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도 중순이 지났지만 뒤늦게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그렇지만 달이 바뀌었다고 즐겁게 책을 고를 만한 여건은 아니었다는 게 한 가지 이유는 된다(사실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의 '이달의 읽을 만한 책' 리스트는 알라딘 추천도서 코너에 소개되고 있기에 내가 손을 보탤 이유가 없긴 하다. 선정위원으로 활동하는 올 8월까지만 연재하고 이후에는 성격을 달리한 페이퍼를 쓰려고 한다). 그래도 늦게 고르는 만큼 선종 종수는 여느 때보다 줄여야겠다.

 

 

 

1. 문학예술

 

문학예술분야의 책으론 구본창의 사진에세이 <공명의 시간을 담다>(컬처그라퍼, 2014)와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봄날의책, 2014)가 추천도서다. <불안의 서>는 <불안의 책>이란 제목으로도 나와 있다. 페소아의 책에 대해선 페이퍼로 다룬 적이 있기에 구본창의 에세이에 대해서만 언급하면, "사진 에세이는 통상 사진의 의미에 대한 해독과 작업 과정에 대한 소개 등으로 이루어지지만, 구본창이 주로 기록한 것은 자신의 이력이다. 곧 사진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성찰을 담았으니 ‘구본창이 모든 것’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개인적으로는 '태초에' 연작이 구본창의 작품이란 걸 이번에 다시 상기하게 됐다. 오래 전 작업이라 작가와 작품이 따로 기억돼 있었지만, 여하튼 인상적인 시리즈였다.

 

 

문학작품을 추가하자면 오 헨리의 단편선을 꼽고 싶다. 현대문학사에서 펴내는 '세계문학 단편선'으로 나온 <오 헨리>는 50여 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는데, 652쪽의 분량으로 보아 주요 작품을 망라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단편집 두 권을 합한 분량이지 않을까.

 

 

 

2. 인문학

 

인문분야의 추천도서는 이성규의 <조선과학실록>(여운, 2014)과 로널드 W. 드워킨의 <행복의 역습>(아로파, 2014)이다. <행복의 역습>의 저자는 저명한 법철학자 로널드 드워킨과는 동명이인이다. 말이 나온 김에, 작년에 세상을 떠난 드워킨의 마지막 책(으로 보이는) <신이 사라진 세상>(블루엘리펀트, 2014)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철학분야의 책을 더 얹자면, 필로소픽 출판사에서 비트겐슈타인 관련서를 연이어 펴내고 있는데, 박병철 교수의 입문서 <비트겐슈타인 철학으로의 철학>(필로소픽, 2014)을 부담없이 읽어봐도 좋겠다. 더 관심을 갖게 되면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자전적 소설 <비트겐슈타인의 조카>(필로소픽, 2014)나 비트겐슈타인 전기에서 흥미로운 기간을 다룬 윌리엄 바틀리 3세의 <비트겐슈타인, 침묵의 시절>(필로소픽, 2013)을 더 읽어보는 것도 좋겠고. 모두 두껍지 않은 분량이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쪽에선 최수웅의 <키워드로 읽는 어린문화콘텐츠>(청동거울, 2014)와 백영훈의 <조국 근대화의 언덕에서>(마음과생각, 2014)가 추천도서다. 문유석의 <판사유감>(21세기북스, 2014)도 보탠다. '현직 부장판사가 말하는 법과 사람 그리고 정의'가 부제. 개인적으로는 얼마전 민사재판정에도 처음 가볼 기회가 있어서 한국에서의 '법과 사람'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갖게 됐다. "저자 문유석이 법관 게시판과 언론 등을 통해 지난 10여 년간 국민과 법정 가운데서 균형 있는 시각으로 써 온 글들을 엮은 책이다."

 

 

 

이슈 도서를 더 꼽자면, '노무현 시대 통일외교안보 비망록'으로 이종석의 <칼날 위의 평화>(개마고원, 2014),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 53인의 소견서' <우리는 군대를 거부한다>(포도밭출판사, 2014), 그리고 '천주교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이야기' <새로운 독재와 싸울 때다>(철수와영희, 2014)도 눈길을 끄는 책들이다.

 

 

 

4. 자연과학

 

이한음 위원이 추천한 책은 마크 넬리슨의 <인간 동물 관찰기>(푸른지식, 2014)다. 다윈 관련서를 더 고르자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그래픽 평전으로 유진 번의 <찰스 다윈>(푸른지식, 2014), 그리고 진화학자 장대익 교수의 <다윈의 서재>(바다출판사, 2014)도 독서목록에 올려놓을 수 있다. 장대익 교수의 책은 '3부작' 가운데 첫권이다(<다윈의 식탁>과 <다윈의 정원>이 근간이다).

 

 

 

5. 실용일반

 

이하경 위원이 추천한 책은 '오디션과 촬영장에서 주목받는 카메라연기 레슨'이란 부제를 단 안지은의 <굿캐스팅>(한권의책, 2014)이다. "저자 안지은 씨는 특별한 인물이다. 본인이 유명 연기자는 아니지만 유명 연예인들에게 연기 코칭을 해주는 '고수'다. 한 때 국립극단 최연소 단원으로 연극무대에 섰던 연기자였으나 오디션에서 실패를 거듭해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일찌감치 연기선생님으로 전환해 성공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도 간혹가다 카메라 앞에 설 때가 있는데, 매번 어색함을 겪곤 한다. 말 그대로 '실용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도서에는 '실용'라는 분류항목이 있긴 하지만, 어떤 책이 실용서인지 말하는 건 애매한데, 토리 히긴스 등의 <어떻게 의욕을 끌어낼 것인가>(한국경제신문, 2014)는 얼추 그 범주에 들 것 같다. 그리고 <한 생각 돌이켜 행복하라>(토네이도, 2014)는 제목만 봤으면 전혀 손길이 가지 않았을 텐데, 저자가 <어른을 위한 그림 동화 심리 1,2>(교양인)의 저자 오이겐 드레버만이어서 주목한 책이다. 소개는 이렇다.

 

유럽의 영적 지도자이자 심리 상담사인 오이겐 드레버만의 저서. 저자는 2008년부터 노르트베스트라디오의 프로그램 〈발언의 자유〉를 통하여 매주 토요일 세 시간씩 청취자들과 이야기를 나눠오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취지는 매달 한 번씩 청취자들이 드레버만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데 있었다. 이 책은 그동안 해온 대화와 상담이 누적된 결과물이다.   

말하자면 상담록이니 이 또한 실용서로 분류하는 게 적절해 보인다...

 

14. 05. 17.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은 지난 달에 세상을 떠난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고르려고 했지만, 한 차례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 꼽은 적이 있어서, 대신 그의 자서전을 고른다(그의 건강 악화로 이 자서전이 미완으로 남게 된 것이 아쉽다). 이젠 그의 생애가 '고전'이 된 것이니(물론 <백년의 고독>도 다시 읽는 건 얼마든지, 절대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그의 또다른 대표작 <족장의 가을>도 다시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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