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예스의 '명사의 서재' 코너에 실린 짧은 인터뷰를 옮겨놓는다(http://ch.yes24.com/Famous/Index/409). 질문에 답한 내용이 간추려 편집됐다.

 

 

한글을 깨친 이후에 자연스럽게 책과 접하게 됐고, 이후에 특별히 멀어진 기억은 없고요. 초등학교 3학년경부터 특히 독서에 빠져 지낸 듯합니다. 책을 보면서 밥을 먹는다고 자주 혼난 기억이 납니다. 독서의 계기가 따로 없었네요.

요즘 독서 계획은 단기적 측면과 장기적 측면으로 나눠서 볼 수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여러 강의와 원고와 관련한 책을 읽고, 또 매주 화제가 될 만한 책을 독서거리로 삼고 있습니다. 가령 미국의 노예제도에 관한 책들과 종교개혁을 주제로 한 책들을 몇 권 구했고, 세르반테스와 라틴아메리카 문학에 관한 책들도 몇 권 더 주문해놓은 상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문학과 철학, 역사에 대한 제 나름의 입문서를 계획하고 있어서 그와 관련한 책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도서 외에도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들, 키에슬롭스키의 영화들을 좋아했습니다. 에미르 쿠스투리차와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도 좋아합니다. 빔 벤더스와 왕가위도 좋아했고요. 왕가위의 <아비정전>, 빔 벤더스의 <파리, 텍사스>, 쿠스투리차의 <집시의 시간> 등을 꼽아두겠습니다. 그렇게 꼽게 되는 영화들이 10여 편은 되는 것 같은데, 매 시기 ‘이런 영화도 있구나’란 경탄과 위로를 건네준 작품들입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본 영화는 <또 하나의 약속>입니다.

제 온라인 서재 이름은 ‘로쟈의 저공비행’입니다. 작업실을 갖게 된다면 고졸한 이름을 궁리해보겠습니다. 필명 ‘로쟈’는 소설 『죄와 벌』의 주인공 로지온 라스콜니코프의 애칭입니다. 로지온의 애칭이에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러시아문학에서 친숙한 주인공이 마침 떠올라서 쓰게 됐습니다.

 



최근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 19세기 푸슈킨에서 체호프까지』를 펴냈습니다. 러시아혁명 이후 사회주의 국가의 수립과 그 해체가 이루어진 20세기를 앞둔 19세기에 러시아 문학을 꽃피웠던 작가들을 중심으로 다루었습니다. 이 책을 계기로 러시아문학에 관심을 갖고 읽게 됐다는 소감을 접할 때 가장 뿌듯합니다. 일종의 입문서이자 안내서로서 자기 역할을 했다는 의미니까요. 많은 분들에게 러시아문학과 만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14. 04.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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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문학동네, 2008)에 대한 해설서가 나왔다. 역자인 조현준의 <젠더는 패러디다>(현암사, 2014). <젠더 트러블>이 나왔을 때 '주디스 버틀러 읽기' 리스트를 한번 만든 적이 있는데, 해설서가 나온 김에 한번 더 만들어놓는다. 그 사이에 나온 책이 생각보다는 많지 않다. 최근 '사랑'에 대한 정의를 놓고 말들이 많은데, 표준국어대사전에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라고 '남녀'를 다시 명시해서다. 지극히 제한적인 정의이긴 하지만 버틀러에 따르면 애당초 누가 남자이고 누가 여자인지 명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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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는 패러디다- 주디스 버틀러의 <젠더 트러블> 읽기와 쓰기
조현준 지음 / 현암사 / 2014년 4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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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 폭력 비판- 자기 자신을 설명하기
주디스 버틀러 지음, 양효실 옮김 / 인간사랑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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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화된 몸- 엘리자베스 그로츠와 주디스 버틀러의 육체적 페미니즘
전혜은 지음 / 새물결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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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성, 헤게모니, 보편성- 좌파에 대한 현재적 대화들
주디스 버틀러 외 지음, 박대진.박미선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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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에 나왔더라면 감격했을 뻔한 책이 뒤늦게 나왔다. 알지르다스 쥘리엥 그레마스의 유작 <정념의 기호학>(강, 2014)이다. '물적 상태에서 심적 상태로'가 부제. 당시에 영역본을 구하지 못해(책은 나와 있다. 나중에 구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다) 잘 읽지 못하는 불어본까지 구했던 책이다(책의 '물성'은 느낄 수 있으니까). 이유가 없지 않았다. 학위논문에서 애도와 우울증을 다루면서 그레마스의 모델을 원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타진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념을 어떻게 이론적으로 모델화할 수 있을까란 문제.

 

 

 

격세지감으로 지금은 거의 잊혀지고 있지만 파리 기호학파의 좌장으로 그레마스는 롤랑 바르트와 함께 프랑스 기호학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특히 서사학 분야에 큰 공적을 남겼고 정념의 기호학은 그가 말년에 새롭게 개척한 분야. <정념의 기호학>은 제자 퐁타뉴와 공저로 펴냈는데, 일종의 '시범적' 성격의 저작이다. 그 이후에 얼마만큼 더 진척이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의문이기도 하다(적어도 나는 별로 들은 바가 없다).

 

 

 

그레마스의 책으론 <의미에 관하여>(인간사랑, 1997)가 번역돼 나왔었지만 절판된 지 오래고 번역도 좋지 않기에 번역의 의의가 별로 없는 책이다. 관심 있는 독자라면 김성도 교수의 연구서 <구조에서 감성으로>(고려대출판부, 2002) 정도를 도서관에서 참고해볼 수 있겠다. 아, 박인철 교수의 <파리학파의 기호학>(민음사, 2003)은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그레마스 기호학의 배경과 주제에 대해서 정리해주고 있다.   

그레마스의 주저는 <구조의미론>인데, 알라딘에서는 영역본이 검색되지 않는다. 그의 서사학은 러시아의 민담 연구자 블라디미르 프로프의 <민담형태론>의 발상을 발전시킨 것인데, 프로프의 책은 서너 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다. 기호학이나 서사학은 십수 년 전에 한창 관심을 가졌다가 지금은 옛사랑처럼 감흥을 잃은 상태다. <정념의 기호학>이 흥미를 다시 북돋아줄 수 있을지 한번 뒤적여봐야겠다...

 

14. 04.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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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철학책 한권을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때론 얇은 게 미덕이다). 파스칼 샤보의 <논 피니토: 미완의 철학>(함께읽는책, 2014).

 

 

저자의 이름은 생소한데(그래서 '발견'이지만) 질베르 시몽동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를 단행본으로 펴낸 바 있다. <시몽동의 철학>(2003). 이게 영어판(2013)으로도 나와 있는 걸로 보아 주목 받는 젊은 철학자인 듯하다. <논 피니토>의 원제는 <철학의 일곱 단계>.

 

 

저자와 책소개는 이렇게 떠 있다. "동시대 철학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철학자 파스칼 샤보의 책. 철학자들이 좀처럼 던지지 않는 질문이 있다. 철학 속에서 궁극적으로 무엇을 찾고자 하는가? 철학자들은 무엇을 욕망하는가? 파스칼 샤보는 신중하면서도 유려한 문체로 이 반성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다. 저자는 난해하고 불투명한 것에 자족하는 철학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한다."

 

동시대 철학자들을 얼마나 불편하게 만드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흥미를 갖게 하는 건 이 짧은 책에서 그가 던지는 질문이다. '당신은 철학에서 무엇을 찾는가'. "오로지 개인적인 입장에서만 답을 찾을 수 있는 질문들이 존재한다. 이를테면 철학을 통해 찾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밝히려 할 때가 그렇다."(13쪽) 그리고 이 질문은 언제고 던져질 수 있다고 그는 믿는다.

 

질문이 충분히 흥미롭다면, 독서는 이미 절반은 보상받은 것과 같다. 나머지 절반은 책에서 이런 대목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철학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철학자로 사는 게 무슨 소용이 있는지 아는 것이다. 다시 말해, 철학자로 사는 것 자체가 목적일 수는 없다는 말이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명제를 고안한 테오필 고티에를 따라 철학을 위한 철학을 주창한다면 용기 있는 소견일 수는 있을지언정 철학이 나아갈 방향 혹은 옹호해야 할 입장을 제시해주지는 못 할 것이다. 삶, 그리고 삶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의무와 부당함을 망각한 사상가만이 그런 명제를 내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 철학은 삶과 사유의 관계를 의미하지 않는다. 코사 멘탈레(cosa menatle), 즉 순수하게 정신적인 것일 뿐이다.

얇고 가벼운 책이라 며칠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읽어보려고 한다. 참, 시몽동의 책도 번역돼 있다.

 

 

<기술적 대상들의 존재양식에 대하여>(그린비, 2011). 이건 좀 묵직한 책인데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이라고 한다(파스칼 샤보의 책 말고도 시몽동에 대한 연구서들이 영어권에서 나오고 있다).

시몽동은 자신의 박사학위 부논문인 이 책에서 기술적 대상들의 발생과 진화의 과정, 기술적 대상과 인간의 관계 맺음, ‘기술성’ 자체의 본성을 고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몽동은 기술적 대상들을 단지 이용가치만을 갖는 ‘물질의 조립물’로 보는 관점, 반대로 기술적 진보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을 갖는 테크노크라시적 관점, 그리고 (영화나 SF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듯) 인간을 적대하는 위협적인 ‘자동로봇’으로 인식하는 관점을 모두 비판하면서 인간과 기술적 대상들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고자 한다. 

 

 

'기술철학'이라고 하니까 떠오르는 철학자는 <에코그라피>(민음사, 2002)의 공저자 베르나르 스티글러다. <기술과 시간> 시리즈 말고도 다수의 저작을 활발하게 펴내고 있다. 영어판으로 올해 나오는 것으로 예고된 두 권의 타이틀 역시 흥미를 끈다...

 

14. 0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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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은 노벨상 수상작가 2인의 작품으로 고른다. 1920년에 수상한 노르웨이 작가 크누트 함순과 1993년에 수상한 미국문학의 대모 토니 모리슨이다.

 

 

함순의 작품은 <목신 판>(시공사, 2014)이 번역돼 나왔다. <굶주림> 정도만 소개돼 아쉬웠던 터라 반갑다. 정확하게는 중편 <목신 판>(1894)과 <빅토리아>(1898)가 수록된 작품집이다. 소개는 이렇다.

19세기 말 노르웨이와 유럽 전역에 지배적이던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에서 벗어나 인간의 부조리한 행동뿐 아니라 내면 심리의 우연성과 이중성까지 담아내고자 한 그의 독특한 소설 미학은 당시 유럽 전역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근대문학사조에 변혁을 가져왔다. '목신 판'과 '빅토리아'는 함순의 창작 활동이 가장 왕성하던 30대에 나온 작품으로, 한 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도 시공을 초월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주옥같은 작품이다. 고독한 방랑자의 내면에 불어온 불가해한 사랑의 파동을 아름다운 시적 언어로 그려낸 '목신 판'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진 두 남녀의 꿈같은 기대와 쓰라린 절망을 한 편의 동화처럼 엮어낸 '빅토리아'는, 사랑이라는 냉혹한 우주의 힘을 거역할 수 없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언제나 가슴을 울리는 불멸의 이야기로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대표작으로 꼽히는 <흙의 혜택>(1917)과 함께 <굶주림>(1890)에 이어지는 초기작 <미스터리>(1892)도 번역되길 기대하는 작품이다.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 <빌러비드>(문학동네, 2014)도 문동 세계문학전집의 하나로 새로 번역돼 나왔다. 영화 <노예 12년>과 함께 미국 노예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독자라면 더 심층적인 이해를 갖게 해줄 듯하다. 어떤 작품인가.

출간 당시 퓰리처상, 미국도서상 등 미국소설에 주어지는 거의 모든 명예를 얻었고, 21세기에 들어서는 20세기 미국문학의 정전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역사와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흑인문제를 노예제에서부터 현대의 인종차별에 이르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으로 다룬 토니 모리슨은 이 작품에서는 특히 '여성 노예'에 초점을 맞추었다. 노예라는 운명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딸을 죽인 흑인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흑인들의 참혹한 역사를 재조명하는 한편, 박탈당한 모성애를 되찾은 도망노예의 과격하고 뒤틀린 사랑과 그로 인한 자기 파괴를 이야기한다.

 

예상할 수 있지만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찾아보니 <양들의 침묵>의 감독 조나단 드미가 1998년에 찍었다. 오프라 윈프리 주연.

 

 

 

토니 모리슨의 작품은 한때 줄줄이 출간되다가 지금은 대부분 절판되고 네댓 작품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작품보다 연구서가 더 많이 눈에 띌 정도다). 나도 미처 구입하지 못한 작품이 많은데, 여하튼 올가을에는 강의에서도 다룰 예정이라 몇 작품 읽어봐야겠다. <빌러비드>와 <솔로몬의 노래>가 제일 먼저 염두에 두고 있는 작품이다...

 

14. 0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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