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에 '히틀러와 스탈린의 전쟁'에 관한 리스트를 만들어놓은 적이 있는데, 인용한 기사 때문에 비공개 처리됐다. 이번에 전쟁사가 안토니 비버의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다른세상, 2012)가 나온 김에 다시 만들어놓는다(러시아에서는 5월 9일이 승전기념일이다). 지난번에 나온 책은 모스크바 공방전을 다룬 앤드르 나고르스키의 <세계사 최대의 전투>(까치, 2011)였다. 히틀러와 스탈린의 전쟁, 혹은 독소전쟁에 관해서는 몇권의 책이 소개돼 있기에 같이 리스트로 묶었다.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 히틀러와 스탈린이 만든 사상 최악의 전쟁
안토니 비버 지음, 조윤정 옮김 / 다른세상 / 2012년 5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2012년 05월 15일에 저장
품절
세계사 최대의 전투 : 모스크바 공방전
앤드루 나고르스키 지음, 차병직 옮김 / 까치 / 2011년 12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2012년 05월 15일에 저장
품절

스탈린과 히틀러의 전쟁
리처드 오버리 지음, 류한수 옮김 / 지식의풍경 / 2003년 3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2012년 05월 15일에 저장
구판절판
독소 전쟁사 1941~1945
데이비드 M. 글랜츠,조너선 M. 하우스 지음, 윤시원.남창우.권도승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3월
29,500원 → 26,550원(10%할인) / 마일리지 1,47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2년 05월 15일에 저장



6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번주 주간경향(976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조금 읽기 편한 책으로 고른 게 피터 매캘리스터의 <남성 퇴화 보고서>(21세기북스, 2012)인데, 생각보단 '하드'했다. 당신이 역사상 가장 못난 남성이라고 반전도 없이 몰아붙이는 책이니!..

 

 

 

주간경향(12. 05. 22) 역사상 가장 못난 현대 남성

 

“지금 이 책을 읽는 남자나 이 책을 선물로 받을 남자는 역사상 가장 ‘못난 남자’다.” 호주의 고인류학자 피터 매캘리스터가 쓴 <남성 퇴화 보고서>의 도발적인 서두다. 사실은 책 전체가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것이니 서두이면서 동시에 책의 결론이기도 하다. 고인류학자로서 남자를 포함한 인간 연구에 몰두해온 그가 처음부터 ‘악의적인’ 의도로 남성을 해부대에 올려놓은 건 아니었다. 고백대로라면 저자는 이전 남성과 비교해 ‘호모 매스큘리누스 모더누스’(현대의 근육질 인간)의 미덕에 대해 쓰고자 했다. 하지만 지금껏 지구를 걸어 다닌 호모 사피엔스 수컷들과의 비교과정에서 그런 미덕을 찾는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발견한다. 그의 ‘남성인류학’이 승리가 아닌 패배의 기록으로 채워진 이유다.


저자는 힘, 허세, 싸움, 운동능력, 말재주, 미모, 육아, 성적 능력, 8가지 비교 범주를 통해서 현대 남성이 과거의 조상들에 비해 얼마나 나약하며 모자란가를 조목조목 입증해나간다. 현대 남성에 대한 이토록 ‘상세하고도 굴욕적인 자료들’을 낳은 선행연구들도 놀랍고 이를 빠짐없이 참고한 저자의 집념도 혀를 내두르게 한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면, 먼저 ‘힘’에서 현대 남성은 과연 얼마만큼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까. 근육질 몸매에 대한 과도한 집착마저 보이는 현대인이지만, 고대인과의 비교 결과는 실망스럽다. 저자는 2004년 세계팔씨름연맹 챔피언으로 이두근의 둘레가 55cm나 되는 알렉세이 보에보다를 대표로 내세웠지만, 키가 153cm인 네안데르탈인 여성과의 팔씨름에서도 진다는 결과를 얻는다. 네안데르탈인 남성은 상체 근육이 여성보다 50%나 더 많다고 하니 애초에 비교 자체가 무리다. 더 굴욕적인 건 침팬지조차도 근육의 힘이 인간보다 네 배나 더 강하다는 점. 따라서 호모 사피엔스가 ‘퇴화한 유인원’의 일종이라는 주장이 무리가 아니다. 동물행동학자 데즈먼드 모리스가 일찍이 인간을 ‘털없는 원숭이’라고 명명했지만 더 정확하게는 ‘털없고 약한 원숭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자신의 용감함을 과시하려는 ‘허세’는 또 어떤가. 가령 미국 해병대에서는 교관들이 훈장 뒷면의 뾰족한 바늘로 병사들의 가슴을 찌르는 ‘블러드 피닝’(Blood Pinning)의 전통이 있고, 미국 도시 갱단의 입회식에서는 신입회원이 무차별 구타를 당하는 동안 바닥에 떨어진 동전 여섯 개를 주워야 하는 ‘공짜로 동전 줍기’ 행사를 치르기도 한다. 하지만 역시나 호모 사피엔스 남자 조상들이 겪은 고통에 비하면 애교스럽다. 선사시대 캘리포니아의 한 부족 소년들은 성인식 때 독침개미들이 우글거리는 구덩이에서 뒹군 다음 쐐기풀로 채찍질을 당해야 했다. 브라질 카야포족 남성은 맨손으로 말법집을 습격한 뒤 말벌에게 쏘이는 ‘말벌 싸움’을 평생 열 번 정도 치러야 했다. 고문과 사냥의 시련, 그리고 두개골 절개수술 같은 주제로 옮겨오면 더더욱 할 말이 없어지는 게 현대 남성이다. 고대 부족사회에서는 자신을 드러내는 방도가 무모한 고통과 위험을 감수하는 것밖에 없었다고 위안을 삼는 수밖에. 


아무래도 힘에서는 밀린다면 반대로 자상함 같은 덕목에선 승산이 좀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또한 역부족이다. 요즘은 어린자녀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는 ‘새로운 아빠’ 모델도 등장했다지만, 좋은 아빠 상은 아프리카의 아카 피그미족 남성의 몫이다. 그들은 하루 평균 12시간을 자녀와 함께 보낸다. 그리고 집에 있는 시간의 약 4분의 1 동안은 아이를 품에 안고 지내며 아예 아내와 더불어 아이를 데리고 잔다. 심지어는 아기에게 젖도 물린다. 현대 남성을 ‘부족한 아빠’로 몰아붙이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현대인이 자랑할 만한 성적 능력과 성적 자유, 금욕까지 더 비교해보지만 모두 완패다. 그래서 결국은 제목대로 ‘남성 퇴화 보고서’가 되었다. 호모 에렉투스 조상 이래로 퇴화를 거듭해온 여정, 하지만 이 ‘남자의 진실’이 저자의 소회대로 한탄스럽기만 한 건 아니다.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못난 남자’라는 걸 아는 유일한 남자일지도 모르니까.

 

12. 05. 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랜만에 '로쟈의 콜렉션' 페이퍼를 적다가 인터넷이 불안정해 날려버렸다. 그만두려다 잠시 기분전환을 하고 다시 적는다. 할일이 많은 탓에 계획보다는 간단히 마무리해야겠다.

 

 

 

빌미가 된 책은 장-뤽 낭시의 <코르푸스>(문학과지성사, 2012)와 프랑코 베라르디의 <노동하는 영혼>(갈무리, 2012). 각각 프랑스 철학자와 이탈리아 맑스주의 이론가의 책이다. 낭시의 책은 국내에 여럿 소개됐지만, 대부분 공저이고 단독 저작은 <무위의 공동체>(인간사랑, 2010)에 이어 두번째이다. 역자는 <숭고에 대하여>(문학과지성사, 2005)를 옮긴 김예령 박사로 불문학 전공자이다. <코르푸스>는 제목과 부제 '몸, 가장 멀리서 오는 지금 여기'가 말해주듯 '몸'을 주제로 한 책이다. "프랑스 철학계의 거장 장-뤽 낭시의 몸에 관한 사유"라는 문구가 뒷표지에 적혀 있다.

 

 

 

데리다의 제자로도 유명한 낭시는 영화에도 출연한 경력이 있는데(언젠가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 듯싶다), 옴니버스 영화인 <텐 미니츠 첼로>에 클레르 드니의 '낭시를 향해서'가 그에게 바쳐진 영화다. '기차여행 그리고 10분의 철학적 대화'가 이 단편영화의 내용이다. 소개는 이렇게 돼 있다(영화는 유튜브에도 떠 있다. 다만 불어 대사에 스페인어 자막이다).

 

철학자 장 뤽 낭시와 그의 학생 중 한 사람인 안나가 기차여행을 하며 서로 나누는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영화이다. 낭시는 '침입자'라는 단어로 이민자들이나 타자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불안과 공포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또한 인종융합에 관한 미국적 개념인 '도가니'가 차이를 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비판하며 더불어 이들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태도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 길게 이어진 대화가 끝난 후 그들의 자리에 한 흑인이 들어와 조용히 묻는다. "언제 도착하죠?"

 

 

<코르푸스>보다 먼저 뒤적인 책이 <노동하는 영혼>인데,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가 밝힌 취지는 "이 책에서 나는 전 지구적 네트워크 시대의 자본주의적 착취의 새로운 형태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다. 기본적인 문제의식은 조정환의 <인지자본주의>(갈무리, 2011)와 통한다. '아우또노미아 총서'의 한권이면서 동시에 '인지자본주의' 시리즈의 하나로 출간됐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인지자본주의 시대의 노동 착취의 조건과 코뮤니즘 해방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우리 시대의 필독서!"란 카피가 책의 요지를 잘 집약하고 있다.  

 

 

 

저자 프랑코 베라르디(비포)는 펠릭스 가타리와 같이 활동한 경력이 있지만 낭시와도 안면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책의 서문을 쓴 제이슨 스미스는 낭시와 긴밀한 관계가 있는 학자. 낭시의 <헤겔> 영역자이기 때문이다. 찾아보니 자크 랑시에르에 관한 공동 논문집 편집에도 관여했다. 최근에는 필립 암스트롱과 함께 낭시와의 긴 인터뷰집 <정치적인 것과 그 너머>(2011)를 출간했다고. 불어본이어서 욕심을 버렸지만 다른 책들을 모두 주문했다(낭시의 <헤겔>은 갖고 있는 책이다). 여하튼 그렇게 해서 낭시와 비포 사이에 스미스가 있는 형국이다.

 

 

낭시가 공저자로 참여하거나 낭시의 글이 포함된 나머지 책은 <문자라는 증서>(문학과지성사, 2011), <민주주의는 죽었는가?>(난장, 2010), <밝힐 수 없는 공동체/마주한 공동체>(문학과지성사, 2005)가 있다. 아직 본격적으로 도래하진 않은 철학자이지만, 존재감은 서서히 느끼게 해준다...

 

12. 05. 13.

 

 

 

P.S. <노동하는 영혼>에 부친 제이슨 스미스의 서문 제목이 '파업과 영혼'이다. 덕분에 '영혼'에 대한 관심이 촉발돼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에 관하여>(궁리, 2001)를 다시 주문했다(소재불명이어서). 같이 참고할 책은 이정우의 <영혼론 입문>(살림, 2003)과 장영란의 <영혼의 역사>(글항아리, 2010)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눈에 띄는 책이 많아서 약간 고심했는데, 거리의 철학, 거리의 지혜, 사회과학의 임무와 사회학자의 역할, 그리고 책과 혁명에 관한 책을 골랐다. 제목은 철학자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애스트라라 테일러의 <불온한 산책자>(이후, 2012)에서 가져왔다. 원제는 <성찰하는 삶>이고 다큐는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토머스 맥러플린의 <거리의 지혜와 비판이론>(비즈앤비즈, 2012)은 문화이론에 관한 책, 최정운 교수의 <오월의 사회과학>(오월의봄, 2012)은 5월 광주의 삶과 진실에 관한 사회학적 탐구이다('한국의 책 100권' 선정도서 가운데 하나였지만 절판됐다가 이번에 다시 나왔다). 사회학자 피터 버거의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책세상, 2012)는 말 그대로 사회학자의 지적 모험담. 끝으로 일본의 젊은 인문학자 사사키 아타루의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자음과모음, 2012)은 '책과 혁명에 관한 닷새 밤의 기록'이란 부제를 갖고 있다. 정체가 가늠이 안 돼 이주의 가장 궁금한 책이다. 한편 <볼온한 산책자>는 미리 읽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내가 적은 추천사는 이렇다.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철학의 오랜 편견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거라는 게 철학의 오랜 염려다. 그 편견과 염려는 유효한가? 오늘날 철학자들은 죽었는가? 철학은 어디에 있는가? 그 답이 궁금하다면, 여기 ‘불온한 산책’에 동행하시라. 철학은 아직 힘이 세다. 그리고 섹시하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불온한 산책자- 8인의 철학자, 철학이 사라진 시대를 성찰하다
애스트라 테일러 엮음, 한상석 옮김 / 이후 / 2012년 5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2년 05월 11일에 저장

거리의 지혜와 비판이론
토머스 맥러플린 지음, 최재용 옮김 / 비즈앤비즈 / 2012년 5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2012년 05월 11일에 저장
품절

오월의 사회과학- 사회과학자의 시선으로 새롭게 재구성한 5월 광주의 삶과 진실
최정운 지음 / 오월의봄 / 2012년 5월
21,000원 → 18,9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2년 05월 11일에 저장

어쩌다 사회학자가 되어- 피터 버거의 지적 모험담
피터 L. 버거 지음, 노상미 옮김 / 책세상 / 2012년 5월
17,800원 → 16,020원(10%할인) / 마일리지 890원(5% 적립)
2012년 05월 11일에 저장
절판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번달 책&(406호)에서 '로쟈의 주제별 도서소개'를 옮겨놓는다. 가정의 달이어서 주제도 '아이와 가족'으로 잡혔다.

 

 

 

책&(12년 05월호) 아이와 가족

 

메이데이로 시작하지만 한국에서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가정은 안녕한가?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갈파한 이는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다. 건강하고 화목한 가정을 행복한 가정의 모습으로 쉽게 떠올릴 수 있지만 불행한 가정은 이유가 천차만별이어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뜻이겠다. 이달에는 그 ‘가정’을 다룬 책들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나홀로 가구’, 곧 1인 가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부모가 한두 명의 자녀를 둔 핵가족이 한국사회에서 가장 흔한 가정 형태다. 따라서 가정의 행복은 많은 경우 부모와 자녀 문제로 귀결된다. 가정의 안녕을 묻기 위해선 먼저 자녀의 안녕을 물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의 자녀들은 안녕한가? 궁금하다면, 조재연 신부의 <청소년 사전>(마음의숲)부터 손에 들어볼 수 있다. ‘고길동 신부’란 이름으로 오랫동안 청소년들을 상담해온 저자가 그들의 고민과 생각을 사전 형식으로 엮은 책이다.

 

왜 ‘사전’이 필요한가? 서로가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선 말이 통해야 하는데, 각기 다른 뜻의 말을 쓴다면 소통이 가능할 리 없다. 가령 ‘부모’는 국어사전에 ‘아버지와 어머니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돼 있지만 청소년들이 쓰는 의미로는 ‘자식만 욕할 수 있는, 밉고 이해 안 되는 답답한 양반들을 이르는 말’이다. 대다수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그들 또한 표현이 좀 서툴지만 생각보다는 속 깊은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또 자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과 자살 문제는 어떨까.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일상’이 청소년이 보는 ‘학교폭력’이고, ‘주변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일 때 선택하는 최후의 수단’이 ‘자살’이다. 학업과 진학, 보모의 이혼, 아이들의 따돌림 등 여러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능력을 갖지 못해서 그들은 자살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간주한다. 당연히 필요한 것은 부모와 학교, 그리고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다. 잘 알면서도 실천이 어려운 것인가.


문제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해주는 책으론 아동심리학자와 심리상담사, 전직 교사가 함께 쓴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양철북)이 있다. ‘집에서는 안 그러는데...’ 하면서 아이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하는 부모라면 필독할 만하다. 일단 관점이 다르다. ‘아이’가 아니라 ‘아이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다. 즉 문제는 아이들 개개인이 아니라 아이들의 ‘사회생활’이라는 관점이다. “아이들의 사회생활은 집단과 개인, 패거리와 서열, 친구가 친구를 떠받쳐주는 진심 어린 우정의 복잡한 상호작용”이다.


아이들의 사회생활이라고 특별한가? 특별하다. 한국에서라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일주일에 최소한 30시간 이상 12년을 학교에서 보내게 되니 양적으로도 엄청난 시간이다. 이 특별한 사회생활에 잘 적응할 수 없는 아이들에겐 얼마나 길고 힘들게 느껴질지 가늠해보아야 한다. 미국의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지난 1999년에 일어난 총기난사 사건을 소수 ‘미친’ 아이들이 저지른 우발적인 사고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들은 이 ‘사회적 잔인성’(학교폭력)에 맞서기 위한 프로그램은, 폭력이 옳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폭력을 막기 위해 나서서 무언가를 할 생각은 하지 않는 ‘방관자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도덕적인 학교란 도덕적인 학교가 무엇인지에 관한 논의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학교입니다”란 주장도 경청할 만하다. 

 

 


아이들의 사회생활과 학교폭력의 원인에 대해 주목했다면 그 실상에 대해서도 눈길을 돌려볼 필요가 있겠다. 캐나다 토론토 지역 청소년 아홉 명이 직접 겪은 폭력의 경험을 들려주는 <폭력은 침묵 속에 전염된다>(아일랜드)는 데이비드 월시의 <10대들의 사생활>(시공사)을 보완해줄 만한 사례집이다. 마약 복용 등의 경험은 한국 청소년들과 거리가 있지만, 캐나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솔직하고 아주 생생하다. 책의 엮은이는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폭력은 침묵 속에 전염된다. 그리고 모두가 저항할 때 멈춘다.”


가정의 행복을 묻기 전에 자녀의 안녕을 먼저 물어야 한다고 했지만, 기본적으로는 자녀 때문에 불행한 가정도 있고, 자녀가 없어서 행복한 가정도 있겠다. 그렇다면 더 근원적인 질문은 ‘왜 굳이 아이를 가져야 하는가’일지도 모른다. <노키드>(이미지박스)의 저자 코린느 마이어 같으면 ‘아이를 낳지 말아야 하는 40가지 이유’가 있다고까지 주장하는 데 말이다. 그녀는 아이들을 위해서 20년 넘게 뼈 빠지게 일하면서 자신의 여가와 친구, 사회적 성공을 희생할 필요가 있는지 묻는다. 반대로 크리스틴 오버롤은 <우리는 왜 아이를 갖는가?>(부글북스)에서 아이를 갖는 일이 키에르케고르식의 두려움과 떨림을 동반하는 ‘신념의 비약’이긴 하지만, 생물학적 부모가 되는 것은 유전적 관계만이 아니라 심리적, 육체적, 지적, 도덕적으로 새로운 관계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기 존재를 새롭게 창조하는 기회이며 도전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행복과는 다른 기준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12. 05. 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