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배송받은 책의 하나는 패트리샤 처칠랜드의 <신경 건드려보기>(철학과현실사, 2014)다. 저자의 명망은 알고 있던지라 바로 주문했던 책인데, 패트리샤는 남편 폴 처칠랜드(처치랜드로 소개됐다)와 함께 신경철학의 개척자이다(심리철학의 좀더 급진적인 버전이라고 할까).

 

폴의 책으로 '현대심리철학 입문'이란 부제의 <물질과 의식>(서광사, 1992)이 오래전에 출간됐고, 이후엔 패트리샤의 <뇌과학과 철학>(철학과현실사, 2006)이 수년 전에 나온 바 있다(책은 기억나는데 구입한 흔적이 없어서 이 책도 이번에 주문했다).

 

 

이번에 나온 <신경 건드려보기>(2013)는 <뇌과학과 철학>을 옮긴 박제윤 교수가 다시 번역에 나선 저자의 최신간이다. 아무래도 이 분야의 책은 출간연도가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 <뇌과학과 철학>이 1986년에 나온 걸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찾아보니 <뇌과학과 철학>은 저자의 첫 책이고 <신경 건드려보기>는 최신간이므로 신경철학자로서 패트리샤 처칠랜드의 시작과 끝을 말해주는 책들이기도 하다(저자는 네 권의 단독 저작을 갖고 있다).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는 <신경 건드려보기> 출간에 얹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적었다.

우리가 뇌를 연구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실마리를 얻기 위해서다. '자아-뇌 동일성 가설'을 오랫동안 탐구해온 신경철학의 대가 패트리샤 처칠랜드의 최근 저서가 이렇게 번역 출간된 것은 눈물겹도록 고마운 사건이다. 이 책을 통해 마음의 기원을 뇌에서 찾아온 처칠랜드의 통찰력을 많은 독자들이 공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경철학과 관련서라고 하니까 작년에 나온 <신경과학의 철학>(사이언스북스, 2013)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최근에는 호아킨 푸스테르의 <신경과학으로 보는 마음의 지도>(휴먼사이어스, 2014)도 출간됐다. '인간의 뇌는 대상을 어떻게 지각하고 기억하는가?'가 부제. <그림으로 읽는 뇌과학의 모든 것>(휴머니스트, 2013)의 저자인 뇌과학 전문가 박문호 박사는 이렇게 추천했다.

호아킨 M. 푸스테르의 <신경과학으로 보는 마음의 지도>는 지각과 기억, 그리고 동작을 대뇌 피질의 인지망 관점에서 설명하는 책이다. 나는 인간 뇌 작용을 공부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뇌의 작용에 관심이 있거나 뇌과학 책을 읽어본 사람, 그리고 뇌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 반드시 이 책을 만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사이에 많은 뇌과학 책이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이 책은 그중 대뇌 피질에 관한 가장 전문적인 권위를 가진 책으로 다시 한 번 강력히 추천한다.

신경철학과 신경과학(뇌과학) 분야의 독자라면 꽤나 부듯한 느낌을 갖게 하는 책들이겠다...

 

14. 0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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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력 혹은 독서의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드 시켜줄 만한 책이 출간됐다. 데이비드 미킥스의 <느리게 읽기>(위즈덤하우스, 2014). '삶의 속도를 늦추는 독서의 기술'이란 부제가 붙었다. 소개를 옮기자면, 저자는 "진지한 독자가 디지털 시대에 처할 수 있는 위험을 설명하고 ‘느리게 읽기’를 통해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을 것을 제안한다. 저자 데이비드 미킥스는 열네 가지 느리게 읽기 규칙을 단편 소설과 장편 소설, 시, 희곡, 에세이 등 여러 문학 장르에 적용하여 설명한다. 호메로스와 그리스 비극부터 셰익스피어, 톨스토이를 거쳐 사뮈엘 베케트, 앨리스 먼로, 필립 로스까지 우리가 잊고 있었던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게 해 준다".

 

 

미리 읽어볼 기회가 있어서 나는 추천사에 이렇게 적었다.

책을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는 독자라면 이 책을 손에 들 필요가 없다. 기본값을 바꿔보자. 책은 일용할 양식이요, 독서는 존재의 근거다. 우리는 읽은 만큼 살아가며 우리가 읽은 것이 우리 자신이다. 그때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물음은 어떻게 살 것인가란 물음과 겹친다. 책을 읽는 방법은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따라서‘느리게 읽기’는 독서의 방법이자 가치관의 표명이며 인생관의 실천이다. 어떻게 잘 살 수 있을까. 더 잘 읽는 수밖에 없다. ‘느리게 읽기’의 모든 비결을 소개하며 저자는 더 천천히 읽는 것이 더 잘 읽는 것이라고 말한다. 더 잘 읽고, 더 잘 살아가려는 독자에게 이 책은 ‘지혜의 서’이자 생존 매뉴얼이다.

겸사겸사 느리게 읽기(슬로 리딩)과 관련된 책들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느리게 읽기- 삶의 속도를 늦추는 독서의 기술
데이비드 미킥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2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14년 02월 20일에 저장
품절
천천히 깊게 읽는 즐거움- 속도에서 깊이로 이끄는 슬로 리딩의 힘
이토 우지다카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8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4년 02월 20일에 저장
품절

슬로리딩- 생각을 키우는 힘
하시모토 다케시 지음, 장민주 옮김 / 조선북스 / 2012년 8월
11,500원 → 10,350원(10%할인) / 마일리지 570원(5% 적립)
2014년 02월 20일에 저장
절판

고전의 유혹- 깊게, 재밌게, 은밀하게 들여다보는 독서 기술
잭 머니건 지음, 오숙은 옮김 / 을유문화사 / 2012년 1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14년 02월 20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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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월요일 아시아경제 지면에 실린 '리더의 서재에서' 인터뷰 기사를 옮겨놓는다(일부 부정확하게 녹취된 부분이 있다). 인터뷰어는 윤승용 논설고문이었다. 서평 블로거란 직함으로 소개됐는데, 지면에는 누적 방문자가 3,200만명이라고 나가서 놀랐다. 아직 그 1/10인 320만명 정도다(일일 방문자도 2000명선까지 갔다가 지금은 1500명 정도다). 더 분발하라는 채찍 같기도 하다. 그리고 소개에서 '김현 이후 이론과 감성을 제대로 교직한 아름다운 문체의 문예비평가로도 평가받는'다는 대목은 멋쩍게도 필자가 신형철 평론가와 혼동한 게 아닌가 싶다. 인터뷰와 함께 추천도서 다섯 권이 소개됐는데, 몇 권은 네이버 '지식인의 서재' 코너에서 골랐던 책들과 겹치지 않도록 골랐다.  

 

 

 

아시아경제(14. 02. 10) [리더의 서재에서] 서평 블로거 로쟈 이현우

 

한국사회에서 나름 책을 좀 알거나, 독서인이나 인문교양인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로쟈’라는 이름은 이제 하나의 아이콘이자 전설이다. 책에 대해 궁금하거든  ‘로쟈에게 물어보라’라는 문구가 인터넷 검색어에 등장할 정도로 로쟈 이현우는 최근들어 인문학과 교양학계의 친절한 가이드이자 바지런한 멘토로 자리잡았다. 

 

서울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푸슈킨과 레르몬토프의 비교시학」(2004)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전문서평꾼으로 활동하는 바람에 강단학자의 길을 사실상 포기했지만 그는 넓디넓은 인문대중, 호모부커스의 숲에서 인문학의 향기를 전파하는 전도사역할을 기꺼이 해내고 있다. 그의 필명 로쟈가 근대 여성 공산혁명가 로자(Rosa) 룩셈부르크가 아닌 러시아 문호 표도르 도스토에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의 주인공 로쟈(Rodya)에서 따온 것이라는 것은 이제 인터넷에선 상식이다. 그의 서평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은 요즘 매일 방문객 2,000여명, 현재까지의 누적 방문객이 320만명이나 될 정도로 그는 온라인상 최고의 파워블로거이기도 하다.

 

요즘도 책읽기와 강의, 서평쓰기로 하루하루를 숨가쁘게 살아가는 로쟈,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인문학계에 요절한 평론가 김현 이후 이론과 감성을 제대로 교직한 아름다운 문체의 문예비평가로도 평가받는 로쟈를 아시아경제 도서실에서 만났다.

 

-어릴적부터 책읽기에 익숙했나?

▲아버님이 가난한 직업군인이었지만 책을 좋아하셨다. 집에는 세계문학전집 등이 있었는데 자연스레 이를 가까이 하게 됐다.

 

-중학시절엔 잠깐 과학자를 꿈꾸기도 했다던데?
▲중학교 2학년때 새로 부임하신 과학선생님이 암기식 공부가 아니라 실험실습을 강조한 열정있는 분이셨다. 그래서 한때 학교에 과학공부 붐이 분 적이 있었다. 나중에 수학에는 크게 소질이 없다는 걸 알고 포기했다.

 

-필명 로쟈에 얽힌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이현우라는 이름이 워낙 흔해서 필명을 고민하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 <죄와 벌>의 고민하는 청춘 로지온 라스콜리니코프의 애칭 로쟈에서 따왔다. 그런데 어떤 아나운서는 저를 '노자(老子)'로 소개하는가 하면 근대 여성 공산혁명가 로자 룩셈부르크의 로자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는 어떤 글에선 '로자' 룩셈부르크를 '로쟈'로 쓴 경우도 봤다.

 

-최근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를 펴내는 등 러시아 문학에 대한 사랑이 대단하던데 러시아 문학의 매력이라면?
▲러시아에는 톨스토이, 도스토에프스키 등 이른바 대문호라할 큰 작가가 많다. 서유럽과 달리 러시아의 경우는 문학의 사회적 기능이 훨씬 컸고, 실제로 그 기대에 부응한 측면이 많다. 이른바 문학극대주의현상이 러시아에서는 통했다. 

 

-현재 서평을 기고하는 매체는 몇 개나 되고 출강하는 곳은?

▲시사주간지 ‘시사인’, 한겨레,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서평지 ‘책&’ 등에 정기기고중이다. 기타 계간지 등에서 부정기적으로 청탁을 받아 글을 쓴다. 강의는 대학 강의를 비롯 전국 곳곳에 특강이 많다.

 

-어떤 계기로 서평가가 됐나.

▲2000년대 초반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서평을 쓴 게 시작이다. 당시 '이주의 리뷰'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여기에 서평이 뽑히면 상금 5만원이 나왔다. 책 살 돈이 필요한 나로서는 그 코너에 뽑히는 게 중요했다. 거기서 열심히 하다보니 팬이 생겼고 다음에 인터넷 카페 ‘비평고원’에 책 이야기를 썼다. 그러다 내 독자적인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을 운영하기 시작했고 2007년 한 일간지에서 나를  ‘인터넷 서평꾼’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뒤 서평꾼으로 알려지게 됐다. 

 

-서평은 비평과 어떻게 다른가.

▲비평은 독자들이 같은 책을 두 번 읽게, 다시 읽게끔 하는 것이다. 서평은 읽을 것이냐 말 것이냐를 판단하는 자료를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비평은 어떤 책을 이미 읽은 독자를 상대로 한다. 서평은 읽지 않은 독자를 상대로 한다. 넓게 보면 서평은 비평에 포함된다. 그런데 요즘엔 책을 읽은 독자들이 적어 비평을 읽는 독자들이 실종됐다. 상대적으로 서평의 역할은 커졌다.

 

- 서평의 역할은 무엇인가?

▲서평은 어떤 책을 읽고 싶도록 하거나, 읽은 척하게 하거나, 안 읽어도 되도록 해준다. 정보홍수 시대에 양서에 대한 일종의 감별사, 도선사 역할이다.

 

-서평을 쓸 때 원칙은.

▲내 주관을 적게 넣는다. 이건 지면 사정과 관련이 있는데 대개 서평 분량이 원고지 9~10장이다. 책 내용을 정리하고 나면 주관적인 판단을 섞는다고 해봐야 한두 문장이다. 다른 필자들은 주관적 느낌을 내용보다 더 중심적으로 다루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독자들이 책 내용을 느끼게 해주는데 주력한다. 개성이 없다거나 호오가 분명하지 않다거나 하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서평은 어떤 책을 골랐다는 것 자체가 유익한 정보다. 비평은 다르다. 어떤 책을 비평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 자체는 정보가 안된다.

 

-독자들에 대한 영향력은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나.

▲한 10부를 더 나가는 데는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웃음) 출판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면 서평이나 지면 책광고의 영향력은 많이 줄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책을 고를 때 서평을 참고하려는 독자들의 성향은 바뀌지 않았다. 독자들이 정보를 얻는 출처가 분산됐을 뿐이다. 내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 방문자는 여전히 하루 2000명 정도 된다.

 

-그 많은 서평을 쓰려면 엄청난 독서를 해야 할 텐데, 도대체 책을 얼마나 읽는지?

▲사실 책 읽을 시간이 많진 않다. 다만 강의하고 서평 쓰고 잠 자는 걸 빼면 책 검색, 책읽기, 서평 쓸 책을 고르는 일이 내 일상의 전부나 다름없다. 다행이 내가 주량이 적어 사교활동에 빼앗기는 시간이 적다. 

 

-책은 어떻게 읽나? 겹쳐읽기라는방식을 주장하던데?

▲책의 종류에 따라 읽는 방식이 여러가지다. 목차만 읽는 경우도 있고, 이동 중 차속에서 가볍게 읽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관심있는 분야의 경우는 관련 서적 수십권을 나란히 펼쳐놓고 읽는 이른바 '겹쳐읽기''병렬독서'라는 걸 할 수 밖에 없다. 즉 책을 읽다 새로운 개념이나 이론이 나오면 관련 책을 찾아보고 하는 식이다.

 

-책 사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것 같은데?

▲무명시절에는 책값이 엄청나게 들어갔다. 아마 아파트 한채 값이 넘을 것이다. 요즘의 경우 출판사 등에서 참고하라고 매주 20~30권씩 우송돼 오는데 이밖에 개인적으로도 그만큼씩 사기도 한다. 내가 사는 책과 받는 책을 합하면 연간 2000권쯤 될 것이다. 책값만 월 200만원 이상이 들고, 재작년엔가 연말정산 할 때 보니 교보(*알라딘)에서 구입한 책값만 3,000여만원이더라.

 

-잘못된 번역에 대한 가차없는 비판이 화제던데.

▲번역의 오류는 지적인 범죄나 마찬가지다. 저자의 본 뜻을 왜곡전달하기 때문이다. 여러 곳에서 번역의 오류를 지적하다 송사에 휘말린 적이 있다.

 

-대학교수로서의 길은 포기한 건가?

▲처음에는 이른바 '곁다리 인문학자'라 할 서평을 한시적으로 할 계획이었다. 60대 서평가는 이상하지 않나. 3년 복무라고 생각했는데 2007년부터 잡으면 이미 3년을 초과해 장기복무하는 셈이 됐다. 좋은 후계자가 나타나면 전역하고 싶은데, 잘 안되고있다. 그리고 의무적인 학술논문 생산작업에 몰두해야하는 강단학자의 길도 내게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의 계획은.

▲제대로 된 비평을 해보고 싶다. 책을 자세히 음미하며 읽고 싶다. 그리고 서평 독자들을 어느 정도 규모로 만든 뒤 이 독자들과 함께 더 깊이 읽는 독서문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그런 독자들이 5천여명 이상 된다면 재미있을 뿐 아니라 인문독서 확산운동 차원에서 의미있을 것 같다.

 

<추천도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표도르 스토예프스키/민음사>
고교시절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은 게 러시아문학을 전공한 계기였다면, 그의 이 대표작은 ‘내 인생을 바꾼 책’ 가운데 하나다. 누군가 그를 가리켜 ‘정신병동의 셰익스피어’라고 부른 것에 전적으로 동감. 인간이란 수수께끼에 대해서, 인간은 무엇으로 고통 받는가에 대해서 나는 도스토예프스키에게 배웠다. 그에게 빚이 있다. 

 

◆영혼의 절규<바슬라프 니진스키/푸른숲>

러시아의 전설적인 무용수 니진스키가 정신요양원에서 쓴 일기. 결국 그는 완전히 정신을 놓게 된다. 토리노 광장에서 학대받는 말을 끌어안고 울다가 결국 정신을 놓은 니체의 어떤 구절들과 함께 니진스키의 마지막 말들은 언제나 슬픔과 함께 고양된 감동을 안겨준다.

 

 

◆정본 백석 시집<백석/문학동네>
중고등학교 때 배운 국어 교과서에 백석은 없었지만 그를 읽은 뒤에 그가 없는 한국 근대시사를 상상하기 어렵다. 있더라도 아주 가난해보일 것이다. 시선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나왔을 때, “가난한 내가/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엔 눈이 푹푹 나린다”는 첫 대목을 읽었을 때 나는 울어도 좋을 뻔했다. 

 

◆백가쟁명<이중톈/에버리치홀딩스>

중국의 명강사 인문학자 이중톈의 많은 책 가운데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 중국 선진(先秦) 시대 제자백가의 사상에 대해서, 특히 유가, 묵가, 도가, 법가 등 네 가지 핵심 조류에 대해서 저자는 족집게 선생처럼 정리해준다. 두꺼운 분량임에도 아껴가면서 읽은 기억이 있다.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을유문화사>

대학시절 읽은 교양과학서 가운데 가장 압권은 역시나 도킨스의 책이었다. 진화생물학에 대한 명쾌한 설명이면서, 다윈주의 세계관에 대한 입문서로도 읽을 수 있다. 생물학적 존재로서 우리에게 부모가 있고 자식이 있다는 사실에 가끔 감동하는 건 이 책에 힘입은 바 크다.

 

14. 0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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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여성 작가 조라 닐 허스턴의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문예출판사, 2014)를 '이주의 고전'으로 고른다. 대산문학총서로도 2001년에 나온 바 있어서 두 종의 번역본을 갖게 됐고, 그 정도면 경험상 읽어봐도 좋다(번역본들은 서로 보완해주는 면이 있기에). 작품은 1937년작.

 

 

 

작가의 이름은 생소한데, 미국에서도 1970년대에 와서야 재조명된 경우라 한다. 흑인 여성문학 선구자로서 자리매김되고. 이렇게 소개된다.  

미국 흑인 여성 문학의 선구자라 인정받는 조라 닐 허스턴의 대표작이다. 조라 닐 허스턴은 1920년대에 작품 활동을 시작해서 여러 편의 소설을 발표했지만 묘비도 없는 묘지에 묻혔다가 1970년대에 이르러 앨리스 워커 등이 이끄는 흑인 페미니즘의 부상과 더불어 미국의 여러 대학에 흑인 문화 강좌가 개설되면서 그 작품성을 재조명받게 된다. 이 작품은 재니라는 흑인 여주인공이 각기 다른 세 남자와 세 번의 결혼을 겪으면서 한 명의 독립적인 자아로서 자신만의 여성성과 목소리를 찾아가는 긴 과정을 그리고 있다.

<컬러 퍼플>의 저자 앨리스 워커는 이 작품에 대해 "내게 이 책보다 중요한 책은 없다"고 단언했다.

 

 

 

말이 나온 김에 찾아보니 <컬러 퍼플>은 절판된 상태다(제목이 <더 컬러 퍼플>은 뭔가?). 스필버그의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이고 베스트셀러이기까지 했는데,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달까.

 

 

 

다른 작품은 몇 권 더 소개돼 있는 상태. 흑인여성 작가로서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토니 모리슨의 경우는 어떤지 이 참에 찾아봤다.

 

 

상당히 많은 연구서가 나와 있는 작가이지만, 작품은 이미 상당수가 절판됐다. <타르 베이비><러브><솔로몬의 노래> 정도가 남아 있고, <가장 푸른 눈><술라><빌러비드><재즈> 등은 모두 절판된 상태. 몇 작품 정도는 다시 나왔으면 싶다. 작가의 명성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는...

 

14. 0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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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을 오랜만에 적는다. 제리 브로턴의 <욕망하는 지도>(알에이치코리아, 2014) 때문인데, 부제인 '12개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가 책의 원제다.

 

 

 

연유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몇달 전인가 검색하다가 알게 된 책으로 번역되면 좋겠다 싶었는데(원서는 장바구니에 넣어둔 상태다), 생각보다 빨리 번역본이 나왔다. 어떤 책인가.

영국 퀸메리대학교 교수인 역사학자 제리 브로턴이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지도 12개를 중심으로 지도에 숨겨진 당대 제작자와 사용자의 욕망을 파헤치며 인류의 세계관을 풀어낸 진귀한 역사서. 역사의 맥락에서 지도를 다룬 기존 책들은 지도 자체의 역사성에 초점을 맞춰 서술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 책은 과학, 교류, 신앙, 제국, 발견, 경계, 관용, 돈, 국가, 지정학, 평등, 정보 등 12개의 욕망 코드를 통해 각각의 지도가 제작 당시의 사회적 욕망이 반영된 시대의 거울임을 명확히 보여 준다. "지도는 항상 그것이 나타내려는 실체를 조종한다"는 저자의 논지가 관통하는 책이다.

 

 

평소의 관심분야는 아니지만 세계지도와 관련해서는 눈길을 끄는 책이 일년에 한두 권씩은 출간된다. <라루스 지도로 읽는 세계>(현실문화, 2013), 아서 제이 클링호퍼의 <세계지도에서 권력을 읽다>(알마, 2012), 오상학의 <조선시대 세계지도와 세계인식>(창비, 2011) 같은 책들이 그런 경우다.

 

그런 가운데서도 꼽자면 <욕망하는 지도>가 단연 도드라진다. 지도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가 소개하는 세계지도의 세계로 한번 들어가보는 건 어떨까. 어지간한 세계여행보다 더 흥미진진할 듯싶다...  

 

 

14. 0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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