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고전'은 노벨상 수상작가 2인의 작품으로 고른다. 1920년에 수상한 노르웨이 작가 크누트 함순과 1993년에 수상한 미국문학의 대모 토니 모리슨이다.

 

 

함순의 작품은 <목신 판>(시공사, 2014)이 번역돼 나왔다. <굶주림> 정도만 소개돼 아쉬웠던 터라 반갑다. 정확하게는 중편 <목신 판>(1894)과 <빅토리아>(1898)가 수록된 작품집이다. 소개는 이렇다.

19세기 말 노르웨이와 유럽 전역에 지배적이던 사회주의 리얼리즘 소설에서 벗어나 인간의 부조리한 행동뿐 아니라 내면 심리의 우연성과 이중성까지 담아내고자 한 그의 독특한 소설 미학은 당시 유럽 전역에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근대문학사조에 변혁을 가져왔다. '목신 판'과 '빅토리아'는 함순의 창작 활동이 가장 왕성하던 30대에 나온 작품으로, 한 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도 시공을 초월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주옥같은 작품이다. 고독한 방랑자의 내면에 불어온 불가해한 사랑의 파동을 아름다운 시적 언어로 그려낸 '목신 판'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빠진 두 남녀의 꿈같은 기대와 쓰라린 절망을 한 편의 동화처럼 엮어낸 '빅토리아'는, 사랑이라는 냉혹한 우주의 힘을 거역할 수 없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언제나 가슴을 울리는 불멸의 이야기로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대표작으로 꼽히는 <흙의 혜택>(1917)과 함께 <굶주림>(1890)에 이어지는 초기작 <미스터리>(1892)도 번역되길 기대하는 작품이다.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 <빌러비드>(문학동네, 2014)도 문동 세계문학전집의 하나로 새로 번역돼 나왔다. 영화 <노예 12년>과 함께 미국 노예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독자라면 더 심층적인 이해를 갖게 해줄 듯하다. 어떤 작품인가.

출간 당시 퓰리처상, 미국도서상 등 미국소설에 주어지는 거의 모든 명예를 얻었고, 21세기에 들어서는 20세기 미국문학의 정전으로 자리매김했다. 미국 역사와 사회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흑인문제를 노예제에서부터 현대의 인종차별에 이르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으로 다룬 토니 모리슨은 이 작품에서는 특히 '여성 노예'에 초점을 맞추었다. 노예라는 운명의 대물림을 끊기 위해 딸을 죽인 흑인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흑인들의 참혹한 역사를 재조명하는 한편, 박탈당한 모성애를 되찾은 도망노예의 과격하고 뒤틀린 사랑과 그로 인한 자기 파괴를 이야기한다.

 

예상할 수 있지만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찾아보니 <양들의 침묵>의 감독 조나단 드미가 1998년에 찍었다. 오프라 윈프리 주연.

 

 

 

토니 모리슨의 작품은 한때 줄줄이 출간되다가 지금은 대부분 절판되고 네댓 작품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작품보다 연구서가 더 많이 눈에 띌 정도다). 나도 미처 구입하지 못한 작품이 많은데, 여하튼 올가을에는 강의에서도 다룰 예정이라 몇 작품 읽어봐야겠다. <빌러비드>와 <솔로몬의 노래>가 제일 먼저 염두에 두고 있는 작품이다...

 

14. 0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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