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역사학자, 인문저술가, 인권학자, 3인이다. 먼저 역사학의 역사학자 김기봉 교수의 신간 <히스토리아, 쿠오바디스>(서해문집, 2016)가 출간되었다. '탈근대, 역사학은 어디로 가는가'가 부제. "“역사란 무엇이고, 역사학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다시 생각해 보고 정답이 아닌 해답을 제시하는 한편, 답을 찾기 위한 열쇠는 역사가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어디서 왔고, 누구며,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역사에서 구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의 책으론 <'역사란 무엇인가'를 넘어서>(푸른역사, 2000)를 기억하는데, 벌써 16년 전에 나온 책이다. 이후 역사의 대중화나 팩션 유행에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한 책들도 펴냈는데(<팩션시대, 영화와 역사를 중매하다><역사들이 속삭인다> 등이 그렇다) 지금은 모두 품절된 상태(이런 게 역사인가 싶기도 하다). '역사학 어디로 가는가'란 물음 이전에 '역사는 어디로 가는가''한국은 어디로 가는가'를 묻고 싶은 게 요즘이어서 <히스토리아, 쿠오바디스>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 정말 '쿠오 바디스?'다.

 

 

베스트셀러 <철학콘서트>의 저자 황광우가 <역사콘서트>(생각정원, 2016)로 돌아왔다. 작년에 <철학의 신전>(생각정원, 2015)에 대한 서평을 쓴 일도 있어서 저자의 행보에 관심을 두게 된다. 이번에 나온 책 두 권은 '황광우와 함께 읽는 조선의 결정적 순간'이란 부제대로 조선사에 초점을 맞춘다. 짐작컨대, 조선사는 출발점일 뿐이고 장기적인, 더 방대한 기획을 갖고 있을 듯싶다. 청소년 독자가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갖는 데 일조하면 좋겠다.

 

 

인권 문제 책을 정력적으로 출간하고 있는 조효제 교수의 신간이 나왔다. <인권의 지평>(후마니타스, 2016). 인권학 관련서는 조효제 교수가 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눠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이 분야에서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저자다. 물론 제목만 봐서는 다 비슷비슷하지 않나 싶은 인상을 받게도 되는데, 이번 <인권의 지평>은 '새로운 인권 이론을 위한 밑그림'이란 부제로 차이를 어림해본다. 소개는 간명하다.

"20세기에 형성된 특정한 인권론의 한계를 넘어 인권 이론의 새로운 토대를 구축하고, 궁극적으로 '인권의 일반사회이론'을 정립하려는 노력의 첫걸음이다.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민주정치의 궁극적 목표로 두도록 하는 대안적 인권 이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걸음이라고 하니까 아직 많은 여정을 남겨놓고 있을 터이지만 '인권의 일반사회이론'의 정립을 고대해본다...

 

16. 0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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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으로 독일 법학자 카를 슈미트의 <합법성과 정당성>(길, 2016)을 고른다. 1932년에 발표된 팸플릿 성격의 책으로 문제적 법학자(내지는 악명 높은 법학자)의 문제작. 번역된 적이 있지만 이번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김도균 교수의 번역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슈미트는 자유주의에 대한 강력한 비판자이자 나치 시대의 대표적 법률가로 악명이 높아 흔히 나치 시대의 황제법학자로 불린다. 현실 정치에 깊숙이 개입해 자신의 학문적 성과를 펼쳐보이려 했던 슈미트는 상황을 적절하게 포착하고 생생하게 표현하는 개념들을 천재적으로 고안해내고 자유자재로 구사하여, 당대의 그 어떤 정치철학자나 국법학자도 그만큼 현실 상황, 갈등 상황, 사태의 발전 과정을 개념으로 주조해내는 솜씨와 내공을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사상이 가지는 복합성과 중층성 때문에 그의 저작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데, 가령 그는 자유주의 법치국가 사상의 흐름 속에 있는 것 같기도 하면서, 반자유주의와 파시즘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한다."

소개에도 언급되고 있지만, 나치 시대 대표 법학자로서 자유주의 법치국가의 비판자이면서도 또 그렇게만 이해할 수 없는 복합적인 면모를 갖고 있다는 게 슈미트의 문제성으로 보인다. 앞서 소개된 <현대 의회주의의 정신사적 상황>(길, 2012) 등과 함께 일독해봄직하다. 꽤 시간이 걸리는 일독이 될 듯싶지만.

 

 

순전히 제목 때문에 떠올린 책은 하버마스의 <사실성과 타당성>(나남, 2007)이다. '유행'도 아니어서 하버마스의 책은 제쳐놓은 지 오래 되었는데, 지난 연말 <민주주의와 공론장>(컬처룩, 2015)이란 하버마스 연구서가 나와서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제목대로 민주주의와 공론장을 키워드로 한 하버마스의 정치철학에 대해서도 다시 읽어보고픈 욕심이 생긴다. 그건 물론 우리의 퇴행하는 민주주의와 공론장의 오작동 때문이다...

 

16. 0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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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궁리하다가 '이주의 발견'을 고른다. 제프리 클루거의 <옆집의 나르시스트>(문학동네, 2016)다. '집, 사무실, 침실, 우리 주변에 숨어 있는 괴물 이해하기'가 부제고, 원저는 2014년에 나온 책이다(전작 <심플렉서티>가 소개됐지만 현재는 절판된 상태다).

 

"<타임>의 수석 편집자이자 작가인 저자가 나르시시즘에 대한 광범위한 정신병리학적.심리학적 조사를 바탕으로 쓴 책이다. 나르시시스트가 우리 일상생활에서, 일터에서, 나아가 정계와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서 어떻게 주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자신마저 파멸로 이끄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인류가 어떻게 나르시시즘을 극복해야 할지 통찰을 제공한다."

소개에서 알 수 있지만 저자는 나르시시즘을 절대적인 극복 대상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나르시시즘적 성향이란 것은 우리 본성의 일부이기 때문에(자기비하감에 빠져 있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나르시스트의 판단 기준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책 끝에 실린 '자기애적 성격 검사' 테스트가 기준이 될는지.

 

미더운 책인지 긴가민가 하다가 스티븐 핑커의 추천사를 믿어보기로 했다. "나르시시스트가 사람들을 사로잡듯, <옆집의 나르시시스트> 또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치밀한 조사를 바탕으로 각종 뉴스와 우리 일상에서 찾은 딱 맞는 사례를 더해 재기 넘치게 서술했다." 걸작이라는 애기는 아니지만 읽어볼 만하다는 평은 되니까...

 

16. 0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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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하던 책 가운데 하나가 나왔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해설서. <돈키호테>(열린책들, 2014) 완역본을 새로 출간했던 안영옥 교수가 그 해설서로 <돈키호테를 읽다>(열린책들, 2016)를 펴냈다. 소개는 이렇다.

 

"완역본 <돈키호테>의 번역가이자 연구자인 안영옥(고려대학교 스페인어문학과) 교수가 쓴 가장 종합적인 <돈키호테> 해설서이다. 2014년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저자의 완역본 <돈키호테>(전2권)는 현지답사와 충실한 번역과 각주, 참신한 문장으로 많은 호평을 받았고, 국내 번역된 <돈키호테> 가운데 가장 많이 애독되고 있다. <돈키호테를 읽다>는 <돈키호테> 완역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저술로, 번역하면서 달은 840개의 각주에 미처 담아내지 못한 <돈키호테>의 숨은 메시지를 모두 담았다."

확인해보니 알라딘에서도 판매지수가 가장 높은 번역본이 열린책들판이다(시공사판과 창비판이 뒤를 잇고 있다). 어느덧 대표 판본이 되었다고 할까. 나로선 예전에 창비판으로 강의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번 해설서를 길잡이 삼아서 열린책들판으로도 강의를 해보고 싶다(기회가 없지는 않아서 세르반테스 서거 400주년도 기념할 겸 올해 몇 곳에서 <돈키호테> 강의 일정을 잡아놓았다. 주로 <아주 사적인 독서>의 돈키호테 꼭지를 강의자료로 쓴다). 셰익스피어 강의와 함께 올해의 과제 중 하나다.

 

 

그간에 <돈키호테> 독서에 참고할 만한 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귄미선 교수의 <돈키호테>(살림, 2005)가 일종의 가이드북이었고, 민용태 교수의 <돈키호테, 열린소설>(고려대출판부, 2009)도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에 대한 이모저모를 들려주는 책이다. 스페인문학 전공자는 아니지만 박홍규 교수의 <돈키호테처럼 미쳐?>(돋을새김, 2007)도 <돈키호테>에 대한 읽을 만한 독서 기록이다(절판되었다). 그렇더라도 '본격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는데 <돈키호테를 읽다>가 마침내 그런 갈증을 해소해준다...

 

16. 0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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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과학서로 진화인류학자 로빈 던바가 두 명의 고고학자와 같이 쓴 <사회성, 두뇌진화의 비밀을 푸는 열쇠>(처음북스, 2016)를 고른다(표지만 보면 '사회성'이 제목이고 나머지는 부제로 보이지만, 그 전체가 공식 제목이다). 앞서 나온 책들을 보건대 던바의 책은 모두 읽어볼 만하다. <사회성>도 곧바로 관심도서로 꼽은 이유다. 진화인류학자와 고고학자가 의기투합하여 연구한 주제가 무엇인가. 바로 사회적 뇌이다.

 

"700만 년 전 우리와 침팬지는 하나의 조상으로 묶여 있었지만 현재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어 있다. 왜 이런 차이가 벌어졌을까? 인간은 생존하기 위해 사회를 만들었고, 그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뇌가 발달한 것이다. 사회를 유지하려고 발달한 뇌를 '사회적 뇌'라고 부른다."

 

사회적 뇌(내지는 사회성의 진화)와 관련하여 생각나는 책은 데이비드 브룩스의 <소셜 애니멀>(흐름출판, 2011)이다. "관계와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인간의 본성을 밝히며 경험과 학습, 가풍, 주변 사람과 문화, 제도의 중요성을 다룬다." 더불어 매튜 리버번의 <사회적 뇌>(시공사, 2015)도 직접적으로 사회적 뇌가 '인류 성공의 비밀'이라고 주장하는 책이다. 또 브룩스의 책과 같은 제목을 갖고 있는 엘리어트 애런슨의 <인간, 사회적 동물>(탐구당, 2014)은 사회심리학 개설서다. 사회심리학이 다루는 마음이 사회적 뇌의 소산인 만큼 두 분야의 만남도 충분히 가능하겠다...

 

16. 03. 19.

 

P.S. <사회성>에는 주석과 참고문헌이 빠져 있다. 확인해봐야겠지만 번역서에만 누락된 것이라면 유감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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