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일정 가운데 하나는 한겨레교육문화센터의 '로쟈의 인문학 여행: 정치철학편' 강의다. 당초 7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두 주 순연돼 11월 21일부터 12월 19일까지 5주간 매주 월요일 저녁에 진행된다(http://www.hanter21.co.kr/jsp/huser2/educulture/educulture_view.jsp?category=academyGate7&tolclass=&searchword=&subj=F91060&gryear=2011&subjseq=0001&p_selmenu=01 참조). 강의의 취지와 개요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정치, 민주주의, 국가, 정의 등 다섯 가지 소주제에 맞춰 최신서 중심으로 함께 읽을 책들을 골랐다. '진보적이되 정치적이어야 하고 인간적이어야 한다'는 박상훈 박사의 <정치의 발견>부터 그 누구보다 왕성한 연구 활동과 저술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현상을 분석하고 전망해온 최장집 교수의 <민중에서 시민으로>, 한국 사회에 '정의'라는 화두를 힘껏 내던진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등을 함께 읽게 된다. 우리 사회의 정치 현상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생각들을 다질 수 있도록, 정치와 관련된 다양한 개념들을 정리하고, 제시된 책의 중심 생각과 사유들을 함께 살핀다.

구체적인 강의 일정은 아래와 같다. 커리큘럼은 지난 여름에 제시한 것인데, 그사이에 새로 출간된 책들이 있어서 약간 더 보충될 예정이다. 가령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푸른숲, 2011)에 대한 이야기가 더 포함되는 식이다. 강의에서 참고할 책들은 말 그대로 '참고'할 책이다(예정된 참고문헌에 한권씩 더 얹었다). 

  

1. 11월 21일_ 정치란 무엇인가

- <정치의 발견>, 박상훈, 폴리테이아, 2011
- <현대 정치철학의 모험>, 홍태영 외, 난장, 2010 



2. 11월 28일_ 정치는 누가 하는가

- <민중에서 시민으로 - 한국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 최장집, 돌베개, 2009
- <국민, 인민, 시민>, 박명규, 소화, 2009 



3. 12월 5일_ 민주주의는 죽었는가

- <민주주의는 죽었는가>, 지젝 외, 난장, 2010
-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고병권, 그린비, 2011
- <민주주의의 역설>, 샹탈 무페, 인간사랑, 2006 



4.  12월 12일_ 국가란 무엇인가

- <국가란 무엇인가>, 가야노 도시히토, 산눈, 2010
-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돌베개, 2011 



5. 12월 19일_ 정의란 무엇인가

-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김영사, 2010
- <마이클 샌델의 정의사회의 조건>, 고바야시 마사야, 황금물고기, 2011 

11. 11.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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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1-11-06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로쟈와 함께 읽는...'으로 총서를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습니다.^^;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로쟈와 함께 읽는 러시아 문학>, <로쟈와 함께 읽는 김훈>, <로쟈와 함께 읽는 철학>...건강하시죠? 인사하러 살짝 들렀다가, 썰렁한 농담으로 마무리하며 도망갑니다.^^

로쟈 2011-11-07 08:01   좋아요 0 | URL
<로쟈와 함께 읽는 김훈>만 빼고는 책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프랑스 68운동의 정치적 철학적 영향'이란 주제로 프랑스 인문학자 초청 토론회가 11월 7일 오후 2시 중앙대에서 열린다(구체적인 것은 아래 행사 포스터 참조). 기조연설은 '욕망의 정치, 정치의 욕망'이란 제목으로 낭테르 대학의 프랑수아 퀴세 교수가 맡았다(국내에 곧 그의 저서 <루이비통이 된 푸코: 위기의 미국대학, 프랑스 이론을 발명하다>가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국내에선 백승욱, 심광현 교수가 강연에 나선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11. 11. 05. 

P.S. 행사 소식은 도서출판 난장 블로그에 들렀다 가져온 것인데, 근간예정인 <루이비통이 된 푸코>의 가표지가 올라와 있다. 원제는 <프랑스 이론>. 같은 제목의 영어책도 있었던 싶은데 확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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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이면 겨울의 문턱이지만 따뜻한 날씨 때문에 지난 며칠간은 '11월'답지 않았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며칠 늦게 올려놓는 핑계로 대본다. 음, 그래도 계절은 만추여서 베란다 창밖으로 보이는 공원의 단풍은 절정이 지난 모습이다. 여전히 붉게 달아오른 모습이 남아 있긴 하지만. 겨울의 문턱에서는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목록만이라도 챙겨보도록 한다(이 일도 벌써 5년째 하고 있군!).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문학서는 김경욱의 '열한 번째 단행본'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창비, 2011)이다. "현재 한국 문단에서 최고의 소설가라는 평가가 과장이 아님을 소설 그 자체로서 증명해 보이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나는 <위험한 독서>(문학동네, 2008)도 챙겨읽지 않았었는데, 이 참에 '업뎃'을 좀 해놓아야겠다(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달에 구입한 <소설가로 산다는 것>(문학사상사, 2011)도 이달에 같이 읽으면 좋겠다. 우리시대 대표적 작가들이 '소설을 쓴다는 것'에 대한 소회를 적어놓은 책이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고른 역사서는 주디스 브라운의 <수녀원 스캔들>(푸른역사, 2011). "17세기 초 이탈리아 토스카나의 작은 도시, 그 곳에 위치한 소규모의 신설 수녀원 그리고 그 속에 은둔해 살아가던 어느 수녀의 이야기"로 "저자 주디스 브라운은 베네데타 수녀의 환영 주장과 동성애에 대해 조사한 심문기록을 바탕으로 '르네상스 이탈리아의 한 레즈비언 수녀의 삶'이라는 영화 같고 소설 같은 흥미로운 역사서를 썼다. 이 책은 파편적으로 남아 있는 과거의 기록이 역사의 내러티브로 변화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미시사적 작품"이라는 평이다. 17세기초 수녀원에서 벌어진 이야기라고 하지만, 수녀원이란 말 때문에 자연스레 '중세의 가을'을 떠올리게 되는데, 개인적으론 지난달에 영역본도 구한 터라 하위징아(호이징가)의 <중세의 가을>(문학과지성사)도 다시 손에 들고 싶다. 이택광 교수의 그림책 읽기 <중세의 가을에서 거닐다>(아트북스, 2008)도 같이 참고해가면서...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추천한 철학서는 니컬러스 펀의 <철학>(세종서적, 2011)이다. 부제가 책의 내용에는 더 근접한데 '가장 오래된 질문들에 대한 가장 최근의 대답들'을 다룬다. 저"자는 이 해묵은 질문들, 이제 더 이상 물어봐야 답이 나올 것 같지도 않은 질문들을 다시 현대 최고의 철학자들에게 직접 인터뷰를 통해서 물어 본다."는 컨셉. 현재 영어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고의 철학자들'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저자는 <니콜라스의 유쾌한 철학카페>(해냄, 2005)의 저자. 영어권 철학의 현재에 대해서는 최근에 나온 정해창 교수의 <현대 영미철학의 문제들>(청계, 2011)을 참고해봐도 좋겠다. 물론 인터뷰를 담은 책은 아니다.    

조금 대중적인 철학서로는 최근 프랑스 저자들의 책이 나란히 나왔는데, 프레데릭 르누아르의 <젊은 날, 아픔을 철학하다>(창해, 2011)와 카트린 메리앙의 <철학자에게 사랑을 묻다>(한얼미디어, 2011). 앤드루 커노한의 <종교의 바깥에서 의미를 찾다>(필로소픽, 2011)까지 '소프트'한 철학서들을 몇 권 챙겨봐도 좋겠다. 무거운 책들은 따로 읽을 시간이 다가오니까. 춥고 긴 겨울 말이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고른 책은 김성기의 <사회적 기업의 이슈와 쟁점>(아르케, 2011)이다. "자본주의의 주역은 기업이며 만약 자본주의가 진화한다면 그 변화의 중심도 기업일 것이다. 사회적 기업은 이윤을 넘어 ‘빈곤과 실업, 사회적 배제, 지역 공동체의 해체, 돌봄, 교육, 문화’ 등의 사회적 가치들을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다. 이 책은 사회적 기업에 대한 대학가의 기본서일 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시사 교양 도서로도 적절하다."는 것이 추천의 이유다. '사회적 기업'은 예전에도 한번 다뤄진 적이 있는데, 올해 나온 책으론 무하마드 유누스의 <사회적 기업 만들기>(물푸레, 2011), 정인철의 <빅 소사이어티>(이학사, 2011)이 더 눈에 띈다.   

5. 경제/경영 

박원암 교수가 추천한 책은 배리 아이켄그린의 <달러 제국의 몰락>(북하이브, 2011)이다. "급속히 약화된 미국의 경제적 지위와 달러의 운명을 다룬 책"으로 "저자는 세계를 지배하는 경제력 없이는 세계를 지배하는 통화가 될 수 없고, 그런 점에서 달러는 경제력에 비해 ‘과도한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달러화의 운명과 몰락을 다룬 책은 많이 나와 있지만 엘렌 호지슨 브라운의 <달러>(이른아침, 2009)가 기본서인 듯하다. 달러제국의 몰락을 부추기는 월스트리의 탐욕에 대한 고발서로 <모든 악마가 여기에 있다>(자음과모음, 2011)도 덧붙여 읽어봄직하다.  

6. 과학 

김웅서 한국해양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이 고른 과학책은 이정임의 <인류사를 바꾼 100대 과학사건>(학민사, 2011)이다. "과학책 중에는 한 주제를 깊이 파고들어 쓴 책이 있는가 하면, 여러 가지 단편적인 과학 지식을 나열한 책도 있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한 주제에 대한 깊은 지식을 얻을 수는 없지만, 읽고 나면 과학 만물박사가 된 포만감을 느낀다." 는 평이다. 그런 의미에선 과학서라기보다는 교양서로 분류됨직하다. 교양서 범주에 속하는 과학서로는 러셀의  <과학의 미래>(열린책들, 2011)과 제이콥 브로노우스키의 <과학과 인간의 미래>(김영사, 2011)이 최근 나란히 나왔다. '100대 사건'을 음미해보면서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예술서는 심정민의 <춤을 빛낸 아름다운 남성 무용가들>(북쇼컴퍼니, 2011)이다. "여성이 중심이 되고 남성이 주변부를 맴도는 무용의 영역에서도 뛰어난 실력과 자기만의 표현력으로 무용의 역사를 빛낸 남성 무용수들이 있었다. 우리는 <목신의 오후>에서 160cm의 작은 키에 몸에 비해 지나치게 굵은 다리를 지닌 바슬라프 니진스키와, 예술적 표현의 진정한 자유를 찾아 옛 소련에서 서방으로 목숨을 건 탈출을 한 미하일 바리쉬니코프를 기억한다."고 소개하는데, 거명된 무용수들이 모두 러시아 발레리노여서 마음에 와 닿는다(책의 표지 또한 니진스키다). 하지만 러시아 발레에 대한 본격적인 소개서도 눈에 띄지 않는 건 유감이다(오래전에 나온 가벼운 책들이 두어 권 있을 뿐이다).  

   

예술쪽에는 두 권의 사진집을 덧붙이고 싶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위대한 여정>(에디터, 2011)은 야생동물의 장대한 여정을 담은 책이고, <퓰리처상 사진>(현암사, 2011)은 제목 그대로 퓰리처상 사진부문 수장작들을 모은 '70여년간의 연대기'이다. 자연과 역사가 사진 속에서 어떻게 포착됐는지 '관람'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한국학의 즐거움>(휴머니스트, 2011)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각 분야의 전문가 22명에게 던지고 그 대답을 모아놓은 <한국학의 즐거움>은 막상 즐거움의 성찬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스물두 가지 몽타주’라고 할 만큼 시선도 다양하고 초점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한국학의 즐거움을 어디서 발견할 수 있고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한 윤곽을 제시한다."고 추천의 이유를 밝혔다. 주영하 교수의 '한국의 음식' 편은 흥미로운 글 가운데 하나인데 '음식인문학' 쪽 책들도 교양서로 손에 들어봄직하다. 무엇을 먹는지가 그 사람을 말해주는 것처럼 한국음식은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말해준다는 게 전제다.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고른 실용서는 최수연의 <소 - 땅과 사람을 이어주던 생명>(그물코, 2011)다. 저자는 "자연을 사랑하는 글을 쓰고, 그 사랑을 사진에 담는 일로 밥을 먹는 사람"이라고. <논 - 밥 한 그릇의 시원>(마고북스, 2008)이 전작이고, <거친 밥 한 그릇이면 족하지 않은가>(이가서, 2009)에도 사진을 실었다. "책은 사람과 소의 관계망을 키워드로 삼았다. 달구지, 쇠죽, 우시장, 뿔, 부리망, 외양간…. 사진을 위주로 하다 보니 판형을 키웠다. 그렇다고 글을 소홀하게 여기지 않았다. 양이 적다고 가벼운 것은 아닌 것이다. 무엇보다 사진을 설명한 캡션에 그렇게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설명력이 놀랍다."는 평이다.   

10. 러시아의 역사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러시아의 역사'다. 랴자노프스키(랴자놉스키)의 <러시아의 역사> 개정판(제8판)이 번역돼 나온 기념이다. 고대로부터 포스트소비에트 시기까지를 포괄하고 있는 러시아사로서는 아주 드문 경우인데 표지도 맘에 든다. 더불어 올해는 소련 해체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때맞춰 나온 책이 토니 클리프의 <소련은 과연 사회주의였는가?>(첵갈피, 2011). 오래전에 나온 <소련 국가자본주의>(책갈피, 1993)의 개정판으로 보인다(실제로 개정판인지는 책을 받아봐야 알겠다). 아무려나 러시아사를 한번 더 통독해보는 게 나의 '겨울 준비'다... 

11. 11. 05.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은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다. 독일의 평론가 라니츠키는 평하기를 "나는 토마스 만의 <마의 산>과 괴테의 <친화력>보다 더 나은 독일어 장편소설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을유세계문학전집의 첫권으로 나왔을 때부터 벼르고는 있었는데, 올해가 가기 전에 완독할 기회를 갖게 됐다. '마의 산' 등정과 함께 2011년은 작별을 고하게 되겠군. 한해 한해가 그렇듯이 책과 함께 저물어가는 것이 독서가의 운명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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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mun 2011-11-05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하지만 저번에 중동 이슬람? 관련해서 역사와 그 시점으로 본 세계사 그런 류의 도서 목록 올려주셨던 것 같은데 찾을수가 없네요. 혹시 검색어라도 좀 알려주실 수 있을신가요?

로쟈 2011-11-05 16:26   좋아요 0 | URL
http://blog.aladin.co.kr/trackback/mramor/5018471 말씀인 듯한데요. '이슬람'을 태그로 검색하셔도 됩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11-05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차를 보니 토니 클리프 책은 예전 <소련국가자본주의>와 동일하군요.부록은 신판에서 두 개 더 추가했네요.

로쟈 2011-11-05 16:27   좋아요 0 | URL
<소련국가자본주의>도 갖고 있긴 한데, 혹시 몰라서 새책도 주문했습니다.^^

2011-11-06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6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9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6 2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07 0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1-11-07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마의 산. 독일스러움 그 자체라고 누군가 말했었는데, 그 길이와 중압감 때문에 기피해왔던 책이네요. 저도 올 해는 [마의 산]과 함께 저물어가볼까요? ㅎㅎ
추천 페이퍼 좋네요. 잘 보고 갑니다, 로쟈님 :)

로쟈 2011-11-09 07:45   좋아요 0 | URL
네 악명(?)도 높은 책이죠.^^;
 

'이주의 미술책'은 손철주 학고재 주간과 이주은 성신여대 교수가 같이 쓴 <다, 그림이다>(이봄, 2011)이다. 리뷰기사들이 올라온 걸 보고 어젯밤에 주문했으니 오후에는 받아볼 수 있겠다. 그중 하나를 옮겨놓는다.  

서울신문(11. 11. 05) 서양화 보는 여자 동양화 읽는 남자 通했다

요즘 화제인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불륜의 사랑이 불붙는 곳은 남녀 주인공이 우연히 마주친 미술관이었다. ‘다, 그림이다’(손철주·이주은 지음, 이봄 펴냄)의 저자 이주은 성신여대 미술교육과 교수는 “그림을 보면 나를 충족시키는 느낌이 든다. 그런 사람들이 팁을 얻으면 훨씬 재미있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며 미술 관련 서적의 꾸준한 인기 요인을 설명했다. ‘다, 그림이다’는 동양 미술에 대한 대중적인 글쓰기를 해오고 있는 출판사 학고재의 주간 손철주씨와 서양미술사를 전공한 이 교수가 나눈 편지다.

 

●물과 기름 같은 동서양 미술 접점 찾아내

우리나라에서는 에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가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의 ‘한국미술사’보다 훨씬 많이 팔렸다. 게다가 일본인과 한국인들은 인상파 그림만 좋아한다는 선입견도 있다. ‘다, 그림이다’는 이런 편견에 맞서 물과 기름 같았던 서양 미술과 동양 미술을 솜씨 좋게 한데 녹여냈다.

그 소개는 작가 김훈이 맡았다. 김훈은 ‘다, 그림이다’의 서문에서 경주 황룡사 벽에 ‘노송도’를 그렸더니 새들이 날아들어 부딪쳐 죽었다는 신라의 화가 솔거를 언급한다. 그리고 “화폭 안과 밖에서 이야기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고 끝맺는다. 그 끝없는 이야기를 손 주간은 “움켜쥘 수 없는 것을 움켜쥐려는 화가의 속내를 우리 옛 그림에서 살펴보려 한다.”며 옛 시로 풀어낸다. ‘세상과 그림, 어느 것이 옳은가 /봄볕 내려오니 피지 않는 꽃이 없구려’.

이 교수는 “낮에 스치듯 바라본 그림이 간혹 의지와 상관없이 심연을 흔들어 놓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것 중 하나가 동요를 일으키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게 만들곤 한다.”며 그림이 인간에게서 얼마나 많은 상상력과 이야기를 끌어내는지 일러준다.  

●명화보다 인생의 키워드 담은 그림 찾아 주고받아

책에 실린 그림들은 익히 알려진 명화보다는 이야기를 담은 그림들이 많다. 저자들은 미술사에 많이 언급되는 걸작보다는 뻔히 아는 인생의 키워드와 자잘한 이야기를 간직한 그림을 골랐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책에 소개되는 첫 번째 그림은 2009년 타계한 미국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의 ‘결혼’(큰 그림)이다. 제목은 ‘결혼’이지만 턱까지 이불을 당겨 덮은 노 부부는 마치 시체 같다. 그림을 소개하는 이 교수는 “와이어스도 어느 날 아침 이웃집에 들렀다가 노 부부가 창백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는 것을 보고 그 인상이 강하게 남아서 그림을 그렸다.”고 설명한다. 



결혼’에 대한 손 주간의 화답은 18세기 조선의 선비화가 능호관 이인상의 ‘와운’(작은 그림)이다. 손 주간이 ‘결혼’과 ‘와운’에서 공통으로 읽어내는 것은 ‘비장한 아름다움’이다. ‘와운’은 조선시대 옛 그림치고는 무척 낯설다. 부글부글 끓는 먹장구름을 화폭 전체에 담았다. 화가 이인상이 한쪽에 쓴 글(‘시를 쓰고 싶었지만 술에 취한 뒤 글씨를 쓰니 구름이 덩어리진 듯합니다. 바로 이 그림과 같으니 웃음거리외다.’)로 보아 ‘와운’은 술 마시고 그린 ‘취필’(醉筆)이다.

저자는 이인상의 삶이 심장에서 피를 토하듯 눈물졌다고 설명한다. 아들 셋과 딸 하나를 모두 잃는, 세상 어디에 비길 수 없는 비극인 참척을 겪었고 아내마저 먼저 보냈다. 하지만 “슬픔을 노골화하지 않고 눌러 담는 심정이 애처롭도록 아름답고, 그 애처로운 아름다움의 에두른 표현이 곧 비장미”란 손 주간의 해설이 붙는다.  

●동서양 미술 소통… 인류의 공통성 찾아내

지난달 말에 끝난 간송미술관의 가을 전시에서는 4년 만에 세상 구경을 나온 신윤복의 ‘미인도’를 보려고 주말이면 두 시간 넘게 기다릴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손 주간은 혜원 신윤복을 흉내 낸 작자 미상의 미인도를 소개한다. 혜원의 미인이 변비나 치질에 시달리는 안색이라면 일본 도쿄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미인도는 남자 마음을 녹일 듯한, 배시시 웃는 입술이 압권이다. 조선 미인의 수작에 이 교수는 어깨에 날개를 달고 화살로 심장을 찌르려는 아기 천사를 그린 아돌프 윌리엄 부게로(프랑스 신고전주의 화가)의 ‘에로스를 막는 소녀’로 답한다. 동서양 그림의 소통을 시도한 책은 예술로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지는지 느껴 보라며 손짓한다. 미술관에서 불륜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윤창수기자) 

11. 11. 05.  

P.S. 손철주 주간의 책에 대해선 예전에 <옛 그림 보면 옛 생각난다>(현암사, 2011)를 계기로 한번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이후에 책이 더 출간됐다. <그림 보는 만큼 보인다>(오픈하우스, 2011)와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오픈하우스, 2011). 생각의나무판의 개정판인 듯하다.   

 

이주은 교수의 미술책도 여럿 나와 있는데, <그림에, 마음을 놓다>(앨리스, 2008)와 <당신도, 그림처럼>(앨리스, 2009)이 대표작인 듯싶다. 나는 번역서인 <1960년대 이후의 현대미술>(시공사, 2007)을 <다, 미술이다>와 함께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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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증기 2011-11-06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겨보는 독자입니다^^ 이인상의 자녀들이 요절하기는 했지만 이인상 생전에 죽은 경우는 없을텐데 의아하네요. 학위논문을 쓰느라 족보를 검토했는데 제가 놓친 것인지.. 한번 확인해봐야겠습니다. 점검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로쟈 2011-11-07 08:08   좋아요 0 | URL
네 확인하면 알려주시길...

수증기 2011-11-08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족보를 보니 아들 넷이 모두 이인상 사후에 별세한 걸로 되어 있네요. 딸 하나는 생몰년이 기재되어 있지 않아서 확실치 않지만 딸이 죽었다는 언급도 문집에 전혀 없고요.. 생전에 자식 넷을 먼저 보냈다면 더없이 참담한 일인데, 왜 이런 참담한 일을 만들어서(!) 언급한 것인지 모르겠네요. 사소한 오류이지만 올려주시는 글 감사히 보는 터에 덧글 남깁니다.

로쟈 2011-11-09 07:50   좋아요 0 | URL
저자가 착각했나 보군요. 이 댓글을 보면 좋겠습니다...

2011-11-14 15: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11-15 0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주 매경이코노미에 실은 서평을 옮겨놓는다. 알리 라탄시의 <인종주의는 본성인가>(한겨레출판, 2011)을 읽고 내용을 간추려보았다. 제목에 답하자면, 인종주의는 인간의 본성과 무관하다. 인종주의와 관련하여 나온 책 몇 권을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매경이코노미(11. 11. 09) '인종', 차별을 정당화하는 수단일 뿐

‘중요하지만 대개 생각하기를 꺼려하는 주제’라고 하면 당신은 무엇이 떠오르는가? 알리 라탄시의 <인종주의는 본성인가>라는 저서에서 ‘인종주의’라고 답한다. 꺼려하는 이유야 물론 분명하다. 인종주의에 드리워진 어두운 현실과 야만적 역사 때문이다. 책의 부제는 ‘인종, 인종주의, 인종주의자에 대한 오랜 역사’라고 붙어 있지만, 사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인종주의가 가진 오래지 않은 역사, 오히려 ‘짧은’ 역사다.  

인종 구분만큼 오래되었을 듯싶지만 정작 ‘인종주의’란 말이 만들어진 것은 1930년대다. 독일 나치의 ‘유대인 청소’ 프로젝트에 상응하는 표현으로 도입된 것이 인종주의다. 그렇다면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인종주의란 ‘인종주의의 전사(前史)’ 혹은 ‘인종주의 이전의 인종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인종이란 말이 비록 인종주의보다는 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그렇다고 아주 오래전부터 쓰인 말은 아니다. 영어의 경우 ‘인종(race)’이 현재와 같은 의미를 갖고 등장하는 건 16세기 중반부터라 한다. 16세기는 지리상 발견의 시대이고 제국주의적 팽창과 식민지화가 본격화되는 시대였다. 유럽 식민주의자들에게 신대륙 발견은 동시에 원주민과의 조우를 의미했다. 그들은 원주민에게도 인간의 지위를 부여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이성을 갖고 있는 똑같은 인간이라면 기독교도로 개종시켜야 했고, 그렇지 않다면 노예로 삼는 것이 정당하다고 보았다. 그리고 17세기 노예무역이 활성화되면서 아프리카인을 인간보다 모자란 존재로 보는 시각이 널리 퍼졌다. 그런 편견이 없었다면 아프리카의 흑인 2,000만 명을 악명 높은 노예 수송선에 싣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서양을 건너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18세기의 계몽철학자 칸트와 흄조차도 “어떤 사람이 피부색이 새카맣다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했다. 19세기에 대두한 과학적 인종주의는 흑인종과 황인종이 열등하다는 걸 입증하려 애썼고, 여성과 하등 인종들이 백인 남성보다 추론 능력이 떨어진다고 간주했다. 그리고 이런 차이를 빌미로 시민권을 제한하고 정치적 차별을 정당화했다.  

제국주의적 인종주의가 사회적 다윈주의와 결합하면서 나타난 것이 188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미국과 유럽을 휩쓴 우생학이다.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골턴을 비롯한 우생학자들은 인류발전을 위해 ‘부적격자’의 출생은 낮추고 ‘적격자’의 수는 늘리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나온 최악의 인종주의가 나치의 ‘유대인 청소’와 ‘최종해법’이다. “벼룩이 집에 살고 있다고 해서 가축이 되지 않는 것처럼, 유대인들이 우리들 틈에 끼어 살고 있다 해도 그들이 우리에 속한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고 한 괴벨스의 발언이 나치의 인종주의를 잘 대변해준다.  

물론 나치의 유대인 청소 프로젝트가 ‘과도한’ 것이긴 했지만 반(反)유대주의 역사는 뿌리 깊은 것 아니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그러나 ‘반유대주의’란 용어조차도 사실은 1870년대 후반에야 등장했다. 독일의 선동가 빌헬름 마르가 반유대연맹이란 단체를 만들고 유대인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치면서 쓰기 시작한 게 기원이다.  

그러니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하는 것보다 인종주의의 역사는 아주 짧다. 더불어 나치의 인종주의 과학이 시도한 인종주의의 정당화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 유전학에 따르면 인류가 서로 다른 유전자풀(gene pool)을 갖고 있는 인구 집단들로 구분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유전자풀의 패턴이 다르고 표현형질에서 차이가 난다고 해서 ‘분리된 인종’이란 개념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오늘날 인종에 관한 과학적 견해다.  

즉 인종이란 것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존재한 적도 없다. 따라서 인종의 차이를 전제로 인종 간 차별을 정당화하려는 모든 인종주의는 근거 없는 허울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구상의 많은 분쟁이 인종화된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게 또한 현실이다. 우리는 ‘탈인종적인 미래’로 넘어갈 수 있을까. 일단은 인종주의에 대한 바로보기가 필요할 듯싶다.  

11. 11. 02. 

P.S. 인종주의에 대해 그다지 읽은 바가 없어서 서평감으로 고른 책이지만 생각만큼의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인종주의 자체가 몹시도 혼란스러운 개념이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역자 또한 "책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미 모호함과 혼란스러움은 인종주의에 대해 뭔가 '명료한 규정'을 원하는 독자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라고 '옮긴이의 말'에 적었다. "얼핏 보기에도 인종적-계급적-성적-지리적 개념이 혼재해 있는 다층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게 인종주의다. "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인종/인종주의를 짧게 소개하는 것이다 보니, 책이 그리 친절하지는 않다."(295쪽) 좀 아쉬운 부분이다.  

   

번역과 관련해서도 한 대목은 교정하고 싶다. 아무리 무난하고 깔끔한 번역이라도 언제나 옥에 티는 감추고 있는 법이니 그걸 고쳐나가는 일이 역자나 편집자만의 몫은 아니다. 독자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결론 '탈인종적인 미래를 생각한다'의 한 대목이다.  

탈민족적, 탈부족적, 탈인종적인 세계시민으로서의 생각 틀과 정체성, 그리고 이전보다 더 과거 회귀적인 프로젝트가 계속해서 21세기에도 작동하고 있다.(283쪽)  

원문은 "A long struggle between attempts to create post-ethnic, post-national, post-racial, cosmopolitan frameworks and identities and more backward-looking projects is going to be a continuing feature of life in the 21thcentury."(170쪽)이다. 역자가 '오랜 투쟁(long struggle)'이란 표현을 옮기지 않아서 메시지가 좀 약화됐다는 느낌이다.  

다시 옮기면, "탈민족적, 탈부족적, 탈인종적인 세계시민이라는 인식틀과 정체성을 만들어내려는 시도와 이전보다 더 퇴행적인 인종주의적 프로젝트 사이의 오랜 투쟁이 21세기에도 계속 우리의 삶을 특징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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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sbinder 2011-11-10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블로그에서 소개되는 번역된 한 권의 책에 관한 글을 읽을 때면 '두 권의 책을 비교해가며 읽고 있을'로쟈님의 모습을 떠올리곤 해요. 그런 성실함을 본받고자 합니다^^

로쟈 2011-11-24 11:42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