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이제 두 달을 남겨놓게 되었다. 본격적인 늦가을, 11월로 접어들면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이래저래 분주해질 12월을 고려하면 차분하게 책을 읽을 시간이 많지 않다.

 

 

1. 문학예술

 

문학 쪽에서는 현대 영미문학의 고전 작가들을 골랐다.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정신적 아버지로 존경받는다는 랭스턴 휴스의 단편선 <랭스턴 휴스>(현대문학, 2015)와 <싱글맨>의 작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노리스 씨 기차를 타다><베를린이여 안녕>(창비, 2015)이다. 이셔우드의 두 작품은 1930년대 베를린을 그렸고 뮤지컬과 영화 <카바레>의 원작이라 한다.

20세기 영미문학에서 중요한 작가 중 한명인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대표작. 2000년대 들어서도 일기와 서간집, 관련 다큐멘터리 등이 꾸준히 나오며 관심을 받아온 이셔우드는 영화 <싱글 맨>의 개봉으로 한국 독자들에게도 소개된 바 있다. 노리스 아서라는 의뭉스러운 인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장편소설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와 '나'가 만난 각양각색의 인물들을 섬세하게 그려낸 중단편선 <베를린이여 안녕>은 각기 독립적인 작품이기도 하지만, '베를린 이야기'라는 하나의 연작으로서, 서로 맞물리는 시공간과 등장인물, 연속되는 이야기들이 하나의 큰 그림을 이루며 1930년대 베를린 사회를 생동감 있게 재현해낸다.

 

장르문학 독자와 작가 지망생들이 눈독을 들일 만한 책도 최근에 나왔다. <Now Write 장르 글쓰기> 시리즈인데, 'SF 판타지 공포'와 '로맨스''미스터리' 세 권이다. 가령 1권만 하더라도 "SF.판타지 문학계의 노벨상이라 일컫는 네뷸러상과 휴고상, 세계 최고의 공포 소설에 수여하는 브램 스토커상 등 가장 권위적인 장르 문학상들을 수상한 이 시대 최고의 장르 작가들이 자신만의 글쓰기 연습법과 집필 노하우를 아낌없이 공개한다."

 

 

2. 인문학

 

역사 쪽에서는 한국 현대사와 일본사에 관한 책을 고른다. 먼저, '한국 현대사의 미스터리 황태성사건의 전모'를 다룬 김학민/이창훈의 <박정희 장군, 나를 꼭 죽여야겠소>(푸른역사, 2015). "1961년 5.16쿠데타 직후 남한의 군사정권과 남북의 협력과 통일 문제를 타진하기 위해 김일성의 명령으로 북에서 밀파되어 내려왔으나, 중앙정보부에 의해 간첩으로 몰려 비밀재판 끝에 사형을 언도받고 총살된 소위 '황태성 간첩 사건'을 다룬 책이다." 이임하의 <해방공간, 일상을 바꾼 여성들의 역사>(철수와영희, 2015)는 "해방 이후 미군정시기에 주목받지 못한 여성들의 역사를 '여자 국민'으로서의 여성, 노동자로서의 여성, 정치의 주체로 거리로 나선 여성, 국가기구의 부녀국과 여성경찰서의 창설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다루고 있다." 아미노 요시히코의 <일본의 역사를 새로 읽는다>(돌베개, 2015)는 전후 일본을 대표하는 역사학자가 일본사의 다채로운 실상을 탐색하는 책이다.

 

 

철학 쪽으로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교양서들을 골랐다. 시미즈 요시노리의 <이런 철학책 봤어?>(현암사, 2015). "유명한 철학자들의 독특한 삶과 사고방식을 패러디 소설 작가 시미즈 요시노리가 유머러스한 소설로 재현했다." 오가와 히토시의 <곁에 두고 있는 서양철학사>(다산에듀, 2015)는 "3천 년 서양철학의 핵심 개념을 오늘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100개의 질문과 그림으로 짧고 굵게 설명하며, 철학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알려 준다." 박영욱의 <보고 듣고 만지는 현대사상>(바다출판사, 2015)은 '예술이 현상해낸 사상의 모습들'이 부제. "25명의 사상가와 예술가를 언급하며 숨어 있는 그들의 공통점을 찾고, 그 공통점을 바탕으로 예술작품을 통해서 난해한 사상이나 형이상학적 개념에 접근한다."

 

 

3. 사회과학

 

최근에 묵직한 고전들이 한꺼번에 나왔다.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한길사, 2015)은 "정치적 인간의 전형을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여, 그것을 교묘하게 변형시켜 역사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설명하는 크세노폰의 걸작이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로베르트 미헬스의 <정당론>(한길사, 2015)도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는데, 1911년 저작이면서도 여전히 정치학 입문서로 평가된다고. "미헬스는 이 책에서 현대 정치는 반드시 민주주의로 귀결되지만, 민주주의도 과두정을 피할 수는 없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의 <법사회학>(한길사, 2015). "법이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예시를 다양하게 들며 법형성의 원리를 밝히고 실정법을 분석한다." 물론 이론 소개만으로는 어떤 책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 루만의 책들은 여전히 도전 대상이기에 루만에 관한 입문서를 읽고서 첫걸음을 떼는 게 좋겠다.

 

 

그밖에 정치사 관련책으로 모리스 버번의 <미국은 왜 실패했는가>(녹색평론사, 2015), 조너선 펜비의 <버블 차이나>(아마존의나비, 2015), 그리고 아널드 오거스트의 <쿠바식 민주주의>(삼천리, 2015)를 고른다. <쿠바식 민주주의>는 '쿠바 바로 알기'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책으로 아비바 촘스키의 <쿠바혁명사>(삼천리, 2015)와 짝이 될 만하다.

 

 

4. 과학

 

생명과학/공학 관련서들로 골랐다. 닐 데이비스와 던 필드 공저의 <바이오코드>(반니, 2015)는 "DNA 이중나선구조의 발견에서부터 행성 규모의 유전체학이 시작되는 날에 이르기까지, 유전체학 전반을 살펴보는 책." 과학저널리스트 에밀리 앤더스의 <프랑켄슈타인의 고양이>(휴머니스트, 2015)는 "개인의 기호에 운명이 좌우되는 애완동물 문제를 포함해 실험실 페트리 접시 위에 지구상의 모든 동물을 올려놓고 있는 생명공학의 현주소를 파헤친다." 빌 앤드루스의 <텔로미어의 과학>(동아시아, 2015)은 '과학이 말하는 노화와 생명연장의 비밀'을 담은 책. "저자는 노화는 자연의 섭리가 아니라 치유할 수 있는 질병이라고 단호하게 주장한다." 생명과학계에 파문을 일으켰다는 말이 이해가 된다.

 

 

5. 책읽기/글쓰기 

 

일본의 사회학자 오사와 마사치의 '생각하는 책읽기'를 담은 <책의 힘>(오월의봄, 2015)과 함께 니나 상코비치의 <혼자 편지 쓰는 시간>(북인더갭, 2015)을 고른다. "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쓴 독서 에세이 <혼자 책 읽는 시간>으로 오프라 윈프리의 극찬을 받으며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니나 상코비치의 두번째 책이다. 고대 이집트의 편지에서 조선 시대 정약용의 편지까지 동서고금 100여 통의 편지를 망라한 이 책에서 저자는 문자메시지와 SNS 시대에 손편지의 참된 의미는 무엇인지를 되묻는다." 그러고 보니 손편지를 쓴 지가 백년은 된 듯싶다...

 

15. 11. 01.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영국의 여성 작가 조지 엘리엇의 대표작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민음사)을 고른다. "빅토리아 시대의 가부장적 질서를 예리하게 비판한 페미니즘 문학의 고전. '심리적 리얼리즘의 선구자'로 꼽히는 19세기 영국 작가 조지 엘리엇의 자전적 소설로, 모성애와 포용력으로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는 여성상을 그린다."

 

 

또 다른 대표작 <미들마치>도 다시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 빅토리아 시대 최대 걸작으로 꼽히는 소설이 오래 전에 절판된 채로 소식이 없는 것은 상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현재 완역본으로 읽을 수 없는 건 <사일러스 마너>도 마찬가지다. 19세기 영문학 쪽으로는 아직 번역되지 않은 디킨스의 몇몇 소설과 함께 기다리고 있는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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