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그문트 바우만과 함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의 신간이 출간됐다. <무질서의 효용>(다시봄, 2014). 원저는 1970년작이니 말 그대로의 신작은 아니다. 초기작에 해당하지만 번역본으로는 신간이다. '개인의 정체성과 도시 생활'이 부제. '세넷의 모든 책'이 읽어볼 만하게 리스트로 묶어놓는다(리스트로는 벌써 세번째다!). 절판된 책 가운데서는 <살과 돌>도 조만간 다시 나오는 것으로 안다...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무질서의 효용- 개인의 정체성과 도시 생활
리차드 세넷 지음, 유강은 옮김 / 다시봄 / 2014년 7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4년 07월 15일에 저장
절판

투게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리차드 세넷 지음, 김병화 옮김 / 현암사 / 2013년 3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14년 07월 15일에 저장
절판
장인- 현대문명이 잃어버린 생각하는 손
리차드 세넷 지음, 김홍식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2014년 07월 15일에 저장
구판절판
뉴캐피털리즘- 표류하는 개인과 소멸하는 열정
리차드 세넷 지음, 유병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3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14년 07월 15일에 저장
절판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번주 한겨레의 '로쟈의 번역서 읽기'를 옮겨놓는다. 마감 때문에 애를 먹으면서 적은 글은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 서두에 대한 소감이다. 본문 인용은 열린책들판과 민음사판을 혼용했다.

 

 

한겨레(14. 07. 14)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살아남기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영문학의 대표적 성장소설이다. 주인공 ‘핍’의 이름부터가 유아명이다. 성이 피립이고 이름은 필립이므로 정식 이름은 ‘필립 피립’이어야 하지만, 유아기에 혀 짧은 소리로 둘 다 ‘핍’이라고밖에는 발음하지 못해서 그냥 핍이라고 불린다. 성장소설의 주인공이 대개 그렇듯이 핍의 성장환경도 불우하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스무 살 이상 나이가 많은 누나와 대장장이 매형 집에서 자라는데, 자상한 매형과는 달리 누나는 손찌검을 일삼는다.

 

소설은 일곱 살짜리 핍이 교회 묘지의 가족무덤 앞에 서 있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부모의 얼굴도 본 적이 없는 핍은 묘지에 새겨진 글자 모양에 따라 그들의 모습을 상상한다. 아버지는 단단한 체구에 피부가 거무스름한 곱슬머리이고, 어머니는 얼굴에 주근깨가 있고 병약했을 거라는 식이다. 묘지에는 다섯 개의 묘비가 더 세워져 있는데, 일찍 세상을 떠난 핍의 다섯 형제다. ‘다섯 어린 형제들’(five little brothers)이 번역본에는 ‘어린 다섯 동생들’(열린책들)과 ‘다섯 남동생들’(민음사) ‘동생 다섯’(동서문화사) 등으로 옮겨졌다.

 

 

영어의 ‘브러더’는 형과 동생을 모두 가리키지만 우리말로 옮길 때는 형이나 동생으로 특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핍의 실제 가족관계를 고려해본다면 그의 다섯 형제는 ‘동생들’이 아니라 ‘형들’이라고 해야 맞을 듯하다. 그 다섯의 이름이 알렉산더, 바돌로매, 아브라함, 토비아스, 그리고 로저라고 명기된 걸로 보아 이들은 출생 후 얼마간 생존했음에 틀림없다. 만약 이들이 핍의 동생들이라면 그의 부모는 장녀를 낳고서 이십 년도 더 지나 장남 핍을 낳고, 다시 연이어 다섯 아들을 낳고서 세상을 떠난 게 된다. 현실성이 별로 없는 일이다.

 

핍의 가계를 현실성 있게 재구성해보자면, 누나와 나이 차이가 스무 살 이상 나므로 핍은 늦둥이 아들일 것이다. 그에겐 다섯 명의 형이 있었지만 모두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핍이 부모에 대한 기억을 전혀 안 갖고 있는 걸로 보아 핍의 부모도 핍이 태어나고 얼마 안 있어 세상을 떠났다. 고아가 된 핍을 누나 부부가 부모를 대신해서 마지못해 키워왔다. 이것이 대략 핍의 일곱 살 인생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고달픈 처지의 핍이 아마도 자기 나이가 되기도 전에 일찍 죽은 ‘어린 형들’에 대해 “인류의 저 보편적인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노력을 대단히 일찍 포기해 버린” 이들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들은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태어나서 미처 양손을 주머니에서 빼지도 못한 채 죽었다는 것이다. 그들과 달리 핍은 사나운 생존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나가게 될 것이다. 겁이 없어서도 아니고 대단한 재능이 있어서도 아니다. 주머니에서 손을 빼고 살아남고자 애를 써서다.

 

 

세상은 얼마나 험난한가. 가족의 무덤 앞에서 핍이 잠시 두려운 마음에 젖어 훌쩍거리려는 순간 험악한 탈옥수가 나타나 무서운 목소리로 윽박지른다. “이놈, 찍소리 말고 가만있어! 안 그러면 모가질 잘라 버릴 테다!” 그러자 핍은 벌벌 떨면서 애원한다. “오, 아저씨! 제발 제 목을 자르지 마세요.” <위대한 유산>이 오랫동안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었다면, 그 비밀은 공포에 떨면서도 살아남고자 애쓰는 핍의 모습에서 많은 독자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 아닐까.

 

14. 07. 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번주 중앙선데이에 실은 '로쟈의 문학을 낳은 문학'을 옮겨놓는다. 고골의 <코>와 카프카의 <변신>을 비교해보았는데, 카프카가 고골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그가 고골을 좋아했다는 증언은 남아 있다. <변신>의 첫 장면에서 <코>를 연상하는 게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인지도...

 

 

 

중앙선데이(14. 07. 13) 모든 변신은 새로운 탈출구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가 불안한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침대 속에서 한 마리의 흉측한 갑충으로 변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서두의 하나인 『변신』의 첫 문장이다. 프란츠 카프카라는 이름을 독자에게 각인시켜 주는 작품이 『변신』이라면, 그 강렬한 인상의 상당 부분은 이 첫 문장에 기대고 있다. 마르케스조차도 대학 시절 하숙집에서 『변신』을 읽다가 깜짝 놀라 침대에서 떨어질 뻔했다고 고백할 정도다. 마르케스는 “이런 것을 쓰도록 허락받은 작가가 있다는 것을 몰랐구나”라고 생각했고, 그 즉시 단편을 쓰기 시작했다. 마르케스에게 글쓰기의 가능성을 열어 준 작품인 셈이다. 그런데 그와 유사하게 카프카에게도 글쓰기의 가능성을 열어 준 작가가 있다면? 바로 니콜라이 고골이다. 그의 대표 단편 『코』를 읽어 보자.

 

 


이발사 이반 야코블레비치가 아침을 먹다가 빵 속에 사람의 코가 들어 있는 걸 발견하고 대경실색하는 첫 장면에 이어서, 두 번째 장면에서는 주인공 코발료프 소령이 아침에 눈을 뜨자 버릇대로 ‘부르르…’ 하는 소리를 낸다.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진다. “코발료프는 기지개를 켜고, 책상 위에 놓인 손거울을 집어들었다. 어제저녁에 콧등에 생긴 여드름이 어떻게 됐는지 보고 싶었다. 그런데 코가 있어야 할 장소가 아주 평평하지 않은가!” 그렇다, 코가 사라졌다! 세수를 하고 눈곱을 닦은 다음에 다시 보아도 코는 없었다. 그곳을 만져 보기도 하고 자신을 꼬집어 보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꿈인 것 같지 않았다.” 꿈이 아니기에 이야기는 시작된다.

『변신』의 서두도 마찬가지다. 갑충으로 변신한 그레고르가 머리를 겨우 쳐들어 보니 “몸뚱이에 비해 형편없이 가느다란 수많은 다리들은 애처롭게 버둥거리며 그의 눈앞에서 어른거렸다.” 대체 어찌된 일일까 생각해 보지만 꿈은 아니었다. 코발료프의 코가 사라진 일이나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신한 일이 모두 ‘현실’이라는 게 문제다. 물론 믿을 수 없는 현실, 그로테스크한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을 버젓이 소설의 공간으로 가져온 공로가 고골에게 있다면 카프카는 그 계승자이다. 카프카가 고골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친구 막스 브로트의 증언에 의하면 고골은 카프카가 가장 좋아한 작가 중 한 명이었다.

고골의 『코』에서 발상을 얻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변신』의 이야기는 『코』와 많이 다르다. 일단 두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서 차이가 난다. 8등관인 코발료프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으스대며 다니는 것과는 달리, 아버지를 대신하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영업사원 그레고르는 힘겨운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아아, 세상에! 나는 어쩌다 이런 고달픈 직업을 택했단 말인가. 허구한 날 여행만 다녀야 하다니. 회사에 앉아 실제 업무를 보는 일보다 스트레스가 훨씬 더 심하다”는 게 그의 탄식이다. ‘꿈에서 깨어났을 때’ 그가 직면해야 하는 현실이 악몽과 다를 바 없다면, 그에겐 어떤 탈출이 가능할까? 바로 동물-되기 혹은 벌레-되기로서의 ‘변신’이다.

가족을 부양해야만 한다는 책임감과 회사 일을 더는 견딜 수가 없다는 절망감은 서로 모순적이다. 그레고르로서는 직장을 그만둘 수도 없고 계속 다닐 수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벌레로의 변신은 새로운 탈출구가 된다. 모든 변신은 욕망의 투사이다. 그레고르는 “6시 45분이야. 안 나갈 거니?”라고 재촉하는 가족이나 새벽 기차를 놓쳤다고 곧바로 집에까지 찾아온 지배인의 독촉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된다. 흉측한 갑충더러 어서 출근하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이 변신은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다. 아들이자 오빠였지만 차츰 ‘벌레’로만 간주되면서 그레고르는 결국 가족에게서 소외되고 비참한 죽음을 맞는다. “이렇게 계속 지낼 수는 없어요. 아버지 어머니께서 혹시 알아차리지 못하셨대도 저는 알아차렸어요. 저는 이 괴물 앞에서 내 오빠의 이름을 입 밖에 내지 않겠어요. 그냥 우리는 이것에서 벗어나도록 애써 봐야 한다는 것만 말하겠어요. 우리는 이것을 돌보고, 참아내기 위해 사람으로서 할 도리는 다해 봤어요, 그 누구도 우리를 눈곱만큼이라도 비난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코발료프의 코 이야기는 코믹하게 마무리된다. 코가 사라졌다고 경찰서에 신고하고 신문사에도 찾아가지만, 코발료프의 코는 5등관 제복을 입고 길거리를 활보한다. “코는 커다란 깃을 세우고 금실로 수놓은 정복에 양가죽 바지를 입고, 허리에는 대검을 차고 있었다. 모자의 깃털 장식으로 보아 5등관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마침내 코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잠에서 깨어 무심코 거울을 들여다보니 코가 있지 않은가! 손으로 코를 만져보았다. 틀림없는 코다!” 그러자 코발료프는 다시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다니면서 예쁜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진다. “코 역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얼굴 한가운데에 앉아 어디로 달아날 것 같은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코가 사회적 지위를 상징한다면, 코발료프는 5등관의 코를 갖고 싶었던 것이지만 8등관이라는 현재의 지위에도 기꺼이 만족한다. 지위 상승에 대한 그의 욕망은 언제라도 타협할 준비가 돼 있었던 것이다.

 

14. 07. 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라딘 15주년 행사로 활동 기록이 올라와 있길래 들어가봤다(http://aladin.kr/e/l140701_15th_records). 어떤 방식으로 산출해낸 통계인지는 모르겠지만, 알라딘에서 (4991일 동안) 7336권의 책을 만난 걸로 돼 있다. 회원으로서는 48번째로 많은 페이지의 책을 만난 거라고 한다(분발하라는 뜻인가?). 아무튼 애용하는 서점이 15년 동안 잘 버텨주어 다행이다. 앞으로 15년도 꾸준하길 바라면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화이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한주 건너뛴 '이주의 저자'도 골라놓는다. 이미 알라딘 블로거베스트셀러에서 확고하게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돌베개, 2014)를 제쳐놓을 수 없겠다. 지난해에 나온 <어떻게 살 것인가>(생각의길, 2013)에 이어서 '파워라이터'의 파워를 보여주는 책.

 

직업정치인의 옷을 벗고 작가의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이후 펴낸 첫 번째 책 <어떻게 살 것인가>에 이어 유시민이 야심차게 선택한 주제는 바로 한국현대사다. 이번에는 대중의 ‘욕망’이라는 키워드로 들여다본 한국현대사 55년의 기록이다.

 

두번째는 스피노자 읽기의 새로운 기준이 돼 가고 있는 스티븐 내들러. 평전 <스피노자>(텍스트, 2011)와 <에티카를 읽는다>(그린비, 2013)에 이어서, <신학정치론>에 대한 가이드북으로 <스피노자와 근대의 탄생>(글항아리, 2014)이 이번에 출간됐다. "<신학-정치론>에 담긴 스피노자의 성경 해석학과 정치철학을 국내 처음으로 두루 고찰해 소개하는 인문교양서."

 

 

<신학정치론>은 발췌본을 포함해 3종이 나와 있는데, 가이드북도 나온 김에 독서계획을 세워봐도 좋겠다.

 

 

그리고 국내 독자들에겐 2012년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처음 알려진 러시아의 여성 작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의 단편모음집 <우리 짜르의 사람들>(을유문화사, 2014)도 세계문학전집의 하나로 출간됐다. 작품집 <소네치카>(비채, 2012)와 장편 <쿠코츠키의 경우>(들녘, 2012)에 이어서 세번째로 나온 책(개인적으로는 <번역가 다니엘 슈타인>(2006)이 더 기대하던 책이다).

울리츠카야는 사랑, 용서, 희생, 가족, 제도적 권력으로부터의 자유 등을 주제로 삶의 면면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는데, 이 작품에서도 '작은 인간과 역사 속의 그의 삶의 운명'이라는 그녀의 주제 의식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히피와 떠돌이 개, 두 다리가 없는 술주정뱅이 상이군인, 결핵 환자, 장님 노인, 정신적인 세계를 추구하는 젊은 청년, 수학자, 간호사 자매 등 각 작품마다 마주치는 다양한 인물, 성격, 관계들은 하나의 전체적인 군상을 이루고, 그들이 모여 만드는 모자이크는 그 어느 작품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다.

아래가 러시아어판의 표지 가운데 하나다.

 

 

14. 07. 1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