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방치해둔 서재, 차라리 잠시 닫아놓습니다.

안 보는 게 차라리 나을 리뷰, 페이퍼, 댓글들과 종종 조우하면서,

순전히 제 정신 건강을 위해 알라딘 서재에서는 되도록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구경 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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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9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09 11: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09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웹 책의 잡지本の雑誌에서 꾸준히 연재되고 있는 작가의 독서도作家の読書道 24회가 요코야마 히데오입니다.
클라이머즈 하이가 히트 중이라는 소개글을 보니 2003년경 진행됐던 인터뷰 같습니다. 
아래 링크를 따라가시면 요코야마 히데오의 모습과 인터뷰 중 언급되는 책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webdokusho.com/rensai/sakka/michi24.html
언제나 말씀드립니다만, 엉터리 번역보다는 원문을 추천해드립니다ㅎ


오수타카산 일본항공 점보기 사고를 소재로 남자들의 고투를 그린 본격 장편 <클라이머즈 하이>가 히트 중인 요코야마 히데오 씨. 작년 <사라진 이틀>로 화제를 석권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요코야마 씨는 소년 시절에 어떤 책을 읽어왔을까. 참신한 경찰소설 등으로 주목을 모아온 ‘단편소설의 장인’이 군마 현 다카사키 시 작업장에서 장난기를 가득 담아 이야기합니다.




책 이야기, 시작

요코야마 : 소학교 시절에는 '도서관왕'이라고 불렸었죠. 아동문학전집부터, 셜록 홈즈라든가 SF라든가 닥치는 대로 마구 읽어대던 소년이었어요. 읽는 것만이 아니라, 소학교 3학년 정도부터는 쓰기 시작했어요. <보물섬>(스티븐슨)을 읽고 나면 <속 보물섬>을 쓰게 되는 거죠. 모험이 끝나는 게 서운했던 거예요. 새로 일곱 대양을 종횡하고, 후크선장(*후크는 <피터팬>에 나오고, <보물섬>에선 실버선장이 아니었던가요?)보다 무서운 괴물이 나오는 이야기였다고 기억합니다. <플란더스의 개>(위더) 마지막에서 네로와 파트라슈가 죽고 마는 게 도저히 용납이 안 되어 이것도 속편을 썼습니다. 네로와 파트라슈가 고원에서 뛰노는 것으로요. 다시 살게 된 이유를 여러 가지 만들어, 노트 빽빽이 2권 정도 써서 친구들에게 보여줬습니다. 못된 아이였죠. 누가 그런 걸 읽고 싶었겠어요. (웃음)




-소학교 저학년 때부터 벌써 썼다는 게 놀랍습니다.

요코야마 : 책에 깊게 빠져드는 아이여서, 이 이야기는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게 밖으로 나와버린 거겠죠. 딱히 문재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고,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싶었던 것 뿐. 괴롭힌 격이 됐지만요. (웃음) 그런 이른바 서비스 정신 같은 게 어릴 적부터 있었습니다.




-학생 시절에는 스포츠에 몰두했었다고요.

요코야마 : 중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여러 가지 읽었습니다만, 왜 그런지 갑자기 육체파가 돼버렸어요. 육상부에서 중장거리를 하면서 아침에도, 방과 후에도 그저 달리기만 했던 생활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축구, 대학시절에는 다이도(躰道)라고 하는 오키나와 공수도를 하면서 점점 과격해지면서 강경파와 같은 생활을 보냈습니다. 독서 욕구가 상승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어쩐지 계통을 따라 읽는 습관이 없어져버렸죠.




-그 당시 쓰는 건?

요코야마 : 중학교시절에 독후감은 열심히 썼어요. 모두들 웃었지만 시 같은 것도 썼죠.




-어떤 내용이었나요?

요코야마 : 고행의 마음을 드러내는 한 문장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다치하라 마사아키(立原正秋, 재일 한국인 소설가. 낭만적인 애수가 담긴 소설을 썼다) 씨와 같은 세계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다소 멋을 부려서 말이죠. 중학생 머리 치곤 조숙한 편이라 아버지 장서를 차례차례 꺼내 읽곤 했죠.




원점의 한 권

-그중에서 기억에 남아 있는 책을 말씀해주세요.

요코야마 : 형법 입문이라든가 미스터리 입문이라든지, 하드커버계열 책. 조금 야한 책이라든가. 그리고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노인과 바다>라든가. 옛날 한자들이어서 더더욱 몰랐지만, 그냥 건너뛰면서 읽었죠. 그리고 역시 <너희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요시노 겐자부로吉野源三郎, 쇼와를 대표하는 진보적 지식인)였죠. 소학교 4학년 무렵부터 몇 번이고 읽었습니다. 눈싸움을 하며 주인공 고베르 군이 던지던 와중에, 상대방 상급생 아이가 다칩니다. 뭉친 눈 속에 돌 같은 것을 들어 있어, 자신에게 책임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뒤에서 쥐고 있던 뭉친 눈을 툭 떨어뜨리고 맙니다. 즉 나는 아니다 라고 남몰래 말하고 마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지금도 뚜렷이 기억납니다.




-그렇군요.

요코야마 : 결국 친구의 책임이 돼서 상급생에게 험한 꼴을 당합니다. 고베르 군은 양심의 가책으로 열이 나고 맙니다. 어른이 되서도 비슷한 경우가 많잖아요. 그럴 때 뭉친 눈을 떨어뜨릴 것인가, '저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나설 것인가 라는 부분이, 어떤 의미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가운데 분기점이 아닌가 생각돼요. 그 지점에서 자신의 라인을 그어가는 것이라고 항상 소설을 쓰고 있을 때 생각하게 됩니다. 조직과 개인은 아닙니다만, 시험받는 인간에 대해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있습니다. 바로 이 소년도 시험받고 있는 거죠.




<너희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마음에 남긴 것이 상당하시군요.

요코야마 : 그렇습니다. 저는 미스터리 작가이기 때문에, 미스터리라는 의미에서는 물론 별개로 있습니다만, 거리낌 없이 읽던 시기에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것은 역시 이 책이었죠. SF도 좋아해서 쥘 베른과 같은 작가에게는, 이야기에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줬다는 의미에서 지금까지도 존경과 동경을 품고 있습니다.




-미스터리로 영향을 받은 한 권이라면?

요코야마 : 먼저 <황색방의 비밀>(가스통 룰루)입니다. 본격추리의 원점이라 할 작품이지만, 트릭과 상관없이, 정말 무서웠습니다. 이후 홈즈라든가 여러 가지 책들을 읽었습니다만, 사실 어떤 것이든 무서웠어요. <얼룩 무늬 끈>이라든가 <은성호 사건>(코난 도일)라든가 밀이에요. 한밤중에 이불 속에서 읽는 아이여서, 화장실에 못 가게 돼버려, 참지 못하고 창문에서 일을 본 적도 있습니다. 나중에 혼났습니다만.(웃음).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는 무서운 것이라는 인상이 강해, 소설을 쓸 때 살리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요코야마 : <키다리 아저씨>(진 웹스터)는 미스터리로 읽었습니다. 서간문학이라는 점이 재밌었죠. 읽었을 때의 즐거움이 떠오르는군요. 그렇지만 마지막이 용납이 안 되어, 찢고 검게 칠하기도 했습니다. 주인공 여자애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는데, 키다리 아저씨의 비서가 방해합니다. 이후 키다리 아저씨인 줄 모르고 서로 알게 되면서, 연심이 생겨 마지막에는 결혼하게 되는데, 그 구도가 아이로서는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돈 때문에?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읽지 않는 분도 계시고, 읽고 있는 중에는 멋진 작품이었죠. 그렇지만 지금도 글을 쓸 때 반면교사로 삼고 있습니다. 구성이라든가 구조에 있어 컨트롤의 조정이 잘못되면 독자를 골짜기에 떨어뜨리게 된다고 말이죠.




-기자 시절에 읽게 된 것 중 인상에 남은 책은?

요코야마 : 연구자처럼 논픽션을 주구장창 읽었죠. <지점장은 왜 죽었는가支店長はなぜ死んだか>(우에마에 준이지로上前淳一郎)가 그 당시 베스트일까요. (실제 단행본을 테이블 위에 올리며) 지금의 기자가 봐도 전혀 낡지 않았어요. 신문사에 들어가려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만, 사실 경찰서를 돌고 난 뒤(*한국에서 이른바 사스마와리 라고 하는) 읽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저는 경찰서를 돌고 난 뒤 읽었습니다. 가슴을 찌르는 듯한 작품으로 마음 깊이 남았습니다.




(여기서 요코야마 씨가 다른 몇 권의 책을 테이블 위에 나열했다.)




요코야마 : <스물네 개의 눈동자二十四の瞳>(쓰보이 사카에壷井栄著)은 정신안정제라고 할까요, 중학교 때 몇 번이고 읽었고, 회사에 들어가서도 두 번 정도, 그만두고 나서도 읽었습니다. (<천문연감> 1970년판과 71년판을 가리키며) 천문 소년이었죠. 제가 찍은 달 사진이 꽂혀 있어 간만에 펼쳤다가 깜짝 놀랐어요. 뒤에 날짜를 보니 70년이니까 당시 13살이었군요. 아버지 카메라를 빌려서 망원경으로 찍어 <천문 가이드>에 응모했지만 한 번도 안 실렸죠. 꽤나 풀이 죽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리고 <열쇠鍵>(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郎)의 삽화를 봐요, 무나카타 시코(棟方志功,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판화가)잖아요.




-이건 호화롭군요.

요코야마 : 책이란 건 예전에 이렇게 만들었구나 싶죠. 괜찮죠.




-(<열쇠> 초판본을 손에 쥐고, 책 뒤 발행일을 보고) 쇼와 32년……

요코야마 : 제가 태어난 해죠. 중학교 시절 아버지 책을 살짝 훔쳐온 겁니다. 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됐던 무렵이네요.




-책을 읽을 때는 소파에서 편안하게?

요코야마 : 엄청난 집착심이 있어요.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마실 것을 준비하는 등 소란을 피우고 난 뒤 이제 읽자, 라는 식으로 말이죠. 어릴 때부터 쭉 그래서, 최근에 수적으로 덜 읽습니다만, 좋아하죠. 독서란 특별한 것이라고 하는 의식이 있어요.




최근 산 책




-책을 사러 가는 장소가 정해져 있나요?

요코야마 : 정해져 있었는데 최근에 가면 '앗'하고 말을 걸어 조금 난처할 때가 있어서, 다카사키 역의 서점처럼 혼잡한 곳에 섞여 쓱싹 일을 보는 경우가 많죠. 지방 신문에 소개 기사 같은 게 나는 경우가 있잖아요. 도서관에도 얼굴 사진이 있는 경우도 있고요. 정말 움직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에 다니던 서점에는?

요코야마 : 군마에는 유서 깊은 간코도(煥乎堂, 일본의 오래된 서점)가 마에바시에 본점이 있어 곧잘 다녔습니다. 도다(戸田) 서점도 현내에 몇 개 있고, 물건 배치도 상당히 좋아 잘 다녔어요.




-최근에는 어떤 책을 사셨나요

요코야마 : 음, 다치모리 메구미(日明恩, 소설가) 씨의 <진화보鎮火報>라고 하는 소방관 이야기예요. 소방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고 맘먹고 취재를 어느 정도 하고, 그 차원에서 읽었습니다. 상당히 자세하고, 엔터테인먼트로서 대단히 우수하고 재밌어서, 제 쪽은 잠시 유보하고 말았습니다.(쓴웃음) 만약 지금 쓰려고 한다면 전혀 다른 단면으로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오랜만에 기분 좋게 즐겼습니다. 1월에는 심근경색으로 2주 정도 입원해서, 산 건 퇴원 직후로 2월경입니다. 앗, 최근은 아니네요.(웃음)




-그 뒤, 몸은 좀 어떠신가요?

요코야마 : 7월에 다시 쓰러져, 3주간 정도 입원했습니다. 이번에는 빈혈이었죠.




-큰일이었군요. 퇴원 후에는?

요코야마 : 지금은 겨우겨우 근근이 라는 상태입니다. 과연 나이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틀 철야는 거뜬히 했거든요.




-예, 이틀 철야요!

요코야마 : 예, 정말 완전히요. 48시간, 72시간 정도는 깨어 있었죠. 자지 않는다는 것이 왕창 쓸 수 있는 단 하나의 비결이었는데, 역시 이제는 하룻밤 새고 나면 이틀 정도는 쓸 수 없게 돼버렸습니다.




-그래도 밤을 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합니다.

요코야마 : 아직 마흔여섯이니까 하룻밤 정도는요. 작년에는 18일간 집에 돌아간 것 외에는 전부 여기(작업장)에 있으면서, 6월부터 12월까지 평균 3시간 수면이었죠. 그래도 원고를 제때 못 넘겼죠. 거기에 정월을 맞으면서 심근경색이 돼버려서. 병원이 천국 같더군요. 어느 누구도 원고 쓰라고 말 않고, 간호사 분들은 어찌나 친절하지. "주무시지 않으면 안 돼요." "아 그런가요." 이러면서 말이죠.(웃음)




-입원 전 생활은 어떠셨나요?

요코야마 : 운동 부족이랄까, 운동 제로였죠. 이 공간에서 안 나가니까요. 먹는 거 말고는 즐거움이 없어져버렸어요. 와이프도 건강에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데, 역시 기름지고 달콤한 게 먹고 싶고, 담배는 하루에 100개피니까요. 최악의 상태였죠. 쓰러질 만 하죠, 생각해보면. 정월에 쓰러졌을 때 체중이 82킬로그램 정도였어요. 병원에서 죽만 먹어서 지금은 70킬로그램 정도죠. 피의 흐름도 좋아져서, 산보도 어느 정도 할 정도로 애를 쓰고 있어 몸 상태는 서서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지금 수면 시간은요?

요코야마 : 대여섯 시간은 자고 있습니다. 5시간 이하면 심근경색에 걸리기 쉽다는 통계가 있더군요. 그렇지만 습관적으로 3시간 정도 자고나면 불쑥 잠이 깨고 맙니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요. 자고 있으면 큰일 난다,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면서요. 그렇지만 업무량은 3분의 1정도 줄였습니다.




-다음 발간 예정 작품을 말씀해주세요.

요코야마 : 11월에 쇼덴샤에서 도둑을 주인공으로한 연작 미스터리가 나옵니다. 아주 밑바닥으로부터 사회를 보고 싶다, 라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가슴 시린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그림자 밟기影踏み>를 말하는 듯하다)




-경찰소설은 이후에도?

요코야마 : 저를 세상에 알려준 작품군이고, 애착도 있습니다. 일정하게 가능한 한 쓰려고 맘먹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뭔가 새롭게 하려 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온 대로, 독자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면 길게 쓰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단편을 중심으로, 어떤 의미에서, 스스로를 장인 근성 같은 것을 발휘할 수 있는 소설을 써가고 싶어요. 이후에 기회가 되면 장편에 도전하고 싶습니다만, '단편작가'라고 하는 호칭에 애착이 있어서 말이죠.




-목표로 삼고 있는 작가가 있으신지요?

요코야마 : 어떤 작가이고 싶은가는, 자신에 대해 어느 만큼 파악하고 있는가와 연결되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는 아직 신출내기고, 현재진행중에 있어요. 구체적인 목표가 향후에 생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천 개의 단편을 발표한 사노 요(佐野洋) 씨와 마쓰모토 세이초(松本清張) 씨의 정력적인 활동을 동경하고 있습니다. 작가도 동시대를 함께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바로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쓸 것인가라는 점에서 승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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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2 13: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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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2 13: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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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쿠텐 북스 인터뷰(2005년 2월 17일자)
http://books.rakuten.co.jp/RBOOKS/pickup/interview/onda_r/

 

 

호쿠리쿠의 고도에서 일어난 대량살인사건. 범인은 자살하고, 사건은 해결되었다고 보였지만, 진상은 암흑 속으로. 사건으로부터 십수 년 후, 당시 소학생이었던 여성이 사건관계자의 증언을 정리해, <잊어버린 축제>라는 소설을 써서 베스트셀러가 된다. 다시 그로부터 십수 년의 세월이 지나, 다른 사람이 사건관계자에 대해 새로운 조사를 시작한다. 사건에서 살아남은 당시 중학생 맹인 미소녀를 중심으로, 하나의 사건이 관계자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스릴 있게 그려진다.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내고, 이제 다음 작품을 더욱 기대하게 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인 온다 리쿠의 최신작 <유지나아>에 대해 들었다.

 

<유지니아>를 구상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세요.

원래 계기가 된 것은 힐러리 워(Hillary Waugh)라는 미스터리 작가의 <이 마을의 누군가가(A Death in a Town)>(쇼겐추리문고)라는 작품입니다. 미국에서 50~60년대에 경찰소설을 쓰던 작가가 쓴 소설입니다만, 여고생 살인사건에 대해 그 마을 사람들의 인터뷰만으로 구성하여, 꽤나 오래된 작품임에도 참신하고 재미있습니다. 인터뷰만으로 성립한 소설이라는 것도 재밌구나, 라고 느낀 건 처음이었어요. 그렇지만 <이 마을의 누군가가>는 리얼타임으로 수사 속 회화가 재미있는데, <유지니아>는 오래된 사건이기 때문에, 내내 일인칭으로 지속하면 평범해질 것 같아, 점차 복잡한 구성이 되어갔습니다.

 

<Q&A>도 인터뷰만으로만 구성되어 있지요.

그것은 J. G. 발라드의 <죽인다(Running Wild)>(도쿄쇼겐샤)라는 작품이 있는데, 거기서 착상을 얻었습니다. 이런 형식으로 쓰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에서 둘 다 마찬가지군요.

 

<유지니아>에서는, 한 사람의 증언을, 그 다음 사람의 증언이 깨나갑니다. 한 사건에 대해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가면서, 진실의 형태도 달라 보입니다.

저에게 있어 이번의 테마는 그레이 존(gray zone)의 이야기. 경계선상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흑백이 뚜렷이 나뉘지 않습니다. 그 등장인물은 선한가 악한가, 정상인가 비정상인가 알 수 없다, 라는 걸 쓰고 싶었습니다. 오직 그레이 존을 향해 전진한다라는 기조로 쓴 책입니다. 등장인물의 어떤 증언도 딱 들어맞지 않습니다. 불안감이 내내 가시지 않는, 그런 이야기였으면 했습니다.

 

미스터리라는 장르소설이라기보다는, 미스터리어스한 소설. 분위기에 빠져드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유지니아> 이전 <KADOKAWA미스터리>에 연재하던 것이 <도미노>(가도카와쇼텐)라는 코미디로, 그 밝고 긴장감 높은 이야기에 지쳐, 이번에는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를 해야지, 라면서 시작했습니다(웃음). 미스터리는 있지만, 진상을 위한 미스터리가 아닌 것을 쓰고 싶었습니다. 진상을 위해 복선이 깔려 있는 이야기는 싫다, 라고 생각이었죠. 해보니 어렵더군요. 라스트에는 이렇게 끝내도 되는 것일까 망설였습니다.

 

미스터리, 판타지, 청춘소설 등 온다 리쿠 씨는 여러 장르의 작품, 때로는 장르 믹스인 작품도 쓰시지요.
-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쓰자고 하다보면, 장르 믹스가 되어버립니다. 엔터테인먼트와 순문학의 경계가 애매해지듯, 이제는 다들 장르 믹스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요. 일단은 이건 미스터리용, 이건 호러용, SF용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습니다만, 그닥 깊게 고민하지는 않아요. 모두들 월경소설이 되어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유지니아>에는 문장이 품은 향기로부터도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언제나 쓰다 보면 가속이 붙는데, 이번에는 좀처럼 가속이 안 붙어, 바닥을 기는 것 같았어요. 아마도 이야기의 내용의 템포와 일치 되서 그랬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 자신이 쓰면서도 재밌었고, 독특한 템포가 생긴 것 같습니다.

 

<유지니아>라는 타이틀은 미셸 페트루치아니(Michel Petrucciani)라는 피아니스트의 작품에서 따왔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99년 사망한 프랑스의 재즈 피아니스로 미국의 블루노트에서 데뷔한 인물이죠. 글라스 본(*온다 리쿠는 グラス・ボーン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아마도 glass bone으로 추측된다. 페트루치아니의 병명은 골형성부전증으로 알려져 있다)이라는 선천성 질환으로 뼈가 자라지 않아, 골절에 골절을 반복하여, 신체가 자라지 않았습니다만, 손만은 컸습니다. 마치 피아노를 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죠. 그 사람의 곡을 참 좋아하는데, <유지니아>라는 곡이 있습니다. 소설 내용과는 전혀 관계없습니다만.

 

유지니아라는 말은 소설 속에서 전혀 다른 의미로 부여되어 있지요. 멋진 울림이 있는 말입니다.
분명 페트루치아니의 연인 이름이었을 것입니다.

 

온다 리쿠 씨는, 애초에 확실히 구성을 세우지 않은 채 쓰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사실 대부분 그렇습니다.(웃음)

 

이번에는?
범인의 동기만을 정하고, 그에 맞춰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어떻게 범행을 실행했는지, 주변에는 어떤 사람이 있었는지. 마구잡이였죠.(웃음)

 

PR용으로 릴리스 할 때는 <트윈픽스>가 인용되어 있었는데요, 어째서?
처음에는 <트윈 픽스> 같은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편집자와 얘기했었죠. 우울하고 기분 나쁜 이야기.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이야기. 작년 <트윈 픽스> DVD 박스가 나와, 그냥 사고 말았는데요, 지방의 한적한 호텔에 머물러, 노트북으로 <트윈 픽스> DVD를 보는 걸 해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정말 하고 말았습니다.(웃음) 기분이 나빠서 마음에 들었습니다.(웃음)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병행해서 쓰고 있는 경우, 어떤 식으로 전환해서 "자 써보자!"라고 되는지요?
-그때까지 써온 것을 다시 읽어봅니다. 그게 제일 간단합니다.(웃음) 쓰기 시작하면 헷갈리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병행해서 쓸 때면, 가능하면 분위기가 다른 것을 쓰자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소설과 섞이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러면 나중에 마감에 맞춰서.
그렇죠. 마감에 맞춰 생활하고 있습니다. 마감의 노예지요.(웃음) 노예 주제에 제대로 일하지 않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있습니다만.(웃음)

 

하루의 생활 리듬은 어떤 느낌인지요?
-원고 넘기기까지가 낮이고, 원고를 넘기면 밤이죠.(웃음) 잘못하면 이틀간 낮이 계속되고, 하루 반 정도 밤이 계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작년에 마흔이 됐는데 이런 생활을 해도 괜찮을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웃음)

 

지금 붙잡고 계신 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선데이 마이니치>에 <초콜릿 코스모스>라는 소설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온다 리쿠판 <유리가면>입니다. 어떻게든 <쿠레나이텐뇨(紅天女, 유리가면에서 주인공들이 두고 싸우는 배역)까지는 가야할 텐데 말이죠.(웃음) 소설 이외에는 다음달 <In Pocket>에 연재했던, 최초의 장편 유머 에세이 <<공포의 보수>일기(『恐怖の報酬』日記)>(고단샤)가 나옵니다.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감사했습니다.

 

유머를 섞어가며 유쾌하게 인터뷰에 답해주셨던 온다 리쿠 씨. 그녀 소설 속 템포의 장점을 생각나게 하는 말투였다. 그러나 <유지니아>에는 이 템포의 장점과 또 다른 멜로디를 연주하는 장편소설이다. 온다 리쿠 씨의 캐리어 속에서 새로운 차원을 점하는 듯한 신경지다. 읽고 있는 사이, 흠뻑 이야기의 세계로 빠져들 것이라 보증한다. 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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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09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고맙습니다. 마침 온다리쿠의 책을 샀는데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라는 다소 난해한 제목의 ㅎㅎ

한솔로 2007-06-10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즈노 리세 시리즈군요. 마음에 드시면 시리즈를 계속 찾아보시게 될 겁니다^^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사회, 청춘, 연애, 성장, 가족소설까지

비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002

다크

기리노 나쓰오 지음|권일영 옮김|552쪽|12,000원


동정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동정 없는 인간들!

그들이 만들어내는 지옥도가 여기 펼쳐진다!

일본 하드보일드의 전설, 미로 시리즈 최고 걸작!


일본 여성 하드보일드의 개척자이자 전설적 존재가 된 기리노 나쓰오(桐野夏生) . 그녀의 작품은 한국은 물론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태국, 중국, 대만 등 전 세계로 번역되어 세계의 기리노 나쓰오가 되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도 서른을 넘어 로망스소설로 데뷔한 후 십여 년 동안 무명의 세월을 견뎌야 했다. 로망스소설, 청소년소설, 레이디코믹 원작자 등으로 활동하던 당시에는 노바라 에이미, 기리노 나쓰코라는 가명을 쓸 수밖에 없었다. 긴이로 나쓰코(銀色 夏生)라는 다른 작가와 이름과 비슷한데다, 남자 이름 같다는 이유로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없었던 당시를 두고 기리노 나쓰오는 ‘굴욕의 역사’라고 소회하고 있다.

기리노 나쓰오라는 이름을 독자들에게 확실히 아로새긴 건 1993년 제39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얼굴에 흩날리는 비顔に降りかかる雨>를 발표하면서부터이다. 대도시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여탐정의 무라노 미로의 비정한 삶을 그린 이 소설은, 일본 여성 하드보일드계에 있어서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받았고, 이후 작가는 무라노 미로가 등장하는 시리즈를 연달아 발표하며 일본 하드보일드계의 총아로 떠올랐다. ‘무라노 미로’ 시리즈는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天使に見捨てられた夜>과 미로의 아버지 젠조의 젊은 시절을 그린 <물의 잠 재의 꿈 水の眠り灰の夢>, 단편집 <로즈가든 ローズガーデン>으로 연계, 확장되었고 2002년 <다크ダーク>의 출간으로 획기적인 변환을 맞이하게 된다.


“그녀가 서 있는 곳에 구원은 결코 없다!”

한국과 일본을 무대로 펼쳐지는 잔혹한 복수와 비열한 욕망의 난지도!

광주항쟁이라는 지옥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인간의 처절한 분투기!


기리노 나쓰오는 <다크> 집필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연재를 시작하면서 한 가지만은 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새로운 사건이 일어나 탐정 미로가 해결하고 그를 통해 성장하게 된다, 라는 탐정소설의 패턴입니다. 그보다 무라노 미로라는 한 사람의 여성이 이 시대와 호흡하는 이야기를 만들자고 다짐했습니다. 미로가 지금까지와 같은 여자로 머무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기리노 나쓰오 공식 홈페이지 http://www.kirino-natsuo.com 중)

그런 결심으로 시작한 <다크>는 3년 반이라는 월간지 연재기간 동안 “살인, 각성제, 강간, 출산, 도망 등 생각지도 않게 다크한 전개로 저조차도 놀랐습니다”라고 작가가 고백할 정도로 네거티브한 이야기가 압도적으로 전개되는 ‘무라노 미로 시리즈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신주쿠 2초메에서 탐정을 하고 있는 무라노 미로. 그녀 나이 서른여덟. 사랑했던 남자를 자신의 손으로 감옥에 보내고 결국 그 남자가 감옥에서 자살한 그녀에게 삶의 의지는 없다. 나이 마흔이면 죽겠다고 마음먹고 탐정일도 그만 둔 미로는 인간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의붓아버지 젠조를 죽이겠다고 결심한다. 오타루에 살고 있는 젠조를 찾아간 미로는 젠조에게 독한 말을 내뿜고, 결국 젠조는 심장마비로 그 자리에서 쓰러진다. 미로는 의붓아버지의 죽음과 연루되면서 위조여권을 들고 부산으로 도망을 친다. 그런 그녀의 뒤를 게이 도모베와 의붓아버지의 정부였던 시각장애인 히사에, 그리고 젠조의 동료였던 야쿠자 데이가 쫓는다. 그리고 고립무원의 미로를 지키는 사람은 1980년 광주에서 끔찍한 살육의 현장과 직면한 한국인 서진호밖에 없다.

<다크>에서 기리노 나쓰오는 작정했다는 듯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그려낸다. 미로를 쫓아다니며, 그녀를 삼키려는 추적자들의 비열한 욕망은 독자들에게 욕지기가 올라오게 만든다. 그러나 주인공 미로 역시 무자비하고 사악한 인물로 독자는 미로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인간의 추악한 내면은 작가가 광주 항쟁을 다루는 장면에서 역시 압도적으로 드러난다. 순전히 공명심으로 부산에서 광주로 건너온 서진호, 그가 광주에서 만난 것은 지옥이었다. 산속에 던져진 시체 더미들과의 조우, 살아남기 위해 친구의 얼굴을 망치로 짓이겨야 하는 상황, 광주 시내에 가득 배인 시체 썩는 냄새……. 그가 광주라는 살아 있는 지옥을 살아가기 위해서 터득한 것은 지옥 안에서 인간은 추악해질 수밖에 없다는 극명한 명제였고, 그 끔찍한 삶을 <다크>라는 작품 안에서 기리노 나쓰오는 여실하게 보여준다.

기리노 나쓰오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뛰어난 소설이란, 사실 진중하고 우직한 것이다. 다 읽기까지 시간도 걸리며, 주의주장이 명확하게 씌어 있을 턱이 없기 때문에, 빨리 정답을 알고 싶은 사람을 초조하게 만들고, 때로는 불만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이 아니라면 파고들 수 없는 진실도 역시 존재한다.”

여기에 바로 그 뛰어난 소설이 있다, 블랙 라인의 첫번째 작품 <다크>!


지은이_기리노 나쓰오桐野夏生

기리노 나쓰오는 1951년 이시가와 현 가나자와 시에서 태어났다.

1993년 제39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얼굴에 흩날리는 비 顔に降りかかる雨>는 대도시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여성 탐정의 비정한 삶을 그린 소설로, 이후 작가는 무라노 미로 시리즈를 연달아 발표하게 된다. 무라노 미로 시리즈는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天使に見捨てられた夜>과 미로의 아버지 젠조의 젊은 시절을 그린 <물의 잠 재의 꿈 水の眠り灰の夢>, 단편집 <로즈가든 ロ-ズガ-デン>까지 이어진다.

무라노 미로 시리즈는 2002년 <다크ダ-ク>에서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기존의 탐정소설의 패턴에서 벗어나 미로라는 한 사람의 여성이 시대와 호흡하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결심한 기리노 나쓰오는 <다크>에서 의붓아버지를 죽였다는 혐의로 한국으로 도망쳐온 미로, 그녀를 쫓는 게이와 시각장애인 여자, 그런 미로를 돌보는 광주항쟁의 상처가 드리워진 한국 남자들의 끔찍한 복수담을 통해 추락한 인간의 추악한 내면을 통렬하게 그려냈다. 미로가 걸어가는 어두운 길을 함께 따라 걷다보면 독자는 현실이란 지옥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

1998년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아웃 OUT>은 영어로 번역되어 2004년 일본인 최초로 에드거상 후보로 올랐다. 1999년 <부드러운 볼 柔らかな頰>로 나오키상, 2003년 <그로테스크 グロテスク>로 이즈미 쿄카 문학상, 2004년 <잔학기 殘虐記>로 시바타 렌자부로상, 2005년 <다마모에 魂萌え!>로 후진코론상을 수상하였다.

옮긴이_권일영

서울생. 중앙일보사에서 주로 월간지와 멀티미디어 관련 기자로 일했다. 1987년 무라타 기요코(村田喜代子)의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남비속>(鍋の中)을  우리말로 옮기며 번역을 시작했다. 비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의 다음 작품으로는 하라 료의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가제)와 미로 시리즈 후속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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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7-06-07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아웃> 먼저 보구요.
이 책 다크 포스가 엄청난가요?
최근 권일영 씨 번역 후기는 귀엽던데.
이 책도 그런지 궁금하네요.^^

한솔로 2007-06-07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크 함량 98%입니다^^
이번 권일영 선생님 후기는 귀엽다기보다는, 치열한 전투 후 묻어나오는 피로감, 비장함이 조금은 있는 것 같습니다.

물만두 2007-06-07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굴에 흩날리는 비를 봤다면 보지 않을 수 없는 작품이죠.^^

하이드 2007-06-07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리노 나쓰오는 '아임쏘리마마' 보고 나서 '다시는 절대로 안 읽어야지 리스트' 에 올랐습니다. 그 리스트에는 에도가와 란포도 올라 있죠. 제가 생각하는 하드보일드는 미국식 하드보일드라 그래도 뭔가 낭만이 있는데, 기리노 나쓰오는 추잡하단 느낌이었어요. 끈더끈덕하고(끈덕끈덕한건 하드보일드 아니잖아요오오)

무튼, 동생이 사달래서 '아웃' 은 사 놓았는데, 서울 가면 '아웃'까지는 보지 싶습니다.근데 이거 표지 맘에 드네요 ^^

한솔로 2007-06-08 0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얼굴에 흩날리는 비도 올해 중에 내야 하는데 말이에요^^
하이드in도쿄, 추잡, 끈덕끈덕 맞아요, 근데 기리노 나쓰오 작품 중 가장 떨어지는 작품 보셨군요. 저는 기리노 여사의 작품을 다 좋아합니만, 특히 <그로테스크>를 좋아합니다^^

nemuko 2007-06-08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판매는 안 하는 거죠? 검색해도 안 뜨네요.

한솔로 2007-06-08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담주에나 판매될 예정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상복의랑데뷰 2007-06-08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입은 할 텐데, 발간순서대로 읽야 할지 국내발간순서대로 읽어야할지 고민이 되서 바로 읽을지는 모르겠습니다. ^^; 좋은 작품이라고 하니 읽고는 싶어지는데, 것참..^^

한솔로 2007-06-08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게 조금은 아쉽습니다. 예전 작품을 먼저 읽으면 더 깊게 즐길 수는 있을 겁니다. 그래도 역자이신 권일영 선생님이 번역 후기에 멋들어지게 말씀하셨어요.
"이 시리즈는 발표 연대에 따라 읽어도 좋고, 작품 속 연대에 따라 읽어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크>로부터 거슬러 올라가도 무리가 없습니다. 어차피 어둠의 직소퍼즐이니 어느 조각부터 어떻게 끼우건 다 맞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마음 끌리시는 대로 읽으시길^^
 

지난주 교정자가 초교를 보고 가져와서 흝어보는데 이 양반이 번역자가 "씨팔"이라고 해놓은 것을
"제기랄"로 바꿔놓았다. "씨팔"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서적 혐오에서 기인했는지,
윤리적 기준에서 판별했는지, 맞춤법에 준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씨팔이 제기랄이 되서는 그 맛이랄까 뉘앙스가 안 살아난다.
씨팔은 씨팔이다.
원문에서는 구솟타레(糞ったれ), 치쿠쇼(畜生) 등에 해당하는데
해석하자면 똥싸개나, 짐승새끼 정도겠지만 그래도 그 맥락과 캐릭터 상에서 역시 씨팔이다.
물론 지역에 따라, 개인에 따라 씨팔이 아니라 씨발, 씹할, 씹헐, 쓰벌, 시부랄 등등으로
변용은 가능하겠다. 그 가름은 번역자의 몫이고 선택은 편집자의 몫.
판정은 독자가 하면 되겠다.

개인적으로 욕을 별로 안 쓴다. 잘 쓰지도 않거니와 제대로 쓸 줄도 모른다.
네, 생긴 것과 다르게 말입니다.-_-
물론 비아냥, 쪼개기, 투정, 이간질 등은 곧잘 합니다만,
여튼 욕 그닥 안 쓰는 편이다. 물론 상대적인 의미다.
일반적인 남성들이 욕을 구가하는 정도에 비해서 안 쓴다는 거지
욕을 전혀 안 쓰는 여성이 보기엔 내가 걸레 빤 물로 양치질하나 싶게
입이 걸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남자들만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상습적으로 튀어나오는 욕들을 보면
그들은 일 보고 물 안 내린 변기물로 가글링했나 싶다.
그러니까 내가 그들의 욕을 들으면서 느끼는 순간적인 감정은 웃기게도 환멸이다.
당최, 내가 무슨 주제로 그들의 욕에 환멸을 느껴야 하는 걸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것은 욕과 관련한 어떤 기억 때문이리라.
3년간의 일본생활을 마치고 초등학교 1학년 겨울 한국에 돌아왔을 때,
나는 한국말을 거의 못했다.
즉, 당시 동네형들이 나를 부르던 별명대로 반쪽바리였다.
(자주 듣지는 않았지만 살인배구 같은 것을 할 때 나에게 공을 후려치며 부르던 다른 별명이 있었다.
매국노 새끼. 매/국/노 아마 처음 국어사전을 찾아본 말일지도 모르겠다. 하하)
물론 내가 일본에 갔을 때 몇 개월만에 한국어를 버리고 일본어를 익혀갔듯이
그때로 그리 많은 기간과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금세 일본어는 잊어가고 한국어에 익숙해졌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오후반(학생수에 비해 학급수가 적어서 점심을 먹고 등교하는 반)이었고
흔치 않던 일본오락기가 있어 동네 애들이 쉬 꼬여들었고, 그러면서 말을 익혀갔을게다.
그러던 어느날, 모 시골중학교 선생님이었던 엄마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와서
저녁을 차리는데 나랑 동생이랑 티격태격하다가 내가 어떤 욕을 했던 모양이다.
엄마가 그걸 들었고, 그날 파리채로 무지하게 맞았다.
그러면서 엄마가 했던 말이 띄엄띄엄 생각난다.
니 아빠가 엄마에게 그런 더러운 말을 쓰는 걸 보고도 니가 그런 말을 쓰냐.
너도 똑같이 그런 더러운 말을 쓰면서 사람에게 폭력을 가할 거냐고.
그후로 아마도 욕을 회피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욕을 능숙히, 또는 습관적으로 쓰는 사람에게 뭔지 모를 저어함을 느끼게 된 것 같다.

인간이 내뿜을 수 있는 독이란 걸 생각하면 욕이란 겨우 걸레물이거나 변기물일 수도 있다.
품위 있는 말에 독을 담아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이가 무수한데
기껏 욕 가지고 환멸을 운운한다는 건 참으로 촌스러운 짓일지도.

그래, 나란 인간은 타고나기를 참 촌스럽게 타고났구나. 씨팔 이렇게 살다 죽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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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5 20: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5-26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솔로 2007-05-2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들, 다들 첨 뵙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비로그인 2007-05-2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의 파리채 가정교육 덕을 단단히 보신 셈이군요 :)
어머님이 참 멋있으세요.
성경에서도 입으로 들어가는 게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게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한다고 하죠.
욕하는 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줄 때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건전한 방식으로 푸는 게 좋을 거 같아요 ^^

한솔로 2007-05-26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는 저희 누나와 동생에게는 고등학교 때까지 파리채를 드셨는데, 저는 국민학교 6학년 때 엄마가 파리채로 때리려고 하자 그걸 붙잡고는 말씀드렸죠. "엄마, 이젠 안 아퍼." 이후로 엄마에게 안 맞았는데, 지금도 가끔씩 말씀하십니다. 그때 안 때려서 제가 이꼴 됐다고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