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책의 잡지本の雑誌에서 꾸준히 연재되고 있는 작가의 독서도作家の読書道 24회가 요코야마 히데오입니다.
클라이머즈 하이가 히트 중이라는 소개글을 보니 2003년경 진행됐던 인터뷰 같습니다.
아래 링크를 따라가시면 요코야마 히데오의 모습과 인터뷰 중 언급되는 책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webdokusho.com/rensai/sakka/michi24.html
언제나 말씀드립니다만, 엉터리 번역보다는 원문을 추천해드립니다ㅎ
오수타카산 일본항공 점보기 사고를 소재로 남자들의 고투를 그린 본격 장편 <클라이머즈 하이>가 히트 중인 요코야마 히데오 씨. 작년 <사라진 이틀>로 화제를 석권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요코야마 씨는 소년 시절에 어떤 책을 읽어왔을까. 참신한 경찰소설 등으로 주목을 모아온 ‘단편소설의 장인’이 군마 현 다카사키 시 작업장에서 장난기를 가득 담아 이야기합니다.
책 이야기, 시작
요코야마 : 소학교 시절에는 '도서관왕'이라고 불렸었죠. 아동문학전집부터, 셜록 홈즈라든가 SF라든가 닥치는 대로 마구 읽어대던 소년이었어요. 읽는 것만이 아니라, 소학교 3학년 정도부터는 쓰기 시작했어요. <보물섬>(스티븐슨)을 읽고 나면 <속 보물섬>을 쓰게 되는 거죠. 모험이 끝나는 게 서운했던 거예요. 새로 일곱 대양을 종횡하고, 후크선장(*후크는 <피터팬>에 나오고, <보물섬>에선 실버선장이 아니었던가요?)보다 무서운 괴물이 나오는 이야기였다고 기억합니다. <플란더스의 개>(위더) 마지막에서 네로와 파트라슈가 죽고 마는 게 도저히 용납이 안 되어 이것도 속편을 썼습니다. 네로와 파트라슈가 고원에서 뛰노는 것으로요. 다시 살게 된 이유를 여러 가지 만들어, 노트 빽빽이 2권 정도 써서 친구들에게 보여줬습니다. 못된 아이였죠. 누가 그런 걸 읽고 싶었겠어요. (웃음)
-소학교 저학년 때부터 벌써 썼다는 게 놀랍습니다.
요코야마 : 책에 깊게 빠져드는 아이여서, 이 이야기는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게 밖으로 나와버린 거겠죠. 딱히 문재가 있었다고 할 수는 없고,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고 싶었던 것 뿐. 괴롭힌 격이 됐지만요. (웃음) 그런 이른바 서비스 정신 같은 게 어릴 적부터 있었습니다.
-학생 시절에는 스포츠에 몰두했었다고요.
요코야마 : 중학교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여러 가지 읽었습니다만, 왜 그런지 갑자기 육체파가 돼버렸어요. 육상부에서 중장거리를 하면서 아침에도, 방과 후에도 그저 달리기만 했던 생활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는 축구, 대학시절에는 다이도(躰道)라고 하는 오키나와 공수도를 하면서 점점 과격해지면서 강경파와 같은 생활을 보냈습니다. 독서 욕구가 상승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어쩐지 계통을 따라 읽는 습관이 없어져버렸죠.
-그 당시 쓰는 건?
요코야마 : 중학교시절에 독후감은 열심히 썼어요. 모두들 웃었지만 시 같은 것도 썼죠.
-어떤 내용이었나요?
요코야마 : 고행의 마음을 드러내는 한 문장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다치하라 마사아키(立原正秋, 재일 한국인 소설가. 낭만적인 애수가 담긴 소설을 썼다) 씨와 같은 세계에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다소 멋을 부려서 말이죠. 중학생 머리 치곤 조숙한 편이라 아버지 장서를 차례차례 꺼내 읽곤 했죠.
원점의 한 권
-그중에서 기억에 남아 있는 책을 말씀해주세요.
요코야마 : 형법 입문이라든가 미스터리 입문이라든지, 하드커버계열 책. 조금 야한 책이라든가. 그리고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노인과 바다>라든가. 옛날 한자들이어서 더더욱 몰랐지만, 그냥 건너뛰면서 읽었죠. 그리고 역시 <너희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君たちはどう生きるか>(요시노 겐자부로吉野源三郎, 쇼와를 대표하는 진보적 지식인)였죠. 소학교 4학년 무렵부터 몇 번이고 읽었습니다. 눈싸움을 하며 주인공 고베르 군이 던지던 와중에, 상대방 상급생 아이가 다칩니다. 뭉친 눈 속에 돌 같은 것을 들어 있어, 자신에게 책임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뒤에서 쥐고 있던 뭉친 눈을 툭 떨어뜨리고 맙니다. 즉 나는 아니다 라고 남몰래 말하고 마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어서, 지금도 뚜렷이 기억납니다.
-그렇군요.
요코야마 : 결국 친구의 책임이 돼서 상급생에게 험한 꼴을 당합니다. 고베르 군은 양심의 가책으로 열이 나고 맙니다. 어른이 되서도 비슷한 경우가 많잖아요. 그럴 때 뭉친 눈을 떨어뜨릴 것인가, '저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나설 것인가 라는 부분이, 어떤 의미에서 인간이 살아가는 가운데 분기점이 아닌가 생각돼요. 그 지점에서 자신의 라인을 그어가는 것이라고 항상 소설을 쓰고 있을 때 생각하게 됩니다. 조직과 개인은 아닙니다만, 시험받는 인간에 대해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있습니다. 바로 이 소년도 시험받고 있는 거죠.
<너희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마음에 남긴 것이 상당하시군요.
요코야마 : 그렇습니다. 저는 미스터리 작가이기 때문에, 미스터리라는 의미에서는 물론 별개로 있습니다만, 거리낌 없이 읽던 시기에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것은 역시 이 책이었죠. SF도 좋아해서 쥘 베른과 같은 작가에게는, 이야기에 상상력의 날개를 달아줬다는 의미에서 지금까지도 존경과 동경을 품고 있습니다.
-미스터리로 영향을 받은 한 권이라면?
요코야마 : 먼저 <황색방의 비밀>(가스통 룰루)입니다. 본격추리의 원점이라 할 작품이지만, 트릭과 상관없이, 정말 무서웠습니다. 이후 홈즈라든가 여러 가지 책들을 읽었습니다만, 사실 어떤 것이든 무서웠어요. <얼룩 무늬 끈>이라든가 <은성호 사건>(코난 도일)라든가 밀이에요. 한밤중에 이불 속에서 읽는 아이여서, 화장실에 못 가게 돼버려, 참지 못하고 창문에서 일을 본 적도 있습니다. 나중에 혼났습니다만.(웃음).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는 무서운 것이라는 인상이 강해, 소설을 쓸 때 살리고 있습니다.
-그 외에는?
요코야마 : <키다리 아저씨>(진 웹스터)는 미스터리로 읽었습니다. 서간문학이라는 점이 재밌었죠. 읽었을 때의 즐거움이 떠오르는군요. 그렇지만 마지막이 용납이 안 되어, 찢고 검게 칠하기도 했습니다. 주인공 여자애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는데, 키다리 아저씨의 비서가 방해합니다. 이후 키다리 아저씨인 줄 모르고 서로 알게 되면서, 연심이 생겨 마지막에는 결혼하게 되는데, 그 구도가 아이로서는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돈 때문에?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렇게 읽지 않는 분도 계시고, 읽고 있는 중에는 멋진 작품이었죠. 그렇지만 지금도 글을 쓸 때 반면교사로 삼고 있습니다. 구성이라든가 구조에 있어 컨트롤의 조정이 잘못되면 독자를 골짜기에 떨어뜨리게 된다고 말이죠.
-기자 시절에 읽게 된 것 중 인상에 남은 책은?
요코야마 : 연구자처럼 논픽션을 주구장창 읽었죠. <지점장은 왜 죽었는가支店長はなぜ死んだか>(우에마에 준이지로上前淳一郎)가 그 당시 베스트일까요. (실제 단행본을 테이블 위에 올리며) 지금의 기자가 봐도 전혀 낡지 않았어요. 신문사에 들어가려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만, 사실 경찰서를 돌고 난 뒤(*한국에서 이른바 사스마와리 라고 하는) 읽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군요. 저는 경찰서를 돌고 난 뒤 읽었습니다. 가슴을 찌르는 듯한 작품으로 마음 깊이 남았습니다.
(여기서 요코야마 씨가 다른 몇 권의 책을 테이블 위에 나열했다.)
요코야마 : <스물네 개의 눈동자二十四の瞳>(쓰보이 사카에壷井栄著)은 정신안정제라고 할까요, 중학교 때 몇 번이고 읽었고, 회사에 들어가서도 두 번 정도, 그만두고 나서도 읽었습니다. (<천문연감> 1970년판과 71년판을 가리키며) 천문 소년이었죠. 제가 찍은 달 사진이 꽂혀 있어 간만에 펼쳤다가 깜짝 놀랐어요. 뒤에 날짜를 보니 70년이니까 당시 13살이었군요. 아버지 카메라를 빌려서 망원경으로 찍어 <천문 가이드>에 응모했지만 한 번도 안 실렸죠. 꽤나 풀이 죽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리고 <열쇠鍵>(다니자키 준이치로谷崎潤一郎)의 삽화를 봐요, 무나카타 시코(棟方志功,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판화가)잖아요.
-이건 호화롭군요.
요코야마 : 책이란 건 예전에 이렇게 만들었구나 싶죠. 괜찮죠.
-(<열쇠> 초판본을 손에 쥐고, 책 뒤 발행일을 보고) 쇼와 32년……
요코야마 : 제가 태어난 해죠. 중학교 시절 아버지 책을 살짝 훔쳐온 겁니다. 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됐던 무렵이네요.
-책을 읽을 때는 소파에서 편안하게?
요코야마 : 엄청난 집착심이 있어요. 방을 깨끗이 청소하고, 마실 것을 준비하는 등 소란을 피우고 난 뒤 이제 읽자, 라는 식으로 말이죠. 어릴 때부터 쭉 그래서, 최근에 수적으로 덜 읽습니다만, 좋아하죠. 독서란 특별한 것이라고 하는 의식이 있어요.
최근 산 책
-책을 사러 가는 장소가 정해져 있나요?
요코야마 : 정해져 있었는데 최근에 가면 '앗'하고 말을 걸어 조금 난처할 때가 있어서, 다카사키 역의 서점처럼 혼잡한 곳에 섞여 쓱싹 일을 보는 경우가 많죠. 지방 신문에 소개 기사 같은 게 나는 경우가 있잖아요. 도서관에도 얼굴 사진이 있는 경우도 있고요. 정말 움직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에 다니던 서점에는?
요코야마 : 군마에는 유서 깊은 간코도(煥乎堂, 일본의 오래된 서점)가 마에바시에 본점이 있어 곧잘 다녔습니다. 도다(戸田) 서점도 현내에 몇 개 있고, 물건 배치도 상당히 좋아 잘 다녔어요.
-최근에는 어떤 책을 사셨나요
요코야마 : 음, 다치모리 메구미(日明恩, 소설가) 씨의 <진화보鎮火報>라고 하는 소방관 이야기예요. 소방에 관한 이야기를 쓰려고 맘먹고 취재를 어느 정도 하고, 그 차원에서 읽었습니다. 상당히 자세하고, 엔터테인먼트로서 대단히 우수하고 재밌어서, 제 쪽은 잠시 유보하고 말았습니다.(쓴웃음) 만약 지금 쓰려고 한다면 전혀 다른 단면으로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오랜만에 기분 좋게 즐겼습니다. 1월에는 심근경색으로 2주 정도 입원해서, 산 건 퇴원 직후로 2월경입니다. 앗, 최근은 아니네요.(웃음)
-그 뒤, 몸은 좀 어떠신가요?
요코야마 : 7월에 다시 쓰러져, 3주간 정도 입원했습니다. 이번에는 빈혈이었죠.
-큰일이었군요. 퇴원 후에는?
요코야마 : 지금은 겨우겨우 근근이 라는 상태입니다. 과연 나이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틀 철야는 거뜬히 했거든요.
-예, 이틀 철야요!
요코야마 : 예, 정말 완전히요. 48시간, 72시간 정도는 깨어 있었죠. 자지 않는다는 것이 왕창 쓸 수 있는 단 하나의 비결이었는데, 역시 이제는 하룻밤 새고 나면 이틀 정도는 쓸 수 없게 돼버렸습니다.
-그래도 밤을 샐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합니다.
요코야마 : 아직 마흔여섯이니까 하룻밤 정도는요. 작년에는 18일간 집에 돌아간 것 외에는 전부 여기(작업장)에 있으면서, 6월부터 12월까지 평균 3시간 수면이었죠. 그래도 원고를 제때 못 넘겼죠. 거기에 정월을 맞으면서 심근경색이 돼버려서. 병원이 천국 같더군요. 어느 누구도 원고 쓰라고 말 않고, 간호사 분들은 어찌나 친절하지. "주무시지 않으면 안 돼요." "아 그런가요." 이러면서 말이죠.(웃음)
-입원 전 생활은 어떠셨나요?
요코야마 : 운동 부족이랄까, 운동 제로였죠. 이 공간에서 안 나가니까요. 먹는 거 말고는 즐거움이 없어져버렸어요. 와이프도 건강에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데, 역시 기름지고 달콤한 게 먹고 싶고, 담배는 하루에 100개피니까요. 최악의 상태였죠. 쓰러질 만 하죠, 생각해보면. 정월에 쓰러졌을 때 체중이 82킬로그램 정도였어요. 병원에서 죽만 먹어서 지금은 70킬로그램 정도죠. 피의 흐름도 좋아져서, 산보도 어느 정도 할 정도로 애를 쓰고 있어 몸 상태는 서서히 좋아지고 있습니다.
-지금 수면 시간은요?
요코야마 : 대여섯 시간은 자고 있습니다. 5시간 이하면 심근경색에 걸리기 쉽다는 통계가 있더군요. 그렇지만 습관적으로 3시간 정도 자고나면 불쑥 잠이 깨고 맙니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요. 자고 있으면 큰일 난다, 쓰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면서요. 그렇지만 업무량은 3분의 1정도 줄였습니다.
-다음 발간 예정 작품을 말씀해주세요.
요코야마 : 11월에 쇼덴샤에서 도둑을 주인공으로한 연작 미스터리가 나옵니다. 아주 밑바닥으로부터 사회를 보고 싶다, 라는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가슴 시린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그림자 밟기影踏み>를 말하는 듯하다)
-경찰소설은 이후에도?
요코야마 : 저를 세상에 알려준 작품군이고, 애착도 있습니다. 일정하게 가능한 한 쓰려고 맘먹고 있습니다. 무리하게 뭔가 새롭게 하려 하지 않고, 지금까지 해온 대로, 독자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다면 길게 쓰고 싶습니다. 기본적으로는 단편을 중심으로, 어떤 의미에서, 스스로를 장인 근성 같은 것을 발휘할 수 있는 소설을 써가고 싶어요. 이후에 기회가 되면 장편에 도전하고 싶습니다만, '단편작가'라고 하는 호칭에 애착이 있어서 말이죠.
-목표로 삼고 있는 작가가 있으신지요?
요코야마 : 어떤 작가이고 싶은가는, 자신에 대해 어느 만큼 파악하고 있는가와 연결되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는 아직 신출내기고, 현재진행중에 있어요. 구체적인 목표가 향후에 생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천 개의 단편을 발표한 사노 요(佐野洋) 씨와 마쓰모토 세이초(松本清張) 씨의 정력적인 활동을 동경하고 있습니다. 작가도 동시대를 함께 달려가고 있기 때문에, 바로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쓸 것인가라는 점에서 승부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