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을 고른다. 타이틀북으로 고른 건 제러드 다이아몬드와 제임스 로빈슨이 엮은 <역사학, 사회과학을 품다>(에코리브르, 2015)다. 학술적인 성격의 책이기에 대중서로 분류하긴 어렵지만, 역사학 방법론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라도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 

 

 

부제는 '새로운 연구방법론으로서 자연실험'이고 원제는 '역사에서 자연실험(Natural Experiments of History)'이다. 원제에 충실하자면 제목도 역사학, 자연실험을 품다>라고 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연실험'은 사회과학이 아닌 자연과학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역사학에서 계량적 연구, 자연실험 혹은 비교 연구가 어떻게 가능한지 보여주는 사례들을 모았는데, 역사학도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되지 않을까 싶다.

 

 

두번째 책은 함규진의 <유대인의 초상>(인물과사상사, 2015)이다. "세상을 움직인 유대 거인 21명을 소개하고, 그들의 불꽃같은 삶을 총 8장으로 나누어 상세히 담아내고 있다." 레온 트로츠키부터 놈 촘스키까지 20세기에 큰 족적을 남긴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들 모두가 유대인이라는 사실에 조금 놀랄 수도 있겠다.  

 

세번째 책은 '중국 광인의 문화사'를 다룬 류멍시의 <광자의 탄생>(글항아리, 2015)이다. 소개에 따르면 "이 작은 책은 바로 공자의 광견사상을 풀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나는 이 책에서 공자의 광견사상이 중국사상사에서 혁신적이면서도 혁명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자 했다. 특히 ‘사士’ 계층과 진한대 이후 사회의 문화적인 소양을 갖춘 인물들의 “광자정신”은 사실상 인문과 예술의 창조적인 원천이 되었다."

 

 

네번째 책은 동양철학자 최진석 교수의 '노자 강의',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위즈덤하우스, 2015)이다. " 저자는 노자와 <도덕경>을 화두로 삼아, 인류의 생각과 철학이 탄생하게 된 역사적 배경을 살피는 것부터 시작하여 인생 철학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중국학자의 책으로 왕방웅의 <노자, 생명의 철학>(은행나무, 2014)과 비교하며 읽어보아도 좋겠다.

 

 

끝으로, 자기계발서의 '사기극'을 비판해온 이원석의 <인문학 페티시즘>(필로소픽, 2015). "오늘의 인문학이 자기계발을 위한 ‘수단’으로, 스펙을 쌓기 위한 ‘도구’로 변질되었으며, 인문학의 본령인 무용성에서 벗어나 자본주의의 액세서리로 전락했다고 진단한다. 자본은 인문학의 유용성을 물으며 상품화를 추구하고, 인문학은 성공의 도구가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인문학을 통해 자본에 대한 욕망을 투사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인문학'이란 말을 너무 넓게 쓰고 있어서 자칭 '천재작가'들의 책쓰기 호객 행위까지 포함시키고 있는데, '한국사회 요지경'에 들어갈 만한 이야기들이다. 사기꾼이 대통령도 해먹은 나라이니 무슨 사기인들 불가능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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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 사회과학을 품다- 새로운 연구 방법론으로서 자연 실험
제러드 다이아몬드.제임스 A. 로빈슨 엮음, 박진희 옮김 / 에코리브르 / 2015년 3월
17,500원 → 15,750원(10%할인) / 마일리지 8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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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초상- 수난과 방랑이 그들을 인도할 것이다
함규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2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1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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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의 탄생- 중국 광인의 문화사
류멍시 지음, 한혜경.이국희 옮김 / 글항아리 / 2015년 3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원(1%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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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각하는 힘 노자 인문학- 바로 지금 여기에서, 고유명사로 산다는 것
최진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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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을 고르기 위해 새로 나온 책들을 훑어보다가 두 종의 책은 따로 빼서 다룬다. 각각 중국사와 일본사에 관한 책으로 '하버드 중국사' 시리즈의 셋째 권으로 나온 디터 쿤의 <하버드 중국사 송: 유교원칙의 시대>(너머북스, 2015)와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앤드루 고든의 <현대 일본의 역사>(이산, 2015)다.

 

 

하버드 중국사는 <청: 중국 최후의 제국>(너머북스, 2014)을 출발점으로 하여 <원.명: 곤경에 빠진 제국>(너머북스, 2014)을 거쳐서 이제 <송: 유교 원칙의 시대>에 이르렀으니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아마도 두 권 정도가 더 남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런 페이스라면 올해 마저 출간될 것도 같다. 완간된다면 원서도 구입해볼까 싶다.

송 왕조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문명이었다. 인구는 인류 전체의 절반 정도였으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1인당 소득을 누렸다. 이 시대의 창조성은 유럽의 르네상스를 능가했다. 특히 신유학은 송대와 동아시아 사회의 정치와 공적 영역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물질문화와 기술사 분야의 전문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일학자 디터 쿤(독일 비르츠부르크대) 교수는 혁신의 시대 송을 이끌어간 원동력은 유교라는 원칙이었음을 주지하며, 유교의 가치를 중국의 발전을 방해한 족쇄였다고 보는 근대의 견해를 재고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수년 전에 남송의 수도였던 항저우(항주)를 잠깐 여행한 기억이 있는데, 당시에는 중국사에 대한 지식으로 무장하고 있지 않았더랬다. 이제는 <송>이라도 읽은 연후에 다시 둘러보고 싶다.

 

 

<현대 일본의 역사>는 초판이 2005년에 나왔으니 10년만에 나온 개정판이다. 찾아보니 원저가 2013년에 3판이 나왔다. 거기에 맞춘 듯싶은데, "도쿠가와 시대 말기부터 21세기 초까지 약 200년에 걸친 일본의 근현대사를 개관적이면서 포괄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일본 현대사를 다룬 책이 더러 있지만, 이 책만큼 포괄적인 건 드물지 않나 싶다. 게다가 이산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라는 데 대한 신뢰감이 있다. 2005년판을 갖고 있으면서도 개정판을 다시 구입한 이유다...

 

15. 0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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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확연히 봄밤이라고 하긴 어려운 봄밤에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자주 듣는 필 콜린스의 'Another Day in Paradise'를 들으며). 이번주에도 국내 저자로만 골랐다. 순서를 어떻게 정할까 잠시 생각하다가, (아무 생각 안 한 듯이) 가나다순으로 정했다.

 

 

그래서 먼저, <보다>(문학동네, 2014)에 이어서 이번엔 <말하다>(문학동네, 2015)를 펴낸 김영하 작가. <읽다>까지 해서 3부작이 될 거란 예고인데, 이런 페이스라면 아마 마지막 3권도 올해 안에 나올 듯싶다. 표지 디자인으로만 보자면 김연수의 <소설가의 일>(문학동네, 2014)과도 '친구' 먹을 수 있는 책. 산문집이라고 하지만 "<말하다>는 작가 김영하가 데뷔 이후 지금까지 해온 인터뷰와 강연, 대담을 완전히 해체하여 새로운 형식으로 묶은 책이다".

창의력에 대한 그의 강연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은 한국인 최초로 세계적인 지식 공유 콘퍼런스인 테드(TED)의 메인 강연으로 소개되어 136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2014년 12월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서 했던 청춘 특강은 젊은층으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KBS 라디오의 '문화포커스'를 진행한 방송인이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의 강단에서 서사창작을 가르쳤던 교수,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팟캐스트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의 진행자인 작가 김영하. 이미 거의 모든 형식의 '말하기'를 경험한 그는 <말하다>를 통해 빼어난 말솜씨로 어느 순간 청자의 허를 찌르는, 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귀기울여 듣고 되새길 만한 말들로 가득하다.

모든 작가가 달변은 아니며 그 반대인 경우도 드물지 않지만, 달변의 작가는 이런 책도 낼 수 있구나, 라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자칭 'C급 경제학자' 우석훈도 슬렁슬렁 두 권의 책을 펴냈다. <잡놈들 전성시대>(새로운현재, 2015)와 <성숙 자본주의>(레디앙, 2015). 반년 전에 <불황 10년>(새로운현재, 2014)과 <솔로 계급의 경제학>(한울, 2014)을 펴냈으니 저자로서 매우 '분주한' 편이다. <성숙 자본주의>를 먼저 주문해서 손에 들었는데, '성숙과 퇴행, 기로에 놓인 한국경제'가 부제다.

자칭 C급 경제학자이며, 진보적 경제학자로 분류돼 왔던 우석훈 박사가 ‘성숙 자본주의’라는 화두를 들고 나왔다. 우석훈은 이 책에서 “2008년 이후로 전 세계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케인즈 시대로 복귀할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을 만들 것인가, 그 사이에서 우리 모두는 고민 중”이라며, 자신은 한국 경제를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성숙 자본주의’를 제시한 것이다.

"성장은 소수를 부자로 만들고 성숙은 다수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캐치프레이즈로 보아 저자는 '성장'이란 자본주의의 주술에 '성숙'을 해독제로 처방하려는 듯하다. 덕분에 한국경제가 '성장병'에서 치유된다면, 그만한 성과도 없지 않을까 싶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지, 성숙 자본주의의 구체적인 상은 어떤 것인지는 책에서 확인해봐야겠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도 일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이번엔 <심리정치>(문학과지성사, 2015)다. <피로사회>(문학과지성사, 2012)와 <투명사회>(문학과지성사, 2014)를 고려하면 세번째 '네글자 제목' 책이다. 부제는 '신자유주의의 통치술'. 우리의 박태근 MD는 이렇게 평했다.

한병철은 <피로사회>에서 “한국인이면 누구나 자기를 착취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지 즉각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리정치>를 간결하게 정리한 다음 문장 역시 마찬가지다. “억압 대신 친절로, 금지 대신 유혹으로 개인을 조종하는 신자유주의적 심리정치.” 한병철의 저작이 꾸준히 소개되며 독자에게 호응을 얻는 까닭은 제목에 그대로 드러나는 결론 때문이 아니라(그의 저작 제목은 분석의 결과가 아니라 분석의 대상이라 하겠다), 현실과 이론을 종횡으로 넘나들며 우리가 이미 몸으로 알고 있는 세계의 특성을 간명하고 솔직하게 드러내기 때문이다.

아직도 공작정치와 사찰정치의 망령이 우리 주변을 배회하고 있지만, 좀더 세련된 '심리정치' 또한 이미 우리의 현실이다. 구닥다리 정치와 세련된 정치가 마구 뒤섞인 한국적 현실에 대한 인식 도구로 저마다 구비해놓을 만하다. 올해도 어떻듯, 살아남기 위해서, 더 바란다면, 제대로 살기 위해서...

 

15. 0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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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에 겐자부로의 최근작으로 <익사>(문학동네, 2015)가 번역돼 나왔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일본 현대문학의 거장 오에 겐자부로 만년의 걸작으로, 오에 겐자부로가 처음으로 아버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말하는 소설이다." 2009년작으로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문학동네, 2009)가 2007년작이었으므로 그 이후에 쓰인 것이다. 그의 산문집들이 연이어 소개되고 있지만 소설로는 오랜만이라는 인상이 든다. 한때 전집까지 나왔던 작가이지만(생존 작가의 '전집'이란 건 말이 안되는 것이긴 하다. 절필하지 않는 이상), 현재 읽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그의 대표작들을 리스트로 묶어 놓는다. <만엔원년의 풋볼>과 <아름다운 애너벨 리>는 강의에서 다룬 적이 있는데, 기회가 닿으면 한두 작품은 더 고르고 싶다. 초기작 <개인적 체험>과 후기작 <익사>가 유력한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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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 (무선)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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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 (무선)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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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친척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5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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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만엔원년의 풋볼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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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이나 저자를 고르려고 하다가 '이주의 발견'을 먼저 고른다. 알랭 쉬피오의 <법률적 인간의 출현>(글항아리, 2015)은 아무래도 따로 다루어야 할 것 같아서다. 부제는 '법의 인류학적 기능에 관한 시론'. 제목과 부제가 책의 내용을 어림하게 해주는데, 소위 법인류학 분야의 책이 국내에 희소하기 때문에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저자는 국내 처음 소개되는 줄 알았더니 <필라델피아 정신: 시장 전체주의를 넘어 사회적 정의로>(한국노동연구원, 2012)가 먼저 나와 있었다(지금은 절판된 상태). 1949년생으로 보르도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2012년부터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로 재직중이라고 하니까 프랑스의 석학이다.

 

 

"쉬피오의 연구는 법학, 인류학, 사회학 등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걸쳐 있으며, 특히 사회적 관계의 교의적 기초에 관한 분석을 중요한 주제로 삼고 있다"고 소개된다. 책소개도 간단하다.

인간사회의 삶은 과학적 연구의 결과에 따라 그 방향이 제시될 수 없다. 이에 서구에서는 법률에 교리적 힘을 실어줌으로써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성적 소통의 관계로 이어주었다. 인간이란 존재의 의미에 대한 믿음, 법률의 절대적 권위에 대한 믿음 혹은 뱉어진 말의 힘에 대한 믿음이 모두 법전에 담겨 있다.

법률적 인간의 출현 시기를 언제쯤으로 잡고 있는지도 언급이 없으니 직접 읽어보는 수밖에 없겠다. 사사키 아타루의 책 때문에 알게 된 르장드르도 같은 분야의 학자일 텐데, 더 번역되면 좋겠다.

 

특기할 만한 것은 책을 낸 출판사다. 글항아리에서는 매주 묵직한 인문사회 분야의 책을 두 권씩 펴내고 있다. 대단한 속도이자 열정이다. 연말까지는 100권이 넘어갈 듯싶은데, 단일 출판사로선 기록을 세우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이것도 피케티 효과일까?). 독자 입장에서는 한껏 응원을 보낸다...

 

15. 0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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