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권의 인터뷰집을 같이 묶는다. 신기주의 <생각의 모험>(인물과사상사, 2015)과 전병근의 <궁극의 인문학>(메디치, 2015)이다.

 

 

<생각의 모험>은 "지난 2년 동안 월간 <인물과사상>과 <에스콰이어>에서 진행했던 16인과의 인터뷰를 묶었다. 강신주와 김혜남, 주진우와 고종석, 강준만과 한상진, 장하성과 정태인, 정관용과 왕상한, 표창원과 김호기, 천명관과 원신연, 배병우와 황두진이다. 철학과 의학과 언론과 저술과 정치와 경제와 방송과 사회와 소설과 영화와 사진과 건축을 넘나든다." 주제별로 두 명씩 묶었다는 게 특징이다.

 

반면 <궁극의 인문학>은 "시대와 분야를 넘나드는 9인의 사유와 통찰"을 담았다. 국내외 학자들이 망라돼 있는 게 특징인데, "서양 고전학에 정통한 철학자 이태수. 뇌과학과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과학자 김대식. 인류를 빅히스토리의 관점에서 읽는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 서양 문명의 교류와 확산을 탐구하는 역사학자 주경철. 자본주의 역사를 빅데이터로 분석한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 인지심리학과 사회심리학에 정통한 조너선 하이트. 독일의 문화심리학을 독창적으로 해석한 김정운. 빅데이터 분석으로 집단의 마음을 읽어내는 송길영. 우리 고전 문학에 해박한 한문학자 정민까지"다.

 

 

아직까지는 <대항해 시대>(서울대출판부, 2008)가 주저라고 말하는 역사학자 주경철 교수의 인터뷰를 읽어봤는데, "역사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 있습니까?"라는 마지막 질문에 대한 대답이 인상적이다.

"저는 역사책 추천 같은 건 잘 안 합니다. 편견을 키워줄 것 같아서. 서점에 직접 가서 두어 시간 투자하면 눈에 들어오는 책들이 꽤 많습니다. 토요일 오후는 그런 데 가서 시간 보내는 게 최고지요. 특히 학생들에게는 방학 동안 멋진 소설책, 시집들 읽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155쪽)

그렇다, 토요일 오후엔 그런 데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게 최고다. 방학 동안 무얼 읽을까. 최근의 화제작 가운데 콜린 매컬로의 <로마의 일인자>(교유서가, 2015)와 하퍼 리의 <파수꾼들>(열린책들, 2015)을 읽어봐도 좋겠다. 할일이 잔뜩이지만, 나도 주말엔 (강의가 뜸하다는 의미에서) '방학' 독서계획을 세워봐야겠다... 

 

15. 0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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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직업 - 고통에 대한 숙고
알렉상드르 졸리앵 지음, 임희근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이라는 이 망할 직업! 즐거우면서도 엄격한 이 직업은 위험을 무릎쓰고 매 순간을 투자할 것을 요구한다. 나는 인간이라는 직업을 알량한 글 몇 줄로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 혹여 그런 시도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참 물정 모르는 순진한 자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더듬더듬 전투의 무기를 찾으려고 노력은 했다. -125쪽

일상에서 감당하는 상처로부터 나타나는 싸움과 기쁨은 끊임없이 외친다. 다시 시작하라고, 노력을 계속하라고, 다시 행진하라고, 허약함 위에 뭔가 쌓아올리라고. 거듭거듭, 사람들은 그 상처가 극복되길 바란다. 사람들은 서두르고 싶고 어서 페이지를 넘겨 다음 장으로 가고 싶다. 그러나 상처는 다시 나타나 실존을 꿰뚫는다. 내면의 암적인 병은 아마 어떤 선례들을 따르고 싶어하리라. 그릇된 확신에 꽉 매달리고, 스스로가 모든 것을 통제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끝없는 전투가 일으키는 공포를 피하려 하리라. -126쪽

알량한 인간이라는 직업. 나는 기쁘게 싸우면서, 내 취약함도 내 조건의 지독한 허술함도 결코 시야에서 놓치지 않고 주시해야만 한다. 한 걸음 한걸음을 만들어내야 하고, 내 취약함으로 강해져서 투쟁의 원천이 될 힘을 모든 것을 동원해 찾아내야 한다. 분명 예감컨대 이 싸움은 내게 버거운 싸움이다. 그러나 내가 싸우다 죽지는 않을 것이다. -126쪽.

궁극의 과감함인 웃음은 일상의 틀을 깨고 시련으로부터 거리를 두게 한다. 장애인 시설에서는 부재의 중압감이 무겁게 내리누르고, 질문 또한 내리누른다. 그곳의 나날은 수많은 난관을 만나게 한다. 그러나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샹포르의 기준에 따르면 `망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삶은 유머 덕분에 달콤해진다. 웃음과 전투가 우리 삶을 구원한다. 만약 이 둘이 함께한다면, 둘이 서로 꼭 같이 간다면 어떻겠는가? -128쪽

모든 상황이 말도 안 되는 고역을 요구할 때, 노력 앞에서 지탱하는 것은 오직 확신뿐이다. 인간이라는 직업의 소명, 그것은 모든 것에 대적하여, 유머와 함께 집요해진다. 그러니 전투에 나서라. 가벼움과 기쁨으로 모든것을 쌓아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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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대니얼 헬러-로즌의 <에코랄리아스>(문학과지성사, 2015)를 고른다. '언어의 망각에 대하여'가 부제. 저자는 프린스턴대학의 비교문학과 교수인데, 조르조 아감벤의 주요 저작을 영어로 옮기기도 했다. 아감벤 번역자이면서 그 자신이 독특한 저작을 여럿 갖고 있는 저자다. 가령 이런 책들이 있다고.

 

<운명의 얼굴: 장미 이야기와 우연성의 시학>(2003)을 필두로 온갖 시대와 분야를 종횡무진하면서 독특하고 통찰력 있는 다양한 저서들을 격년 단위로 출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내적 접촉: 감각의 고고학>(2007), <만인의 적: 국민국가들의 법과 해적>(2009), <다섯번째 망치: 세계의 불협화음과 피타고라스>(2011), <검은 혀들: 사기꾼과 수수께끼를 내는 자들>(2013) 등이 있다.  

 

저자가 번역한 아감벤 책과 함께 한두 권 정도는 이번 기회에 구해봐야겠다. 말 그대로 '발견'감이 될지도 모르겠다. <에코랄리아스>는 어떤 책인가.

이 책의 제목인 ‘에코랄리아스’란 ‘언어메아리’ ‘메아리어’ ‘반향어’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그것은 저 자신은 망실되었으나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마치 메아리처럼 ‘다른’ 언어의 틈새에서 살아남아 그 존재의 ‘지층’이 되는 언어의 특성을 암시한다. 21편의 에세이로 구성된 이 책은 고대, 중세, 근대를 넘나들며 신화에서부터 현대 언어학 이론까지 다양하고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말과 글, 기억과 망각 사이의 관계를 탐색해나가는 동시에 ‘망각’이야말로 언어의 본질적 특성이라는 저자의 특별하고 독창적인 통찰을 전해준다.

모처럼 독서욕을 자극하는 철학적 에세이다.

 

 

역자는 아감벤의 <빌라도와 예수>(꾸리에, 2015), <유아기와 역사>(새물결, 2010) 등을 옮긴 조효원 평론가다. 철학적 에세이 <다음 책>(문학과지성사, 2014)을 펴내기도 했다. 벤야민이나 아감벤의 사유가 한국어로는 어떤 반향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도 보인다...

 

15. 0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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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에서 발간하는 '다솜이 친구'(176호)에 실은 '감각의 도서관' 꼭지를 옮겨놓는다. 같은 테마를 다루는 신간과 고전을 한 권씩 묶어서 다루는 꼭지인데, 8월호에서는 공지영의 <딸에게 주는 레시피>(한겨레출판, 2015)와 백두현의 <음식디미방 주해>(글누림, 2006)를 비교했다. 찾아보니 안동 장씨의 <음식디미방>은 다른 판본으로도 나와 있다.

 

 

 

다솜이 친구(15년 8월호) 애정을 담은 음식 이야기

 

각종 요리 프로그램이 TV에 범람하고 있다. 유명 셰프가 연예인만큼 인기를 끌고, 새로운 레시피가 뉴스거리가 되는 시대다. 아마도 먹는 일에 대한 우리의 관심만큼은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듯싶다. 이달에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두 권의 요리책을 읽어보기로 한다. 공통적인 건 어머니가 딸에게 주는 레시피라는 점이다. 


먼저 공지영 작가의 에세이 <딸에게 주는 레시피>(한겨레출판)는 딸에게 건네는 엄마의 조언을 스물일곱 가지 레시피에 함께 담았다. ‘자존심이 깎이는 날 먹는 안심 스테이크’나 ‘세상이 개떡같이 보일 대 먹는 콩나물해장국’ 같은 사례가 보여주듯 상황별 레시피도 겸했다. 그 가운데 하나로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날’에 해보자고 저자가 제안하는 레시피는 시금치 샐러드다. 필요한 재료는 싱싱하고 예쁜 시금치 한 단과 약간의 올리브유, 그리고 파르메산 치즈 가루가 전부다.


조리법도 간단하다. 시금치를 깨끗이 씻어 약간 큰 접시에 담고서는 한 입에 먹기 좋을 만큼 뜯어서 편다. 올리브유를 그 위에 살살 뿌린다. 그리고 치즈 가루를 ‘성질대로’ 뿌린다. 끝. 너무 간단해서 5분도 걸리지 않을 요리인데, 그냥 먹어도 좋고 손님 초대용 전채 요리로도 좋다고. 거기에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면 더 좋다. 한결 기분이 나아질 거라는 게 엄마의 장담이다. “예쁘게 올려놓은 자연의 산물인 샐러드의 고운 빛이 결코 너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야.”


그냥 출출한 휴일 낮이나 잠 안 오는 밤에는 김치비빔국수가 제격이다. 작가가 국숫집을 차릴까 궁리하게도 만들었다는 이 요리의 레시피도 간단하다. 국수를 삶아서 찬물에 담가 씻은 다음에 2인분 기준으로, 송송 썰어놓은 김치와 간장 두 숟가락, 설탕 한두 숟가락, 참기름과 깨를 대충 부어 섞으면 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에는 약간 더 달달하게 무쳐서 먹으면 된다. 비빔국수를 먹고서 엄마와 딸이 마주앉아 나누는 대화는 변하지 않는 남자들에 대한 험담이어도 좋겠다. “남자는 변하지 않으며 변할 생각도 없다. 더더군다나 여자에 의해 변하고 싶은 마음을 먹느니 고릴라들과 동거하는 것을 배우러 정글로 들어갈 거라는 거다.”


뜻밖이지만 우리 고전 가운데서도 이런 레시피가 있다. 17세기 중엽 안동 장씨가 말년에 저술한 음식 조리서 <음식디미방>이 그것이다. 백두현의 <음식디미방 주해>(글누림)에 따르면, 연대가 확실한 한글조리서로는 가장 오래된 것으로 “17세기 중엽에 우리 조상들이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 먹었는지 식생활의 실상을 잘 알려주는 문헌”이다. ‘디미’란 한자로 ‘지미(知味)’를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에 따라 풀면 ‘음식디미방’은 ‘좋은 음식을 내는 방문(方文)’이란 뜻이다. 좋은 음식을 만들고 좋은 맛을 내게 하는 총 146가지의 조리법이 설명돼 있다.


이 조리법은 크게 세 부류로 분류돼 있는데, 첫째가 면병류(麪餠類), 둘째가 어육류(魚肉類), 그리고 셋째가 주류(酒類) 및 초류(醋類)이다. 이 가운데 몇 가지 레시피를 따라가 보면, 먼저 메밀로 군만두를 만드는 ‘만두법’ 항목의 기술은 이렇다. 메밀가루를 율무죽까지 쑤어서 반죽한 다음에 개암알 크기만큼씩 떼어서 빚으면 되는데, 거기에 들어갈 만두소는 무를 무르게 삶아 다지고, 말리거나 익히지 않은 꿩고기의 연한 살을 다져 기름간장에 볶은 다음에 잣과 후주 가루를 양념하여 만든다. 꿩고기가 없을 때는 쇠고기의 힘줄 없는 살을 간장물에 넣은 기름에 익혀서 다져 넣어도 좋다고 한다. 생선전을 만드는 법은 아주 간단하게 돼 있는데, 살집 많은 숭어나 아무 고기라도 가시 없게 저민 다음에 이것을 기름장에 밀가루를 입혀서 기름에 지져서 쓰라는 게 저자의 방문, 곧 레시피다.


책의 말미에는 장씨 부인이 딸들에게 이르는 당부의 말이 붙어 있다. “이 책을 이렇게 눈이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이 뜻을 알아 이대로 시행하여라. 딸자식들은 각각 베껴 가되 이 책을 가져 갈 생각이랑 절대로 내지 말아라.” 그렇게 귀한 책이 잘 보존돼 오늘날의 독자도 편하게 읽어볼 수 있게 되었으니 저자가 크게 기뻐할 일이다.

 

15. 07.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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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는 리처드 숀과 존-폴 스토나드가 엮은 <미술사를 만든 책들>(아트북스, 2015)을 고른다. 'E.H. 곰브리치에서 로잘린드 크라우스까지, 미술사의 명저 16'이 부제. 20세기 미술사의 명저들에 대한 해설집인데, 구체적으로는 에밀 말의 <13세기 프랑스의 종교예술>(1898)에서 한스 벨팅의 <아이콘과 현존>(1990)까지를 다룬다. 미술사라는 학문에 대한 입문서로도 적격이지 않나 싶다. 국내서로는 이진숙의 <위대한 미술책>(민음사, 2014)과 견줘볼 수 있겠다. 교양서로서의 성격이 더 강한 책이지만.

 

"가장 권위 있는 영국의 미술사 학술지 <벌링턴 매거진>에 ‘미술사 리뷰’란 제목으로 간헐적으로 연재된 글들을 바탕으로 선별했으며,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사가, 큐레이터 혹은 전도유망한 학자들이 각각 한 권씩 맡아 소개했다."

미술사 독서를 위한 로드맵을 자임하는 책. 자연스레 궁금한 건 16권의 책들이 무엇이고, 얼마나 국내에 소개돼 있느냐인데, 내 어림으로는 1/4이 번역돼 있는 듯하다. 16권의 목록은 아래와 같다.

 

1 에밀 말
<13세기 프랑스의 종교 예술―중세 도상학과 그 영감의 원천에 대한 연구>(1898) 

2 버나드 베런슨
<풍부한 카탈로그 레조네를 통해 토스카나 예술의 역사와 인식의 문헌으로서 피렌체 화가들의 드로잉을 분류, 분석, 연구하다>(1903)

3 하인리히 뵐플린
<미술사의 기초 개념―신예술에서 양식 발전의 문제>(1915)

 



4 로저 프라이
<세잔의 발전에 대한 연구>(1927)


5 니콜라우스 페브스너
<모더니즘 운동의 선구자들―윌리엄 모리스에서 발터 그로피우스까지>(1936) 
 
 6 앨프리드 H. 바 주니어
<마티스의 예술과 관객>(1951)

7 에르빈 파노프스키
<초기 네덜란드 회화의 기원과 성격>(1953)

8 케네스 클라크
<누드, 이상적 예술에 대한 연구>(1956)

 


9 E.H. 곰브리치
<예술과 환영―회화적 재현의 심리학적 연구>(1960)

 


10 클레멘트 그린버그
<예술과 문화―비평적 에세이>(1961)

 



11 프랜시스 해스컬
<패트런과 화가들―바로크 시대 이탈리아 예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연구>(1963)
 
12 마이클 백샌덜
<15세기 이탈리아에서의 회화와 경험―회화 양식의 사회사 입문>(1972)

13 T. J. 클라크
<민중의 이미지―귀스타브 쿠르베와 1848년 혁명>(1973)

 

14 스베틀라나 알퍼르스
<묘사의 예술―17세기 네덜란드 미술>(1983)

15 로잘린드 크라우스
<아방가르드의 독창성과 모더니즘의 신화>(1985)

 

 

16 한스 벨팅
<아이콘과 현존―예술 시대 이전의 이미지의 역사>(1990)

 

 

15. 0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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