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12월은 사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이 아니라 올해의 책을 고를 때이지만(실제로 몇 곳에 추천도서 목록을 보내야 한다) 얼마 남지 않은 기간에 읽어볼 만한 책이 또 없지는 않다. 하던 대로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의 추천목록에 따라 다섯 분야의 책을 고르고(http://www.kpipa.or.kr/info/recommBook.do?board_id=35) 나대로 고른 책을 덧붙이기로 한다.

 

  

 

1. 문학예술

 

먼저 내가 고른 책은 손철주의 <사람 보는 눈>(현암사, 2013)이다. 손철주의 옛그림 이야기의 연속인데, 이번에 다룬 건 '사람 그림'. "이미 우리 옛 그림을 어떻게 보고 읽을 수 있는지 안내해 온 저자가 이번 책에서는 ‘사람이 나오는 우리 그림’만을 골라서 설명과 논평을 붙였다. 짧지만 군더더기가 없어서 그림에 대한 설명으로 족하고 논평은 간명하지만 핵심을 전달한다."

 

 

 

정이현 작가가 고른 책은 조은 시인의 <또또>(로도스, 2013)다. "이 책은 인간과 반려동물이 같이 하는 삶에 대한 아름다운 기록인 동시에, 인간이 다른 생명과의 동반적 삶을 통해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새롭게 이해해가는 하나의 성장담"이라는 평이다. '동물권리 선언 시리즈'로 나온 <인간과 동물, 유대와 배신의 탄생>(책공장더불어, 2013)과 <동물 쇼의 웃음, 쇼 동물의 눈물>(책공장더불어, 2013)도 같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덧붙여,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앨리스 먼로의 소설들을 읽으며 한해를 마무리해도 좋겠다. 마지막 소설집 <디어 라이프>(문학동네, 2013)가 최근 번역돼 나왔고, <행복한 그림자의 춤>(뿔, 2010)과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뿔, 2007)은 이미 나와 있던 책들이다.

 

 

 

2. 인문학

 

인문 분야 추천도서는 김경임의 <사라진 몽유도원도를 찾아서>(산처럼, 2013)와 오창섭의 <근대의 역습>(홍시, 2013)이다. <사라진 몽유도원도를 찾아서>는 "우리 회화 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몽유도원도'는 어떤 의미를 담고 탄생하게 됐으며 어떻게 역사의 물결을 타고 유랑하게 됐는지 이 책에서 그 흔적을 찾아나선" 책이다. "몽유도원도의 시대적.사상적.문화적 탄생 배경을 살펴보며, 꿈의 주인인 안평대군의 삶과 문화적 이상을 추적하여 그림에 담긴 의도를 밝혀내고 있다." 미술사학자 안휘준 교수의 <안견과 몽유도원도>(사회평론, 2009)도 같이 읽어볼 수 있겠다. <근대의 역습>은 "일제 강점기의 사진, 신문, 기사 등에서 우리를 근대화시킨 증거와 흔적들을 찾아내어 그 의미를 꼼꼼하게 분석하고" 있는 책. 이덕일의 <근대를 말하다>(역사의아침, 2012)의 짝이 될 만하다.

 

 

개인적으로는 세계문학론과 혼종문화론을 주제로 한 책들도 독서목록에 올려놓고 있다. '지구시대의 문학연구'를 부제로 한 윤지관 교수의 <세계문학을 향하여>(창비, 2013)는 세계문학의 이념과 실천에 관한 다양한 쟁론적 글들을 수록하고 있는 평론집. 김용규 교수의 <혼종문화론>(소명출판, 2013)도 '지구화 시대의 문화연구와 로컬의 문화적 상상력'이란 부제대로 지구화시대 혼종문화적 양상에 대한 진단과 이론을 소개한다. 문학평론가 소영현의 <프랑켄슈타인 프로젝트>(봄아필, 2013)는 "문화를 둘러싼 이분법,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문학과 문화, 리얼리티와 가상, 실제와 재현 등의 구분법을 의문시하고,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다양한 텍스트들 속에서 ‘타자’와 문화에 대해 사유"를 담았다.

 

 

 3. 사회과학

 

프란시스코 페레/박홍규의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우물이있는집, 2013)과 스튜어트 프리드먼의 <와튼스쿨 인생특강>(비즈니스북스, 2013)이 추천도서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자유교육의 선구자'의 교육론을 소개하고 간략한 평전을 덧붙인 책으로 2002년에 나왔던 책의 개정판이다. 

 

 

대선 1년을 맞아 지난 대선에 대한 평가와 성찰을 담은 책들도 읽어봄직하다. 문재인 후보의 <1219 끝이 시작이다>(바다출판사, 2013)와 홍영표 의원의 <비망록>(다산북스, 2013)이 나왔고,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진실'을 밝힌 유시민의 <노무현 김정일의 246분>(돌베개, 2013)은 두달 전에 출간된 바 있다. 바둑처럼 복기를 해서 실력을 키울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마다하지 않을 일이다. 

 

 

4. 자연과학

 

자연과학 추천도서는 길버트 웰치의 <과잉진단>(진성북스, 2013)이다.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본 이라면 누구나 경험해봄직한 일인데, "조기 검진이 병에 걸린 이에게는 유용하긴 하지만, 과잉 진단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아마 감상선 암환자의 증가 같은 게 대표적 사례일 것이다. 의료기기의 발달로 조기에 병을 발견하는 건 좋은 일이겠으나 오히려 건강에 대한 염려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경우도 적지 한다. 의학상식으로라도 읽어둘 만한 책.

 

 

 

개인적으로는 마이클 거숀의 <제2의 뇌>(지만지, 2013)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있는데, 흥미롭게도 뇌가 아닌 소화기관에 관한 책이다. "소화기 신경계의 발견에서부터 각종 신경전달물질, 식도에서 위, 대장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과민성 대장 증후군을 비롯한 소화기 질환과 신경계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와 관련된 것이기도 한데, 러셀 블레이록의 <죽음을 부르는 맛의 유혹>(에코리브르, 2013)은 MSG로 대표되는 식품 첨가물의 위험성을 고발하는 책이다. "글루탐산과 여타 흥분독소가 성장기의 뇌 발달 방식을 바꾸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밝혀낸 실험과 신경계를 손상시키는 흥분독소를 비롯해 신경계 질환과 관련한 중요한 연구 사례를 소개한다."

 

 

과학책 독자라면 물론 에드워드 윌슨의 신간 <지구의 정복자>(사이언스북스, 2013)와 스티븐 제이 굴드의 에세이들도 놓칠 수 없겠다. 개인적으론 <플라밍고의 미소>(현암사, 2013)와 <여덞 마리 새끼 돼지>(현암사, 2012)가 번역된 김에 원서도 주문했다(굴드의 소문난 글솜씨를 감상해보기 위해서다). 

 

 

 5. 실용일반 

 

여문주의 <어이없이 틀리는 우리말 맞춤법 500>(인이레, 2013)이 추천도서다. "이 책은 500개라는 항목 수가 확인해 주듯이 일상에서 잘못 쓰이는 어휘와 표현들이 거의 망라된 책이다. 너무 사소하여 학교에서도 안 가르쳐주고 너무 황당해서 남들도 잘 지적해 주지 않는, 그런데 나만 모르고 잘못 써 온 말들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책의 어느 페이지든 펼쳐서 죽 넘겨보면 된다." 학생들에게도 요긴할 듯한 책. 맞춤법에 관한 책을 더 찾아보니 김남미의 <100명중 98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나무의철학, 2013)이 인기 도서다. 전문적인 책으론 <한글 맞춤법 강의>(신구문화사, 2010)가 있다.

 

 

 

0. 글쓰기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글쓰기'로 정했다. 계기는 유명작가 20인의 글쓰기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 매러디스 매런의 <잘 쓰려고 하지 마라>(생각의길, 2013)인데, 퓰리처상 수상작가 제니퍼 이건, 제인 스마일리 등이 어떤 동기와 노력으로 글을 쓰는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는 말에 동감한다면 따라해볼 수 있는 지침서. 조금 프로페셔널하게는 윌리엄 케인의 <거장처럼 써라>(이론과실천, 2011)가 아주 요긴한 책. 헤밍웨이와 포크너 등 유명작가 18인의 소설작법을 쪽집게 선생처럼 짚어준다. 저자가 유명작가가 아닌 게 신기할 정도다. '거장'이란 말에 주눅들지 않고 좀더 평범하게 시작하고 싶다면 바바라 애버크롬비의 <인생을 글로 치유하는 법>(책읽는수요일, 2013)이 도움이 된다. 글쓰기의 부담은 낮추고 의욕은 한껏 부추겨준다.  

 

13. 12. 07.

 

 

 

P.S. 12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논어>를 고른다. 정확하게는 <논어> 강의다. <심경호 교수의 동양고전 강의: 논어>(민음사, 2013)가 3권짜리로 출간돼서인데, <논어>에 대한 책이 중국에서도 이렇게 많이 나오진 않을 듯싶다. 도대체 무슨 새로운 얘기가 더 가능한지 궁금해서 읽어보려고 한다.

 

 

비교해볼 만한 건 물론 김용옥의 <논어한글역주>(통나무, 2008)다(최근에는 만화판까지 나왔다). 아, 리링의 <집 잃은 개 1,2>(글항아리, 2012)와 <논어, 세 번 찢다>(글항아리, 2011)도 비교대상이 될 수 있겠다. 베이징대 석학의 <논어> 강의는 어떤 것인지 맛볼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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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의 연재꼭지 '뉴 파워라이터'의 이번주 기사를 옮겨놓는다(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12061841275&code=960205). 지지난주에 인터뷰를 했고 그게 기사화됐다. 사진은 경향신문 자료실에서 찍은 것이다.

 

 

경향신문(13. 12. 07) [뉴 파워라이터](8) 서평가 이현우

 

명함은 한 인간의 사회적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물건이다. 그 점에서 이현우씨(45)의 명함은 특이하다. 앞면의 이름과 뒷면의 이름이 다르다. 지난달 27일 경향신문사에서 만난 그가 건넨 명함 뒷면에는 흰색 바탕을 배경으로 선명한 검은 글씨가 찍혀 있었다. ‘로쟈’.

 

이현우씨는 본명보다 필명이 더 먼저 알려진 사람이다. 그의 첫 책인 <로쟈의 인문학 서재>가 나온 것은 2009년이지만, ‘로쟈’라는 이름은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신간의 바다에서 헤매는 이들에게 읽어야 할 책들의 좌표를 알려주는 나침반 구실을 해왔다. 그의 필명이 20세기 초 독일 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가 아니라 <죄와 벌>의 주인공 로지온 라스콜리니코프에서 따온 것이라는 사실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어진 지 오래다. 책동네에서 ‘로쟈’는 ‘서평가’의 대명사다.

 

- 현재 서평을 기고하는 매체는 몇 개나 되나.

“시사주간지 ‘시사인’, 한겨레,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서평지 ‘책&’에 정기적으로 쓰고 있고 기타 계간지 등에서 부정기적으로 청탁을 받아 글을 쓴다.”

 

- 어떤 경로로 서평가가 됐나.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알라딘 독자 서평을 쓴 게 시작이다. 그리고 인터넷 카페 ‘비평고원’에 책 이야기를 썼다. 둘 다 2000년대 초반이다. 그 무렵 ‘텍스트’라는 이름의 북매거진에서 청탁이 왔다. 이런 활동들을 하고 있었는데 2007년 한 일간지에서 나를 포함해 인터넷 공간에서 신간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며 맥락까지 짚어주는 일군의 누리꾼들을 ‘인터넷 서평꾼’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뒤 서평꾼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후 언론에 인터뷰 기사가 실리고 여러 언론매체로부터 서평 청탁을 받았다. 말하자면 온라인에서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오프라인 서평을 쓰게 된 것이다.”

 

 

 

이현우씨의 학문적 기반은 러시아 문학이다. 그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고 2004년 러시아 시인 푸시킨과 레르몬토프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지적 관심은 문학만이 아니라 칸트, 마르크스, 레닌, 니체, 레비나스, 벤야민, 데리다, 라캉, 지젝 등 철학자들과 이론가들에게까지 뻗어 있다. 지젝 전문가로도 알려진 그는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이라는 지젝 입문서를 쓰기도 했다. 그의 알라딘 서평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이 ‘서평’ 블로그가 아니라 ‘인문학’ 블로그로 알려진 이유다. 이씨는 자신을 ‘문학 극대주의자’라고 말한다.

 

“역사나 철학과 함께 문학을 인문학의 한 분과학문으로 보는 것을 나는 문학 극소주의라고 부른다. 나는 문학 극대주의자다. 역사, 철학, 문학이 다 큰 의미에서 문학이라고 본다. 작가라면 전체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고 사회에 대한 책임도 있어야 한다. 문학이 삶에 대한 총체적 인식을 추구한다면, 작품 하나를 읽기 위해서도 모든 게 다 필요하다. 플롯이나 테크닉을 다루는 정도로는 안된다. 내 경우에는 현상학, 해석학, 정신분석학, 수용이론 등 문학이론을 공부하면서 철학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확장됐다.”

 

- 서평은 비평과 어떻게 다른가.

“비평은 독자들이 같은 책을 두 번 읽게, 다시 읽게끔 하는 것이다. 서평은 읽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판단하는 자료를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비평은 어떤 책을 이미 읽은 독자를 상대로 한다. 서평은 읽지 않은 독자를 상대로 한다. 넓게 보면 서평은 비평에 포함된다. 그런데 요즘엔 책을 읽은 독자들이 적어 비평을 읽는 독자들이 실종됐다. 상대적으로 서평의 역할은 커졌다.”

 

- 서평의 기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서평은 어떤 책을 읽고 싶도록 하거나, 읽은 척하게 하거나, 안 읽어도 되도록 해준다.”

 

- 서평을 쓸 때 원칙은.

“내 주관을 적게 넣는다. 이건 지면 사정과 관련이 있다. 서평 분량이 원고지 9~10장이다. 책 내용을 정리하고 나면 주관적인 판단을 섞는다고 해봐야 한두 문장이다. 다른 필자들은 주관적 느낌을 내용보다 더 중심적으로 다루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독자들이 책 내용을 맛보게 하는 데 중심을 둔다. 개성이 없다거나 호오가 분명하지 않다거나 하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서평은 어떤 책을 골랐다는 것 자체가 유익한 정보다. 비평은 다르다. 어떤 책을 비평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 자체는 정보가 안된다.”

 

- 독자들에 대한 영향력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나.

“우스개로 10부 나가는 데는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 출판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면 서평이나 지면 책광고의 영향력은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책을 고를 때 서평을 참고하려는 독자들의 성향은 바뀌지 않았다. 독자들이 정보를 얻는 출처가 분산됐을 뿐이다. ‘로쟈의 저공비행’ 방문자는 하루 2000명 정도 된다.”

 

- 적합한 서평 분량은 어느 정도라고 보나.

“길어야 원고지 20장이다. 그 이상은 무리다. 30장 이상은 비평이다. 서평의 경우 100자평도 독자들에게는 유익한 참고가 될 수 있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저이(로쟈)는 사람이 아니라 기계가 아닌가”라고 말한 적이 있다. 책을 얼마나 읽나.

“대학이나 도서관,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 강의도 해야 하고 서평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책 읽을 시간이 많진 않다. 다만 강의하고 서평 쓰고 잠 자는 걸 빼면 책 검색, 책읽기, 서평 쓸 책을 고르는 일이 내 일상이라고 말할 수는 있다. 출판사에서 내게 보내는 책은 일주일에 20~30권인데, 내가 직접 사는 책이 또 그만큼 된다. 그러니 내가 사는 책과 받는 책을 합하면 연간 2000권쯤 될 것이다.”

 

 

 

- 서평가는 평생직업인가.

“한시적으로 하는 일이다. 60대 서평가는 이상하지 않나. 3년 복무라고 생각했는데 2007년부터 잡으면 이미 3년을 초과해 장기복무하는 셈이 됐다. 서평집 독자가 절반씩 줄어들고 있다. 지금까지 서평을 모은 책은 두 권(<책을 읽을 자유> <그래도 책읽기는 계속된다>) 냈는데, 네 권까지 내면 더는 못 낼 것 같다. 자연적으로 은퇴하게 될 것 같다.”

 

 

 

- 앞으로의 계획은.

“비평 쪽으로 가려 한다. 책을 자세히 읽고 음미하며 읽는 것 말이다. 서평이라는 글쓰기 형식이 다른 것으로 대체되진 않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서평 독자들을 어느 정도 규모로 만든 뒤 이 독자들과 함께 더 깊이 읽는 독서문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런 독자들이 5000~1만명 정도 유지된다면 좋겠다. 읽을 만한 책이 나왔을 때 1만명의 독자는 있는 사회를 보고 싶다는 뜻이다.”

 

13. 12. 06.

 

P.S. 지난 가을에는 성대신문과도 인터뷰를 가졌는데, 기자들의 파업으로 뒤늦게 기사화됐다(http://www.skkuw.com/news/articleView.html?idxno=10846). 아무래도 서평가로서 인터뷰한 것이라 중복되는 질문들이 있고 답변도 대동소이하다. 몇몇 오식을 교정하여 옮겨놓는다.

 

성대신문(13. 12. 03) 서평블로거 '로쟈' 이현우 인터뷰

 

당신은 일주일에 몇 권의 책을 읽는가? 모두를 부끄럽게 만드는 질문 앞에 서평의 고수가 나타났다. △당대의 서평가 △인문학 전도사 △지젝 전도사로 불리며 서평계에서 필명 ‘로쟈’로 유명한 이현우다. 책 좀 읽는 네티즌 사이에서 그는 전설이라 불린다. 그의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에는 매일 2500명이 넘는 사람이 들렀다가며, 총 방문자는 300만 명에 이른다. 블로그 뿐만 아니라 온라인 서점과 각종 일간지에서도 그를 가장 영향력 있는 서평가로 평가한다. ‘인터넷 서평꾼’이라 불리는 그에게 참 친해지기 힘든 ‘독서’와 ‘인문학’에 대해 묻는다.

 

■ 언제부터 그렇게 온라인 서평계에서 유명해졌나

인터넷 공간에 서평류의 글을 올린 활동은 1999년부터 했다. 초기에는 ‘비평고원’이라는 카페에서 서평을 쓰다가 온라인 서점인 ‘알라딘의 서재’에서 이름이 알려졌다. 알라딘에서 추천을 많이 받으면 ‘명예의 전당’에 오르는데 몇 개 써본 마이리뷰가 반응이 좋았다. 리뷰를 그렇게 많이 쓴 것은 아닌데 책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자주 포스팅 한 게 영향이 큰 것 같다. 

 

블로그에 서평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03~2004년부터다. 그때 처음 블로그가 생겨 지금 사용되는 ‘온라인 개인서재’와 함께 ‘북 블로거’, ‘서평블로거’ 등의 개념이 만들어졌다. ‘온라인 서평꾼’이라는 별명은 2007년 한겨례 신문에서 처음 사용한 것 같다. 특별히 나를 지칭하는 단어는 아니었는데 지금까지 그 이름으로 불리는 사람이 더 없어서 검색하면 나만 뜬다. (웃음) 

 

■ 블로그에 가봤더니 신간들을 몇 권씩 주제별로 묶어서 추천하더라. 

그것이 ‘인터넷 서평꾼’들의 역할이다. 주제별로 묶어 여러 책을 한 번에 추천한다. 책들 사이의 관계, 문학과 사상의 지도를 그려 가이드처럼 추천해 주는 것이다. 도서관 사서의 역할과 같다. 모든 책을 다 읽지는 못한다. 읽는 것도 있지만 책을 그냥 ‘본다’. 책을 ‘보는’ 걸로는  한국에서 랭킹 안에 들 수 있다. (웃음) 책에 대해 검색하고, 책을 만지고 훑어보는 것은 거의 업자수준으로 한다. 일주일에 거의 수십 권을 그렇게 스크린한다. 이걸 책의 면접을 본다고 말한다. 사람을 그냥 보는 거랑 사귀는 거랑 다르지 않나. 사람을 만나보고 더 깊게 알아가는 것은 좀 더 여러 번 만난 후다. 면접이 통과돼 시간 여유가 생기면 그때 그 책을 깊게 만난다.   

 

■ 도대체 책을 얼마나 읽는 건가. 

너무 많이 받는 질문이다. 48시간을 사는 게 아닌 이상 보통사람과 비슷하거나 더 적게 읽는다. 유별나게 독서유전자가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어릴 때부터 숫기가 없어서 사람 사귀는 것보다 책을 사귀었다. 초등학교 때 책과 강렬하게 만난 기억이 있다. 하루 이웃집에 놀러 갔는데 그 집 서재에 전집이 꽂혀있는 걸 보고 충격받았다. 아마 ‘세계소년소녀문학전집’이었을 것이다. 그런 광경을 그 때 처음 봤다. 서점에 가본 적도 없어서 책이 세트로 50권 모여 있다는 것이 굉장히 경이롭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전집을 4~5번은 반복해서 읽었던 것 같다. 그냥 책 안에 있는 이야기들이 좋아서 읽었다.

 

대학교 때는 책을 사서 넘버링하는 습관이 있었다. 연말에 300권대까지 간 것을 봐서 하루에 한 권 꼴로 산 건데 요새는 더 산다. (웃음) 출판사에서 보내는 책이랑 개인적으로 사는 걸 합치면 일주일에 30권 씩 일 년에 1500~2000권 정도 새 책이 생긴다. 보관 문제 때문에 조만간 이사를 한다. 저번 주에 산 책을 못 찾고 있다. 심각하다. 

 

 

 

■“인문학을 읽기 전에 로쟈에게 물어보라”고 하던데, 어쩌다 인문학 전도사가 되었나

인문학 전도사는 좀 과장된 표현인 것 같다. 과거 ‘쿤데라와 고진의 고원’이라는 블로그 운영자와 죽이 맞아 인문학 관련 글을 많이 썼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슬라보예 지젝과 가라타니 고진 관련 포스팅을 많이 해서 이름이 알려졌다.   

 

나는 크게 두 가지 역할을 했다. 최근에 나온 인문학 책들을 많이 소개했고, 그다음엔 관련 이론서나 번역서가 나오면 그것에 대한 리뷰나 코멘트를 많이 올렸다. 그때 고전번역에 대해 독한 코멘트를 많이 했는데 그게 네티즌에게 약간 어필을 했던 것 같다. ‘신뢰할 만한, 참고할 만한 블로거’로 인식되는 데 말이다. 신랄한 비판의 글 때문에 출판사들의 미움을 많이 받기도 했다. 물론 이건 책에 좀 관심 있는 네티즌에 한정된 이야기다. 아마 날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웃음)

 

■ 얼마 전 슬라보예 지젝의 방한으로 해설서인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이 더 유명해졌다. 본지에서도 그를 다뤘는데 어쩌다 지젝의 전도사로 불리게 되었나

지젝의 오랜 독자였다. 96년 국내에 처음 소개됐는데 본격적으로 읽은 것은 2000년 정도부터다. 읽다가 굉장히 강한 인상을 받아서 지젝의 모든 책을 섭렵했다. 이유를 물어본다면 현상에 대한 문제를 다시 정의하게 만드는 지젝의 철학이 맘에 들었다. 책을 읽고 나면 사회문제 저반의 현상이나 사태를 지젝의 눈을 통해서 다시 보게 된다. 세계에 대해 통찰하면서 다시 눈뜨게 되는 느낌이 든다. 초기 번역본들의 질이 좋지 않아서 번역서로는 이해가 잘 안 되더라. 그래서 오역에 대한 지적도 하고 번역도 직접 하면서 많이 떠들다 보니까 어쩌다 전도사가 됐다. 그러다 번역서를 넘어 그의 사상을 다룬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을 쓰게 됐다.

 

■ 요새 다들 인문학 시대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나는 인문학 자체에 대해서는 양가적인 태도를 지닌다. 인문학의 주류는 서양 인문학이다. 서양에서 인문학은 최상위 계층을 위한 교양교육이었지 중산층이나 빈곤층을 위한 교육이 아니었다. 백년 전 우리는 10% 정도만이 책을 읽고 70%가 문맹이었다. 한국사회에서도 독서가 중산층과 빈곤층으로 확장된 것은 두 세대가 채 되지 않는다. 빈곤층을 위한 희망인문학이 가능해진 것도 최근에 와서다.

 

그럼에도 인문학은 또 다른 계급투쟁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는 1:99의 경쟁사회에 산다. 1명의 승자가 독식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러한 체제에 적응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그 시스템을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우리에겐 없어 보인다. 우리가 그 문제의식 자체를 아예 차단해버린 것이다. 그것이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우리는 대부분 99%의 입장이다. 이 99%가 배우는 인문학은 현재의 부당한 사회 시스템에 대해 저항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인문학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그 시스템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오히려 경쟁력이 될 것이다. 생존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더 가치 있고 훌륭한 삶을 사는 것이 목표라면 말이다.

 

■언제까지 계속 서평을 쓸 것인가

서평은 어떠한 중대한 사회적 역할 같은 것이다. 지식사회를 위해 사회적 책임을 지고 있는 느낌이다. 지금으로선 대체할 만한 인물이 매우 드물다. 십 년 동안 책을 검색하고 읽는 것을 누가 하겠나. 좋아서하지 않으면 힘들 것이다. 일을 대신해줄 후임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교체가 될 것이다. 서평가는 절대 어렵지 않다. 책을 읽고 남들이 읽기에 유익하다는 생각이 들면 서평가의 자질이 있는 것이다.

 

■책 읽기 싫어하는 성균인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이 질문은 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책을 안 읽으면 죽는 것이다. 사람들은 무지가 자기의 선택이라고 착각한다. 책을 안 읽는 건 본인의 선택이라면서. 하지만 대개 책을 안 읽는 경우보다 ‘못’ 읽는 경우가 더 많다. 그것을 착각하는 건 안쓰럽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입맛에 맞는 작가를 세 사람 정도 전집으로 읽어라. “나는 책과 인연이 없어”라고 하더라도 “나는 이 작가는 읽어”라고 하면 나름 괜찮은 대학생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여도 되고 과학자, 철학자여도 된다. 그것조차 부담된다면 해설서나 서평집을 읽어라. 무슨 책을 읽을지 로드맵을 제시해 줄 것이다. 일단 읽어라. 독서의 효용이나 즐거움에 대해서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독서가 안 맞는다고 말하는 것은 편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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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의 빅뉴스는 물론 넬슨 만델라의 타계 소식이었다. 고령에다 와병중이었기에 부고 자체가 놀라운 건 아니었지만 다시 환기하게 된 그의 생애는 놀라움과 감동을 안겨준다. 아침에 그의 전기 가운데 하나를 주문해서 받았고, 그의 자서전도 마저 주문했다(오래 미뤄둔 책이기도 하고).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의미에서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어린이용 전기를 빼고 그의 전기/평전에다가 아프리카의 역사에 관해 나온 책 두 권을 더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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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과의 대화- 넬슨 만델라 최후의 자서전
넬슨 만델라 지음, 윤길순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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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만델라 평전
자크 랑 지음, 윤은주 옮김 / 실천문학사 / 2007년 10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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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06일에 저장

만델라 자서전-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넬슨 만델라 지음, 김대중 옮김 / 두레 / 2006년 3월
29,800원 → 26,820원(10%할인) / 마일리지 1,4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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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아프리카의 역사
리처드 J. 리드 지음, 이석호 옮김 / 삼천리 / 2013년 12월
35,000원 → 31,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2월 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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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는 묵직한 저자들의 책이 여럿 출간됐기에 미리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고르고 보니 모두 작고한 미국인이다. 문명비평가 루이스 멈포드, 역사학자 하워드 진, 그리고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가 그들이다. 

 

 

먼저 멈포드의 <기계의 신화1: 기술과 인류의 발달>(아카넷, 2013). 지난 여름 <기술과 문명>(책세상, 2013)이 출간됐을 때 <기계의 신화2: 권력의 펜타곤>(경북대출판부, 2012)가 출간된 걸 보고 1권은 어떻게 된 건가 궁금했는데, 따로 번역중이었던 것. 그때 영어본도 구하려다 말았는데, 1권이 절판돼서였다. <기계의 신화>의 원서는 아래의 책 두 권이다.

 

 

내가 바란다고 해서 절판된 원서가 다시 나올 리 없겠지만,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 어떤 책인가. "국내에 뒤늦게 소개된 혁신적 사상가이자 걸출한 문명사가인 루이스 멈퍼드. 현대 기술문명에 대한 멈퍼드의 비판적 신념이 응집된 <기계의 신화 I>은 그의 역작 가운데 하나인 <기술과 문명>보다 30년도 더 지난 1966년에 출간된 것으로 기술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지, 우리의 과거로부터 현재를 진단하여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기술과 문명>을 포함하여 3종 세트로 읽어도 좋겠다. 멈퍼드의 핵심 통찰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다.

 

 

하워드 진의 연설문집 <역사를 기억하라>(오월의봄, 2013)도 이번에 출간됐다(올해엔 <만화로 보는 하워드 진의 미국사>(다른, 2013)와 공저 <지금 왜 혁명을 말하는가>(시대의창, 2013)가 하워드 진 관련서로 출간된 책들이다). 편자인 앤서니 아노브는 국내에도 소개된, 하워드 진과 촘스키의 책들을 편집한 바 있다.

 

 

곧 <'미국 민중사'를 만든 목소리들>(이후, 2011), <촘스키, 지의 향연>(시대의창, 2013), <미국의 이라크 전쟁>(북막스, 2002) 등이다. <역사를 기억하라>는 어떤 책인가.

이 책은 1963년부터 2010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하워드 진이 했던 연설들 중 주요 연설 20개를 선별하여 묶은 연설집으로 2012년 미국에서 발간되었다. 흑인 민권운동과 베트남전 반대운동,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기득권층을 위한 입법과 기만적인 사법시스템, 미국 예외주의와 정의로운 전쟁,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허구 등 이 연설들은 미국 사회의 굵직굵직한 사건과 첨예한 쟁점들을 아우르고 있으며 각 연설문마다 독자들로 하여금 깨달음을 주는 탁월한 논리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연설을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역사의 중요성이다.

 

 

'스티브 굴드 자연학 에세이 선집'의 두번째 책으로 <플라밍고의 미소>(현암사, 2013)도 반가운 책이다. 작년에 나온 1권 <여덞 마리 새끼 돼지>(현암사, 2012)와 마찬가지로 저자의 대표 에세이 선집 가운데 하나. 자연과학계의 대표적 글쟁이로 이름을 날렸던 저자의 글솜씨를 다시 한번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그걸 '굴드 스타일'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굴드 글쓰기 스타일의 요체는 특수성에서 일반성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의 에세이는 긴 논증인 동시에 여러 가지 개별적인 특수성을 이어붙인 것이다. 그는 ‘아하’ 하고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작은 사실들의 관찰에서 출발해 일반성에 도달하도록 글을 ‘진화’시켰다. 그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에세이들이 <플라밍고의 미소> 1부에 수록된 에세이들이다. 머리를 거꾸로 뒤집고 먹이를 먹는 플라밍고, 교미 후 배우자를 잡아먹는다고 알려진 곤충의 암컷들, 수컷에서 암컷으로 그리고 때로는 반대로 성전환하는 꽃과 달팽이를 관찰한 세 편의 에세이는 일반적인 대중의 기대를 ‘역전’시킨다. 또한 샴쌍둥이는 한 사람인가 두 사람인가. 고깔해파리는 개체인가 군체인가를 추적한 두 편의 에세이는 자연에서의 ‘경계’ 문제와 ‘연속성’(연결)에 대해 질문한다.

굴드의 에세이는 아래 여섯 권을 더 꼽을 수 있다. 이중 <판다의 엄지>(세종서적, 1998)이 절판돼 아쉬운데, 개정판이 근간 예정이라고도 하니까 기다려봐야겠다...

 

 

 

13. 12.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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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도 흥미를 끄는 책이 많지만 책장을 넘기고픈 충동을 가장 강하게 유발하는 건 맷 키시의 <그래픽 모비딕>(미메시스, 2013)이다. 일단 그림책이어서. 그리고 <모비딕>이니까. 역자는 열린책들판 <모비딕>을 옮긴 강수정 씨다.

 

 

책의 원제는 'Moby-Dick in Pictures: One Drawing for Every Page'이다. 그러니까 <모비딕>의 모든 페이지당 그림 한장이라는 것. 그렇게 해서 나온 분량이 번역본 453쪽이다. 원서는 552쪽(이 차이가 어떻게 발생하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 

 

 

이 그림작가의 약력은 "카페테리아 요리사, 전문의 수련의, 책방 부점장, 영어 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결국 도서관 사서로 근무했다"는 것이며(그러니까 그림은 그의 취미였던 모양), '모비 딕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라는 것(이건 지극히 당연하겠다). 일러스트판, 혹은 그래픽판 <모비딕>이 그간에 얼마나 나왔었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새로운 시도라 흥미를 끈다. 찾아보니 이런 식으로 그렸다.

 

 

내가 더 선호하는 건 열린책들판 표지 같은 그림인데, 그래도 작품 전체를 그림으로 옮겼다니까 <그래픽 모비딕>에도 관심이 간다. 물론 아주 저렴한 책은 아니기에 구입시기는 조율을 좀 해봐야겠다...

 

13. 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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