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박일영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생>(문학과지성사, 2016)을 고른다. 제목만으로는 어떤 책인지 몰랐는데, 구보의 장남이 쓴 아버지에 대한 회고록이다.

 

 "2016년은 한국 문단에 하나의 상징으로 남은 '소설가 구보씨' 박태원이 세상을 등진 지 30년이 되는 해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생>은 박태원 30주기를 맞이하여, 박태원의 맏아들 팔보 박일영이 월북 이후 물음표로 남은 아버지의 행적을 쫓으며 일생을 재구성한 회고록이다."

 

 

 

 

덕분에 다시금 확인하게 된 게 박태원 번역의 삼국지다. <박태원 삼국지>(전10권, 깊은샘, 2008). 여러 번역본들 가운데 걸출한 판본으로 평가받는데, 북한에서 나왔던 <삼국연의>도 절판된 상태여서 깊은샘판이 현재로선 유일하다. 삼국지를 다시 읽을 의향만 있다면 구해놓고 싶다(다행히 아직 절판되진 않았다). 세일즈포인트만 보면 '삼국지 마니아'도 요즘에는 찾아보기 어려워진 듯하다...

 

16. 06.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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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햑책들로 '이주의 책'을 고른다. 타이틀북은 마크 윈스턴의 <사라진 벌들의 경고>(홍익출판사, 2016). 벌들이 무서운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는 얘기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니고 이를 다룬 책도 몇 권 나왔다. 올해 나온 책으로는 데이브 굴슨의 <사라진 뒤엉벌을 찾아서>(자연과생태, 2016)도 거기에 속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이내에 멸망할 것이다!”라고 한 아인슈타인의 경고를 귓전으로 흘려서는 안될 것이다.

 

"30년 넘게 직접 양봉하며 벌을 연구해온, 세계적인 생명과학 교수 마크 윈스턴은 벌들이 구축하고 있는 '또 다른 인류'의 세계를 통해 복잡 미묘한 인간사회의 해법을 모색하고, 벌들의 몰락이 불러오는 인류의 재앙을 파헤침으로써 무서운 결과를 깨우치게 돕는다."

 

두번째 책은 이봉섭의 <조선의 비행기, 다시 하늘을 날다>(사이언스북스, 2016). '젊은 항공 과학자가 되살려 낸 세계 최초의 비행기, 비거'가 부제. "한국과 러시아에서 항공 공학을 연구한 저자는 비거(飛車)의 존재를 기록한 대표적인 조선 시대의 문헌인 『오주연문장전산고』의 「비거변증설」을 단서로 삼아 한국의 전통 과학 기술과 첨단 항공 공학의 성과를 융합시켜, 역사적으로 실존 가능한 비행 수단으로서 비거의 가능성을 증명해 냈다." 과문하여, 라이트 형제가 만든 비행기보다 300년이나 앞서 조선에서도 하늘을 날던 비행기가 있었다는 말을 처음 들어본다. 나 같은 독자들이라면 읽어봄직하다.

 

세번째 책은 마태우스님의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을유문화사, 2016). <서민의 기생충 열전>(을유문화사, 2013)의 속편. "<서민의 기생충 열전>은 ‘열전’이라는 말처럼 여러 기생충들이 나와서 각각의 소개를 하는 정도였는데,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에는 다 나름의 스토리를 갖춘 기생충들이 나온다. 이것들이 나와서 한바탕, 가수들이 공연하는 것처럼 자기 장기를 뽐내고 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저자 덕분에 기생충에 대한 우리의 평균적 관심과 이해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되었다.

 

 

네번째 책은 스테파토 만쿠소와 알렉산드라 비올라의 <매혹하는 식물의 뇌>(행성B이오스, 2016). '식물의 지능과 감각의 비밀을 풀다'가 부제. "찰스 다윈 이후 가장 열정적이고 웅변적으로 식물을 옹호하고 있는 세계적인 식물생리학자 스테파노 만쿠소 박사는 과학작가 알레산드라 비올라와 함께 <매혹하는 식물의 뇌>라는 탄탄한 과학적 근거를 지닌 과학저술로써 식물에 대한 우리의 오랜 편견과 오해에 반대 증거를 제시한다."

 

끝으로  재단법인 카오스에서 기획한 대중 과학 강연을 바탕으로 한 강연 단행본 시리즈, 렉처 사이언스 KAOS의 첫 권 <기원>(휴머니스트, 2016). "기원에 대한 열 개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강의는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우리나라 최고 석학들의 이야기로 채워졌다. 초등학생부터 중장년층까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맞춤형 강의를 통해 우주, 물질, 지구, 생명, 인류, 수학, 종교 등 열 가지 분야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사라진 벌들의 경고
마크 윈스턴 지음, 전광철.권영신 옮김 / 홍익 / 2016년 6월
14,800원 → 13,320원(10%할인) / 마일리지 7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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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조선의 비행기, 다시 하늘을 날다- 젊은 항공 과학자가 되살려 낸 세계 최초의 비행기, 비거
이봉섭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6년 5월
19,500원 → 17,550원(10%할인) / 마일리지 97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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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지구의 2인자, 기생충의 독특한 생존기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6년 5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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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5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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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하는 식물의 뇌- 식물의 지능과 감각의 비밀을 풀다
스테파노 만쿠소.알레산드라 비올라 지음, 양병찬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6년 5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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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곤한 휴일 오후에 졸음도 떨칠 겸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인문 분야에서만 3인의 저자를 골랐다. 먼저 고병권. 니체에 대한 저작과 강의록을 연속으로 펴내고 있는데, 이번에 나온 건 <선악의 저편> 읽기다. <다이너마이트 니체>(천년의상상, 2016). <서광> 읽기를 담은 <언더그라운드 니체>(천년의상상, 2014)에 이어지는 것이면서 멀리는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그린비, 2003)에까지 끈이 가 닿는다. 품새로 보아 몇 권 더 나오지 않을까 싶다.

 

"20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니체로 가는 길’을 보여준 철학자 고병권이 <선악의 저편>을 강독한 책이다. 철학자 고병권에게 <선악의 저편>은 육체와 정신을 단련하는 종합무술훈련장, 곧 ‘도장道場’ 같은 곳이었다. 2014년 저술한 <언더그라운드 니체>가 원숙한 사상가, 근거들의 근거 없음을 드러내는 ‘탐구자’를 다룬 책이라면, <다이너마이트 니체>는 시도와 물음, 준비와 단련을 통해 메시아를 기다리는 ‘선지자’의 모티브를 띤 책이다."

 

<선악의 저편>은 생각보다 번역본이 많지 않다. 전집판 두 종 정도. 니체 가이드북은 해마다 여러 권이 나오는데, 올해 나온 국내서로는 이진우, 백승영의 <인생교과서 니체>(21세기북스, 2016)도 곁들여 읽을 수 있다.  

 

 

미학자 김남시 교수도 모처럼 단독 저작을 펴냈다(<본다는 것>은 청소년 독자를 겨냥한 책이었다). 하이브리드 총서로 나온 <광기, 예술, 글쓰기>(자음과모음, 2016). "계간 <자음과모음>에 2008년도와 2010년도에 걸쳐 연재했던 글과 더불어 책의 주제의식을 확장하는 저자의 여러 글을 한데 모아 엮은 책이다. 저자는 광인의 내면세계를 자세하게 드러내 보인다. 그리고 우리가 갇혀 있는 '정상성'의 경계들을 초월하고자 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단념해야만 했던 삶과 사유의 가능성을 끝까지 추적했던 사람들이었음이 바로 그들이었음을 저자는 '발견'한다."

 

아마도 파울 슈레버의 <한 신경병자의 회상록>(자음과모음, 2010) 번역 작업이 관심의 계기 혹은 다리가 되었을 듯싶다. '광인의 글쓰기'란 주제와 관련하여 가장 깊이 있게 다룬 국내서가 아닌가 한다.

 

 

슈레버의 회상록이 일례이지만, 저자는 독어권 저작들도 여러 권 우리말로 옮겼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이 칼 슈미트의 <땅과 바다>(꾸리에, 2016)다. '칼 슈미트의 세계사적 고찰'이 부제인데, 이 문제적 철학자의 세계관을 엿보게 하는 흥미로운 책이다(팸플릿에 가깝다). 벤야민의 <모스크바 일기>(길, 2015)나 한병철의 <권력이란 무엇인가>(문학과지성사, 2011) 등이 모두 김남시 교수의 번역이다. <권력이란 무엇인가>는 특히 국내에 소개된 첫 책으로 '<피로사회> 이전의 한병철'을 만나게 해준다. 더불어 <피로사회> 등의 이후 저작이 어떤 이론적 문제의식에 가 닿아 있는가를 확인하게 해준다.

 

 

신학과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다방면으로 활동중인 김민웅 교수의 선집이 '김민웅의 인문정신'이란 타이틀 하에 두 권으로 갈무리돼 나왔다. <시대와 지성을 탐험한다>와 <인간을 위한 정치>(한길사, 2016). 1권에서는 "제1부 '생각의 길을 연 사람들'에서는 인물을 중심으로 그들의 생각과 활동, 저서 등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여러 비평적 논의를 담았으며, 제2부 '사유의 권리'에서는 문학에서 문명에 이르는 주제들을 다루었"고, 2권에서는 정치의 본질과 한국 정치의 과제 등을 살폈다. 저자는 인문학자로서 정치에대해 다룰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책의 제목은 <인간을 위한 정치>다. 물론 그것은 인간 이외의 생명과 자연을 배제하는 정치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만을 위한 세상에서는 인간도 불행해지게 되어 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어떤 인간이 정치의 주역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이것은 인문학의 본질적인 과제다. 인문학이 정치라는 주제를 빼놓고 가능할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한 과정에서, 정치가 제일 중요한 공동체적 임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정치를 다루지 않는 인문학은 근본문제를 피해가는 도피처로 전락하고 만다."

 

가장 많이 읽히는 저자의 책은 <동화 독법>(이봄, 2012)으로 보이는데, 목회자이기도 한 저자의 대표작으론 <창세기 이야기>(전3권, 한길사, 2010)도 꼽을 수 있겠다. 기독교방송의 '성서학당'에서 강의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기존 종교적 틀 속에만 갖힌 성서해석의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 삶에 필요한 풍부한 정신적 자원을 얻을 수 있는 '깊이읽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16. 06.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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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르려다 보니 후보감이 너무 많아서 일본인 저자 두 명을 따로 묶는다. 좀 알려진 우치다 타츠루와 다소 생소한 사토 마사루이다.

 

 

출판계의 대세 작가인 사이토 다카시나 기시미 이치로만큼은 아니지만 우치다 타츠루의 책도 매해 한두 권씩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번에 <반지성주의를 말하다>(이마, 2016)가 나옴으로써 <하루키씨를 조심하세요>(바다출판사, 2016)에 이어서 올해는 벌써 두 권을 채웠다. 지난해에는 <배움은 어리석을수록 좋다>(샘터사, 2015)가 나왔었다.

 

 

우치다 타츠루의 간판 저작은 <푸코, 데리다,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갈라파고스, 2010). 결코 많이 나갈 만한 타이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인문 독자들의 호평 속에 '중박'을 쳤던 책이다. 그밖에 <하류지향>(민들레, 2013) 등이 대표작이라 할 만하다.  

 

이번에 나온 <반지성주의를 말하다>는 단독 저작이 아니라 우치다의 편저다. "최근 더욱 심해져 가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와 소수자 혐오, 그에 따른 민주주의의 위기를 진단하고 그 밑바탕에는 반지성주의와 반교양주의가 있음을 성찰하는 책이다.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과 논객 다수가 저자로 참여하여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적 반지성주의의 역사적, 동시대적 맥락을 살펴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부제는 '우리는 왜 퇴행하고 있는가'인데, 일본 사회에 대한 진단이지만 반지성주의의 현황이 우리와 동떨어진 건 아니므로 참고할 만하다.

 

 

한글 이름으로는 두 명의 사토 마사루가 있는데(<시진핑 시대의 중국>의 저자 사토 마사루는 중국 전문가다), 여기서 다루려는 이는 다치바나 다카시와의 대담집 <지의 정원>(예문, 2010)을 통해 이름을 알린 사토 마사루다. 전진 외교관으로 러시아통이었고 현재는 전업작가로 활동한다. 그의 책 두 권이 이번에 나란히 나왔는데, <종교개혁 이야기>(바다출판사, 2016)와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역사의아침, 2016)가 그것이다. 좀더 묵직한 책은 <종교개혁 이야기>.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표논객이자 칼날 같은 사회비판으로 유명한 사토 마사루. 그가 이번에는 특이하게도 15세기 종교개혁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흔히 루터와 칼뱅으로 대표되는 종교개혁으로만 알고 있지만, 그보다 백 년 전 보헤미아의 사제였던 얀 후스가 범접할 수 없는 절대 교황권에 대항하며 제대로 된 신앙을 부르짖다가 화형대의 잿더미로 사라진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저자는 신학자들로부터 '종교개혁 이전의 종교개혁자'로 일컬어지는 얀 후스의 사상과 투쟁을 되짚어본다."

프라하 광장의 얀 후스 동상이 생각나서 더 궁금한 책이기도 하다.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는 '복잡한 현대를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역사'가 부제이며, "구체적으로는 제국주의, 민족 문제, 종교 분쟁의 세 가지 키워드로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통사적인 지식 없이도 세계사의 큰 흐름을 읽어낼 수 있도록 독자를 안내한다." 사이토 다카시의 <세계사를 욺직이는 다섯 가지 힘>(뜨인돌, 2009)과 비슷한 성격의 책으로 보인다...

 

16. 06.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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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저녁에 지방에서 강의하고 늦게 귀경한 탓에 오랜만에 심야 합승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나보다 앞서 술에 취한 중국 여자가 뒷죄석에 타고 있었는데, 같은 방향이어서 나도 동승하게 되었다. 여자는 곯아떨어질 정도로 만취한 건 아니어서 계속 운전기사와 대화를 나누었다. 대부분 중국에 관한 내용이었다. 택시 기사가 중국에 자주 왕래한다면서 핸드폰에 저장된 몇 장의 사진을 보여준 때문이었다. 기사는 중국어도 당연히 할 줄 안다고 말했지만 '정말요?'하면서 중국어로 묻는 질문에는 손사래치며 답하지 않았다. 여기는 한국이니까 한국말로 해야 한다며. 아마도 옆자리에 앉은 나를 의식한 것 같은데, 두 사람만 있었다면 중국어 대화도 가능했을 성싶었다. 두 사람의 대화 덕분에 나는 현재 중국 위안화 환율이 180원이란 것과 중국 택시 기본요금이 (지역마다 다르긴 해도) 5위안이라는 것(버스는 1위안) 등을 알 수 있었다(심야택시는 배울 게 많군).

 

 

이런 얘기를 서두에 꺼내는 건 '세계화' 시대의 한 가지 표정이 아닌가 해서다. 가까운 이웃나라이긴 하지만 외국인과 택시를 합승하는 것도, 그리고 그 나라에 대해 잘 알고 있어서 이런저런 대화가 가능한 것도 이젠 드물지 않은 일이다. 1시 반이 넘어 귀가해서 내가 처음 한 일은 택배상자들을 풀고 배송된 책들을 정돈하는 일이었는데(주문한 게 많았다), 열댓 권 가운데 제일 먼저 펴든 게 김이듬 시인의 <디어 슬로베니아>(로고폴리스, 2016)였다. '사랑의 나라에서 보낸 한때'가 부제. 제목과 부제가 모두 시인이 쓴 여행서라는 걸 알려주는 책이다. 실제는 예상보다 더 여행서다운 책이었다. 아래는 류블랴나 성 사진. 체코의 프라하 성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슬로베니아 곳곳의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좀 오래 전에 한 번 다녀온 중국에는 아직 다시 갈 계획이 없지만 불현듯 슬로베니아에는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구가 300만이 안 되는(책에는 면적이 한국의 전라도만 하고 인구는 200만 정도라고 소개된다) 발칸의 작은 나라.   

"김이듬 시인이 2015년 늦가을부터 겨울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류블랴나 대학교 파견 작가로 슬로베니아를 방문하고 쓴 여행에세이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등 여러 유럽 국가들과 원활한 연결망을 가지고 있어 여행객들에게는 중간 경유지 정도로 여겨지는 슬로베니아에서 시인은 오랫동안 천천히 그곳의 사람과 자연, 문화를 음미했다. 이 책에서 시인은 동유럽 패키지여행에서 빠지지 않는 슬로베니아의 명소―블레드 호수, 포스토이나 동굴, 프레드야마 성―뿐 아니라 자신이 직접 보고 매혹된 슬로베니아의 다양한 도시를 소개하고 있다."

 

한 여행서에서 슬로베니아를 '슬라보예 지젝의 나라'라고 소개해서 웃음을 지은 적이 있는데(여행객들에게 어필할 만한 제목인가?) 사실 슬로베니아란 나라와 류블랴나란 수도에 대해서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지젝 덕분이긴 하다. 국내에는 '슬로베니아학파 총서'도 나오지 않았던가. 지젝을 제외하면 레나타 살레츨과 알렌카 주판치치, 미란 보조비치 등이 슬로베니아학파의 멤버들이다(무슨 조직은 아니고, 독일 관념론과 라캉 정신분석을 융합하여 작업하는 지젝의 동료들이다). 덕분에 슬로베니아는 적은 인구의 나라라는 이미지와 함께 대단히 지적인 나라라는 인상을 받는다. 실제로도 그럴까? 하긴 단위 인구당 철학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일 수는 있다.

 

 

슬로베니아에도 여러 관광명소가 있다지만 내가 먼저 들르고 싶은 곳은 수도 류블랴나다. 강병융 작가가 '아내를 닮은 도시'라고 부른 도시(인디고 연구소에서 기획한 인터뷰집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도 지젝과의 류블랴나 현지 인터뷰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추천사를 보면 편혜영 작가도 '류블랴나파'에 속한다.

"얼마간 류블랴나에 다녀온 후 나는 어떤 도시보다 자주 류블랴나를 들먹였다. 류블랴나는 말이지, 로 시작하는 말은 대개 과장이었다. 당연했다. 나는 고작 며칠 그곳에 머물렀고, 본 것보다 보고 싶은 것, 간 곳보다 가고 싶은 곳이 여전히 많았다. 소설 쓰는 강병융이 그리로 간다고 했을 때 오랜 거짓말을 들킨 기분이었다. 동시에 함께 그곳을 그리워할 동지를 만나 즐거웠다. 그때부터 이 책을 기다려왔다."

언젠가 모스크바에서 일년을 지낸 것처럼, 류블랴나에서도 한 시절을 보냈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대로 '디어 슬로베니아' 한권쯤 쓸 수 있을 텐데...

 

16. 06.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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