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중앙선데이에서 '로쟈의 문학을 낳은 문학'을 옮겨놓는다. 이번에 다룬 건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레싱의 시민비극 <에밀리아 갈로티>다. <에밀리아 갈로티>는 두 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고, 레싱 연구서도 참고할 수 있다.

 

  

 

중앙선데이(14. 05. 18) 베르테르를 또 한번 슬프게 한 신분의 차별

 

로테에 대한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괴로워하던 베르테르의 마지막 선택은 자살이었다. 생의 마지막 날 그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마음속으로 로테에게 안녕을 고한 다음 방아쇠를 당긴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마지막 장면이다.

그런데 주의 깊은 독자라면 그가 자살하기 직전 어떤 행동을 했을지도 관심을 가질 법하다. 괴테는 두 가지를 알려준다. 옆에 놓인 포도주는 한 잔 정도밖에 마시지 않았다는 것과 책상 위에는 『에밀리아 갈로티』가 펼쳐져 있었다는 것. 정황상 자살을 앞둔 베르테르가 마지막으로 읽었을 책이 레싱의 비극이었던 셈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청년 괴테 자신의 실연 경험을 소재로 한 자전적 작품이다. 스물세 살 때 베츨라의 고등법원에서 견습 생활을 하던 괴테는 샤를로테라는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에게는 케스트너라는 약혼자가 있었다. 괴테는 케스트너와도 우정을 나누지만 샤를로테에 대한 연정 때문에 괴로워한다. 결국 그는 “나는 지금 혼자입니다. 눈물을 흘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이 행복하길 바라며 떠나니 부디 나를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편지를 샤를로테에게 남기고 떠난다. 파국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베르테르의 자살에는 괴테가 아닌 다른 모델이 필요했다. 비슷한 시기에 괴테와 같은 법학도였던 친구 예루잘렘 또한 다른 남자의 아내를 사랑했는데, 그 사랑을 이룰 수 없게 되자 케스트너의 권총을 빌려 자살했다. 베르테르도 예루잘렘처럼 로테의 남편 알베르트의 권총을 빌려서 자살한다. 그러나 더욱 흥미로운 것은 바로 그 예루잘렘의 자살 현장에 『에밀리아 갈로티』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보다 2년 먼저 완성된 『에밀리아 갈로티』(1772년 초연)는 기원전 5세기 로마에서 일어난 사건을 모델로 한 작품이다. 권력자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가 평민 계급의 처녀 비르기니아에게 반해 유혹하려고 하나 잘 되지 않자 그녀를 강제로 차지하려고 음모를 꾸민다. 그러자 비르기니아의 아버지가 딸의 순결을 지키기 위해 그녀를 칼로 찔러 죽인다. 격분한 민중이 봉기를 일으켜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를 몰아내고 민주적인 법질서를 회복했다는 게 역사가 리비우스의 보고다.

정치적 성격이 매우 강한 ‘비르기니아 전설’을 새롭게 작품화하면서 레싱은 정치적 요소는 제거하고, 대신 아버지에게 살해당하는 딸의 비극적 운명에 초점을 맞췄다. 구아스탈라의 영주 헤토레 곤차가는 무소불위의 권력자로서 시민 계급인 오도아르도의 아름다운 딸 에밀리아를 취하려고 한다. 에밀리아는 약혼자 아피아니 백작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영주는 개의치 않고 음모를 꾸며 아피아니를 살해하고 에밀리아는 보호를 명목으로 납치한다. 에밀리아를 찾아간 오도아르도는 딸이 자기 앞에서 단검으로 자결하려고 하자 칼을 빼앗지만, “딸을 수치에서 구하기 위해 가슴에 칼을 꽂을 아버지가 이제는 없는 거냐”는 그녀의 원망을 듣고는 하는 수 없이 에밀리아의 가슴에 칼을 꽂는다. 오도아르도는 “하나님, 제가 무슨 짓을 했습니까!”라고 탄식하고, 에밀리아는 아버지의 손에 입을 맞추고 쓰러진다. 아버지의 손을 빌린 형식이지만 에밀리아의 죽음은 미덕을 지키기 위한 자살이었다.

베르테르에게 에밀리아 갈로티의 자살은 어떤 의미를 가졌을까? 이룰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자살을 결행하는 베르테르와 순결을 지키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는 에밀리아의 처지는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아버지에게 행동을 촉구하며 결연하게 죽음을 맞는 에밀리아의 태도만큼은 베르테르에게도 모범이 되었음 직하다. 덧붙여서 두 죽음이 모두 시민계급의 자살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에밀리아 갈로티』가 ‘시민 비극’으로 불리는 데서도 알 수 있지만, 영주와 에밀리아의 대립은 부도덕성과 도덕성의 대립 못지않게 귀족(지배계급)과 시민(피지배계급) 간의 대립이기도 하다. 그런 해석의 가능성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경우에도 열려 있다.

 



괴테 역시 귀족과 시민계급 간의 차이를 작품의 핵심으로 부각시키고 있지는 않지만, 시민 계급에 대한 차별도 베르테르의 고뇌에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로테의 곁을 떠났던 베르테르가 공직의 길로 나서려다가 결국 궁정에 사직서를 내는 데는 시민 계급에 대한 차별이 중요한 원인이 된다. 베르테르가 백작의 만찬에 초대를 받아 갔다가 겪은 모욕이 대표적이다. “나는 여기서 불쾌한 일을 당했기 때문에, 아마도 이곳을 떠나야만 하겠네!” 상류계급의 신사숙녀들이 귀족이 아닌 말단 공무원 베르테르에게 자리를 피해 줄 것을 넌지시 요구했던 것이다. 그들의 수군거림을 나중에야 전해 들은 베르테르는 울화가 치민다. “그러고 보니 식사를 하러 와서 나를 바라보던 놈들은 모조리 그것 때문에 나를 유심히 쳐다본 거구나 생각하니 분통이 터지고 피가 끓고 있네.” 베르테르의 책상에 놓인 『에밀리아 갈로티』는 이러한 고뇌를 상기시킨다. 그래서 한 권의 책을 통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훨씬 더 복합적인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14. 0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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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도 중순이 지났지만 뒤늦게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그렇지만 달이 바뀌었다고 즐겁게 책을 고를 만한 여건은 아니었다는 게 한 가지 이유는 된다(사실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의 '이달의 읽을 만한 책' 리스트는 알라딘 추천도서 코너에 소개되고 있기에 내가 손을 보탤 이유가 없긴 하다. 선정위원으로 활동하는 올 8월까지만 연재하고 이후에는 성격을 달리한 페이퍼를 쓰려고 한다). 그래도 늦게 고르는 만큼 선종 종수는 여느 때보다 줄여야겠다.

 

 

 

1. 문학예술

 

문학예술분야의 책으론 구본창의 사진에세이 <공명의 시간을 담다>(컬처그라퍼, 2014)와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봄날의책, 2014)가 추천도서다. <불안의 서>는 <불안의 책>이란 제목으로도 나와 있다. 페소아의 책에 대해선 페이퍼로 다룬 적이 있기에 구본창의 에세이에 대해서만 언급하면, "사진 에세이는 통상 사진의 의미에 대한 해독과 작업 과정에 대한 소개 등으로 이루어지지만, 구본창이 주로 기록한 것은 자신의 이력이다. 곧 사진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성찰을 담았으니 ‘구본창이 모든 것’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태초에' 연작이 구본창의 작품이란 걸 이번에 다시 상기하게 됐다. 오래 전 작업이라 작가와 작품이 따로 기억돼 있었지만, 여하튼 인상적인 시리즈였다.

 

 

문학작품을 추가하자면 오 헨리의 단편선을 꼽고 싶다. 현대문학사에서 펴내는 '세계문학 단편선'으로 나온 <오 헨리>는 50여 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는데, 652쪽의 분량으로 보아 주요 작품을 망라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단편집 두 권을 합한 분량이지 않을까.

 

 

 

2. 인문학

 

인문분야의 추천도서는 이성규의 <조선과학실록>(여운, 2014)과 로널드 W. 드워킨의 <행복의 역습>(아로파, 2014)이다. <행복의 역습>의 저자는 저명한 법철학자 로널드 드워킨과는 동명이인이다. 말이 나온 김에, 작년에 세상을 떠난 드워킨의 마지막 책(으로 보이는) <신이 사라진 세상>(블루엘리펀트, 2014)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철학분야의 책을 더 얹자면, 필로소픽 출판사에서 비트겐슈타인 관련서를 연이어 펴내고 있는데, 박병철 교수의 입문서 <비트겐슈타인 철학으로의 철학>(필로소픽, 2014)을 부담없이 읽어봐도 좋겠다. 더 관심을 갖게 되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자전적 소설 <비트겐슈타인의 조카>(필로소픽, 2014)나 비트겐슈타인 전기에서 흥미로운 기간을 다룬 윌리엄 바틀리 3세의 <비트겐슈타인, 침묵의 시절>(필로소픽, 2013)을 더 읽어보는 것도 좋겠고. 모두 두껍지 않은 분량이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쪽에선 최수웅의 <키워드로 읽는 어린문화콘텐츠>(청동거울, 2014)와 백영훈의 <조국 근대화의 언덕에서>(마음과생각, 2014)가 추천도서다. 문유석의 <판사유감>(21세기북스, 2014)도 보탠다. '현직 부장판사가 말하는 법과 사람 그리고 정의'가 부제. 개인적으로는 얼마전 민사재판정에도 처음 가볼 기회가 있어서 한국에서의 '법과 사람'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갖게 됐다. "저자 문유석이 법관 게시판과 언론 등을 통해 지난 10여 년간 국민과 법정 가운데서 균형 있는 시각으로 써 온 글들을 엮은 책이다."

 

 

 

이슈 도서를 더 꼽자면, '노무현 시대 통일외교안보 비망록'으로 이종석의 <칼날 위의 평화>(개마고원, 2014),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53인의 소견서' <우리는 군대를 거부한다>(포도밭출판사, 2014), 그리고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이야기' <새로운 독재와 싸울 때다>(철수와영희, 2014)도 눈길을 끄는 책들이다.

 

 

 

4. 자연과학

 

이한음 위원이 추천한 책은 마크 넬리슨의 <인간 동물 관찰기>(푸른지식, 2014)다. 다윈 관련서를 더 고르자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그래픽 평전으로 유진 번의 <찰스 다윈>(푸른지식, 2014), 그리고 진화학자 장대익 교수의 <다윈의 서재>(바다출판사, 2014)도 독서목록에 올려놓을 수 있다. 장대익 교수의 책은 '3부작' 가운데 첫권이다(<다윈의 식탁>과 <다윈의 정원>이 근간이다).

 

 

 

5. 실용일반

 

이하경 위원이 추천한 책은 '오디션과 촬영장에서 주목받는 카메라연기 레슨'이란 부제를 단 안지은의 <굿캐스팅>(한권의책, 2014)이다. "저자 안지은 씨는 특별한 인물이다. 본인이 유명 연기자는 아니지만 유명 연예인들에게 연기 코칭을 해주는 '고수'다. 한 때 국립극단 최연소 단원으로 연극무대에 섰던 연기자였으나 오디션에서 실패를 거듭해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연기선생님으로 전환해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도 간혹가다 카메라 앞에 설 때가 있는데, 매번 어색함을 겪곤 한다. 말 그대로 '실용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도서에는 '실용'라는 분류항목이 있긴 하지만, 어떤 책이 실용서인지 말하는 건 애매한데, 토리 히긴스 등의 <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한국경제신문, 2014)는 얼추 그 범주에 들 것 같다. 그리고 <한 생각 돌이켜 행복하라>(토네이도, 2014)는 제목만 봤으면 전혀 손길이 가지 않았을 텐데, 저자가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심리 1,2>(교양인)의 저자 오이겐 드레버만이어서 주목한 책이다. 소개는 이렇다.

 

유럽의 영적 지도자이자 심리 상담사인 오이겐 드레버만의 저서. 저자는 2008년부터 노르트베스트라디오의 프로그램 〈발언의 자유〉를 통하여 매주 토요일 세 시간씩 청취자들과 이야기를 나눠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취지는 매달 한 번씩 청취자들이 드레버만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데 있었다. 이 책은 그동안 해온 대화와 상담이 누적된 결과물이다.   

말하자면 상담록이니 이 또한 실용서로 분류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

 

14. 05. 17.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은 지난 달에 세상을 떠난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고르려고 했지만, 한 차례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 꼽은 적이 있어서, 대신 그의 자서전을 고른다(그의 건강 악화로 이 자서전이 미완으로 남게 된 것이 아쉽다). 이젠 그의 생애가 '고전'이 된 것이니(물론 <백년의 고독>도 다시 읽는 건 얼마든지, 절대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그의 또다른 대표작 <족장의 가을>도 다시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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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재독 사회학자와 현장 인문학자, 그리고 재미 소설가, 3인이다. 먼저 묵직한 사회학 고전들을 충실히 번역해온 김덕영 교수가 한국의 근대화와 근대성에 관한 연구서를 펴냈다. <환원근대>(길, 2014). '한국 근대화와 근대성의 사회학적 보편사를 위하여'가 부제다.

 

 

번역서가 아닌 책으로는 <정신의 공화국 하이델베르크>(신인문사, 2010), <막스 베버>(길, 2012)에 이어지는 책이다. 어떤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가.  

저자가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에 천착하기 시작하는 첫 번째 작업으로 그것은 바로 ‘한국의 근대화 담론’에 대한 것이다. 우리 학계에서 지금껏 논의된 근대화 담론들은 크게 내재적 발전론, 식민지 근대화론, 압축적 근대화론 등이다. 하지만 이 담론들의 결정적 문제는 바로 근대화 과정을 주로 ‘경제’에만 초점을 맞추어 논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 김덕영은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근대화 과정에 대해 새로운 개념어, 즉 ‘환원근대’로 분석·조망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과학계 전반이 ‘이론적 빈곤’에 따른 거시적 담론 제공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점을 염두에 둔다면, 저자는 이론사회학과 고전사회학 그리고 현대사회학 이론을 치밀하게 분석하고 풍부하게 인용하면서 그 바탕 위에 한국 사회 분석에 접근하고 있다.     

'환원근대'라는 새로운 개념이 한국 근대화에 대한 조명으로서 얼마나 생산적인 결과를 보여줄지는 직접 확인해봐야겠다.

 

 

 

'현장 인문학자'라는 직함이 붙은 고병권의 걸음이 재다. <철학자와 하녀>(메디치미디어, 2014)는 올해 세번째로 나온 책.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를 부제로 달고 있다. 제목이 저자의 문제의식을 집약하고 있는데, 소개는 이렇다.

고병권 저자는 비정규직, 장애인, 불법 이주자, 재소자, 성매매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의 곁에서 철학을 함께 고민해온 현장 인문학자다. 이 책의 제목에서 ‘하녀’는 권력의 테두리 속에서 ‘법’ 없이 사는 것을 자랑삼아온 소시민을 뜻한다. 도대체 하녀에게 철학과 인문학 따위가 무엇인가? 철학은 ‘참 한가한 일’ 아닌가? 저자는 “철학자라면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도 의미 있는 철학을 해야 한다. ‘하녀’도 철학을 통해서 자기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고 말한다.

다루는 범위도 폭넓다. "그리스 신화부터 현대 철학의 중요한 개념들, 형제복지원을 통해 본 ‘시설 사회’ 문제 등 당대 사건들까지 아울렀다." 부제대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철학을 제공하는 것이 저자의 의도로 보인다.

 

 

한국계 미국 작가 이창래의 장편소설 두 편이 개정판으로 나왔다. <가족>(알에이치코리아, 2014)과 <척하는 삶>(알에이치코리아, 2014)이다(<척하는 삶>은 <제스처 라이프>로 처음 번역됐던 작품이다). 절판된 데뷔작 <영원한 이방인>(원제는 <네이티브 스피커>)도 다시 나옴 직하다. <척하는 삶>이 저자의 두번째 소설, 그리고 <가족>이 세번째 소설이었다. 이 세 권의 원서는 아래와 같다.

 

 

14. 0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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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프리모 레비 읽기 리스트를 2010년 8월에 만든 적이 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노마드북스, 2010)가 계기였는데, 이후에도 몇 권의 책이 더 나왔고 결정적으로는 이번에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돌베개, 2014)까지 출간됐다. 아우슈비츠 생존작가의 유서격 책이지만, 제목은 우리에게 또 다른 의미에서 뼈아프다. 서경식 교수의 추천사는 이렇다.  

 

프리모 레비는 1987년에 토리노의 자택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는 사실상 유서에 해당하는데, 거기에는 40여 년에 걸친 그의 사상적 고투가 알알이 맺혀 있다. 본서에는 강제수용소 체험에 대한 매우 투철한 고찰, 인간 존재에 대한 한 점의 타협도 없는 인식이 관통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끝 모를 깊은 절망감이 배어 있다. 이 책은 프리모 레비 문학의 도달점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끊임없이 되돌아가야 할 사상적 좌표축이라고 할 수 있다. 나치즘이나 유대인 학살에 관한 서적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지만, 개중에 굳이 딱 한 권만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책을 권할 것이다. 


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인생 최후에 남긴 유서
프리모 레비 지음, 이소영 옮김 / 돌베개 / 2014년 5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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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키스패너
프리모 레비 지음, 김운찬 옮김 / 돌베개 / 2013년 10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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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의 아픔- 투신자살한 아우슈비츠 생존작가의 시집
프리모 레비 지음, 이산하 엮음 / 노마드북스 / 2011년 2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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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휴전
프리모 레비 지음, 이소영 옮김 / 돌베개 / 2010년 9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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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책&(427호)에 실은 '키워드로 읽는 인문학 서재'를 옮겨놓는다. 5월임을 염두에 두고 고른 키워드가 '결혼'이었는데, 앨런 맥팔레인의 <잉글랜드에서의 결혼과 사랑>(나남, 2014)이 출간된 걸 계기로 관련서를 더 골라보았다. 결혼의 간략한 역사이면서 삐딱한 역사라고 할 수잔 스콰이어의 < I don't>(뿌리와이파리, 2009)부터 시작하는 걸로 잡았다.

 

 

 

책&(14년 5월호)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오월의 신부’가 되는 것은 많은 미혼 여성들이 꿈꾸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혼생활이 달콤한 꿈으로만 채워질 수 없다는 것도 모두가 아는 일이다. 그래서 어쩌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도 각자가 결혼의 손익에 대해서, 즉 결혼의 비용과 혜택에 대한 대차대조표를 만들어볼지도 모른다. 거슬러 올라가면 결혼의 역사 또한 그렇게 시작되지 않았을까. 굉장히 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결혼의 역사를 이끌어온 동인과 쟁점은 무엇인지 몇 권의 책을 통해 짤막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가볍게 시작하기에 좋은 책은 수잔 스콰이어의 < I don’t>(뿌리와이파리, 2009)다. 제목의 ‘아뇨!(I don’t)’는 결혼서약에서 “이브, 그대는 이 남자 아담을 당신의 합법적인 남편으로 맞이하겠습니까?”라는 주례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통상 ‘예(I do!)’라고 대답함으로써 신랑과 신부의 자발적인 동의하에 결혼이 이루어졌다고 선포되지만, ‘아뇨!’라고 답한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저자가 기혼자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결혼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는 제목을 내건 것은 결혼의 역사를 16세기까지만 다루기 때문이다. 16세기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사랑을 중시하는 결혼관이 대세로 자리 잡은 시기다. 반면에 그 이전의 역사는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잔혹사였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창세기의 구절부터가 좀 불길했다. “남편은 너를 다스릴 것이니라.” 기독교적 전통에 따르면 여성은 철저한 통제의 대상이 되었다. 가부장제 결혼과 정절에 대한 남성 편의적 이중 잣대, 그리고 여자를 집에 가둬놓기 등이 서양사를 관통해온 남자들의 여성 통제 전략이었다. 이러한 결혼관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이 루터의 종교개혁이다. 루터와 프로테스탄트는 동지애를 가장 우선시하고 자녀출산과 정절이 그 뒤를 잇게 함으로써 결혼의 의미를 혁명적으로 바꿔놓았다.

 


고대세계에서 2000년대까지 서술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메릴린 옐롬의 <아내의 역사>(책과함께, 2012)에서도 16세기는 전환점으로 간주된다. 사랑을 중요하게 여기는 결혼관은 16세기 영국에서 시작돼 17세기 청교도들이 이주하면서 미국으로 전파됐고 18세기 후반에는 중류층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당사자들의 감정이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우리도 사정이 다르지 않지만 근대 이전에는 아내는 성적 즐거움, 자식, 양육, 요리, 가사 노동을 제공해야 했고 남편에게 신체를 학대를 받지 않으면 축복이라고 여겼다. 아내는 남편에게 봉사하고 복종해야 하며 남편은 아내를 때려도 좋다는 낡은 믿음은 부부가 서로를 동반자로 여기는 결혼 형태가 확산되면서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19세기 이후로 여성의 교육과 취업 기회가 많아지고, 더불어 사회적‧정치적 참여가 빈번해지면서 남편과 아내는 좀더 평등한 관계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에 예기치 않은 진전을 가져온 것은 2차 세계대전이었다. 대공황기만 하더라도 남자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되던 ‘일하는 아내’가 거꾸로 칭송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전쟁 전에는 미혼의 젊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독점했지만 전후에는 기혼자와 중년 여성이 태반을 차지했다. 경제적으로 더 이상 남편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아내는 남편의 예속적인 존재가 아니다. 오늘날 미국과 유럽의 많은 부부는 권리와 권위를 서로 공유한다. 아니 변화는 더 급속하다. 성별에 관계없는 시민결합이 결혼의 한 형태로 인정받기까지 하니까. 


지금도 결혼식장에서 통용되는 의례는 1552년 영국 국교회의 기도서를 따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영국은 결혼과 결혼서약의 원조 국가라 할 만한데, 영국의 사회인류학자 앨런 맥팔레인의 <잉글랜드에서의 결혼과 사랑>(나남, 2014)은 바로 1300년에서 1840년까지 영국의 결혼의 역사를 깊이 있게 다룬 책이다. 저자는 토마스 맬서스가 <인구론>에서 제시한 가정들을 근거로 한 결혼관을 ‘맬서스주의적 결혼체제’라고 부른다. 이러한 결혼체제의 기원과 전망까지를 포괄적으로 다룸으로써 근대의 지배적 결혼관이 어떤 가정과 계산에 의해 지탱되어 왔는지 이해하도록 해준다.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진지하게 읽어봄직하다.

 

14. 0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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