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문학기행의 첫 기착지는 오스트리아 빈이다. 카프카와의 몇 가지 연고 때문에 들르긴 하지만 빈의 몇몇 명소도 방문하게 된다(짧은 경유 일정이라 아마도 눈도장만 찍게 될 듯싶다). 유럽문화의 중심지 가운데 한 곳으로 빈은 다른 많은 명사들의 도시이기도 하다. 지난여름에 오스트리아 문학을 강의하면서 다룬 아르투어 슈니츨러와 슈테판 츠바이크도 빈에 대해서는 할말이 많은 작가들이다.
강의에선 다루지 않았지만(강의에서는 <체스 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초조한 마음>을 읽었다) 츠바이크의 <이별여행>(이숲에올빼미, 2011)이 서가에서 눈에 띄기에 펼쳤는데, 뜻밖에도 상세한 작가론이 실려 있다. 이사벨 오쎄의 '슈테판 츠바이크의 생애와 작품'이란 해설인데, 한국어판 역자들이 작품해설을 대신하여 옮겨놓은 것. 47쪽 분량이라 내가 읽은 범위 안에서는 가장 상세하다.
츠바이크가 살았던 시대 오스트리아의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대목이 유익한데, 동시대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의 말이 인상적이다. 19세기 후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중심도시로 활기찬 도시였던 것은 맞지만 한편으로 진보주의자들이 보기에는 아주 보수적이고 갑갑한 도시였다고. 이를 비꼬면서 말러는 이렇게 말했다. "세계가 종말을 맞게 될 때, 나는 빈으로 돌아갈 것이다. 왜냐하면 이 도시에서는 모든 것이 20년 늦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말러의 교향곡을 들어본 지도 꽤 오래 되었다. 오늘밤에는 잠들기 전에 좀 들어보면서 빈 입성 준비를 해야겠다.
빈에서는 프로이트 박물관도 들를 예정인데, 카프카 문학과 그의 시대를 이해하는 데 프로이트와 정신분석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넣은 일정이다. 하긴 빈은 프로이트의 도시이기도 하다. 프로이트는 츠바이크는 물론 말러와도 다 개인적인 인연을 갖고 있다. 그런 행적들을 자세히 짚어주는 책을 찾아봐야겠다. 나중에...
17. 09.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