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상징주의의 대표 작가 표도르 솔로구프(쏠로구쁘)의 <허접한 악마>(창비, 2013)이 창비 세계문학판으로 출간됐다. <작은 악마>(책세상, 2002)로 번역됐던 작품이다. 소개는 이렇다.

 

러시아 제1세대 상징주의자 가운데 가장 위대한 시인이자 작가로 꼽히는 표도르 쏠로구쁘의 대표작. 문학비평가 드미뜨리 미르스끼가 "도스또옙스끼가 사망한 이래 가장 완벽한 러시아 소설"이라고 평가한 이 작품은 1907년 출간되자마자 러시아 전역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쏠로구쁘가 러시아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내년(내일부터지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강의할 예정인데, 그때 다시 읽어보면 좋겠다 싶다. 흔히 <허접한 악마>의 주인공 뻬레도노프가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이래 러시아 소설에 나오는 가장 유명하고 잊지 못할 등장인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제목은 물론 도스토예프스키의 <악령>을 연상시킨다. 러시아어로는 <악령>의 원제가 <악마들>이기 때문이다(영어로는 DevilsThe Possessed로 더 많이 번역된다).  

 

 

전혀 다른 경향이지만 솔로구프와 동시대 작가인 막심 고리키의 단편집도 새로 나왔다. <마부>(작가정신, 2013). 초기 단편 10편을 옮긴 작품집인데, "<이제르길 노파> 외에 9편은 모두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작품들"이라는 게 특징. 대표 단편 가운데 하나인 <이제르길 노파>는 여러 차례 번역된 바 있는데, 최근에 나온 걸로는 <은둔자>(문학동네, 2013)와 <고리키 단편집>(지만지, 2012)에도 포함돼 있다.

 

다음주에 나올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 19세기>에 이어서 내년 봄에는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 20세기>가 나올 예정인데, 고리키는 제일 먼저 다뤄졌지만 솔로구프나 안드레이 벨리 같은 상징주의의 주요 작가들은 빠졌다. 나중에 만회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13.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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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에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현암사, 2014)가 출간된다. 당초 올해 나올 예정이었으나(알라딘에도 그렇게 예고가 돼 있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일정이 늦춰졌다. 그래도 2014년을 기준으로 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책이 된다. 약간 변경이 이루어질 예정이지만 표지 시안을 옮겨놓는다. 혹 오래 기다린 분들에게는 작은 즐거움이 됐으면 좋겠다...

 

 

13.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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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돈 버는 기술'이니 그저 그런 책이려니 했다. 한데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제이슨 커스텐의 <아트 오브 메이킹 머니>(페이퍼로드, 2013) 얘기다. 부제는 '가장 예술적으로 돈을 벌었던 남자, 아트 윌리엄스 이야기'. 소개는 이렇다.

 

 

지폐 위조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실존 인물, 아트 윌리엄스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범죄 다큐멘터리다. 2009년, 미국에서 출간되었을 당시 이 책은 <워싱턴 포스트>지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을 만큼 대중적인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현재까지도 헐리우드에서 영화화를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매력적인 용모와 뛰어난 지능, 종이의 미세한 결을 구분하는 예술적인 감각이 더해져 아트 윌리엄스는 독자적으로 지폐를 위조하는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한다. '아트 오브 메이킹 머니Art of Making Money'라는 중의적인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지폐 위조를 한 개인으로서 ‘아트’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이다. 자신의 재능을 범죄에 이용하고, 결국 덜미를 잡혀 체포되기까지 아트가 걸어온 행보는 자본주의 사회가 걸어온 모순의 행보와 걸음을 같이 한다. 돈이 없어서 돈을 만들어야 했던 남자, 아트 윌리엄스는 현재 텍사스 주 포레스트시티 교도소에 수감 중에 있다.

 

아트 윌리엄스 이야기는 영화화가 진행중인 듯하고 크리스 파인이란 배우가 주연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모양이다.

 

 

안 그래도 앙드레 지드의 <위폐범들>을 조만간 읽어보려고 하는데, 비교해서 읽어볼 만하겠다. 사실 화폐(돈)이란 무엇인가란 문제도 위조 화폐란 무엇인가를 정의할 때 더 잘 이해될 수 있지 않을까.

 

 

올해는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반짝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돈에 대한 기본 교양도 업그레이도 해놓아야겠다. 교양이 돈이 되지는 않더라도 돈에 속지 않도록 해줄지 모른다...

 

13.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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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서니 케니의 '서양철학사' 시리즈 가운데 마지막 4권 <현대철학>(서광사, 2013)이 출간됐기에 페이퍼를 적었는데 등록을 누르는 순간 로그아웃이 되면서 다 날아가버렸다. 임시 저장도 일부만 돼 있어서 결국 페이퍼를 포기하고 리스트로 대신한다. 케니의 <서양철학사>는 전체 네 권 가운데 현재 세 권이 나와 있다. <근대철학>도 조만간 소개되기를 기대한다(*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그밖에 그가 공저한 <옥스포드판 서양철학사>를 옮긴 <서양철학사>(이제이북스, 2004)와 <서양철학사>의 축약판을 옮긴 <서양철학사>(동문선, 2003)가 번역됐었지만 현재는 모두 절판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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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한겨레의 '로쟈의 번역서 읽기'를 옮겨놓는다. 아감벤의 <예외상태>(새물결, 2009)를 다시 들추고, 특히 '통치 패러다임으로서의 예외상태' 장의 내용을 간추렸다. <예외상태>에서 아감벤은 주로 독일 법학자 칼 슈미트와 대결하는데, 슈미트의 <독재>(1921)와 <정치신학>(1922)이 주된 검토 대상이다. <정치신학>(그린비, 2010)은 번역돼 있지만 <독재>(법원사, 1996)는 절판된 지 오래됐다. 그렇게 없어도 되는 책은 아니라는 걸 요즘 시국은 말해준다. 다시 출간되면 좋겠다. 절판된 <대지의 노모스>(민음사, 1995)도 마찬가지이고, <헌법이론> 같은 책도 번역되길 기대한다. 예외상태(입헌 독재)의 이론적 명분이 어떤 것인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한겨레(13. 12. 30) 민주주의 위해 민주주의 희생하자는 논리

 

법과 법의 공백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하게 하는 영화 <변호인>을 본 때문인지 책장에 꽂혀 있던 조르조 아감벤의 <예외상태>에 손길이 갔다. 이 이탈리아 철학자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린 ‘호모 사케르’ 연작 가운데 하나다. 예외상태란 무엇인가. 법의 효력이 정지되는 법의 공백 상태를 가리킨다. 당장 갖게 되는 의문점. 예외상태는 법 안에 있는가, 법 바깥에 있는가. 법의 공백을 법으로 규정할 수 있는가.

 

아감벤의 문제의식도 멀리 가지 않는다. 예외상태라는 개념 자체를 정의하기가 어렵다는 것. 예외상태는 공법과 정치적 사실 사이의 불균형점이며 법률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이 교차하는 모호한 경계선에 자리한다. “예외상태는 법률 차원에서는 이해될 수 없는 법률적 조처라는 역설적 상황”에 놓인다.

 

예외상태란 개념의 기원은 흔히 ‘긴급 사태는 법률을 갖지 않는다’는 라틴어 격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격언은 “긴급 사태에서는 어떤 법률도 인정될 수 없다”와 “긴급 사태는 그에 고유한 법률을 만들어낸다”는 두가지 상반된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중세를 배경으로 한 이 격언에서 법률이란 말은 무엇보다도 교회법을 가리켰다. “적절하지 않은 곳에서 미사를 올릴 바에는 아예 미사곡을 부르거나 듣지 않는 편이 좋다”는 식의 규정 같은 것이다. 규정은 그렇지만 최고도로 긴급한 사태일 경우에는 규정의 위반도 정당화된다는 게 중세의 긴급 사태론이다. 예외상태론에서 주장하듯이 공동선을 위해서라면 법의 효력 정지도 필요하다는 생각은 중세와 무관하다. 그것은 근대적 발상이다.

 

헌법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계엄 상태’는 프랑스 혁명기에 처음 제도화된다. 곧 예외상태는 절대주의 전통이 아니라 민주주의 혁명 전통의 창조물이다.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은 대다수 교전국에 예외상태가 등장하게끔 만들었다. 프랑스에선 전쟁이 끝날 때까지 유지된 계엄 상태에서 행정부가 실질적인 입법기관이 됐다. 전후 독일에서는 제국의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예외적 권한을 부여했다. “(대통령은) 군대의 힘을 빌려서라도 공공의 안전과 질서 회복에 필요한 조처를 취할 수 있다”고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대통령 독재’로의 길을 열었다. ‘민주주의 수호’란 명분이 실상 민주주의와는 무관하며 입헌 독재는 전체주의 체제로 가는 한 국면에 불과하다는 걸 나치 독일의 사례는 극명하게 보여준다. 물론 유신체제를 경험한 우리에게도 예외상태는 낯설지 않다.

 

오늘날 군사적 비상사태나 경제적 비상사태는 예외상태의 흔한 명분이 되고 예외상태는 상례가 되고 있다. 통상적인 통치술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의회가 아닌 행정부가 주도하는 국가에서라면 권력분립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은 의미를 잃는다. 아감벤은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이러한 헌정 질서의 변환이 서구 민주주의 국가 전체에서 진행중이라고 경고한다. 문제는 법학자나 정치가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이런 상황이 시민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크다고 할 수 없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민주주의 자체의 일시적 희생 따위야 정말 사소한 것”이라며 예외상태, 곧 입헌독재를 옹호하는 한 헌법학자의 말이 섬뜩하게 들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미 민주주의와 함께 있지 않다.

 

13. 12. 29.

 

 

 

P.S. 마지막 문단의 인용은 미국의 헌법학자 로시터의 말로 <입헌 독재>(1948)에서 아감벤이 인용한 것이다. 로시터는 거물급 학자로 보이는데, <페더랄리스트 페이퍼> 보급판의 편자이기도 하다.

 

 

원래 법학도였던 아감벤 덕분에 헌법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 몇 권 더 구입했다. 아직 헌법학이나 헌법이론서에까지는 손길이 가고 있지 않지만, 법제사 관련서와 칼 슈미트, 로널드 드워킨의 책들을 새로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법학도가 아닌 일반 시민도 헌법을 공부해야 하는 게 법비(法匪)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법비'란 말의 뜻에 대해서는 한홍구 교수의 칼럼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17380.html 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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