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영국 철학자 사이먼 크리칠리의 <믿음 없는 믿음의 정치>(이후, 2015)를 고른다. 크리칠리는 데리다와 레비나스에 관한 연구서로 명성을 얻은 철학자인데, 정치철학 쪽으로도 문제적 저작을 여럿 내놓고 있다 한다. 국내에는 <죽은 철학자들의 서>라는 주변적인 책만이 소개됐었다.

 

정치와 종교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탐구하여 오늘날 정치적 교착상태에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하는 책. 저자 사이먼 크리츨리는 세계가 사실상 세속주의가 아니라 신성화의 탈바꿈으로 더 잘 이해될 수 있고, 바로 자유민주주의라는 또 다른 신이 등장해 종교전쟁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치가 모종의 종교적 차원 없이 실행될 수 없다는 단언 아래 믿음을 새롭게 정의하면서, 진정한 정치를 실행하려면 믿음을 다시 사유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번역본의 부제는 '정치와 종교에 실망한 이들을 위한 삶의 철학'이다. '헬조선'에 절망하는 이들에게도 '돌파구'가 되어줄지 모르겠다...

 

15. 11. 05.

 

 

P.S. 크리칠리의 다른 저작으론 주저인 <해체의 윤리> 외 <햄릿 독트린><무한 요구> 등도 눈길을 끈다. <햄릿 독트린>은 바로 구입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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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예상대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역사 쿠데타'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과연 자신(들)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기는 하는지 궁금하다.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의 말로를 꼭 확인해야겠다...

 

 

15. 11.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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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이와나미쇼텐 출판사의 '사고의 프론티어' 시리즈가 번역돼 나왔다.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의 기획인데, 개념사 시리즈의 연장선상인가 보다. "현대 일본 사회에서 새롭게 부상한 키워드를 지식체계와 실제 정치사회적 현실의 상호작용 및 영향관계 속에서 분석함으로써 새로운 사고의 가능성을 개척하고자 야심차게 기획된 시리즈"라고 소개된다. 일차분으로 나온 다섯 권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일본판 역사수정주의'를 비판하는 <역사/수정주의>(푸른역사, 2015)부터 읽어봐야겠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역사 / 수정주의
다카하시 데쓰야 지음, 김성혜 옮김,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기획 / 푸른역사 / 2015년 11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2015년 11월 04일에 저장
절판

인종차별주의
고모리 요이치 지음, 배영미 옮김,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기획 / 푸른역사 / 2015년 11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2015년 11월 04일에 저장
절판

사고를 열다- 분단된 세계 속에서
강상중 외 지음, 이예안 옮김,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기획 / 푸른역사 / 2015년 11월
13,500원 → 12,150원(10%할인) / 마일리지 670원(5% 적립)
2015년 11월 04일에 저장
절판

권력
스기타 아쓰시 지음, 이호윤 옮김, 한림대학교 한림과학원 기획 / 푸른역사 / 2015년 1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15년 11월 04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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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오쿠다 쇼코의 <남성표류>(메디치, 2015)를 고른다. 남자 혹은 남성을 주제로 한 많은 책들 가운데(실제로 찾아보면 많지는 않다) 가장 민낯에 가까운 책이라고 할 만하다. '표류'라는 제목부터가 그렇다. 가령 와카쿠와 미도리의 <남자들은 왜 싸우려 드는가>(알마, 2015)나 하비 맨스필드의 <남자다움에 관하여>(이후, 2010) 같은 책을 떠올려봐도 알 수 있다. 얼마나 한심한, 하지만 얼마나 실제에 가까운 남자들 얘기인가를. 아, 물론 중념남자들 얘기다. 소개는 이렇다.

 

<남성표류>는 블랙박스처럼 감춰진 남자들의 속내를 시원하게 드러낸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여성이다. 오쿠다 쇼코는 기자로 활약 중에 남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10년 동안이나 밀착취재를 이어갔다. 그 결과, 남자들의 은밀한 심리를 담은 두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남녀 독자들의 반응은 열렬했다. 최초의 중년남성 심리 보고서라는 평가도 나왔다. 저자의 두 번째 책 <남성표류>는 오늘날 중년남성에게 닥친 5가지 위기를 주제로 삼았다. 일자리, 갱년기, 자녀교육, 부모 돌봄, 늦어지는 결혼! 오쿠다 쇼코는 전국을 돌며 30대 후반부터 50대 남자들을 인터뷰해서 그들의 위기와 극복 과정, 때로는 실패 사례를 담아냈다. 

두 권의 책을 내놓았다고 했는데, 첫번째 책이 <남자는 괴로운가 보다>로 화제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며, 이어서 펴낸 것이 <남성표류>다. 다섯 가지 표류의 양상을 장별로 다루고 있는데, 나로선 '건강표류'에 일단 눈길이 간다. 여러 가지 갱년기 건강의 위기 증상과 맞닥뜨리고 있는 터라 더더욱. 효도표류, 가정표류, 애정표류, 직업표류도 알고 보면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부제대로 '인생 가이드'까지 발견하게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실상과 정직하게 마주하는 기회는 될 성싶다. 사회학자 김찬호의 추천사는 이렇다.

일본 현실은 한국의 자화상을 비춰보고 미래를 예견하는 거울이다. 일본 남자들이 겪는 고뇌와 좌절은 시대의 통증이다. 그 음울한 풍경을 읽으면서 자신을 객관화해보자. 새로운 삶의 실마리를 더듬어가는 분투에서 용기를 얻어 보자.  

20대 청춘이라면 해당사항이 없지만 중년에 접어든 남성들이라면 일독해봄직하다...

 

15.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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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이제 두 달을 남겨놓게 되었다. 본격적인 늦가을, 11월로 접어들면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이래저래 분주해질 12월을 고려하면 차분하게 책을 읽을 시간이 많지 않다.

 

 

1. 문학예술

 

문학 쪽에서는 현대 영미문학의 고전 작가들을 골랐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정신적 아버지로 존경받는다는 랭스턴 휴스의 단편선 <랭스턴 휴스>(현대문학, 2015)와 <싱글맨>의 작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노리스 씨 기차를 타다><베를린이여 안녕>(창비, 2015)이다. 이셔우드의 두 작품은 1930년대 베를린을 그렸고 뮤지컬과 영화 <카바레>의 원작이라 한다.

20세기 영미문학에서 중요한 작가 중 한명인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대표작. 2000년대 들어서도 일기와 서간집, 관련 다큐멘터리 등이 꾸준히 나오며 관심을 받아온 이셔우드는 영화 <싱글 맨>의 개봉으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소개된 바 있다. 노리스 아서라는 의뭉스러운 인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장편소설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와 '나'가 만난 각양각색의 인물들을 섬세하게 그려낸 중단편선 <베를린이여 안녕>은 각기 독립적인 작품이기도 하지만, '베를린 이야기'라는 하나의 연작으로서, 서로 맞물리는 시공간과 등장인물, 연속되는 이야기들이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루며 1930년대 베를린 사회를 생동감 있게 재현해낸다.

 

장르문학 독자와 작가 지망생들이 눈독을 들일 만한 책도 최근에 나왔다. <Now Write 장르 글쓰기> 시리즈인데, 'SF 판타지 공포'와 '로맨스''미스터리' 세 권이다. 가령 1권만 하더라도 "SF.판타지 문학계의 노벨상이라 일컫는 네뷸러상과 휴고상, 세계 최고의 공포 소설에 수여하는 브램 스토커상 등 가장 권위적인 장르 문학상들을 수상한 이 시대 최고의 장르 작가들이 자신만의 글쓰기 연습법과 집필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한다."

 

 

2. 인문학

 

역사 쪽에서는 한국 현대사와 일본사에 관한 책을 고른다. 먼저, '한국 현대사의 미스터리 황태성사건의 전모'를 다룬 김학민/이창훈의 <박정희 장군, 나를 꼭 죽여야겠소>(푸른역사, 2015). "1961년 5.16쿠데타 직후 남한의 군사정권과 남북의 협력과 통일 문제를 타진하기 위해 김일성의 명령으로 북에서 밀파되어 내려왔으나, 중앙정보부에 의해 간첩으로 몰려 비밀재판 끝에 사형을 언도받고 총살된 소위 '황태성 간첩 사건'을 다룬 책이다." 이임하의 <해방공간, 일상을 바꾼 여성들의 역사>(철수와영희, 2015)는 "해방 이후 미군정시기에 주목받지 못한 여성들의 역사를 '여자 국민'으로서의 여성, 노동자로서의 여성, 정치의 주체로 거리로 나선 여성, 국가기구의 부녀국과 여성경찰서의 창설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다루고 있다." 아미노 요시히코의 <일본의 역사를 새로 읽는다>(돌베개, 2015)는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역사학자가 일본사의 다채로운 실상을 탐색하는 책이다.

 

 

철학 쪽으로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들을 골랐다. 시미즈 요시노리의 <이런 철학책 봤어?>(현암사, 2015). "유명한 철학자들의 독특한 삶과 사고방식을 패러디 소설 작가 시미즈 요시노리가 유머러스한 소설로 재현했다." 오가와 히토시의 <곁에 두고 있는 서양철학사>(다산에듀, 2015)는 "3천 년 서양철학의 핵심 개념을 오늘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100개의 질문과 그림으로 짧고 굵게 설명하며, 철학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려 준다." 박영욱의 <보고 듣고 만지는 현대사상>(바다출판사, 2015)은 '예술이 현상해낸 사상의 모습들'이 부제. "25명의 사상가와 예술가를 언급하며 숨어 있는 그들의 공통점을 찾고, 그 공통점을 바탕으로 예술작품을 통해서 난해한 사상이나 형이상학적 개념에 접근한다."

 

 

3. 사회과학

 

최근에 묵직한 고전들이 한꺼번에 나왔다.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한길사, 2015)은 "정치적 인간의 전형을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여, 그것을 교묘하게 변형시켜 역사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설명하는 크세노폰의 걸작이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의 <정당론>(한길사, 2015)도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는데, 1911년 저작이면서도 여전히 정치학 입문서로 평가된다고. "미헬스는 이 책에서 현대 정치는 반드시 민주주의로 귀결되지만, 민주주의도 과두정을 피할 수는 없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의 <법사회학>(한길사, 2015). "법이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예시를 다양하게 들며 법형성의 원리를 밝히고 실정법을 분석한다." 물론 이론 소개만으로는 어떤 책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 루만의 책들은 여전히 도전 대상이기에 루만에 관한 입문서를 읽고서 첫걸음을 떼는 게 좋겠다.

 

 

그밖에 정치사 관련책으로 모리스 버번의 <미국은 왜 실패했는가>(녹색평론사, 2015), 조너선 펜비의 <버블 차이나>(아마존의나비, 2015), 그리고 아널드 오거스트의 <쿠바식 민주주의>(삼천리, 2015)를 고른다. <쿠바식 민주주의>는 '쿠바 바로 알기'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책으로 아비바 촘스키의 <쿠바혁명사>(삼천리, 2015)와 짝이 될 만하다.

 

 

4. 과학

 

생명과학/공학 관련서들로 골랐다. 닐 데이비스와 던 필드 공저의 <바이오코드>(반니, 2015)는 "DNA 이중나선구조의 발견에서부터 행성 규모의 유전체학이 시작되는 날에 이르기까지, 유전체학 전반을 살펴보는 책." 과학저널리스트 에밀리 앤더스의 <프랑켄슈타인의 고양이>(휴머니스트, 2015)는 "개인의 기호에 운명이 좌우되는 애완동물 문제를 포함해 실험실 페트리 접시 위에 지구상의 모든 동물을 올려놓고 있는 생명공학의 현주소를 파헤친다." 빌 앤드루스의 <텔로미어의 과학>(동아시아, 2015)은 '과학이 말하는 노화와 생명연장의 비밀'을 담은 책. "저자는 노화는 자연의 섭리가 아니라 치유할 수 있는 질병이라고 단호하게 주장한다." 생명과학계에 파문을 일으켰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5. 책읽기/글쓰기 

 

일본의 사회학자 오사와 마사치의 '생각하는 책읽기'를 담은 <책의 힘>(오월의봄, 2015)과 함께 니나 상코비치의 <혼자 편지 쓰는 시간>(북인더갭, 2015)을 고른다.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쓴 독서 에세이 <혼자 책 읽는 시간>으로 오프라 윈프리의 극찬을 받으며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니나 상코비치의 두번째 책이다. 고대 이집트의 편지에서 조선 시대 정약용의 편지까지 동서고금 100여 통의 편지를 망라한 이 책에서 저자는 문자메시지와 SNS 시대에 손편지의 참된 의미는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그러고 보니 손편지를 쓴 지가 백년은 된 듯싶다...

 

15. 11. 01.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영국의 여성 작가 조지 엘리엇의 대표작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민음사)을 고른다. "빅토리아 시대의 가부장적 질서를 예리하게 비판한 페미니즘 문학의 고전. '심리적 리얼리즘의 선구자'로 꼽히는 19세기 영국 작가 조지 엘리엇의 자전적 소설로, 모성애와 포용력으로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는 여성상을 그린다."

 

 

또 다른 대표작 <미들마치>도 다시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 빅토리아 시대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소설이 오래 전에 절판된 채로 소식이 없는 것은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현재 완역본으로 읽을 수 없는 건 <사일러스 마너>도 마찬가지다. 19세기 영문학 쪽으로는 아직 번역되지 않은 디킨스의 몇몇 소설과 함께 기다리고 있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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