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문학기행답게 시작부터 카프카적인 일이 터지고 있다. 승객수가 안 맞는다고 이륙이 지연되더니 이륙순번까지 밀려서 대기중. 예정보다 1시간 10여분 늦게 이륙할 듯싶다. 뮌헨에서 빈행으로 환승해야 하는데 환승에나 지장이 없기를 바랄 뿐. 지난겨울 러시아문학 기행 때도 비행기 출발이 1시간반 지연됐었는데 똑같은 게이트여서 게이트 징크스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문학기행 징크스? 비행기(에어버스 기종이다)에 탑승하고 한시간이 지나서도 북플을 쓰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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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터미널에 가까스로 도착해 인천공항행 리무진에 몸을 실었다. 나를 포함해 승객은 모두 여섯 명. 여행 성수기가 아니라는 걸 알겠다(중간 경유지에서 더 탄다 하더라도).

여행가방을 닫으며 마지막으로 넣은 책은 체코 작가들의 엔솔로지 <프라하>(행복한책읽기)다. 어젯밤에 책장에서 꺼내와 펼쳐드니 프라하를 공통 배경으로 한 이 소설집에 카프카의 작품으론 ‘어느 투쟁의 기록‘이 수록돼 있다. 책을 3년전 프라하 여행시에 구해놓고 아직 읽지 않았던 것. 그때 신고다녔던 운동화를 3년만에 신고 나선 것 비슷하게 챙길 수밖에 없었다.

20대 초반 대학시절에 쓴 ‘어느 투쟁의 기록‘은 다른 카프카 작품집 두 권에도 실려있다. 전집판 1권 <변신>(솔)과 <어느 투쟁의 기록>(범우사)이다. 휴대성을 고려해 <프라하>를 선택한 것. ‘어느 투쟁의 기록‘은 습작기 작품이지만(카프카는 1912년에 ‘선고‘와 ‘변신‘ 등 주요 작품을 집필하고 <관찰>이라는 첫 작품집도 발표한다. 두번 약혼하게 되는 펠리체 바우어를 만난 것도 그 여름의 일이다. 카프카에게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해이다. 1912년 이전을 나는 ‘습작기‘로 부른다), 유명한 카프카 동상이 이 작품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유명하기에 카프카 문학기행에서도 찾아가게 된다. 기억에는 주택가의 작은 광장에 세워져 있었다. 머리 없는 인물상 어깨에 카프카가 걸터앉은 모습이다).

카프카 문학에서 ‘투쟁‘은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그를 읽는 독자에게는 카프카가 투쟁의 대상이 될는지도. 그 카프카를 만나러 한번 더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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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 문학기행의 첫 기착지는 오스트리아 빈이다. 카프카와의 몇 가지 연고 때문에 들르긴 하지만 빈의 몇몇 명소도 방문하게 된다(짧은 경유 일정이라 아마도 눈도장만 찍게 될 듯싶다). 유럽문화의 중심지 가운데 한 곳으로 빈은 다른 많은 명사들의 도시이기도 하다. 지난여름에 오스트리아 문학을 강의하면서 다룬 아르투어 슈니츨러와 슈테판 츠바이크도 빈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은 작가들이다.

 

 

 

강의에선 다루지 않았지만(강의에서는 <체스 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초조한 마음>을 읽었다) 츠바이크의 <이별여행>(이숲에올빼미, 2011)이 서가에서 눈에 띄기에 펼쳤는데, 뜻밖에도 상세한 작가론이 실려 있다. 이사벨 오쎄의 '슈테판 츠바이크의 생애와 작품'이란 해설인데, 한국어판 역자들이 작품해설을 대신하여 옮겨놓은 것. 47쪽 분량이라 내가 읽은 범위 안에서는 가장 상세하다.

 

츠바이크가 살았던 시대 오스트리아의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대목이 유익한데, 동시대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말이 인상적이다. 19세기 후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중심도시로 활기찬 도시였던 것은 맞지만 한편으로 진보주의자들이 보기에는 아주 보수적이고 갑갑한 도시였다고. 이를 비꼬면서 말러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가 종말을 맞게 될 때, 나는 빈으로 돌아갈 것이다. 왜냐하면 이 도시에서는 모든 것이 20년 늦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말러의 교향곡을 들어본 지도 꽤 오래 되었다. 오늘밤에는 잠들기 전에 좀 들어보면서 빈 입성 준비를 해야겠다.

 

 

 

빈에서는 프로이트 박물관도 들를 예정인데, 카프카 문학과 그의 시대를 이해하는 데 프로이트와 정신분석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넣은 일정이다. 하긴 빈은 프로이트의 도시이기도 하다. 프로이트는 츠바이크는 물론 말러와도 다 개인적인 인연을 갖고 있다. 그런 행적들을 자세히 짚어주는 책을 찾아봐야겠다. 나중에...

 

17. 09.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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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0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주의 책'을 대신하여 '카프카 읽기'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10권으로 완간된 전집 가운데 작품(전5권)을 뺀 나머지 일기와 편지들 다섯 권이다. 여행가방에 다 넣고 가지는 못하기에 리스트로 대신하는 것. 오늘 배송받은 책은 '체크(Czech) 아웃' 시리즈 가운데, 얀 노박의 <프란츠 카프카>인데, 50쪽밖에 안 되는 분량에 놀랍게도 '큰 글자' 가이드북이어서 내용이 별게 없다. 흠, 아주 없진 않다(카프카가 스스로 못 생겼다는 콤플렉스를 갖고 있었다고). 그래도 아주 가볍기에 프라하에 '체크인'용으로 넣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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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 카프카 지음, 변난수.권세훈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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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서재에 긴 글은 쓰기 어려울 것 같기에 미리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독서의 달인 만큼 한껏 욕심을 내볼 만한 달이다(여행자는 열외다).

 

 

1. 문학예술

 

번역소설로는 앤 후드의 <내 인생 최고의 책>(책세상, 2017), 그리고 국내 소설로는 올초에 세상을 떠난 정미경 작가의 유작 <가수는 입을 다무네>(민음사, 2017), 그리고 이승우 작가의 신작 소설집 <모르는 사람들>(문학동네, 2017)을 고른다. 물론 이 정도로 성에 차지 않는 독자라면 얼마든지 목록을 늘릴 수 있겠다.

 

 

 

예술 쪽으로는 영화 책들을 골랐는데, 마음산책 감독 시리즈 가운데 오즈 야스지로의 <꽁치가 먹고 싶습니다>와 <에리크 로메르>, 그리고 국내서로는 <아가씨 아카입>(그책, 2017)을 고른다. 영화 서플먼트로 이렇게 여러 권의 책이 나오는 것으로 <아가씨>는 기록을 세울 듯하다.

 

 

 

2. 인문학

 

철학 분야에서는 영국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의 신작 <위기의 이성>(아르테, 2017), 조르조 아감벤의 <내용 없는 인간>(자음과모음, 2017), 그리고 문학비평가 소영현의 '사회비평 선언', <올빼미의 숲>(문학과지성사, 2017)을 고른다. 난이도를 가늠해서 읽어볼 만하다.

 

 

 

역사 분야에는 읽을 만한 책이 많은데, 당장 아자 가트의 대작 <문명과 전쟁>(교유서가, 2017)을 꼽을 수 있다. 윌리 톰슨의 <20세기 이데올로기>(산처럼, 2017)와 알렉산더 라비노비치의 <1917년 러시아혁명>(책갈피, 2017)도 일독해 볼 만하다(개인적으로 라비노비치의 책은 10월의 인문특강에서 다룰 예정이다).

 

 

 

3. 사회과학

 

방송계 적폐 청산이 요즘의 시사 이슈 가운데 하나인데, 이슈도 따라갈 겸 미디어오늘에서 펴낸 <대한민국 프레임 전쟁>(동녘, 2017)도 챙겨 읽도록 하자.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회 현상과 관련해서는 레나 모제의 <인간 증발>(책세상, 2017)과 데이브 컬런의 <콜럼바인>(문학동네, 2017)도 참고할 책. 각각 일본과 미국의 미궁과도 같은 사회 문제를 뒤쫓고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마이크로 인문학' 시리즈 가운데서도 몇 권 고랐다. 버스나 전철에서 이동중에도 읽을 수 있는 분량과 난이도이다.

 

 

 

4. 과학

 

요즘 과학 분야의 한 트렌드는 '모두가 똑똑한 생물'이라는 건데, 제니퍼 애커먼의 <새들의 천재성>(까치, 2017), 새라 루이스의 <경이로운 반딧불이의 세계>(에코리브르, 2017) 등이 그에 해당한다. 반면 로리 윙클리스의 <사이언스 앤 더 시티>(반니, 2017)는 '과학과 도시'라는 새로운 주제로 안내하는 책이다.

 

 

 

어제 한꺼번에 주문한 책 세 권인데, 스타니슬라스 드앤의 <뇌의식의 탄생>(한언출판사, 2017), 패트리샤 처칠랜드의 <브레인트러스트>(휴머니스트, 2017), 그리고 영장류 학자 프란스 드 발의 <공감의 시대>(김영사, 2017) 등이다. 저자들의 지명도로 봐서 모두 기대해볼 만하다.

 

17. 09. 03.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고른다. 예전에 천병희 선생 번역으로 읽었는데, 이번에 김재홍 정암학당 연구원의 번역본이 새로 나왔다. 가이드북도 나와 있으니 참고할 수 있다. 플라톤의 <국가>는 강의에서 여러 차례 읽은 적이 있는데, <정치학>도 그렇게 읽을 만한지 이번에 검토해볼 참이다.

 

"이 책은 방대한 주석과 해제를 통해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내지 정치철학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엄정하면서도 학술적인 연구의 이정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플라톤의 주저인 <국가>가 이미 번역되어 꾸준히 읽히고 있음을 염두에 둔다면, 이번에 전공자에 의해 희랍어 원전 번역으로 출간되는 <정치학>은 그동안 플라톤 정치철학과 쌍벽을 이루었던 아리스토텔레스 정치철학을 통해 서양고대의 정치철학 전반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전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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