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우리의 이웃나라이다. 하지만 한국전쟁에서 우리와 싸운 적국이었기 때문에 문화적인 단절이 오랫동안 계속되었고, 그래서 우리는 20세기 중국의 영화에 대해서 별로 잘 알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에 중국은, 공산주의 탄압과 문화적 혁명 속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영화예술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홍콩, 그리고 망명 정부였던 타이완까지도 영화를 당당하게 세계로 진출시켰다.
일본도 우리의 이웃나라이다. 하지만 식민지 통치에 대한 원한 때문에 일본 영화는 정부 차원에서 봉쇄되었고, 그래서 일반 관객이 모르는 사이에 일본 영화는 한국 영화인들을 위해 베껴먹기 창고 노릇을 했다. 그리고 일본 영화예술은 중국보다도 먼저 세계적인 인정을 받았다.
"세 개의 중국"과 일본이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삼아 발전시킨 영화예술이 세계 무대로 진출하는 동안, 우리 영화는 무엇을 했을까?
이것이 중국과 일본과 한국의 영화에 관한 얘기, [영화 삼국지]의 내용이다. - 베로니카 레이크(1919∼1973)의 마지막 작품인 「사이공」에서 앨런 래드는 밀수업자로부터 50만 달러의 보수를 받았고, 그래서 「사이공」의 광고물에서는 베로니카... 「탈출(To Have and Have Not, 1945)」에서 베로니카 레이크의 "전설적인 금발"을 그대로

 얼마 전 황혼기의 섹스를 다룬 '죽어도 좋아' 라는 영화가 세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노인들의 섹스라니! 이 얼마나 도발적인 발사인가! 이 영화와 제대로 코드를 맞춘 사람이라면 극장 문을 나서며, '그래, 늙는 게 뭐 어때서? 두려울 거 하나 없어.' 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정년은 짧아지고, 수명은 길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제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명백해졌고, 누구나 황혼기를 맞이하게 된다. 해서, "50세를 지천명(知天命), 60세를 이순(耳順), 70세를 종심(從心)" 이라던 공자의 말씀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자신이 황혼기를 잘 살고 있는 것인지,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지, 그 비결을 한번쯤 생각해보기 마련이다.
이 책의 편저자인 윌러드 스콧은, 자신의 친구이자 미국 사회의 명사인 여러 사람들에게 멋진 황혼기를 영위하는 비결을 물었다. 그래서 이 책에는 노벨상 수상자, 전직 대통령, 시인, 우주비행사, 성공적인 사업가뿐만 아니라 우리 주위의 평범한 이들까지 포함되는 스콧의 친구들이 털어놓은 '행복한 황혼'을 맞이하는 소중한 비결이 담겨있다.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은 유쾌하고, 어쩌면 인생 최고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또한 글들은 많은 이들이 인생의 후반기에 겪을 수 있는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 그것을 어떻게 매혹적인 삶으로 바꿀 수 있는지도 담담하게 말하고 있다.
더글라스 맥아더는 '세월은 피부를 주름지게 만들지만 열정을 포기하는 것은 영혼을 주름지게 만든다'고 말했으며, 비달사순은 '인생 후반의 열정이 신화를 현실로 바꾸어놓을 수 있다'는 멋진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밖에도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과 명사들의, 나이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목표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끝없이 도전하는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펼쳐져 있다. 인생의 일몰을 일출만큼이나 아름답게 보는 여유와 멋을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사실 황혼기의 아름다움은 용모, 부, 명예에 기인하지 않는다. 흐트러짐 없는 생활 자세와 현실을 초월하는 데서 오는 여유, 그리고 당당함이 바로 그 비결일 것이다. 또한 이책의 필자들처럼 왕성한 호기심으로, 자신을 고립시키지 않으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열정, 그리고 삶을 마감한다기보다는 무엇인가를 향해 끊임없이 가는 과정으로 보는 진지한 태도가 아닐까. 그리고 그 비결은 어쩌면 황혼기를 위해서는 재테크나 장수 비결보다 선행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모든 것을 종합해 생각해보면 이런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이 책에는 황혼기를 맞이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젊은이들도 새겨 들을만한 '아름답게 나이 드는 법'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
그들은 한때 잘나간 여배우들이다: 델마 토드, 진 할로우, 캐롤 롬바르드, 프랜시스 파머, 캐롤 랜디스, 베로니카 레이크, 마릴린 먼로, 베티 그레이블, 조이 랜싱, 클레오 무어, 제인 맨스필드, 바바라 루익, 레이 스노우돈, 바바라 니콜스

 이 책은 여성학과 대중문화를 전공한 저자가 오랜 기간동안 전지구적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독보적인 스타인 마돈나의 대중 전략을 분석한 '마돈나 연구서'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의하면 마돈나는 매번 새롭게 등장할 때마다 기존의 스타들에 대한 단순히 모방과 재해석에 그치지 않을 뿐더러, 자신에 대한 대중의 찬반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고도의 전략적 사고방식을 구사하고 있다. 극찬하는 팬에 대한 서비스는 물론, 극단적으로 혐오감을 표시하는 반대자들을 향해서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다. 자신의 상품으로써의 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그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과감하게 적용하는 그녀의 마케팅 전략이 놀랍게 느껴진다.마돈나, 그녀의 이름을 듣는 순간 우리는 현란한 조명 아래, 몸에 꽉 조이는 뷔스티에(어깨끈 없이 허리까지 이어진 브래지어) 차림에 온몸을 뒤틀 듯이 춤추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뿐만 아니라 검은 가죽 재킷에 역시 허벅지가 다 드러날 정도의 짧은 가죽 바지, 그리고 손가락 부분을 자른 검은 가죽 장갑, 머리엔 원색의 스카프를 두르고 허리엔 조그마한 원반이 주렁주렁 매달린 금속성의 띠를 차고 종횡무진 무대를 누비는 모습 역시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것 같다. 돌이켜보건대, 그녀의 이미지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언제나 파격적인 모습으로, 아니 파격이되 항상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들 앞에 나타나기 때문에 마돈나는 고정된 이미지가 없다는 것이 어쩌면 맞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1980년대 초반, 혜성처럼 나타나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마릴린 먼로 이후로 미국의 섹스 심벌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여성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다만 금발에 터질 듯한 하얀 몸매, 얼굴에 애교점이 있다는 외모상의 분위기로만 비교될 뿐, 미국 대중문화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마릴린 먼로는 지난 세기의 흘러간 인물이지만 마돈나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에 그녀의 노래, 뮤직비디오, 영화, 책, 인터뷰, TV 출연, 옷차림, 머리 모양, 화장 스타일 등이 모두 미국 대중문화의 텍스트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수많은 대학의 학자들이 그녀에게 관심을 갖고 있으며, 어떤 대학은 마돈나를 주제로 한 강의계획을 세우기까지 했다. 마돈나에 대한 강의를 가장 먼저 개설한 대학으로는 프린스턴, 하버드, UCLA, 콜로라도, 러트거스 등이 있다. 1997년 4월에는 심지어 암스테르담 대학도 음악학과 내에 ‘마돈나:그녀의 음악과 현상Madonna: The Music and the Phenomenon’이라는 제목의 강의를 선택과목으로 개설했다.
이 정도면 마돈나가 지금 전 세계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또한 그녀에 관한 책들도 만만치 않지만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된 책은 그리 많지 않다. 마돈나의 삶을 다룬 『마돈나 Sexual Life : 울지마, 울지마, 울지마』와 푸코의 이론으로 보는 여성성에 대한 이론서 『마돈나의 이중적 의미』 등이 있을 뿐이다.
앞의 책은 마돈나의 사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독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파격적인 사진이 40컷 들어 있으며, 뒤의 책은 여성학 강의의 일부분으로서 여성과 세계와의 관계를 사회의 지배 메카니즘과의 관계를 통해 풀어가는 책이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되는 이 책 『포스트모던 신화 마돈나Madonna ac Postmodern Myth』는 앞의 두 책과 확실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마돈나에 대해 단순한 대중문화의 우상이 아닌, 더 큰 문화적 중요성을 지닌 포스트모더니즘의 신화로 가정하고 접근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바로 그런 가정하에 저자는 이 책에서 마돈나가 어떻게 스스로를 창조하고 만들어갔는지(종종 자신의 과거를 각색하기도 한다), 야망과 그 야망을 이루기 위해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를 치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또한 어떻게 그녀가 예술적 성과물들을 창작해냈는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숭배자들과 다른 부류의 청중들을 사로잡았는지를 그녀의 노래와 뮤직비디오, 출연 영화, 각종 인터뷰를 통해 샅샅이 밝힌다.
다시 말해,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는 대중예술가로서 마돈나가 매번 어떤 전략을 내세워 대중들을 공략해갔는지, 그리고 사회 문화적으로 그녀가 미국 사회, 아니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그녀의 모든 활동에 대해 심도있게 접근한다. 저자는 마돈나에 대한 대중문화적 시각을 시종일관 지켜내면서 끝내 마돈나에 대해 긍정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마돈나는 과연 순결한 처녀인가, 요부인가? 아니면 성녀인가, 매춘부인가? 오늘날의 사회와 마돈나 보여주는 그 모순들 그리고 섹슈얼리티와 종교를 향한 현대인들의 태도를 능숙하게 활용하고 있는 마돈나에 대한 흥미롭고도 수준높은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제목에 ‘포스트모던’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고 너무 딱딱한 이론서가 아닐까, 하는 섣부른 오해는 금물이다. 여기서의 ‘포스트모던’이란 우리가 흔히 문학·미술 등 순수예술에 붙이는 그 복잡한 사조(思潮)의 한 갈래가 아닌 마돈나와 마돈나를 둘러싼 현상에 대한 수식어일 뿐이다. 마돈나라는 대상 자체에 심각한 학술적 수식어를 붙일 이유가 전혀 없으며, 저자 또한 그 부분에 강하게 고개를 내젓고 있다.
마돈나가 우리 앞에 등장한 지도 어언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리나라에도 그보다 더 오랜 세월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연예인들이 있다. 그러나 그들과 마돈나의 차이를 발견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우리의 연예인들은 (특히 가수에 국한한다면) 이미지 변신에 상당히 보수적이다. 반면, 마돈나는 새로운 음반을 낼 때마다 그 분위기에 맞는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그 변신이 극단적인 찬반으로 엇갈린다 해도 마돈나는 자신의 영역에 대해 강한 자부심과 대중을 이끄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
또 일부 뮤직비디오에서는 베로니카 레이크Veronica Lake(「보그」) 등 다른 스타들을 되살려냈다.

 이 책은 흔히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릴 만한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사실 돈이나 권력을 가진 이들(역사적으로 주로 남자들)이 더 많은 섹스 파트너를 가진다는 심증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권력과 섹스의 복잡다단하고도 역동적인 관계가 역사적으로 규명된 적은 거의 없다는 점에 착안해 저자들은 이 책을 쓰고 있다. 역사적으로 권력자들의 섹스 스캔들이란 ‘섹스’보다는 ‘권력과 정치’를 말하고 있기 마련인 것이다.
과연 부와 권력을 거머쥔 이들은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일반인과 달리 성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일까? 저자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진부한 가부(可否)의 대답보다는 ‘권력-섹스 관계’ 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당 현종, 루이 15세, 토머스 제퍼슨, 존 F. 케네디, 예카테리나 여제 등은 권력을 이용해 섹스를 취해왔던 이들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권력에 다가가려고 섹스를 이용한 이들로는 양귀비, 에바 페론, 루이 15세의 정부였던 퐁파두르 부인 등이 있다. 한편 사랑이나 결혼을 통해 몰락했던 이들도 있었다. 이를테면, 사랑을 얻고 정치적 생명을 잃은 안토니우스와 아일랜드 정치인 찰스 스튜어트 파넬이 그들이다. 성적 취향 때문에 스캔들에 휘말렸고 억측과 소문에 시달렸던 이들로는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과 빌헬름 2세 시대 독일의 정치인 오일렌부르크를 거론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자신이 ‘처녀여왕’임을 내세워 대영제국의 기틀을 닦은 엘리자베스 1세가 결혼을 두고 벌이는 정치적 전략과, 캐롤라인 공주를 비롯한 애정 없는 정략결혼의 수많은 희생자들의 경우 등, 이 책은 섹스와 권력, 정치의 관계를 만화경처럼 펼쳐놓고 있다.
또한 이 책은 흥미로운 각각의 이야기들 막간에 시대에 따라 변화했던 성을 둘러싼 규범들과 사회상을 그리고 있다. 이를 테면 우리는 정략결혼 이후 새롭게 싹튼 ‘사랑으로 맺어지는 커플’의 개념이 출현한 것과 국가적 추문을 다루는 언론의 태도와 역할을 조지 4세와 캐롤라인 공주의 스캔들(6장) 속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오셰이 부부의 이혼소송 이야기(9장)를 보면서 19세기의 가장 대표적인 사회혁명이었던 이혼소송법이 가졌던 한계와 당대의 이혼 법정의 모습을 보다 사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미국의 유명한 성심리 전문가인 웨스트하이머 박사는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에 대한 논평을 부탁받은 것을 계기로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 책에서 지금 벌어지는 스캔들 자체에 매몰되기보다 다양한 문화권과 역사를 되짚어보는 폭넓은 시각으로 이 문제를 조망하고자 했다. 과거 혹은 다른 문화권에 살았던 경제적·정치적 권력자들의 섹스 스캔들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되었는가? 그리고 일반인들은 이런 권력자들에게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가? 그들이 그러한 기대를 저버렸을 때 일반인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최근에 이슈가 되고 있는 동성애자들의 결혼과 군대 내 동성애 문제는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이 책은 이런 문제들을 다루면서 비단 섹스 스캔들의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스캔들과 언론, 나아가 사법 제도와의 관계까지 규명하고 있다. -
한번은 자기가 원하면 언제든지 미인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술에 취한 베로니카 레이크를 자신의 또 다른 여자 친구의 침대에 재우기도 했다.

 악마와의 계약, 늑대인간, 흡혈기, 저주받은 마을 등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널리 알려진 소재들을 총동원해 한 마을에서 일어났던 공포의 향연을 보여주는 소설. 스티븐 킹과 함께 미국 호러 소설계를 이끄는 피터 스트라우브의 대표작이다.
밀번이라는 작은 시골마을에서 기괴한 살인사건과 가축 도살 사건이 연이어 벌어진다. 마을 원로들인 '차우더 클럽'의 네 노인들은 과거, 젊은 시절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상기하며 마을에 저주가 엄습했다고 믿는다. -
노마 쉬러, 존 포드, 유진 팔레트, 해리 캐리, 「주니어 스테이지코치」, 「신 맨」, 베로니카 레이크와 알란 래드, 존 길버트와 렉스 벨, 진 할로, 찰리 파렐, 재닛 가너, 「노스페라투」와 매 웨스트 등 리키의 젊은 시절

 할리우드는 이제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주 일부를 차지하는 지리적 공간이 아니다. 할리우드는 미국이란 거대 국가의 영화 산업이라기보다는 수많은 나라의 영화에, 심지어 우리의 무의식 속에 각인되어 있는 존재이다. 미국 밖의 나라들은 할리우드 영화와 유사한 영화 제작에 승부를 걸며, 자존심 강한 프랑스 영화나 한국 영화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가 한국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이나 인생을 살아가는 기준에도 여지껏 보아왔던 할리우드 영화의 잔영이 드리워진다. 세계영화는 할리우드 영화와 비할리우드 영화로 나눌 수 있다는 극단적인 말이 나올 정도로 할리우드의 실체와 상징성은 막강하다.
바로 그런 이유로 할리우드를 이해하고 해석해내는 일이 할리우드 외부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바로 그런 작업의 성과물인 이 책은 할리우드의 명작, 작가, 감독 퍼레이드로 진행되는 영화사나, 유명 학자의 이론에 기대어 현학적 해석으로 버무려나간 영화학 서적들보다 할리우드의 실체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해석해낸다.
할리우드는 멕시코의 촌구석에 몰려든 유대계의 동유럽 이민자, 몽상가, 기업가, 투기꾼들의 작은 게토에서 시작되었다. 그런 할리우드가 여러 차례의 위기와 구조조정을 통해 오늘날 인류에게 꿈과 미래, 모험과 로맨스, 사회적 성찰까지도 제공하는 거대한 영상 커뮤니케이션 콘텐츠의 제국으로 발전해서 전세계 영화 문화와 영화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런 할리우드의 블랙홀 같은 탐식성은 저자에 의해 한 꺼풀씩 벗겨진다. 할리우드를 정치·사회·문화·산업·기술·이데올로기적인 층위에서 하나씩 벗겨나가는 저자의 전략은 할리우드의 지리적 설정부터 영화인 조합의 성격, 선정적인 표현을 놓고 벌이는 시민단체와 영화인 사이의 힘겨루기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걸러낸다.
반독점 소송과 검열문제, 매카시즘과 노조 활동, 새로운 기술가 새로운 매체의 발달로 경제적·기술적·이데올로기적인 위기를 겪어온 할리우드. 일시적으로 패자이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자기 혁신과 발빠른 대응으로 적을 친구로 만들며 자기 확장을 끊임없이 해온 할리우드의 한 세기 역사가 이 책을 통해 낱낱이 밝혀진다. 그 과정에서 매우 흥미로은 사실들이 발견된다. 이를테면 레이건 전 대통령이 과거 정치 수업을 쌓았던 배우 노조 활동에서 벌인 행적을 알고 나면 레이건 시대의 미국을 읽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1970년대 새로운 매체의 등장과 경기침체로 와해되어가던 할리우드가 『플레이보이』잡지를 거느린 복합기업가 휴 해프너의 투자로 살아난 것은 「부기 나이트」에서 보듯이 할리우드가 포르노 산업에 왜 우호적인지를 설명해준다. 또한 케네디가와 할리우드의 연관성은 할리우드와 백악관 혹은 할리우드와 민주당과의 오랜 우호적 관계를 설명해주며, 지금도 선거 때면 보수주의자들이 민주당 후보를 할리우드와 연결해서 비판하는 것과 클린턴의 부적절한 관계를 할리우드가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태도 사이의 함수 관계를 가늠해보는 재미도 제공한다.
미국과 세계의 비판과 사랑을 동시에 받아온 할리우드는 배타적인 자신들만의 삶의 방식을 향유하면서도, 그것이 돈이 되거나 세계 대중에게 흥미를 준다면 어떤 것이든 받아들이는 놀라운 수용성을 가진 두 개의 얼굴이 이 책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것은 할리우드가 100년에 달하는 역사 동안 수많은 야합과 도전정신을 변주하면서 자신의 체질을 강하게 만들어왔음을 보여준다. 올리버 스톤이 말했듯이 백악관보다는 할리우드가 더 개방적이며 미국 언론보다 할리우드가 더 용감하다는 말도 그런 맥락에서 설득력이 있다. -
그리고 베로니카 레이크, 바바라 스탠윅, 메리 아스터 등이 주로 맡은 세련된 요부 등이 필름 누아르에 단골로 등장하는 요소들이다.

 하늘을 지배한 한 인간의 위대한 역사!
하워드 휴즈는 부자였다. 하워드의 아버지 하워드 로버트 휴즈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변호사였지만, 유전 붐이 일자 텍사스로 이주하여 유정을 뚫는 데 쓰이는 원추형 드릴을 개발하였다. 석유 붐을 타고 휴즈공구회사는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하워드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에 어머니 애린 휴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열여덟 살 되던 해에 아버지마저 유명을 달리했다. 열여덟 살에 휴즈공구회사의 상속자가 된 그는 평생 돈방석 위에서 살았다. 하지만 공구에는 관심이 없었다. 휴즈공구회사 회의에는 전혀 참석하지 않았으며, 공장을 방문한 것도 30년 동안 딱 한 번이었다고 한다. 그는 가끔 “회사는 요즘 어때? 얼마나 벌어?” 같은 질문만 할 뿐이었다. 할리우드에서 멀지 않은 오하이오에서 학교를 다닌 하워드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삼촌 루퍼트 휴즈가 시나리오 작가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공구로 돈을 벌어 영화에 쏟아 부었다. 몇 편의 영화를 실패한 후, 하워드는 <지옥의 천사들>이라는 초대작을 만들었다. 제 1차 세계 대전에서 활약한 두 명의 비행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공중전을 제대로 찍겠다는 욕심으로 스턴트맨 대신 직접 비행기를 타고 촬영한 이 영화는 제작 기간 3년, 제작비 380만 달러가 들었다. 당시로선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하워드는 하늘을 누비는 비행기의 모습을 멋지게 촬영하겠다고 마음에 드는 구름이 나타날 때까지 6개월을 기다리기도 했다. 긴 촬영 기간 동안 유성영화가 발명되자 “사운드를 넣어야겠어. 다시 한번 찍는 거야”라며 필름을 왕창 버렸다. 이후에, 그는 RKO를 인수해 50년대 후반까지 영화 제작자로 이름을 날렸다.
하워드 휴즈는 비행사였다. 어려서부터 비행기를 조종하고 싶어 했던 하워드는 각종 세계 기록을 갱신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남자’라는 칭호를 얻는다. 두 번의 큰 비행 사고를 당해 천국과 지옥을 오가면서도 하늘을 나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낭만적인 사람이었다. 세계 제일의 비행사가 되고 싶었던 하워드는 오늘날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비행기로 기록되는 전설적인 비행기 ‘헤라클래스’를 직접 설계하고 완성하기에 이른다. 이 비행기는 날개 길이만 거의 100미터나 이르렀으며, 8개의 엔진이 장착되었다. 제작비로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한 4천만 달러가 들었다. 91시간 동안 비행을 하는 세계일주 기록을 세웠으며, 70년대까지 팬암과 함께 미국-유럽 직항 독점권이 있었던 항공사 TWA를 인수해 하늘을 재패했다. 제 2차 세계 대전에서 군수사업으로 부를 늘이고, 한때 NASA의 우주 개발사업까지 손을 댄 그는 60년대 말엔 라스베이거스에 일곱 개의 카지노를 굴리며 호텔 왕으로도 군림했다.
할리우드의 로맨티스트
하워드 휴즈는 미남이었다. 193센티미터의 훤칠한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이지적인 마스크를 가졌던 그는 매력적인 남자였다. 그래서 하워드 주위에는 할리우드 톱스타에서 무명 여배우까지 여자가 끊이질 않았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여자만도 진 할로우, 캐서린 헵번, 에바 가드너, 제인 러셀, 올리비아 하빌랜드, 수전 헤이워드, 진저 로저스, 베티 데이비스, 지나 롤로브리지다, 라나 터너 등 ‘할리우드의 여신들’이라는 인명사전을 펼치는 게 나을 정도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대부호 하워드를 마다하지 않았다. 하워드의 오른팔로 30여 년간 충성을 바친 노아 디트리히는 “나는 도저히 하워드의 로맨스를 일일이 기억할 수 없다. 그 자신도 다 기억하지 못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하워드가 여배우를 발굴하기 위해 쓴 돈만 해도 몇 백만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했다. 하워드는 흙 속의 진주를 발굴해 여신으로 키우는 데 관심이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의 글래머 스타 제인 러셀이다. 그녀는 하워드가 다니던 치과의 접수원이었다. 가슴 큰 여자를 좋아하는 하워드는 단번에 그녀를 발탁했다. 제인이 하워드의 영화사 RKO가 제작한 <마카오>에 출연했을 때, 그는 스튜디오에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요컨대, 러셀 양 가슴의 자연스러운 윤곽이 나타나도록 극히 얇은 천의 브래지어가 필요하며 그것도 가능하면 가슴 아래쪽만을 떠받치는 절반의 것이 좋아.” 공과대학을 다니지 않고도 세계 유수의 비행기 전문가들이 그에게 비행기 구조에 대해 자문을 들어야 했던 하워드. 그는 50년대 이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하프컵 브래지어’의 설계자이기도 했다.
하워드 휴즈는 술과 담배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사교계의 황태자이면서도 마약은 물론 술과 담배도 즐기지 않았다. 그는 영화를 사랑했고, 골프를 좋아했으며, 종종 침대에 홀로 앉아 색소폰을 불었다. 하지만 하워드는 성격이 특이했다. 조금 특이한 게 아니라 많이 특이했다. 세균 감염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에게 서류를 전하는 직원들은 흰색 무명장갑을 껴야 했으며, 성병이 전염됐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면 의심 가는 옷과 침구를 모조리 불태웠다. 그의 집을 방문한 사람은 분필로 그려진 18센티미터 정사각형 안에서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말년엔 대저택에 진공 유리방을 지어 놓고 칩거했다. 머리를 허리까지 기르고 손톱이 10센티미터가 넘도록 자르지 않고, 크리넥스 박스를 신발로 신고 다닌 기행은 현재까지도 유명하다. 하워드 휴즈는 멕시코 아카풀코에서 휴스턴으로 돌아오던 도중에 멕시코 만 위에서 죽었다. 비행속도 세계 신기록, 2회의 대륙횡단 비행기록, 세계일주 비행기록, 이 모든 비행기록을 혼자서 이룬 위대한 테스트 조종사에게 어울리는 죽음이었다. -
그중에는 할리우드 유명인사들이 다수 있었다. 린다 다넬, 폴레트 고다드, 케리 그랜트, 베로니카 레이크, 미르나 로이, 프랭크 모건, 월터 피전, 윌리엄 파월, 티론 파워, 에드워드 로빈슨, 랜돌프 스콧, 데이비드 셀즈닉, 진 티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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