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에는 묵직한 저자들의 책이 여럿 출간됐기에 미리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고르고 보니 모두 작고한 미국인이다. 문명비평가 루이스 멈포드, 역사학자 하워드 진, 그리고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가 그들이다. 

 

 

먼저 멈포드의 <기계의 신화1: 기술과 인류의 발달>(아카넷, 2013). 지난 여름 <기술과 문명>(책세상, 2013)이 출간됐을 때 <기계의 신화2: 권력의 펜타곤>(경북대출판부, 2012)가 출간된 걸 보고 1권은 어떻게 된 건가 궁금했는데, 따로 번역중이었던 것. 그때 영어본도 구하려다 말았는데, 1권이 절판돼서였다. <기계의 신화>의 원서는 아래의 책 두 권이다.

 

 

내가 바란다고 해서 절판된 원서가 다시 나올 리 없겠지만, 그렇게 되길 기대한다. 어떤 책인가. "국내에 뒤늦게 소개된 혁신적 사상가이자 걸출한 문명사가인 루이스 멈퍼드. 현대 기술문명에 대한 멈퍼드의 비판적 신념이 응집된 <기계의 신화 I>은 그의 역작 가운데 하나인 <기술과 문명>보다 30년도 더 지난 1966년에 출간된 것으로 기술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인지, 우리의 과거로부터 현재를 진단하여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기술과 문명>을 포함하여 3종 세트로 읽어도 좋겠다. 멈퍼드의 핵심 통찰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다.

 

 

하워드 진의 연설문집 <역사를 기억하라>(오월의봄, 2013)도 이번에 출간됐다(올해엔 <만화로 보는 하워드 진의 미국사>(다른, 2013)와 공저 <지금 왜 혁명을 말하는가>(시대의창, 2013)가 하워드 진 관련서로 출간된 책들이다). 편자인 앤서니 아노브는 국내에도 소개된, 하워드 진과 촘스키의 책들을 편집한 바 있다.

 

 

곧 <'미국 민중사'를 만든 목소리들>(이후, 2011), <촘스키, 지의 향연>(시대의창, 2013), <미국의 이라크 전쟁>(북막스, 2002) 등이다. <역사를 기억하라>는 어떤 책인가.

이 책은 1963년부터 2010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 하워드 진이 했던 연설들 중 주요 연설 20개를 선별하여 묶은 연설집으로 2012년 미국에서 발간되었다. 흑인 민권운동과 베트남전 반대운동,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기득권층을 위한 입법과 기만적인 사법시스템, 미국 예외주의와 정의로운 전쟁, 그리고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허구 등 이 연설들은 미국 사회의 굵직굵직한 사건과 첨예한 쟁점들을 아우르고 있으며 각 연설문마다 독자들로 하여금 깨달음을 주는 탁월한 논리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연설을 관통하는 주제는 바로 역사의 중요성이다.

 

 

'스티브 굴드 자연학 에세이 선집'의 두번째 책으로 <플라밍고의 미소>(현암사, 2013)도 반가운 책이다. 작년에 나온 1권 <여덞 마리 새끼 돼지>(현암사, 2012)와 마찬가지로 저자의 대표 에세이 선집 가운데 하나. 자연과학계의 대표적 글쟁이로 이름을 날렸던 저자의 글솜씨를 다시 한번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그걸 '굴드 스타일'이라고도 부르는 모양이다.

굴드 글쓰기 스타일의 요체는 특수성에서 일반성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의 에세이는 긴 논증인 동시에 여러 가지 개별적인 특수성을 이어붙인 것이다. 그는 ‘아하’ 하고 눈을 번쩍 뜨게 만드는 작은 사실들의 관찰에서 출발해 일반성에 도달하도록 글을 ‘진화’시켰다. 그 스타일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에세이들이 <플라밍고의 미소> 1부에 수록된 에세이들이다. 머리를 거꾸로 뒤집고 먹이를 먹는 플라밍고, 교미 후 배우자를 잡아먹는다고 알려진 곤충의 암컷들, 수컷에서 암컷으로 그리고 때로는 반대로 성전환하는 꽃과 달팽이를 관찰한 세 편의 에세이는 일반적인 대중의 기대를 ‘역전’시킨다. 또한 샴쌍둥이는 한 사람인가 두 사람인가. 고깔해파리는 개체인가 군체인가를 추적한 두 편의 에세이는 자연에서의 ‘경계’ 문제와 ‘연속성’(연결)에 대해 질문한다.

굴드의 에세이는 아래 여섯 권을 더 꼽을 수 있다. 이중 <판다의 엄지>(세종서적, 1998)이 절판돼 아쉬운데, 개정판이 근간 예정이라고도 하니까 기다려봐야겠다...

 

 

 

13. 12.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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