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오쿠다 쇼코의 <남성표류>(메디치, 2015)를 고른다. 남자 혹은 남성을 주제로 한 많은 책들 가운데(실제로 찾아보면 많지는 않다) 가장 민낯에 가까운 책이라고 할 만하다. '표류'라는 제목부터가 그렇다. 가령 와카쿠와 미도리의 <남자들은 왜 싸우려 드는가>(알마, 2015)나 하비 맨스필드의 <남자다움에 관하여>(이후, 2010) 같은 책을 떠올려봐도 알 수 있다. 얼마나 한심한, 하지만 얼마나 실제에 가까운 남자들 얘기인가를. 아, 물론 중념남자들 얘기다. 소개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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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표류>는 블랙박스처럼 감춰진 남자들의 속내를 시원하게 드러낸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여성이다. 오쿠다 쇼코는 기자로 활약 중에 남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10년 동안이나 밀착취재를 이어갔다. 그 결과, 남자들의 은밀한 심리를 담은 두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남녀 독자들의 반응은 열렬했다. 최초의 중년남성 심리 보고서라는 평가도 나왔다. 저자의 두 번째 책 <남성표류>는 오늘날 중년남성에게 닥친 5가지 위기를 주제로 삼았다. 일자리, 갱년기, 자녀교육, 부모 돌봄, 늦어지는 결혼! 오쿠다 쇼코는 전국을 돌며 30대 후반부터 50대 남자들을 인터뷰해서 그들의 위기와 극복 과정, 때로는 실패 사례를 담아냈다.
두 권의 책을 내놓았다고 했는데, 첫번째 책이 <남자는 괴로운가 보다>로 화제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하며, 이어서 펴낸 것이 <남성표류>다. 다섯 가지 표류의 양상을 장별로 다루고 있는데, 나로선 '건강표류'에 일단 눈길이 간다. 여러 가지 갱년기 건강의 위기 증상과 맞닥뜨리고 있는 터라 더더욱. 효도표류, 가정표류, 애정표류, 직업표류도 알고 보면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 부제대로 '인생 가이드'까지 발견하게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실상과 정직하게 마주하는 기회는 될 성싶다. 사회학자 김찬호의 추천사는 이렇다.
일본 현실은 한국의 자화상을 비춰보고 미래를 예견하는 거울이다. 일본 남자들이 겪는 고뇌와 좌절은 시대의 통증이다. 그 음울한 풍경을 읽으면서 자신을 객관화해보자. 새로운 삶의 실마리를 더듬어가는 분투에서 용기를 얻어 보자.
20대 청춘이라면 해당사항이 없지만 중년에 접어든 남성들이라면 일독해봄직하다...
15. 11.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