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중국 근현대 지식인들의 책을 모으고 있는데, 최근에 여러 권이 한꺼번에 출간됐다. 천두슈와 후스 등이 쓴 <신청년의 신문학론>(한길사, 2012)와 첸리췬의 <내 정신의 자서전>(글항아리, 2012) 및 <망각을 거부하라>(그린비, 2012), 그리고 류짜이푸의 <쌍전>(글항아리, 2012) 등이다. 류짜이푸는 구면이지만 루쉰 전문가라는 첸리췬이 초면이다. 천두슈는 '진독수'란 이름이 더 친숙한데, 중국의 신문화운동을 펼쳤던 지식인으로 이광수에게도 영향을 준 걸로 안다. 찾아보니 토마스 쿠오의 <진독수평전>(민음사, 1985)이 번역된 적이 있다. 후스도 '호적'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미국 철학자 존 듀이의 제자이기도 하며 북경대 교수를 역임했다. 첸리췬과 류짜이푸는 각각 39년생과 41년생으로 비슷한 연배다. 루쉰을 고리로 다 묶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책들이 나온 김에 같이 모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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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년의 신문학론
천두슈.후스 외 지음, 김수연 옮김 / 한길사 / 2012년 4월
30,000원 → 27,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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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 정신의 자서전- 나에게 묻는다,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첸리췬 지음, 김영문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4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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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을 거부하라- 1957년학 연구 기록
첸리췬 지음, 길정행.신동순.안영은 옮김 / 그린비 / 2012년 3월
37,000원 → 33,300원(10%할인) / 마일리지 1,8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2년 04월 18일에 저장

고뇌하는 중국- 현대 중국 지식인의 담론과 중국 현실, 중국학총서 1
왕후이 외 지음, 장영석.안치영 옮김 / 길(도서출판) / 2006년 1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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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극단의 <죄와벌> 3부작 중 두번째 작품, <푸르가토리움>이 오늘부터 29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작년에 초연돼 호평을 받았다는 작품이다. <죄와 벌>의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원작을 무대에 올리는 건 아니고 재가공했다(공연정보에 대해서는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12005628 참조). 공연에 부친 글을 옮겨놓는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과 단테의 「신곡」이 만났다?

명품극단의 <푸르가토리움-하늘이 보이는 감옥(獄)(이하 푸르가토리움)>은 그 컨셉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끈다. 「죄와 벌」의 주인공은 라스콜리니코프이지만, 퇴락한 술꾼 마르멜라도프는 작품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핵심 조연이다. 선술집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마르멜라도프 덕분에 라스콜리니코프는 그의 딸인 소냐를 만나게 되기 때문이다.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소냐는 라스콜리니코프에게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동생 두냐를 떠올리게 하는데, 이 두 집안의 비참한 가난은 모두를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몬다.

 

라스콜리니코프가 소냐에게서 동류의식을 느끼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아무리 가족을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창녀 일을 하는 소냐는 전당포 노파를 도끼로 살해한 자신과 마찬가지로 넘지 말아야 할 어떤 선을 넘어선 거라고 그는 생각한다. 우리가 아는 「죄와 벌」은 바로 이 두 사람의 행로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 이야기에서 라스콜리니코프를 빼면 어떻게 될까? <푸르가토리움>은 그렇게 라스콜리니코프가 빠진 「죄와 벌」이야기라고 해도 좋다. 이야기의 새로운 중심은 마르멜라도프 가족으로 넘어간다. 배역도 바뀌어 마르멜라도프 가족이 주인공이고 ‘로지온’은 조연이다.

 

「죄와 벌」에서 가난한 법대생은 감옥 같은 현실의 탈출구를 찾기 위해 살인이라도 해보지만, <푸르가토리움>에서 중년의 술꾼은 현실과 맞설 만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 선량하지만 무능력한 그는 직장에서 쫓겨나 아내의 양말까지 전당포에 맡기고 술을 퍼마신다. 결국 마르멜라도프는 마차 사고로 죽고, 아직 어린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내쫓기게 된 폐병쟁이 아내 까쩨리나는 길거리에서 쓰러진다.

 

그런데 과연 이런 비참한 현실이 비단 마르멜라도프 가족만의 비극일까. 19세기 러시아 사회에만 한정된 이야기일까. 물론 아니다. 용산참사의 악몽이 아직 가시지 않았고, 바로 지난달에도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가 자신의 임대아파트에서 몸을 던져 자살했다. 21세기 한국사회의 현주소다. 그런데 이 문제적 현실을 연극은 ‘푸르가토리움’, 곧 ‘연옥’이라고 말한다. 모든 희망을 포기해야 하는 단테의 ‘지옥’과 달리 연옥은 ‘하늘이 보이는 감옥’, 곧 희망을 담지한 감옥이다. 과연 하늘은 어디에 있고 희망은 어디에 있는가. 그걸 발견하는 일이 관객의 몫이다. 곧 당신의 몫이고 우리의 몫이다.

12. 04. 17.

 

 

P.S. 마침 <죄와 벌>(민음사, 2012) 새 번역본도 나온 참이어서 마르멜라도프 가족의 이야기는 다시 읽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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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5월과 6월에 사이아카데미에서 '예술가의 독서클럽'이란 강의를 진행한다. 문지문화원 사이(http://www.saii.or.kr/)와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공동으로 기획한 '예술가 시리즈' 강의의 하나로 '예술가의 스테이트먼트' 강좌와 묶여 있다. 강의는 5월 2일부터 6월 27일까지(6월 6일 휴강)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30분-9시 30분, 서교예술실험센터에서 진행된다. 이번에 잡은 주제는 '종말'이며 강의 개요와 일정은 다음과 같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우리는 종말의 시대를 살고 있는가? 하지만 종말론이나 종말의식 자체는 유구한 내력을 갖고 있으며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 시대의 ‘종말’이 상투적 상상력의 재탕이나 무감각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각 시대는 고유한 종말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각 시대는 자기 몫의 역사적 소명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종말은 곧 완성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강의에서는 문학, 철학, 예술, 정치 등의 각 분야에서 종말의 논리가 어떻게 제시됐고, 종말의 상상력이 어떻게 펼쳐졌는지 살펴보면서 우리 시대 종말의 의미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최소한 그 의미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 윤곽 정도는 그려보고자 한다.

 

 

1강) 5월 2일_ 시간의 화살과 종말의 의미 (스티븐 제이 굴드, <시간의 화살, 시간의 순환>)

 

 

 

2강) 5월 9일_ 역사의 종말과 최후의 인간 (프랜시스 후쿠야마, <역사의 종말>)

 

 

 

3강) 5월 16일_ 인간의 죽음과 초인의 탄생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4강) 5월 23일_ 근대문학의 기원과 종언 (가라타니 고진, <근대문학의 종언>)

 

 

 

5강) 5월 30일_ 예술의 종말과 종말 이후 (아서 단토, <예술의 종말 이후>)

 

6강) 6월 13일- 미학이냐 미술비평이냐 (아서 단토, <예술의 종말 이후>)

 

 

 

7강) 6월 20일_ 파국의 묵시록과 종말의 상상력 (문강형준, <파국의 지형학>, 복도훈, <묵시록의 네 기사>)

 

 

 

8강) 6월 27일_ 신적 폭력과 혁명적 유토피아 (지젝, <폭력이란 무엇인가>,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

 

12. 0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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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나온 책들을 한참 둘러보다가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타이틀은 뇌과학자 라마찬드란의 신작 <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알키, 2012)이다. 라마찬드란의 전작들을 다 갖고 있는 김에 이 역시 바로 주문해놓은 상태다. 책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미국의 <뉴스위크>지가 선정한 ‘우리가 주목해야 할 100인’에 선정될 정도로 뇌과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이룬 과학자인 라마찬드란 박사의 역작. 그가 이번에는 인간과 우주, 뇌와 정신의 궁극적인 기원으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저자가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은 정말로 특별하다는 점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원숭이의 그것과 달리 엄청난 진화를 거듭했고, 그 결과 어떤 종도 따라올 수 없는 지적 능력을 갖게 되었다. 저자의 인간에 대한 뜨거운 애정은, 진화를 통해 특별한 한계를 뛰어넘은 뇌의 비밀을 깨기 위한 위대한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내친 김에 주로 뇌과학과 심리학, 철학 관련서를 골랐다. <에고 트릭>(미래인, 2012)의 저자 줄리언 바지니와 <결혼하면 사랑일까>(부키, 2012)의 저자 리처드 테일러는 구면이다. 바지니의 책은 <빅 퀘스천>(필로소픽, 2011) 등 여러 권이, 테일러의 책은 <형이상학>(서광사, 2006)이 번역돼 있다. 리처드 테일러는 이윤의 <굿바이 카뮈>(필로소픽, 2012) 덕분에 상기하게 된 철학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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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하는 뇌, 착각하는 뇌- 당신의 행동을 지배하는 뇌의 두 얼굴
V.S. 라마찬드란 지음, 박방주 옮김 / 알키 / 2012년 4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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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트릭- ‘나’라는 환상, 혹은 속임수를 꿰뚫는 12가지 철학적 질문
줄리언 바지니 지음, 강혜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2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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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종교 본능- 마음이론은 어떻게 신을 창조하였는가?
제시 베링 지음, 김태희.이윤 옮김 / 필로소픽 / 2012년 4월
16,500원 → 14,850원(10%할인) / 마일리지 8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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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 세계적인 뇌과학자가 우울한 현대인에게 보내는 감동과 희열의 메시지
게랄트 휘터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2년 04월 14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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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소식지 책&(405호)에서 '로쟈의 주제별 도서소개'를 옮겨놓는다. 이달의 주제는 '미술사'로 관련서 몇권에 대해 적었다.

 

 

 

책&(12년 4월호) 미술사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노래한 시인 엘리엇은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봄기운이 완연해지는 4월은 나들이하기에 좋은 달이다. 봄꽃이 만발한 고궁이나 미술관이라면 나들이 장소로는 더할 나위 없겠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선 나들이에 따로 준비물이 필요할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미술책이라면 발걸음을 한결 더 가볍게 해줄지도 모른다. 어떤 책들이 있을까.


게오르크 슈미트의 <근대회화의 혁명>(창비)은 제목에 주눅들 필요가 없는 책이다. 스위스 바젤미술관의 관장으로 재직했던 저자의 라디오 방송 강연을 옮긴 것으로 10회에 걸쳐서 근대회화에 혁명을 가져온 10명의 화가들을 소개한다. 강연이 1955년에 이루어졌으니까 우리식으로 말하면 ‘구수한’ 이야기이다. 그가 고른 10명의 화가는 오노레 도미에부터 마르크 샤갈까지인데, 각각의 대표작 한편씩을 골라 간결하면서도 명석한 해설을 들려준다.


가령 도미에의 그림을 설명하기 전에 저자는 중세 초기 이후 서양회화의 역사를 네 단계로 구분하여 소개한다. 14세기초까지만 해도 화가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피안의 세계를 그리고자 했기 때문에 원근법도 해부학도 필요로 하지 않았다. 14세기초부터 15-16세기로 접어드는 중세 후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눈앞에 보이는 현실을 그리고자 했다. 이때 화가들이 도입한 수단들은 이미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에 사용한 것을 재발견한 것이어서 ‘르네상스’라고 불린다. 16세기 중반 이후 미술사는 한 번 더 전환을 경험한다. 역시나 눈에 보이는 현실을 그리긴 했지만 그 현실은 화가가 보는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현실이었다. 이에 따라 나타난 것이 색조의 회화이고 대상의 물질성을 대신하는 필촉의 물질성이다.

 

 

이러한 화풍의 마지막에 나타난 화가가 도미에이며 그는 대략 1850년경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단계의 회화에 첫발을 내딛은 사람이기도 하다. 저자는 도미에의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1850)를 통해서 그가 ‘데포르마시옹’, 곧 형태의 변형이 갖는 미술적·인간적 의미를 파악한 화가였다고 평가한다. 도미에가 열어젖힌 현대 회화의 길은 곧바로 반 고흐와 수많은 다른 화가들에게로 이어지게 된다. 

 


우정아의 <미술, 역사를 만나다>(아트북스)는 회화사 자체의 발전과정이 아니라 회화적 이미지에 담긴 세상의 변화를 읽어주는 책이다. ‘어떻게 그렸는가’보다 ‘무엇을 그렸는가’에 초점을 맞춘 셈으로 18세기 후반 신고전주의 시대부터 19세기말 후기인상주의까지가 이 책에서 다루는 변화의 범위다. 그림들은 자기 시대의 사회상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을까. 가장 잘 알려진 그림의 하나로 밀레의 ‘이삭줍기’(1857)를 예로 들어본다. 저자는 이 그림의 배경인 19세기 프랑스에서 이삭줍기가 농촌의 극빈층에게 부농이 베푼 일종의 특권이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추수가 끝나고 난 뒤 남은 밀 이삭을 이들이 주워가도록 한 것이다. 허리를 구부리고 곡식 알갱이를 줍는 일은 중노동에 가까웠지만 이마저도 아쉬웠던 것이 당시 농촌의 처참한 현실이었다. 그림 속의 세 여인이 하루 종일 이삭을 줍더라도 겨우 빵 한 덩어리를 만들 수 있을까 말까였다. 그런 상황에서도 말을 탄 보안관이 멀찍이서 이들을 감시하고 있는 게 보인다. 아름다운 농촌 풍경과는 너무도 대비되는 고된 현실을 ‘이삭줍기’는 보여준다.

 

 


가볍게 시작한 그림과의 만남이 좀더 깊이 있는 만남을 부추긴다면 본격적인 미술사를 손에 들 수도 있겠다. 들고 다니기엔 좀 불편하지만 이 경우 보통 곰브리치나 잰슨의 <서양미술사>가 표준적인 가이드북 역할을 한다. 거기에 특색 있는 미술사 책을 더 얹자면 제임스 홀의 <왼쪽-오른쪽의 서양미술사>(뿌리와이파리)를 빼놓을 수 없다. 제목 그대로 ‘왼쪽-오른쪽’이란 코드로 서양미술사를 다시 들여다본 시도이다. 왼쪽과 오른쪽이 왜 문제가 되는가. 그건 그림이 갖는 특수성 때문이다. 가령 ‘창세기’에서 이브가 “그 열매를 따먹고, 함께 있던 남편에게도 주어서 그가 그것을 먹었다”고 말할 때, 이브가 어느 손으로 열매를 따먹고 건넨 것인지는 명시돼 있지 않다. 하지만 이 장면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화가는 이브가 아담과 뱀 사이 어디에 서 있고 사과는 어느 손으로 땄는지 분명히 선택해야 한다. 문화적 통념에 따라 흔히 ‘오른쪽=선, 왼쪽=악’으로 그려졌을 거라고 우리는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미술사는 ‘왼쪽으로의 선회’라는 중요한 변화를 보여준다. 저자의 문제의식 덕분에 무심코 봐왔던 그림의 왼쪽-오른쪽을 한 번 더 들여다보게 된다.

 

 


그렇듯 색다른 미술사라면 플로리안 하이네의 <거꾸로 그린 그림>(예경)도 뒤처지지 않는다. ‘미술사 최초의 30가지 순간’을 다룬 책으로 ‘최초’라는 키워드로 읽어낸 미술사이다. 책의 마지막 ‘최초’는 ‘최초로 거꾸로 그린 그림’인데, 게오르크 바젤리츠의 ‘머리 위의 나무’(1969)가 미술사의 기록이다. 그럼 거꾸로 보아야 하느냐고? 그건 아니다. “그는 물체를 거꾸로 그려 주제의 의미가 사라지게 만듦으로써 감상자의 관심이 회화적인 결과에만 집중되도록 했다.” 또 다른 ‘최초’가 더 남아있다면 미술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12. 0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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