 발탁했다. 제인이 하워드의 영화사 RKO가 제작한 <마카오>에 출연했을 때, 그는 스튜디오에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요컨대, 러셀 양 가슴의 자연스러운 윤곽이 나타나도록 극히 얇은 천의 브래지어가 필요하며 그것도 가능하면 가슴 아래쪽만을 떠받치는 절반의 것이 좋아.” 공과대학을 다니지 않고도 세계 유수의 비행기 전문가들이 그에게 비행기 구조에 대해 자문을 들어야 했던 하워드. 그는 50년대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하프컵 브래지어’의 설계자이기도 했다.
하워드 휴즈는 술과 담배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사교계의 황태자이면서도 마약은 물론 술과 담배도 즐기지 않았다. 그는 영화를 사랑했고, 골프를 좋아했으며, 종종 침대에 홀로 앉아 색소폰을 불었다. 하지만 하워드는 성격이 특이했다. 조금 특이한 게 아니라 많이 특이했다. 세균 감염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에게 서류를 전하는 직원들은 흰색 무명장갑을 껴야 했으며, 성병이 전염됐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면 의심 가는 옷과 침구를 모조리 불태웠다. 그의 집을 방문한 사람은 분필로 그려진 18센티미터 정사각형 안에서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말년엔 대저택에 진공 유리방을 지어 놓고 칩거했다. 머리를 허리까지 기르고 손톱이 10센티미터가 넘도록 자르지 않고, 크리넥스 박스를 신발로 신고 다닌 기행은 현재까지도 유명하다. 하워드 휴즈는 멕시코 아카풀코에서 휴스턴으로 돌아오던 도중에 멕시코 만 위에서 죽었다. 비행속도 세계 신기록, 2회의 대륙횡단 비행기록, 세계일주 비행기록, 이 모든 비행기록을 혼자서 이룬 위대한 테스트 조종사에게 어울리는 죽음이었다. -
그중에는 할리우드 유명인사들이 다수 있었다. 린다 다넬, 폴레트 고다드, 케리 그랜트, 베로니카 레이크, 미르나 로이, 프랭크 모건, 월터 피전, 윌리엄 파월, 티론 파워, 에드워드 로빈슨, 랜돌프 스콧, 데이비드 셀즈닉, 진 티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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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서에 바치는 장미
로저 젤라즈니 지음, 김상훈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단편집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젤라즈니표 SF작품의 성찬’이다. 젤라즈니의 작품은 다른 작가의 작품과 어떻게 다를까? 그것은 이 작가가 모든 신화를 SF 작품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장편 <신들의 도시>에서도 알 수 있었지만 모든 종교의 성서, 신화, 신들을 작품속에 녹여내고 있다. 물론 그래서 약간 거부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런 개인적인 감정을 배제한다면 이 작가의 이런 능력은 정말 탁월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이 단편집에서는 많은 다른 작가들이 그렸던 것처럼 가장 기본적인 화두,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표현하고 있다. 아마 SF 작가들이 이 인간에 대해 서로 그려내는 것들만 따로 모아 단편집을 만들어도 재미있고 우수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집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만큼 이들처럼 인간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실제적으로 간단하고 접하기 쉽게 보여주는 이들도 없을 것이다. 이 단편집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눈다면 신화를 차용한 단편과 인간에 대한 고찰을 한 작품으로 나눌 수가 있다.


신화를 다룬 단편을 살펴보자.


<12월의 열쇠>는 가장 기본적인 신이 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떻게 신은 만들어지는가, 신은 어떤 존재여야 하는 가 에 대한 원론적인 문제를 미래 변형된 종족의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우리도 가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우주의 진화된 어떤 종족에게서 뿌려진 씨앗들의 후손은 아닐까 하는 공상...

 

<전도서에 바치는 장미>는 ‘전도자가 가로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 이 말로 나타낼 수 있을 것 같다. 화성에 생명체가 산다. 그들에게도 문명과 문화가 있고 신전이 있다. 그런데 그들을 가르치려 들다니. 이것은 다른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 것과 남성적 중심의 사고가 만들어낼 수 있는 기막힌 아이러니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지금 이런 일들을 행하며 자신만의 옳음에 도취되어 사명감에 불타는 이들에게 헛된 일이라 말하고 싶다.

 

<사랑은 허수>는 한마디로 인간이기보다는 신이 되기를 원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인간에게는 사랑이 실수이지만 신에게 사랑은 허수다. 어렵다. 여기에서까지 실수와 허수에 대해 알아야 하다니. 하지만 허수가 어렵듯, 인간에게 사랑은 그보다 더 어렵고 사랑보다 더 어려운 것이 신에 대한 믿음과 신이 되려는 자의 몸부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실 뭔 말인지 나도 모르겠다.

 

<캐멀롯의 마지막 수호자>를 보면서 아더왕의 전설과 성배라는 소재가 끝없이 등장함에 감탄하는 한편 언제 이들이 이런 꿈에서 헤어날지가 궁금해졌다. 정복과 증거에 집착하는 이들에게 믿음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인지... 신화가 그렇다지만 요즘의 팩션과 맞물려 이미 나온 작품이지만 이 작품처럼 ‘이제 그만’을 외치고 싶다. 하지만 반면 이렇게 다양하게 하나의 소재를 가지고 여러 작품을 만들어내어 사라지지 않게 하는 그들의 힘과 창조정신은 배우고 싶다.

 

인간을 다룬 단편을 살펴보자.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는 인간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의 무모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이다. 더 큰 것, 더 대단한 것, 더 위대한 것, 더, 더, 더, 외치고 있는 지금 우리의 미래는 정말 아무 생각 없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뇌의 크기가 진짜 그리 중요한 것도, 고등생물이라는 것의 증명이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라는 거 이미 우린 알아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런 면에서 이 단편집에서 단연 으뜸인 작품으로 꼽고 싶다.

 

<악마차>는 인간에게 반기를 들고 스스로 진화하는 차들의 이야기다. 인간과 지능을 가진 차의 싸움이라고나 할까. 왜 기계가 인간에게 복종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인간 이외는 모든 것에도 해당되며 또한 인간들 사이에도 해당된다고 본다. 짧은 단편이지만 메시지는 강한 작품이다. 권력을 쥔 자가 모든 것을 가지고 복종을 강요하는 건 기계든 아니든 언젠가 이런 반란에 직면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 죽음의 산에서>는 젤라즈니의 또 다른 한 가지 문제인 남성지향적인 문제점을 잘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산이 있어 오른다. 산을 타는 사람들은 누구나 말한다. 그것은 다시 말하면 정복욕이고 그것은 남성의 상징이다. 그리고 그 끝에 등장하는 여인은 아직도 남성들이 버리지 못하고 있는 기사도 정신을 느끼게 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 산은 그렇게 어렵게 목숨 걸고 오를 필요가 없는 산이라는 점이다. 아직까지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남성들은 그 부분에서 웃지 못했을까? 나는 그 부분에서 너무 웃었다. 이제 제발 그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갑옷을 좀 벗어버리기를 남성 여러분께 호소하는 호소문같이 느껴졌다. 뭐, 작가의 의도가 어떠했든지 간에...

 

<수집열>은 짧지만 아주 재미있는 이 단편집에서 수작으로 꼽고 싶은 작품이다. 기가 막힌 반전이 숨어 있는 이 작품은 과연 수집의 주체가 누구인가를 통해 인간의 무지함을 꼬집고 있다.

 

<완만한 대왕들>은 정말 재미있는 작품으로 이 단편집에서 최고의 유머를 뽐내는 작품이다. 우와! 젤라즈니가 이런 작품을?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작품이다. 대왕들, 너무 웃겼다. 뭐, 웃을 상황은 아니지만 인간이란 어차피 웃기는 존재 아니던가 싶다.

 

<폭풍의 이 순간>은 서글픈 작품이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인간이 왜 우주로 나아가야 하는가. 인간이 오래 살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유한한 것들과 무한한 것들을 통해 미래 인간이 지향하는 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우주전쟁>에서의 시간 점프라던가, 다른 작품에서 등장하는 냉동 수면 같은 것으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잃게 되는 것은 무엇인지. 불멸, 불사가 진짜 우리가 원하는 삶을 주는 지는 미지수이지만 인간이 그것을 지향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니 이런 작품을 통해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인간에 대해 정의한 것이 참 마음에 들었다.

 

<화이올리를 사랑한 남자>는 죽음과 불사에 대한 이야기다. 이 작품은 신화적이기도 하고 인간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게는 인간적 몸부림이 더 크게 느껴졌다. <이 죽음의 산에서>와 마지막이 비슷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프로스트와 베타>는 기계가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인간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서 인간이 되기로 한 기계 프로스트의 마지막은 감동적이기까지 하지만 인간이 이런 대접을 받을 만한 존재인지는 의문이고 거부감이 든다. 작가가 무엇이든 인간의 신격화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이 아니었다. 단편이라지만 작품들마다 분량도 서로 다르고 각기 다른 모습에 적응하기도 벅찼다. 이렇게 다양하면서도 일관되게 글을 쓰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가 SF 작가들 중 한 획을 긋는 작가가 된 것도, 젤라즈니표라는 작품의 특징을 각인시킨 것도 그의 대단한 역량의 이루어낸 성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장르 소설이라는 분류 없이 그냥 문학 작품, 소설로 읽어도 이보다 좋은 작품을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나를 혹사시킨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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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6-05-14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요...^^~~ 올해에 젤라즈니 걸작선이 나온다고 하던데.. 그것도 너무 기대 되요...ㅎㅎ

물만두 2006-05-14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렇습니까? 전 신화적이면만 좀 줄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가넷 2006-05-1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행복한 책읽기에서 작가선집으로 나온다고 하네요~~ 여름방학쯤에 나온다고 하는 것 같던데... 잘 모르겠지만 빨랑 나왔으면 좋겠어용.~~ 젤라즈니 너무 좋아요~~>_<;;;

물만두 2006-05-14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겹치는 작품없이 나왔음 좋겠네요. 그 전에 다아시경부터 출판해줬음 좋겠어요.
 

改心した悪党・八神は、骨髄ドナーとなって他人の命を救おうとしていた。だが移植を目前にして連続猟奇殺人事件が発生、巻き込まれた八神は白血病患者を救うべく、命がけの逃走を開始した。首都全域で繰り広げられる決死の追跡劇。謎の殺戮者、墓掘人の正体は?圧倒的なスピードで展開する傑作スリラー巨編。

13계단의 작가의 작품으로 밀클에서 연말쯤 선보인다고 한다.

음... 반응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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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6-05-13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고 왜 무덤을 판대요 ㅠ_ㅠ ㅠ_ㅠ
근데 이것도 추리소설인가요?

물만두 2006-05-13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한솔로 2006-05-13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계단>을 능가하는 압도적 박력!
공전의 질주감으로 전개되는 논스톱 '서스펜스' 대작

이라고 씌어 있군요. 왠지 너무 요란스럽지만 기대는 됩니다ㅎ
 

 그리스도교 관련 책자에 악마의 하수인 내지 사교의 교주 정도로 간략히 소개되었으며 오지 오스본의 명곡 '미스터 크롤리'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알레이스터 크롤리의 평전이다. 히피즘, 록음악 등의 정신적 지주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는 크롤리의 삶과 철학을 정식으로 소개하는 최초의 시도로, 저자에 따르면 '평생을 바쳐 마법을 연구했고 마법의 힘으로 세상을 바꿔 놓았던' 대마법사 크롤리의 파란만장한 삶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크롤리는 1875년 잉글랜드에서 태어났다. 극단적인 기독교 신자였던 어머니에 대한 반감, 사랑하던 아버지의 병사로 크롤리는 그리스도교의 절대성에 일찌감치 회의를 느꼈다. 20세에는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했지만 평범한 사람보다는 정신이상자나 비정상적인 사람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일반적이지 않은 현상에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믿었다. 책은 크롤리가 자신을 흑마법사로 표현한 미술가 니나 햄닛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해 열린 재판에서부터 시작된다. 영국 전체를 들썩이게한 이 재판에서 패소하고 전 재산을 날린 크롤리는 연금만으로 생활하다가 1947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저자는 크롤리의 흥미로운 삶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여 영혼의 참된 뜻을 발견한 뒤 모든 장애물을 무너뜨리고 그 뜻을 실현하라는 '그대 뜻하는 바를 행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출범할 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부시 행정부에 대한 미국인의 선택 여부도 관심 사항이지만, 전 세계인에게 몹시 심한 스트레스를 주었던 부시 일파가 재집권에 성공하여 온 세상 사람들을 전쟁의 위협과 테러의 공포로 다시 벌벌 떨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도 두려운 마음으로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다.
부시의 배후에는 네오콘이 있다.
이 책을 쓴 지은이의 말마따나 어느 날 우리 앞에 갑자기 성큼 다가온 네오콘에 대해 우리는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 간단하게는 미국 내 신보수주의 그룹 정도로, 다소 안다고 하는 사람들도 미국 내 유대인들이 보수적인 공화당을 개조시키기 위해 침투한 단체에서 비롯됐다는 정도일 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네오콘은 뿌리가 매우 깊고 방대하다. 그들의 주장은 다음의 한 마디로 요약된다. NWO(New World Order), 즉 ‘새로운 세계 질서’가 그것이다. 새로운 세계 질서…….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네오콘은 간단해 보이지만 그 내면은 복잡하다. 처음부터 단일 노선에 의해 형성되었다기보다는 시대에 따라 여러 그룹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거대한 실체가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관통하는 가공할 원리가 존재한다.
네오콘의 이념적 바탕에는 선과 악이라는 이원론이 있다. 또한 유대인의 선민사상을 채용하고 그것을 가공? 변형하여 애초부터 인류는 올리가키(Oligarchy, 과두 지배계급이라는 뜻이나. 신의 섭리에 의하여 선택된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보다 현실적이다)와 그들의 지배를 받는 휴먼캐틀(가축인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미국 내 보수적인 기독교 원리주의자들에 의해 성전도 마다 않는 전투적 종교관도 네오콘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크게 한몫 하고 있다.
네오콘의 예상되는 행동들, 그리고 그에 대한 비판
네오콘 이론가인 마이클 레딘은 세계를 지배하고 관통하는 원리로 ‘유니버설 파시즘’을 내세운다. 즉 네오콘은 보편적인 파시즘을 시행해야 하며, 그것을 미국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미국 헌법을 대폭 수정하여 인민의 주권과 저항권을 강조한 ‘권리장전(Bills of Right)’의 폐기 또는 교체를 부르짖는다.
또 현 부시 행정부의 법무장관인 애시크로프트는 2003년 7월 《WAR》(White Aryanes Resistance)지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제2애국법이 미 법사위원회에서 통과된다면 “미국 내 비애국적 시민 텐스 오브 밀리언스를 격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어림잡아 2천만 명 이상을 격리시켜야 한다는 그들의 과감한 주장은 무엇에 기인하는 걸까?
이는 선과 악의 이원론에서 비롯된다.
그들은 선택받은 자들로서 인류를 지배해야 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먼저 미국의 국가권력을 그들의 요구에 맞게 개조하여 엄청난 자본력과 군사력으로 악마의 세력(?)을 일거에 초토화시켜 제거해나간다. 그 제거 대상에 이슬람 세력이 놓여 있고, 먼저 아프가니스탄에서 시작하여 이라크, 이란, 북한, 팔레스타인 등의 순으로 행동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그리하여 전 세계에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고 거대 자본의 논리가 막힘없이 관철되는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만들어, 전 인류에 대해 지배계급으로서의 위상을 확실히 하는 것, 이것이 그들의 목표이며 이는 곧 하느님의 뜻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이런 논리를 반박하기 위해 지은이는 서구의 학자 및 이론가들 외에, 일본에서 활동한 중국의 사상가 호란성(胡蘭成)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사람은 서양의 문명은 文明이 아니라 無明이라면서, 그것을 ‘악마주의’라고 단정한다. 악마주의란 약육강식주의를 주된 내용으로 하고, 힘이 곧 정의로 치환되는 이데올로기다. 이 논리의 최초 표현형태가 야생동물의 가축화(家畜制度)로, 이것이 점점 발전하면서 자연을 인간과 합일하는 대상이 아니라 정복대상으로 본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가축제도가 인간사회에 받아들여지면 승자는 주인, 패자는 노예가 되고 만다.
넓은 의미에서 서양의 역사는 노예가 더 비인간화하여 가축인간이 되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 서양의 역사는 인류가 초인과 가축인간으로 분열해가는 과정이며, 따라서 서양의 악마주의는 근본적으로 이런 역사과정을 관철해나가는 이데올로기라고 주장한다.
네오콘의 세계 지배전략
그러면 네오콘은 어떤 방식으로 자기의 철학을 구현하는가?
그 방식은 전쟁이다. 그들은 1,000년 전에 유럽세계가 시도했던 십자군전쟁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그래서 기독교적 원리를 주장하면서도 교의와 세계관이 다른 유대교와 뿌리가 같다는 이유로 손잡고 있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종교적 차이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이스라엘은 그들의 파라다이스가 된다.
전쟁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전쟁을 개시하기에 앞서 그들은 미국군대의 근본적인 변혁과 본질적인 변형을 추구한다. 그것이 RMA(Revolution in Military Affairs)로 체니와 럼스펠드가 주도하는 군대변혁 프로그램이다. 이 RMA의 본질은 단적으로 “적을 죽이는 기술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p. 86). 다시 말해 ‘고도로 효율적인 살상능력’을 말한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오늘날 미국병사는 더 이상 병사가 아니다. 전장의 비디오게임 플레이어일 뿐이다. 이 공상적인 군사시스템은 과연 누가 고안해낸 것일까?
우리에게 《투명인간》의 저자로 잘 알려진 H. G. 웰스라는 사람이 있다. 지은이는 이 사람과 함께 버트런드 러셀을 지목한다. 러셀은 ‘선제 핵공격 이론’을 고안해낸 인물이고, 웰스는 핵무기의 공포심으로 각 민족국가가 국가주권을 버리게 하여 세계정부의 일부로 만드는 과정을 문학작품으로 형상화한 사람이다.
지은이에 따르면, 웰스는 1928년에 출간된 《공개된 음모》(Open Conspiracy)에 이미 핵무기, 생물무기, 고엽제 등이 사용될 것을 예고했다고 한다. 이들은 세계정부의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예방적(선제공격적) 핵전쟁이라는 개념을 개발해냈다는 것이다. - 국내에 《미스터 크롤리》라는 책이 출간되었다.의 《법의 서》 및 거기에서 비롯된 크롤리의 마술학이다. 《의정서》에 관해서는 논의를 생략한다. 크롤리가 문제다. 그는 20세기 초에 '새로운 아이온'의 개막을...

 코에 사마귀가 나 있고 빗자루에 걸터앉아 심술 사납게 웃어대는 노파, 아마도 이것이 '마녀'라는 말에서 연상되는 이미지일 것이다. 사람들은 ‘오즈의 마법사’나 디즈니의 ‘백설공주’에 등장하는 이러한 마녀를 그저 이미지로 받아들일 뿐, 그 존재 자체를 믿는 이들은 별로 없다.
그러나 마녀가 넘쳐났던 중세 뿐 아니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현대에도 마녀에 대한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직도 마녀와 마술에 관한 관련 서적이 꾸준히 나오고 미국과 영국의 신문, 잡지에는 마술의 비법을 공개하고 유료로 마녀교육을 한다는 내용의 광고가 실리고 있다.
『마녀의 문화사』는 이처럼 인류 정신사의 그늘 속에서 오랜 생명력을 지속해 온 마녀들의 역사와 개념 변천을 종교사적, 문화사적 관점에서 조명한 책이다. 마녀란 허구적인 존재도, 중세의 산물도 아니라고 말하는 지은이는 마법과 마술, 종교재판, 마녀사냥, 그리고 현대의 마술에 이르기까지 마녀와 관련된 주제들을 10장에 걸쳐 구체적으로 설명해 나간다.
이 책에 따르면 마녀사의 출발은 종교사와 일치한다. 고대 다신교(多神敎) 신앙 속에서 마녀는 악, 악마 등과 더불어 나타났고, '마녀의 술법(術法)'이란 의미로 마법(魔法)과 구분되는 '마술(魔術)'의 개념도 성립했다. 중세에 이르러 마녀는 하나의 사회체계 속에서 논쟁과 규제의 대상으로 새롭게 등장하게 되는데, 이는 근대까지 이어진 '마녀사냥'의(이때 희생된 마녀들의 숫자가 10만이 넘는다고) 형태로 구체화된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 그동안 터부시 되었던 마녀의 존재는 오컬트(occult)붐과 고대여신숭배와 관련된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의 마녀들은 새로운 종교를 창조하고 있다"고 말하는 지은이는 우리가 마녀의 존재를 믿든 안 믿든 마녀를 종교적,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
알레이스터 크롤리의 자화상. 머리에 남근의 상징을 달고, 묵시록에서 따온 '적 그리스도 666'이라 새겨진 메달을 목에 건, 알레이스터 크롤리의 익살스런... 레일라 와델Leila Waddell. 알레이스터 크롤리의 여인 중 한 명. 1912년 경. 크롤리는

 사라진 고대문명에서 유명인의 의문사까지 베일에 싸인 세계사의 100가지 음모설을 다룬 책. 아직도 풀리지 않는 정치적·역사적 사건이나 비밀조직, 외계인의 존재, 첨단 기술 등을 조종하는 배후의 실체는 무엇이며 우리가 속아온 세계사의 공개되지 않은 진실은 무엇인지를 파헤친다. 화성의 생명체에 대해 나사가 숨기고 있는 비밀, 케네디 암살사건과 그 배후를 파헤치던 여기자의 죽음 사이의 상관관계, 나치가 밝히고자 한 남극의 비밀, 걸프전 때 미국이 후세인을 살려둔 이유, 바티칸의 부(富)에 숨은 비밀, 세계의 모든 컴퓨터 사용자를 감시하고 있다는 NSA 등 음모론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세계의 주요 음모 100여 가지를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어느 한 음모론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인 입장을 유지함으로써 음모론 찬성론자와 회의론자 모두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간다. - 알레이스터 크롤리:1947년에 죽은 마법사 알레이스터 크롤리(Aleister Crowley)는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오컬트주의자이고 자칭 '이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남자'이다

 2004년도에 가장 화제가 되었던 책이라면 단연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 빈치 코드》가 그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모은 가장 큰 원인으로 자주 거론되는 것은 이 책이 사실(fact)과 허구(fiction)를 교묘하게 결합시킨 ‘팩션(faction)’이라는 것이다.
살인, 추적, 암호, 비밀, 숨겨진 보물, 수수께끼의 조직, 거대한 음모 등은 흥미롭기는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현실감이 떨어질 수 있다. 한번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면, 이야기에 확실하게 몰입하기 어렵다. 그러나 《다 빈치 코드》는 예수, 막달라 마리아,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 리자 designtimesp=15654>, <최후의 만찬 designtimesp=15655> 등,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 친숙한 ‘사실’들을 이야기의 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기독교 신도가 아니라도, 미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 아니라도 적당히 알고 적당히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만한 소재들이다.
뿐만 아니라 팩션의 경우, 소설을 읽고 흥미를 느낀 독자들은 이야기에 등장하는 여러 실제 인물이나 실제 지명 같은 사실적 요소를 직접 접하거나 조사함으로써 이야기에 의해 유발된 호기심을 만족시킬 수 있다는 2차적인 매력도 있다. 소설을 읽고 루브르 박물관이나 로슬린 예배당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그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사람들의 그런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바로 《다 빈치 코드》의 관련 서적들이다. 《다 빈치 코드》에서 거론되는 여러 핵심적인 문제들은 사실 일단 파고들기 시작하면 복잡할 뿐 아니라, 논란의 여지도 많기 때문에, 더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문제들을 ‘명쾌히’ 해설하고 논증/반박하는 ‘제대로 된’ 책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책, 《다 빈치 코드의 비밀》의 출간은 의미있다. 유명 저널리스트,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이 책의 엮은이인 댄 버스틴 자신도 독자들과 같은 궁금증과 호기심에서 이 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 만큼 이 책은 예수의 결혼설, 막달라 마리아, 템플기사단 등의 굵직한 종교, 인문학적 핵심 문제들(BOOK 1)부터 랭던과 소피의 경로에 이르는 《다 빈치 코드》의 디테일한 여러 측면(BOOK 2)에 이르기는 방대한 주제를 심도있게 다룬다.
하버드대, 예일대, 프린스턴 대학의 현직 교수들을 비롯한 고고학자, 신학자, 미술사가, 철학자, 역사학자, 과학자, 의사 등 그 방면에 관한 세계 정상급 연구자들과 <타임 designtimesp=15707>지와 <뉴스위크 designtimesp=15708>지의 저널리스트들이 조사, 연구하고 취재해낸 사실과 해설, 논증, 반박이 이 책 한 권에 정리되어 있다.
특히 《성혈과 성배》, 《성전기사단의 폭로》, 《영지주의》, 《성배와 잃어버린 장미》 등, 댄 브라운이 소설의 ‘참고서적’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책들의 발췌문이 그 책들을 집필한 저자들의 특별 인터뷰와 곁들여 실려있어 책의 생동감을 더해준다. 그 중에는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책들이 많아 논쟁의 핵심에 있는 책들을 미리 읽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이야말로 《다 빈치 코드》로 인해 야기된 궁금증과 논의, 논쟁에 대해 그야말로 다각적인 시각을 제공하는 가장 권위있는 종합 안내서이다. 뿐만 아니라, 책의 다양하고 깊이 있는 내용에서, 단지 《다 빈치 코드》의 ‘안내서’에 그치지 않고, 또 한 권의 흥미로운 인문, 종교학 책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
알레이스터 크롤리, 시인이자, 마법사, 우상 파괴자, 약물 중독자, 영국의 재앙, 자기 자신을 '짐승 666'이라고 부른 비교(秘敎)의 마술사, 알레이스터 크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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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2
헨리 제임스 지음, 최경도 옮김 / 민음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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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이 제목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궁금했다. 책장을 열자 한 남자가 나사에 대해 얘기하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게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리고 그 남자가 하는 얘기인 줄 알았는데 어느 가정교사의 일기, 수기처럼 쓰인 책이 펼쳐져서 액자 소설이라 생각했다.


한 가정교사가 남매가 있는 집에 취직을 하게 된다. 부모를 잃고 삼촌 손에 길러지는 아이들은 하지만 삼촌은 돈만 대며 떨어져 살고 시골에서 가정부와 하인들과 가정교사와 함께 사는 방식으로 길들여졌다. 가정교사가 들어오고 나서 남매의 오빠인 아이가 기숙학교에서 퇴학당해 온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정교사는 그 집에서 두 명의 유령을 목격하게 되고 그 유령들이 사악하다는 걸 파악함과 동시에 아이들이 그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 아이들을 그들로부터 지키려는 사명감에 불타오른다. 그녀와 가정부는 손을 잡고 유령에게서 아이들을 떼어내려 하지만 아이들의 완강한 저항과 당돌한 행동에 당황하게 된다.


이 작품이 솔직히 무서운 유령이 등장하는 호러 소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 작품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마지막 갑자기 막을 내리듯 끝나는 점도 이상하고 정작 어떤 진전도, 가정교사가 어떤 해결책을 내놓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도 이 작품에는 마치 무엇인가 있을 것 같아 끊임없이 다음 장을 펼치게 만든다.


그게 무엇이었을까? 가정교사는 진짜 유령을 본 것일까? 아님 가정교사의 환상이 만들어낸 것일까? 무엇보다 이 작품이 기묘한 것은 아이들이 너무도 착하게 그려지는 동시에 암묵적으로 유령과 소통하는 기묘함을 풍겨 더욱 이상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점은 가정교사의 관점에서만 서술된 것이다. 마지막 장면에서도 아무런 자극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이 발생한다. 자극이 있다면 가정교사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일 뿐이다.


무엇이 사실인지 알 수는 없다. 진짜, 가짜를 판명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긴밀하게 소통해야 할 가정교사와 아이들 간에 그 어떤 소통도 없다는 점이다. 가정교사와 아이들은 대화하지 않는다. 그런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것이  어찌 보면 이 작품의 핵심일지 모른다. 가장 긴밀해야 할 사이로 부모를 잃고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누구보다 엄마 같아야 할 사람이 들어오자마자 유령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 보여 지는 모습은 마치 <레베카>에서 가정부가 아무것도 모른 체 집의 안주인이 된 어린 마님을 좌지우지하려는 그런 모습과 흡사하다.


이것이 내가 본 이 작품에 대한 느낌이었다. 전혀 무섭지 않으면서 더 이상한 공포를 느끼게 하는 작품. 사실 유령은 무서운 존재가 아니라고 한다. 산길에서 만났을 때 가장 무서운 존재는 사람이라고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공포는 이런 공포가 아닐까 싶다. 가정교사와 아이들의 물과 기름 같은 관계에서 빚어지는 공포. 언제나 맑고 천진한 모습으로만 보여 지는 아이들의 그림자에서 오는 공포, 그리고 가정교사의 말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오는 공포.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이 작품 속에서는 모든 것이 보여 질 뿐이다. 보이는 게 아니라 보여 진다고 보여준다. 가정교사, 가정부, 아이들, 실체 없이 단 한번 등장하는 고용주인 삼촌까지. 그러니 처음에 남자가 책 한 권을 보내는 것이 아니었을까. 보여 지고 보여주는 것들 사이에서 우리가 보게 되는 것은 단지 우리 몫이며 공포도 우리가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듯!


작가의 기교에 탄복할 뿐이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상상만으로 공포를 만들어내도록 유도하는 기발함이 시대 배경과 어우러져 한편의 고딕소설의 백미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참, 고딕소설 많이 읽지도 않았지만. 추리소설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이 시대에도 통할 참신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었다. 자꾸만 그 가정교사는 검은 드레스를 입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빛나는 아이들의 미소가 사악하게 변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앞에서는 천진하고 뒤돌아 웃을 때는 악의적인... 여름밤에 상상하며 읽으면 딱이다. 조명도 촛불로 하고 말이다. 바람으로 창문이 덜컹대면... 제발 소리는 지르지 말기를. 소리 지르면 당신만 더 무서워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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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6-05-1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무서워요~~~아무것도 안 보여주면서 상상 속에서 공포분위기를 조성하다니...
에그..나같이 겁많은 사람은 발발 떨겠지만,
그래서! 추리소설로서는 더 재미있겠네요!

물만두 2006-05-11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소설이라고 딱히 말할 수는 없는데 스멀스멀한 기묘함은 있습니다.

Kitty 2006-05-11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못읽겠네요 ㅠ_ㅠ 혼자사는데 무서운거 읽으면 죽음입니다 ㅠ_ㅠ

물만두 2006-05-1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키티님 그렇게 무섭다기 보다는 기이하다고 하는게 더 나을 겁니다. 그리고 무서운 거 못보는 제가 밤에 봤다면 괜찮을 겁니다^^:;;

Apple 2006-05-11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 이상해서 공포스럽죠~ 사실 귀신얘기는 별로 하지도 않으면서,
등장인물들이 너무 수상해서 무서웠다는...
보고나서 한동안 정신이 멍했던 기분이 들었던 책이예요.

물만두 2006-05-11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플님 제 얘기가 바로 그겁니다^^

물만두 2006-05-11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나그네 2006-07-29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으로는 아직 못읽었고 오늘 교육방송에서하는 드라마는 보았습니다.
참 이해하기힘든 작품인데 분위기나 이야기흐름은 영화 디 아더스가 연상되더군요
그리고 그전의 영화 뒤돌아보지마라나 호주영화 행인록에서의 소풍에 이작품이 많은 영향을 끼쳤다는게 느껴집니다.
또 레베카의작가도 이작품에서 많은 영향을받은거같고 선배격인 제인에어와도 분위기가 닮은듯하네요
하긴 외떨어진 교회의 대저택과 음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영국문학의 중요한 모티브이긴하지만요
어찌되었든 책도 읽어봐야겠습니다.
드라마상으로보면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어서 책을읽으면 이해하기가 조금 낫겠죠?

물만두 2006-07-29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그네님 책을 봐도 이해하긴 조금 힘든데 나름 그냥 독자들이 각자 해석하는게 낫지 싶어요. 따지면 머리 아프고요. 그래도 저도 읽으면서 레베카 연상했는데... 녹화 잘했나 점검해야겠어요^^ 저는 녹화해서 볼 생각이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