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주말 저녁에도 강의를 한 후유증 때문인지 여전히 피로감이 남아 있어서 써야 할 원고들은 미뤄놓은 채 읽어볼 만한 책들의 목록만 작성한다. 타이틀북으로 고른 건 <백낙청이 대전환의 길을 묻다>(창비, 2015). '큰 적공을 위한 전문가 7인 인터뷰'가 부제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각계 전문가 일곱명을 차례로 만나 한국사회가 처한 위기의 진상을 묻고 그 해법을 모색하는 대담집이 출간되었다. 문단과 시민사회의 원로로서 언제나 인터뷰의 ‘대상’이던 백낙청이 직접 인터뷰어가 되어 지식인·활동가의 의견을 청취하고자 한 이번 기획의 키워드는 ‘적공’과 ‘전환’이다. 우리 사회가 이뤄내야 할 큰 적공이란 무엇이고 큰 전환이란 어떤 의미인지를 7인의 전문가 인터뷰에서 그 답을 찾고자 했다.

백낙청 선생이 인터뷰이가 아니라 인터뷰어로 나섰다는 점에서 일종의 '역발상'을 적용한 책이라고 할까.

 

두번째 책은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앙드레 고르스의 <에콜로지카>(갈라파고스, 2015)다. '붕괴 직전에 이른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아서'가 부제. 어떤 의의가 있는 책인가.

정치생태학의 선구자 앙드레 고르스는 심각한 생태 위기를 불러온 성장중심주의의 자본주의가 왜 붕괴될 수밖에 없는지, 배금주의 사회 전체에 만연한 거품, 자동차와 소비지상주의 사회가 우리 삶에 행사하는 독재, 세분화된 노동의 끔찍함을 날카롭게 분석해낸다. 그는 이런 분석을 통해 이미 2008년의 금융위기를 예측하였다. 앙드레 고르스가 제기하는 인간과 자연의 상생을 위한 해법은 이미 재생 불가능한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데서 시작하며, 생태적이며 사회적이고 또 문화적인 혁명을 지향한다.

 

세번째 책은 노르웨이의 역사학자가 프랜시스 세예르스테드가 쓴 <사회민주주의의 시대>(글항아리, 2015)다. 부제 ' 북유럽 사민주의의 형성과 전개 1905∼2000'이 책의 내용을 어림하게 해준다. "혼합경제, 민주주의, 복지가 어우러진 '스칸디나비아 모델'은 어떻게 형성되었으며, 20세기 이후 이들은 어떠한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답한다.

 

네번째 책은 충남연구원에서 엮은 <사회적경제의 발견>(포도밭, 2015). "사회적경제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소개한다. 사회적경제의 실천 사례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사회적경제란 무엇인가’란 논의가 활발한 와중에 이 책은 오히려 이론에서 눈을 돌려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그 모습을 찾는다." 제목의 '사회적경제'란 말을 띄어썼다가 다시 붙여썼는데, 그 자체가 새로운 개념이라는 얘기다. 부제로 하면 '나중이 아니라 지금 행복한 경제'가 사회적경제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이 책을 통해 '발견'해보아야겠다.

 

 

끝으로 다섯번째는 '밀양 할매 할배들이 발로 쓴 대한민국 ‘나쁜 전기’ 보고서',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한티재, 2015)다. "2015년 3월 한 달 동안 밀양 할매 할배들이 전국의 핵발전소와 송전탑 지역을 무려 2,900km에 걸쳐 누볐다. 그 여정을 이계삼 밀양대책위 사무국장이 기록하고, 이헌석 대표가 친절하게 해설하여 우리나라 에너지 문제를 한눈에, 그리고 쉽고 재미있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정리하였다." 지난해 봄에 나온 <밀양을 살다>(오월의봄, 2014)와 나란히 읽어봄직하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백낙청이 대전환의 길을 묻다- 큰 적공을 위한 전문가 7인 인터뷰
백낙청 외 지음 / 창비 / 2015년 5월
15,000원 → 14,250원(5%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5년 05월 10일에 저장

에콜로지카- 붕괴 직전에 이른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아서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외 옮김 / 갈라파고스 / 2015년 4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5년 05월 10일에 저장
품절

사회민주주의의 시대- 북유럽 사민주의의 형성과 전개 1905∼2000
프랜시스 세예르스테드 지음, 유창훈 옮김 / 글항아리 / 2015년 5월
32,000원 → 28,800원(10%할인) / 마일리지 290원(1% 적립)
2015년 05월 10일에 저장
절판
사회적경제의 발견- 나중이 아니라 지금 행복한 경제!
충남연구원 엮음 / 포도밭출판사 / 2015년 5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15년 05월 10일에 저장
품절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오랜만에 국내 시인/작가 3인이다. 먼저 정현종 시인의 신작 시집이 출간됐다. <그림자에 불타다>(문학과지성사, 2015). 이미 <정현종 시전집1,2>(문학과지성사, 1999)이 두 권으로 묶인 터라 그 이후에 나오는 시집이란 게 좀 머쓱한 모양새지만(언제부턴가 문단에서는 '전집'이란 말을 특이하게 쓰고 있다) 등단 50주을 맞은 시인이 여전히 현역으로 시를 쓰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

 

1965년 '현대문학'으로 데뷔한 정현종 시인이 등단 50주년을 맞는 2015년, 열번째 시집 <그림자에 불타다>를 상자했다. 정현종은 한국의 '재래적인 서정시의 전통을 혁신'하고 현대 시에 새로운 호흡과 육체를 만들어내온, 말 그대로 '한국 현대시가 이룬 가장 중요한 성취' 중 하나로 꼽히는 시인이다. 정현종은 지칠 줄 모르는 시적 열정으로 생동하는 언어, 새로운 시적 영역의 가능성을 무한 확장해왔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최근작 58편을 묶었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그림자에 불타다>는 다양한 맥락과 의미를 가진 '그림자'들이 등장하여 시집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시인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개인적으로는 시집보다 더 반가운 게 이번에 같이 나온 산문집 <두터운 삶을 향하여>(문학과지성사, 2015)인데, "<생명의 황홀> 이후 26년 만에 묶은 산문집"이어서다(내가 <생명의 황홀>을 읽은 지 26년이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1987년부터 최근까지 시인이 쓴 삶과 시, 번역, 생태, 동료 문인 등에 대한 에세이, 강연록, 발표문 등이 담겼다." 

 

생각건대 대학 1학년 때 읽은 시선집 <고통의 축제>로부터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흐른 것인지! 몇달 전에 그맘때 읽은 시집 몇 권을 다시 구입했는데, 그중 하나가 <고통의 축제>였다. 새로 나온 시집, 산문집과 나란히 읽으면, 말 그대로 28년만의 재회가 되겠다. 그 또한 '고통의 축제'일까.

 

 

작가 박범신의 장편소설도 출간됐다. <주름>(한겨레출판, 2015). 신작은 아니고 개작이다. "1999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침묵의 집>을 두 번에 걸쳐 전면 개작하여 <주름>이란 제목으로 재출간했다. 이 소설은 50대 남자의 파멸과 또 다른 생성을 그린 작품으로, 죽음을 향해 가는 시간의 주름에 관한 치열한 기록인 동시에 극한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처음 나온 게 <침묵의 집>(문학동네, 1999)이었고 <주름>(랜덤하우스코리아, 2006)으로 한번 개작되었다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 작가가 그만큼 애착을 갖고 있다는 뜻이겠다(물론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뜻도 되겠고). 어찌됐든 장편소설로만 치면 <소금>(한겨레출판, 2013), <소소한 풍경>(자음과모음, 2014) 등 매년 한 권의 페이스를 유지해나가고 있다. 아직 '현역'이라는 확실한 증거다.

 

 

문단에서는 여전히 '젊은 작가'로 분류되는 이장욱의 새 소설집이 출간됐다(올해 6회를 맞은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에 한번도 빠지지 않은 기록을 갖고 있다). <기린이 아닌 모든 것>(문학과지성사, 2015). 소개는 더없이 단출한데, "이장욱 소설집. '절반 이상의 하루오',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식', '올드 맨 리버', '기린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 '우리 모두의 정귀보', '칠레의 세계', '어느 날 욕실에서', '이반 멘슈코프의 춤추는 방' 모두 여덟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소설집으로는 <고백의 제왕>(창비, 2010) 이후 5년만에 나온 것이니까 결코 다작은 아닌 셈. 희소한 만큼 아껴서 읽어야겠다...

 

15. 05. 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에 주문한 책은 이화인문과학원에서 엮은 <동아시아 근대지식과 번역의 지형>(소명출판, 2015)이다. 동아시아학 분야의 책이면서 번역학에도 속하는 책. 이 분야의 책이 대개 그렇듯이 학술서 범주에 속한다('동아시아'란 말이 제목에 들어간 책 대부분이 그렇다고 보면 된다).

 

 

제목으로도 알 수 있지만 소위 '근대의 번역' 내지 '번역으로서의 근대'라는 문제의식을 깔고 있는 책인데, 비슷하게 묶일 수 있는 책이 몇 권 나와 있다. 이번주에 나온 <근대번역과 동아시아>(박문사, 2015)도 그렇고, <동아시아, 근대를 번역하다>(점필재, 2015)도 그렇다. 보통은 이런 주제의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그 결과물을 단행본으로 펴내기에 대학연구소 이름으로 많이 나온다(무슨무슨 학술총서라는 타이틀이 부가적으로 붙고). 관심분야이기에 다른 불만은 없지만 학술서 형태로 나오기 때문에 책값이 좀 비싸다는 부담은 있다.

 

 

'동아시아' 얘기가 나온 김에 관련서를 몇 권 더 호출하자면, 근대 동아시아 문학의 지리와 지평을 검토한 <동아시아 한국문학을 찾아서>(소명출판, 2015), 최원식 교수의 정년기념논총으로 나온 <민족문학론에서 동아시아론까지>(창비, 2015), 동아시아의 공동/공통의 '기억의 장'을 모색하는 <동아시아 기억의 장>(삼인, 2015) 등이 이번 봄에 나온 책들이다. 주로 전공자들의 손에서나 들려질 법한 책들이지만 이 주제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꽤 쏠쏠해 할 만하다...

 

15. 05. 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강의 공지다. 노원평생학습관에서 이달 21일부터 6월 18일까지 5주간 매주 목요일 저녁 7시에 '로쟈의 동유럽 서재' 강의를 진행한다(http://nwllc.sen.go.kr/nwllc_index.jsp). 이름이 다소 거창하지만, 프란츠 카프카와 밀란 쿤데라, 이스마일 카다레 세 작가의 대표작을 다루는 강의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구체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다.

 

1. 5월 21일_ 카프카의 <변신>

 

 

 

2. 5월 28일_ 카프카의 <소송>

 

 

3. 6월 04일_ 쿤데라의 <농담>

 

 

4. 6월 11일_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5. 6월 18일_ 카다레의 <죽은 군대의 장군>과 <부서진 사월> 

 

 

 

15. 05. 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꽤 멋진 표지와 제목의 책이 출간됐다. 리베카 솔닛(그간에 '레베카 솔닛'으로 표기됐다)의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창비, 2015). 나로선 <이 폐허를 응시하라>(펜타그램, 2012)의 저자로 기억되는데(그 외에도 두 권이 더 번역돼 있다) 영어권에서는 상당한 지명도를 갖고 있는 저자라 한다. 어떤 책인가.

 

생태, 환경, 역사, 정치,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며 섬세하고 날카로운 통찰과 재치 넘치는 글쓰기를 선보여 우리 독자에게도 환영받아온 리베카 솔닛의 신작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전세계에서 공감과 화제를 불러일으킨 신조어 ‘맨스플레인’(mansplain, man+explain)의 발단이 된 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비롯해 여성의 존재를 침묵시키려는 힘을 고찰한 9편의 산문을 묶었다. 잘난 척하며 가르치기를 일삼는 일부 남성들의 우스꽝스런 일화에서 출발해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성별(남녀), 경제(남북), 인종(흑백), 권력(식민-피식민)으로 양분된 세계의 모습을 단숨에 그려낸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늘 마주하는 일상의 작은 폭력이 실은 이 양분된 세계의 거대한 구조적 폭력의 씨앗임을 예리하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아마도 저자에게 공감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울 (여성)독자가 꽤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나는 그런 성구분을 넘어서 '좋은 에세이'라는 면에서 기대를 표하고 싶다. 마음 같아서는 내일 당장 책을 읽어보고 싶지만 알라딘에서는 바로 주문해도 다음 주 중반에야 책을 받아볼 수 있다. 아쉽지만 리베카와의 만남은 다음 주말에나 가능할 것 같다...

 

15. 05. 0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